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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7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10)

남자의 면 - 4점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츠치야마 시게루 화백의 먹부림 만화입니다. 면과 라쿠고를 너무나 사랑하는 영업맨 이케다 멘타로가 이런저런 면 요리들을 먹으며 겪는 일화들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바와 우동, 냉면과 오키나와 소바, 나고야면 (기시면, 녹말소스 스파게티, 타이완 라면, 된장곰탕 우동), 라면, 야키소바 등 평범한 면들이 소개되며 에피소드들도 평범한 직장인들이 마주칠 법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내용도 모든 면은 다 맛있다! 류의 만만세 해피엔딩이 대부분이고요. 대기업 츠카모토 전기 회장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지만, "맛의 달인"처럼 면 요리로 모두가 하나된다는 결말입니다. 

약간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이케다 멘타로이기는 한데,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주체는 면 요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케다 멘타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건 초반의 두, 세 개 정도이며, 다른 이야기들은 전부 그냥 면 요리를 먹으면서 이야기가 생겨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장인 정신이 지나친 라면 가게를 '진검 승부' 하는 집이라며 마음에 들어해서 좋아하는 여직원을 데리고 갔지만, 즐겁게 먹는게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는 이야기처럼요.

하지만 역시나, 다른 요리, 먹부림 만화와 확실히 구분되는 무언가를 찾기 힘들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여섯 편의 에피소드만 남기고 사라졌겠지요. 면 요리 만큼은 정말로 맛있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만으로 넘쳐나는 먹부림 만화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미식가 탐정 료지 1,2" 블랙 잭을 닮은 요리사 아지사와 료헤이가 등장하는 만화 '더 쉐프' 시리즈의 작가 카토 타다시의 작품입니다. 만화 도서관 Z에서 무료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뭐 볼게 없나 하고 뒤져보다가 제목에 호기심이 동해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음식과 추리가 결합된, "절대미각 식탐정" 류의 추리물로 생각했었는데 아니더군요. 추리의 비중이 극히 낮습니다. 등장하는 탐정 소재 이야기 중 볼만했던건 부사장파와 전무파가 세력 다툼을 하는 회사에서 전무파의 핵심 인물인 개발부부장 뒷조사를 위해 그의 집에 잠입해서 PC를 열어보는 에피소드 뿐이거든요. 이를 통해 부장이 컬트 (사이비) 교단 핵심 관계자였다는게 드러나게 되지요. 북해도 출신 가출 소녀를 찾을 때, 사투리를 무심코 대답하게 만드는 작전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외에는 탐정 업무로 볼 만했던 내용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불륜 조사로 미행 후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 정도이며, 그 외에는 아들 결혼 상대에 대한 상세 조사, 데릴 사위에 대한 탐문 조사 등이 전부입니다.

반면 음식, 요리 관련 이야기는 이야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주인공 탐정 렌죠 료지부터가 일류 요리집 쥬가와의 주인 토가와의 아들로 요리에 굉장히 박식하고 능숙하다는 설정이니까요. 초반부는 그가 조사 및 탐문 과정에서 우연히 먹게 된 요리가 너무 형편없어서 한 마디 했다가 결국 그 요리를 업그레이드시켜준다는 전개가 많고요. 

하지만 이런 전개는 억지의 극치죠. 탐정이 이런 일을 해 줄 이유가 없잖아요? 작가도 억지라는걸 알았는지 뒤로 갈 수록, 탐정업 보다는 요리에 집중합니다. 요리 승부가 계속 펼쳐지는 식으로요. 문제는 흥미를 돋우는 효과는 있지만 작품의 정체성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겁니다. 욱 하는 성격으로 승부를 한다고 해도 한 두번이지, 세 편 연속 요리 승부는 지나쳤어요. 

아울러 렌죠 료지와 그의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는 "맛의 달인"과 흡사해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렌죠 료지가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바로 발끈하며 비판하는 모습, 그리고 그의 목표가 아버지로부터 자기가 만든 요리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는 등 캐릭터 설정도 "맛의 달인"과 거의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추리, 요리 만화 붐에 편승해서 이런저런 인기있는 소재를 가져다 썼지만 결과물은 영 신통치 않았던 망작입니다. 유일한 장점은 공짜로 봤다는 것 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9)

2020/02/12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4)

[고화질] 만화가 야식연구소 - 6점
무라타 유스케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아이실드 21"로 일세를 풍미했고, 지금은 "원펀맨"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만화가 무라타 유스케가 직접 만들어 먹는 야식을 소개하는 작품입니다. 만화가 생활을 하면서 밤 늦게 사러갈 시간도 없고, 배달도 안될 때 빠르게 만들어 먹던 야식들에 대해 트위터에 소개한게 계기가 되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고 하네요.

