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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5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 : 별점 3.5점

다빈치 코드 1 - 8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다빈치 코드 2 - 8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살해된다. 그가 남긴 다이잉 메시지로 인해 소니에르와 만날 약속을 했었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살인 용의를 뒤집어 쓰지만, 프랑스 암호해독 요원이자 소니에르의 손녀인 소피 누뵈의 도움으로 경찰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온다.
도주 중 소니에르가 죽기 직전 남긴 메시지를 해독한 둘은 소니에르가 스위스 은행 비밀 금고에 숨겨놓은 암호상자를 찾아내게 되며, 랭던의 친구이자 성배 전문가 티빙 경의 도움을 얻어 경찰과 정체 불명의 알비노의 사나이 등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의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데...


올 여름을 강타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좀 늦게서야 읽게 되었네요. 읽기 전에는 "장미의 이름"류의 역사 추리물로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유물에 대한 실마리를 현대의 주인공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디 에이트"와 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전개면에서 흠잡을데 없기는 하나 역사적인 비약도 심하고 각종 설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알기로는 초대 성당 기사단장 뷔용의 고드프리아는 본국에서 상속순위에서 밀려 자기가 지배할 영지가 없자 영지를 만들 목적으로 말도 안돼는 "성전"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지나칠 정도의 서양과 카톨릭 중심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했다는 것도 조금은 거슬리는 점이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핵심인 "예수가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여 후손을 낳았다! 때문에 성배는 마리아 그 자체다!" 라는 어찌보면 해묵은, 그리고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논쟁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줄거리가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예전 마틴 스콜세즈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설이기도 하고 말이죠.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승"의 정체도 뻔해서 김이 좀 빠지는 편이에요.

오히려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주목했던 부분은 다빈치가 남겼다는 여러 성배에 관한 코드를 풀어내는 부분과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암호 풀이 트릭입니다.
특히 암호 트릭은 정말 대단해요. 초반의 소니에르가 죽어가는 몇십분 (한 20분?) 동안 남긴 다이잉 메시지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Oh, lame saint!)’) 그리고 성배를 찾기 위한 단서가 들어있는 키워드 암호 2개, 마지막으로 성배가 있는 장소를 알리는 암호 1개, 전부 이렇게 4개가 등장하는데 그 수준이 정말 발군이거든요. 4개의 암호가 수열, 애나그램, 글자 치환 변환법같은 암호 해독법은 물론 다빈치와 각종 상징들, 성경, 성배, 성당 기사단 등 거의 모든 역사적 배경을 아우르며 종횡무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그 완성도와 재미가 실로 대단합니다.
영어권 독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트릭이라 그 진정한 재미를 조금은 놓치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상당히 이면에 얽힌 내용이 복잡하면서도 맞아떨어지는 점이 절묘해서 보기드물게 참신하고 멋진 암호트릭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단점은 있기에 감점했습니다만 재미 하나만큼은 분명한, 고급스러운 읽을거리로서 손색없었던 작품입니다. 딱 한가지 궁금한 점은 교황청이나 카톨릭 계의 반응이 궁금하더군요. 어찌보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인지라.... (오푸스데이의 공식 반응은 이미 발표되었다는데 아직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PS : 책이 이왕 두권으로 분책해서 비싸게 팔려고 나온 것이라면 앞부분에 소설속에 등장하는 자료들에 대한 도판 정도는 서비스로 실어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PS2 : 대체 인디애나가 찾은 성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2020/07/31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8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시리즈 38권으로 이번 권은 기존 C.M.B와는 구성이 좀 다르다는게 특징입니다. Q.E.D처럼 조금 긴, 이야기 두 편만 수록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두 편 모두 설득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본 편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고사, 역사 이야기 비중이 높은 반면, 본 편 쪽은 여러모로 설명도 부족하고 헛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바에야 언제나처럼 이야기의 양으로 승부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두 편 모두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목격증인"