등장하는 레시피들은 구태여 이렇게 소개해야 하나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유튜브 외 이런저런 매체에서 흔히 보는 간단 레시피들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또 손이 제법 많이 가는 튀김류나 제과제빵 류의 레시피는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고요.

그러나 한 편당 5~6페이지 분량으로 레시피 중심의 짤막한 소개가 전부인데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이 나름 완벽해서 읽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구성과 전개에서 왜 인기 작가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할머니와의 추억을 그린 양배추 롤 에피소드라던가, 오래 전 불법 체류하던 태국인 이웃의 이야기, 보온기를 쓴 라면 조리처럼 상, 하편으로 이어지는 좀 긴 호흡의 이야기들도 당연히 좋았고요. 레시피도 두부 한 모 (200g)를 으깨어 녹말가루 약 60g 정도를 잘 섞은 뒤 랩을 씌워 전자렌지에 총 4분을 데워 만드는 두부떡같은, 따라해 볼만한 것들도 제법 수록되어 있습니다. 삿포로 소금 라면에 두유를 넣어 만든다는 '두유 라면' 같은 독특한 음식의 등장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대단한 걸작은 아니지만 읽는 재미와 함께, 쉬운 레시피 전달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습니다.

[고화질] 콘다 테루의 합법 레시피(단행본) 01 - 2점
우마다 이스케/시프트코믹스

고등학생 야쿠자 콘다 테루가 조직 생활과 학교 생활을 병행하며 접하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요리로 해결하거나 해소한다는 내용.

요리의 맛을 야쿠자와 관련된 상황으로 비유하여 소개하는 장면(예를 들면 너무 맛있어서 마음을 빼앗기는걸 경찰에 체포되는 식으로 묘사하는 등), 그리고 콘다와 관련된 상황을 주변 사람들이 야쿠자인걸 몰라서 오해하는 몇몇 장면만 조금 재미있을 뿐이며 그 외에는 건질게 하나 없는 졸작입니다. 소개되는 에피소드들 모두 억지스러우며, 캐릭터의 현실성이 전무한 탓입니다.

고등학생이면서 능력있는 야쿠자,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 따뜻한 인물이라는건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용납이 안 됩니다. 등장하는 요리들이 에피소드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으며, 작화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1권 이후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야쿠자를 미화하는 작품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고화질세트] 행복한 밥 (총4권/완결) - 6점
UNOME Santa/서울문화사/DCW

대사 한 마디 없이 그림만으로 짤막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독특한 작품으로, 조금은 팍팍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1권을 예로 들자면 직장에서 혹사당하는 이혼 중년남,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고향 내려갈 여비도 없는 OL, 젊은 나이에 머리가 벗겨져 여자에게 인기 없는 독신남,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전직 식당 주인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이 대사는 없지만 음식 하나로 위안을 얻는 과정이 잘 그려집니다.
음식도 당연히 대단한게 아닙니다. 라면과 고향에서 보내준 감자와 밑반찬, 풋콩에 맥주, 돈가스 덮밥 등이거든요. 그림도 순박하면서도 정성이 듬뿍 담겨 이야기와 잘 어울리고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학교 선생 이야기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듯 하지만 부인 몫의 젓가락이 없는 장면처럼 이야기 뒤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에필로그에서 소개되는 디테일들도 마음에 듭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몇 명의 등장인물들이 반복해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더해주네요.

그러나 포맷과 전개가 길게는 끌어갈 수 없었던건 분명합니다. 후속권이 되면 될 수록 좀 지루해지거든요. 주된 이야기들이 대체로 가족 간의 정, 근면하고 열심히 사는 소박한 삶을 다루고 있어서 비슷비슷한 탓입니다. 변주를 주기 위한 이야기도 있지만 70대 후반 할아버지가 돈가스 푸드 파이팅에 도전한다는 "돈가스 카레"나 은혜갚기 위해 베를 짜는 학을 방치하고 노부부가 모듬 전골을 먹는다는 "모듬 전골" 같은 당황스러운 내용은 등장하지 않으니만 못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빼고 3권 분량으로 발표하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최근 보기드문 착한 만화, 순박한 만화라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2020/02/24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5)

쿠미카의 미각 1 - 6점
아키히로 오노나카 지음, 유유리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식사가 필요없는 절약 근성 노력가 외계인 쿠미카가 지구에서 일하면서 서서히 음식에 길들여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쿠미카가 식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감각을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전개는 일견 독특해 보이지만 반대로 뒤집었을 뿐, 이세계에서 이종족에게 이쪽 요리를 대접한다는 판타지와 별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먹고 감탄하며 놀라는 묘사도 동일하고요. 이야기도 새로운 음식에 놀란다는 경험이 반복될 뿐입니다.

요리 관련 이야기보다는 한 푼이라도 아껴 모성에 돈을 보내야 하는 쿠미카의 설정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구입해서 요리를 하게 될 때의 감정 묘사나, 처음으로 여자 외계인들끼리 파자마 파티를 할 때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모습들은 아주 귀여웠거든요. 억지로 음식 이야기를 집어넣지 말고 이런 이야기로 그려나가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절박한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며, 다행히 호흡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쿠미카에게 음식의 맛을 알게 해 그녀에게 불필요한 돈을 쓰게 만드는 치히로는 정말이지 사악한 악당이라 생각됩니다. 천벌 받을 놈 같으니라고.

[고화질] 마감의 미식가 - 6점
츠치야마 시게루/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작년에 유명을 달리한 만화가 츠치야마 시게루의 단권 완결 일상계 음식 만화입니다. 마감과 작가들과의 교섭, 접대에 시달리는 편집자 시노하라 카오루 (38)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그날 그날을 마감하기 위해 먹는 요리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과 구성을 보면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한 기획물로 보이네요.

그래도 이 작품만의 특징도 확실합니다. 주인공이 편집 업무를 하면서 만나는 작가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러한 만남을 어떻게든 음식과 이어가며 드라마를 만드는 노력이 돋보이거든요. 약간이나마 기승전결이 있다는 점에서는 "고독한 미식가" 보다는 나은 측면이 있어요. 츠치야마 시게루의 연륜이 돋보이는 그림도 나쁘지 않고요.

등장하는 음식들은, 초반에는 주로 그날 자기 전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들입니다. 말 그대로 그날 하루를 마감하는, 우리말로는 '야식'에 가까운 음식들로 모두 간편식에 가깝죠. 컵우동과 집에서 남은 카레를 섞어 만드는 카레 우동, 길거리 포장마차 라면, 편의점 오뎅 등이 그러하죠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기 전이 아니라 그날 업무를 마감한 뒤 먹는 음식으로 바뀝니다. 아마 간단한 야식만으로는 이야기를 끌고나가기 힘들었던 탓이겠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제대로 된 음식들을 먹게 됩니다. 선술집이나 규동집 등 좀 대충 먹는 음식도 있지만 중화요리집의 교자와 라멘이라던가 기리탄포 나베, 굴 나베 등 갖춰진 음식도 많아요.

여튼,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후속권이 이어지지는 않은게 아쉬울 뿐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문 배달의 왕자님 1 - 6점
타카세 시호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배달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달 음식과는 다릅니다. 주로 일본 각 지역 유명 맛집 대표 요리를 배달용으로 가공한 것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주인공인 이이다 역시 범상치 않습니다. 오타쿠 엔지니어로 사교성이 부족하고 자기 중심적인 성격으로 묘사되거든요. 배달음식으로 혼밥, 혼술을 즐기고 먹은걸 SNS에 '왕자님'이라는 닉네임으로 올리는게 유일한 취미고요. 그야말로 배달 음식과 딱 맞는 인물입니다.
야근이 잦고, 이런저런 독특한 인물들이 넘쳐나는 IT 업계의 묘사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소하게 이이다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들도 좋았고요. 덕분에 극적인 드라마가 없더라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이런게 오히려 현실적이겠죠. 평범한 회사원 인생에 뭐 그리 특별한 일이 있겠습니까.

등장하는 배달 음식들은 일본에 실존하는 음식들로, 상당히 흥미로운 음식들이 많습니다. 완성된 음식 외에도 재료 배달에 가까운 음식도 많은데, 이이다의 요리 솜씨가 제법 괜찮아서 항상 그럴듯한 요리들이 태어납니다. 완성된 음식들도 나름의 어레인지로 이런저런 변화를 선사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적당한 재미에 그림도 좋고, 음식과 요리들도 만족스럽습니다. 배달 요리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적당한 시점에 완결을 내 준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에요. 비슷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우리나라 특유의 '편의점 레시피'를 만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4)

2020/01/14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1)

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 6점
야마자키 마리 지음/애니북스

"테르마에 로마에"로 히트를 친 작가 야마자키 마리의 이탈리안 식도락 일상계 만화입니다. 크게 이탈리아 유학 당시, 결혼 후 이탈리아에서의 생활, 일본에서의 이야기로 구분되는데 '식도락' 측면에서는 결혼 후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유학 시절은 너무 가난해서 변변한 음식을 먹은게 별로 없고, 일본에서의 이야기야 특별한 음식이 나오지 않는 반면 이탈리아인 남편과 시부모가 등장하는 정통 이탈리아의 생활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재료라던가, 새로운 맛이 많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비싸고 귀한 특급 올리브 오일, 이탈리아의 연말연시 요리 등 여러가지 새로운 소재들에 작가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에 등장한 흰 빵과 수프와 같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좋았고요.

또 몇몇 요리는 간단한 레시피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재미, 신선함에 실용적 가치까지 있다면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별점은 3점입니다.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겠네요.

하나씨의 간단요리 3 - 4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출간된 지 2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군요. 사실 TV 드라마까지 나온 인기작이기는 해도 1, 2권은 제게는 그닥이었습니다. 작화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인공 하나 씨의 대책없는 성격도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간단 요리라는 제목에 어울릴만큼 둥장하는 레시피도 간단하지만, 특별히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하나 씨의 대책없는 귀차니즘은 더욱 업그레이드 되기까지 했습니다! 요리들도 전골, 볶음 국수, 샤브 샤브 등은 손도 많이 가고 재료도 제법 많이 필요한 음식들인데, 이들이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에 컨셉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래서야 '간단 요리'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요. 

그나마 취지에 부합하는 건 고등어 통조림 밥과 생고추냉이 아보카도 덮밥 정도인데 문제는 역시나 전혀 따라서 해 먹어 보고 싶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어 차밥 김가루는 제법 땡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재료를 쓰는 탓에 따라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제 편견을 깨기는 커녕 더 굳게 만들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은 한데, 더 이상은 구입할 생각 없습니다.

우연한 산보 - 6점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미우(대원씨아이)

이 만화는 제목처럼 요리가 중심은 아니고 산보가 중심이기는 합니다. 1~3화 까지는 특별한 요리가 등장하지 않고요. 그러나 4화 이후부터는 산보 도중에 먹는 음식도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4화 히피 축제에서는 오신코, 5화 한밤중의 고야에서는 고야 참플, 제 6화 개와 연식 야구공에서는 스콘, 제 7화 하모니카 요코쵸에서는 카레와 맥주, 제 8화 메지로의 카키모치에서는 쇼유 라멘이 등장하지요.

그러나 "고독한 미식가" 처럼 음식 구성과 맛을 상세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요리들의 묘사는 마음에 들었지만 이 정도로는 역시나 요리 만화라고 부르기는 무리였을까요? 산보와 함께 음식의 비중을 좀 더 높여주었더라면 주인공이 술을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고독한 미식가"와 다른 일상계 요리, 식도락 만화로 그려질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또 원작인 쿠스미 마사유키의 후기와 뒷 이야기가 너무 길게 수록된 것 역시 감점 요소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래저래 조금 애매한 결과물이네요.

2022/01/09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9)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 4점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푸른숲

한국 작가 컴비의 먹방 만화. 지구 멸망을 1주일 앞 둔 상황에서, 먹방 BJ 봉구가 최후의 그 순간까지 먹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내용입니다.

설정은 독특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등장하는 요리들은 나쁘지 않았고, 밥솥으로 시루떡 만들기같은 한국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것도 좋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지극히 뻔하고 평범했어요. 설정 상 음식을 구하기 힘들거나 조리가 어려운 상황이었을텐데 그에 걸맞는 요리라고 보기 힘든 것도 문제고요.

캐릭터도 뻔하고 평범합니다. 소심남 BJ 봉구 캐릭터는 우리나라 만화에 흔하게 등장하는 전형적인 아싸 오덕 캐릭터의 전형에 불과했고, 다른 캐릭터들도 과장된 설정의 스테레오 타입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봉구가 이웃집 아저씨, 보험왕 아줌마, 썸을 타던 동창생, 그리고 악플러와 함께 유사 가족을 이루는 마지막 이야기는 사뭇 억지스러웠고요. 마지막에 다 같이 모여 설겆이를 하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습니다. BJ라는 직업에 걸맞게 현피를 뜨려는 악플러가 등장하는 등의 소소한 디테일은 있지만, 이야기에 잘 녹아났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전기 공급을 재개시키려는 노력이 단지 애니팡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불필요한 디테일이었어요.

독특한 설정을 잘 살려서 서바이벌과 긴장감을 살리는 전개로 갔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지금의 결과물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술 한잔 인생 한입 47 - 6점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전통의 시리즈도 47권째네요. 소소한 술자리에서의 가벼운 일상 에피소드들은 여전한 재미를 안겨 줍니다. 에비사와와 스와 부부가 아기를 갖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오랜 팬으로 기뻤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안주는 아니지만, 마즙으로 만드는 '아마가케' 먹는 법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다시금 알려줍니다. 

그런데 분명 이전 권에서 절친인 타케노마타가 결혼했고, 이와마도 그 탓에 결혼에 대해 동경을 품으며 카스미, 마츠시마라는 두 여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권에서는 전부 리셋된 느낌을 주는건 좀 이상했습니다. 다케노마타는 여전히 이와마, 사이토와 술자리에서 어울리면서 결혼한 티를 내지 전혀 내지 않더라고요. 이와마가 마츠시마와 우연히 함께 술자리를 하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에피소드가 있기는 한데, 다음 단계의 진도는 전혀 나가지 못하고요. 오히려 언제나처럼 카스미와 함께 술자리를 갖는 에피소드들이 뒤에 이어질 뿐입니다. 한참 진도를 빼다가 갑자기 쉬어가는 느낌인데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이전 권보다 줄기는 했지만, 일본에 살아야만 의미있는 아사쿠사, 도쿄역, 이케부쿠로 술집 탐방같은 에피소드는 한국 독자로서는 그닥 반길만한 에피소드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재미만큼은 여전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8)

2020/01/19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2)

유럽 맛 여행 - 4점
나가라 료코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제목 그대로, 독일에 남편과 함께 유학 생활 중인 젊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유럽을 여행하며 맛 본 음식들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냥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무엇을 먹었다가 내용의 전부에요. 일상계 수준을 벗어난, 거의 식단 일기에 가까운 그런 내용이에요. 때문에 그 어떤 드라마적인 재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맛본 요리, 음식들에 대한 맛 이외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손으로 꼼꼼하게 그린 따뜻한 그림은 마음에 들지만, '만화' 보다는 인스타그램 요리 일기에 가깝습니다. 이야기가 없기에 만화로는 낙제점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사냥꾼의 식사"

'지비에'라고 불리우는 사냥한 동물들의 고기를 요리해 먹는 만화로 이전에 읽었던 "산적 다이어리"와 유사합니다. 다만 "산적 다이어리"는 '사냥'이 주였던 반면, 이 만화는 '요리'가 주라는 차이가 있지요. 주인공 아키노는 대부분의 경우 직접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사냥을 도와주는 등으로 야생 동물 고기를 얻거나, 함정을 만든거에 걸려든걸 나누거나 하는 식으로 재료를 얻거든요. 이렇게 얻은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내용의 핵심입니다.

사슴 정도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먹기 힘든 오소리 등이 재료라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는데, "산적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맛은 대부분 호평이라 좋은 참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소리 고기가 맛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의심스럽고요. 그래도 냄새가 심하고 엄청 고생해서 손질해야 하는 등 (사슴 내장의 경우는 여덟번도 넘게 데치는 등), 어려움도 비교적 공정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산적 다이어리"보다는 낫네요.

깔끔한 작화,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는 사냥꾼이자 야생 동물 손질, 요리의 달인 이쿠지노 캐릭터도 상당히 인상적이며, 아키노가 덫 사냥, 사냥감 해체, 몰이꾼 등을 거쳐 사냥꾼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고요.

사냥이라는 주제 자체가 우리의 실생활과는 분리되어 있어서 현실감은 없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산과 식욕과 나 1 - 6점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영상출판미디어(주)

27세 여사원 히비노 아유미가 주말마다 산행을 떠나 산에서 온갖 요리를 해 먹는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유행인 캠핑에 요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만화인 셈이지요. 등산과 요리 중 한 가지만 좋아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머리를 잘 썼네요.

등산 쪽 정보도 충실히 제공하고 있지만 저는 아무래도 요리 쪽에 관심이 갔는데, 처음에는 주먹밥과 라면에서 시작해서 뒤로 가면 갈 수록 오버스러운 온갖 요리가 등장하는게 포인트입니다. 심지어 일종의 수비드 조리법을 활용한 "로스트 비프"까지 등장하니까요.
산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뎃셍력이 부족해보이는 작화는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좀 더 꼼꼼한 그림체였다면 내용이 훨씬 잘 살아났을텐데 아쉽습니다. 등산 상황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집에서 따라 해 먹음직한 요리가 별로 없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그래도 평작 수준은 충분히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0/09/13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6)

먹고 자는 마르타 1 - 4점
타카오 진구 지음/대원씨아이(만화)

포르투칼 대학원생 마르타는 석사 논문을 제출한 뒤에도 일본 도쿄가 너무 좋아서 떠나지 않고 머문다. 그러나 항상 가난뱅이 신세. 돈을 아끼기 위해 있는 재료를 최대한 아껴 쓰고, 비싼 재료는 어떻게든 비슷하게 만든다!는 극빈 유학생의 혼밥 + 궁상 먹방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절약해서 먹는게 핵심으로, 고향 어머니가 보내준 바캴라우 (염장하여 말린 대구)로 튀김을 만들어 먹는다던가, 100엔으로 생크림과 요구르트를 구입하여 사워크림을 만들고, 여기에 바칼라우를 미끼로 낚은 가재를 섞어 사워 크림 딥을 만드는 등의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카레 가게에서 주문할 때의 팁이었어요. 고기를 뺀 카레를 주문하면, 그만큼 카레의 양이 늘어난다고 하네요. 여기에 공짜 락교를 가득 담아 먹는데, 정말 생각도 못한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자급자족에 가까운 내용이니만큼 레시피도 꽤 많은데, 사진 작가 로버트 카파가 헤밍웨이를 초대한 파티에서 선보였다는 칵테일 '빌린' 제조법은 눈길을 끕니다. 복숭아를 자르고 씨와 껍질을 제거한 뒤 어항(또는 비슷한 통)에 담고 브랜디 절반, 샴페인 절반을 채워 만드는 칵테일로 맛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이네요.

그러나 있는 재료로 아는 요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내용은 "격식 파괴 요리책 한그릇 더!"와 같습니다. 최대한 근검절약해서 아껴 먹는다는 내용은 "빈민의 식탁"이고요. 때문에 그다지 새롭거나 신선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게다가 현대 일본 도쿄에서 자급자족은 말도 안되니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요.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뒤로 가면 갈 수록 옆집 아가씨가 재료를 준다던가, 도우미로 일하는 그림 교실에서 칵테일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갑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이래서야 취지에는 어긋나지요.
또 주 재료는 아껴서 산다 쳐도, 온갖 조미료와 도구가 갖추어져 있다는건 억지스러웠습니다. 올리브유나 버터 정도는 포르투칼인이니 구입했다 쳐도, 간장과 미림까지 전부 갖추어 놓는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바닐라 에센스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되죠.... 아울러 포르투칼 아가씨 마르타가 귀엽기는 한데, 민폐에 가까운 궁상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후속권을 더 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고화질] 삼국지의 밥상 01 - 4점
혼조 케이/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중화요리집 "누상촌"을 운영하는 삼국지 매니아 아타루와 그의 가족들이 가게를 방문한 신선 '좌자'의 영향으로 삼국지 속 요리를 현세에 재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도원결의' 속 요리를 재현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 (제민요술)를 찾은 뒤 새끼돼지를 통째로 튀길 수 없어서 돼지고기 덩어리를 사용하고, 천채를 우락으로 볶은 것은 말린 배추 등을 활용하여 재현한다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좋았습니다. 제 기대에도 부합했고요.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와 요리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단, 삼국지 본편과 상관없는 요리가 너무 많은 탓입니다. 계륵 (닭갈비)로 만든 닭고기 수프는 삼국지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타루의 오리지널이며, 유비가 칼과 바꿨던 낙양의 차는 중요 아이템이지만 마시는 장면이 삼국지에 등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조비가 배와 포도로 시를 지었다는 이유로 배와 포도로 디저트를 만드는 등 삼국지에서는 그냥 소재, 재료만 따 온 것도 많습니다. 제갈량의 만두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래서야 제목과 취지에 걸맞는 이야기들로 보기는 힘듭니다.

또 좌자의 등장까지는 이야기 전개상 그렇다 쳐도, 그의 능력으로 삼국지 시대로 이동해서 당시 요리를 실제로 보고 온다! 는 설정, 그리고 심지어는 주인공 아타루가 실제로 전장으로 이동해서 요리를 만든다는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아타루가 삼국지 당시 재료와 도구로 최대한 현재의 맛을 재현한다는건 "노부나가의 셰프"와 다를 바도 없고요. 좌자의 말을 듣고 아타루와 가족들이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요리를 만드는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야기 전개도 문제가 많습니다. 삼국지의 내용과 본 편의 이야기를 엮는 부분은 억지스러우며, 전개에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 과잉이 수시로 드러나는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이야기 전개와 소재들은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후속권 구입 계획은 없습니다.


전통의 시리즈도 이제 45권째네요. 이번 권에서도 언제나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다츠의 술과 안주에 대한 개똥 철학(?)을 웃으며 즐길 수 있습니다. 꼬치 요리의 재료를 빼야 하는지 그냥 먹어야 하는지? 라던가 왜 이자카야는 월요일에 붐빌까?와 같은 주제에 대한 확고한 견해같은건 나름 그럴듯 했어요. 화이트 와인은 이탈리아, 레드 와인은 칠레 등 남미산이 좋다는 주장은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는 측면에서는 볼 만했고요.
무엇보다도 소다츠의 절친인 타케노마타가 약혼하고 약혼자를 소개해주는 에피소드는 놀라왔습니다. 소다츠와 카스미도 빨리 진전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은근하게 분위기만 깔고 가는게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에키벤 투어 관련 이야기나, 오사카 타코야키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보아왔던 소재라 별로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소재 고갈 탓도 있겠지만, 이런 기행문스러운 이야기는 한 권에 한 편 정도로만 수록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타코야키는 무려 3편에 걸쳐 소개할 내용과 분량도 아니었어요. 다카키 나오코의 작품 어딘가에서 소개되었던 분량 정도 만으로 충분했을겁니다. 그 외의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제는 재미보다는 팬심으로 읽는 작품이 되었네요. 그래도 소다츠의 개똥 (?) 철학은 언제나 재미있는 만큼, 다음 권은 그런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계 식도락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양이 맘마 - 6점
우오노메 산타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다른 음식 만화로 접했었던 우오노메 산타의 작품입니다. 메이지 초기를 배경으로 하여, 당시 갓 들어왔던 새로운 음식들과 당대 풍물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단지 메이지 시기를 무대로 한 음식 만화라면 특별할게 없겠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을 미식가 고양이로 하여 고양이 시점에서 묘사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입니다. 주인공인 이름없는 고양이가 소설가 메이지노 씨 집에서 함께 살면서 메이지노 선생님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식당 등에서 먹는 음식들을 소개하는데, 미식가라서 음식에 정통하고 심지어 반주를 즐기기까지 하거든요.

이야기들도 굉장히 짤막해서 대단한 내용은 없지만, 훈훈하고 잔잔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어서 마음에 들 뿐 아니라, 모리 소바와 자루 소바의 차이를 알려 주는 등 새로운 내용도 제법 많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참고로 두 소바의 차이는 쓰유에 있답니다. 자루 소바는 처음 우러낸 육수로, 모리 소바는 두 번재로 우려낸 육수로 조리한거라 면 자체는 동일해서, 직원이 잘못 나르지 않도록 자루 소바 위에 김을 뿌린거라는군요. 그 외 중간중간 '메이지 시대 미식 탐방기'라는 짤막한 한 페이지짜리 5편의 컬럼도 볼거리입니다. 미식, 요리 뿐 아니라 꽃놀이까지 소개하는 등 이런저런 소개가 많습니다. 오노메 산타의 포근한 그림도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