하루미는 여자친구 마미를 칼로 찌른 죄로 4년 징역을 살고 풀려난 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증인 이시바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정보를 전해준 간다는 마미의 아버지 스미다에 의해 회사가 망했다는 이유로 하루미를 도와 주었다. 하루미는 간다의 지원으로 원양어선을 탄다는 이시바나의 행적을 3년 동안 뒤쫓는데...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고사인 한단지몽, 그리고 소품으로 등장하는 환등기처럼 '환상'을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환상'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라고 사전에서 풀이되는데, 이야기 속에서 하루미가 찾으려는 이시바나가 바로 환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시바나 우게츠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인물이라는게 너무 뻔해서 좀 시시했어요. 이름부터 그렇잖아요. 돌에 핀 꽃, 빗 속의 달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하루미가 범행을 저지른 진범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잊어버린채 있지도 않은 증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하루미가 누군가 (간다)의 꼬임에 넘어가서 자신이 무죄라는걸 '날조할 수 있을' 증인을 찾아나서는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처럼 하루미 스스로가 본인이 무죄라고 굳게 믿는다? 이건 말도 안됩니다. 기억상실이라도 걸리지 않는 한에는요. 환상이 그 비밀, 정체를 아는 사람에게도 환상으로 보여질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시바나의 존재를 던져주어 하루미가 3년 동안 허송세월하게 만든 간다가 마미의 아버지 스미다가 변장한 것이라는 진상, 그리고 그 동기만큼은 괜찮았습니다. 하루미가 선고받은 7년 형이 판결에서 4년으로 감형되었기 때문에 모자라는 3년을 더 썩게 만들려는 의도였다는데 꽤 그럴듯했어요. 간다의 이름을 핵심 소재이기도한 고사 '한단지몽'에서 이름을 따 온 아이디어도 좋았고요. 물론 간다의 이름 트릭은 일본인이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요.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납득할 수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빛의 거인"

성배나치라는, "인디애나 존스"로 친숙한 소재가 대거 등장합니다.

'아이슬란드'와 게르만 신화의 아버지 스노리라는 소재는 신선한데, 이야기는 어설픕니다. 게르만 신화의 원류가 "에다"의 고향 아이슬란드이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성배가 있다!는 추리부터 어설프지요. 설득력도 없고요. 아버지가 보내온 소포 속 물건인 방해석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난다는 단서는 나쁘지 않지만, 아이슬란드가 방해석의 유일한 산지는 아니라서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에요. 현무암이었다면 무대가 제주도가 되었을까요?
애초에 료타의 아버지가 보낸 소포 암호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누군가 찾아오기를 바랐다면 그냥 편지를 쓰면 되니까요. 어차피 미행당하고 있어서 위치가 드러나는건 숨길 수 없었기에,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 암호를 보내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인 "빛의 거인"도 형태는 그럴듯하지만 바로 직전 권 수록작인 "고양이 꼬리"의 자가 복제에 불과해서 아쉬웠고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배가 있는 장소의 함정도 억지스럽습니다. 시랍화된 사체를 간헐천에 넣으면 폭발한다는걸 이용한 함정이라는 아이디어만큼은 괜찮아요. 그러나 이 함정은 1회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번 폭발하면 현장은 난장판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800년 전에 설치한 함정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게다가 잘 동작했다? 토목 공사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그래도 함정 정도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넘어간다고 치면,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스노리가 올슨의 병을 낫게 했다는 성배는 버드나무로 만든 잔을 물에 끓인 것으로, 이는 천연 아스피린 성분이었다는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야 말로 C.M.B의 진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본 편 이야기와 함께 나란히 진행되는 스노리의 파란만장하면서도 호쾌한 생애도 역시나 C.M.B다운 현학적 재미를 가득 안겨다 주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아주 나쁘지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 한단지몽이란?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일이다. 도사 여옹은 한단(邯鄲)으로 가는 도중 주막에서 쉬다가 노생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산동(山東)에 사는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산다며 신세한탄을 하고는 졸기 시작했다. 여옹이 보따리 속에서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꺼내 주자 노생은 그것을 베고 잠이 들었다. 노생이 꿈 속에서 점점 커지는 베개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니, 고래등 같은 집이 있었다. 노생은 최씨 명문가인 그집 딸과 결혼하고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순조롭게 승진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다. 그 후 10년간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려 잡혀가게 되었다. 노생은 포박당하며 "내 고향 산동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은 쓰지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벼슬길에 나갔던가. 그 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한단의 거리를 거닐던 때가 그립구나"라고 말하며 자결하려 했으나, 아내와 아들의 만류로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사형은 면하고 변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수년 후 모함이었음이 밝혀져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후 노생은 모두 고관이 된 아들 다섯과 열 명의 손자를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다가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쳤다. 그런데 노생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 보니 꿈이었다. 옆에는 노옹이 앉아 있었고, 주막집 주인이 메조밥을 짓고 있었는데, 아직 뜸이 들지 않았을 정도의 짧은 동안의 꿈이었다. 노생을 바라보고 있던 여옹은 "인생은 다 그런 것이라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노생은 한바탕 꿈으로 온갖 영욕과 부귀와 죽음까지도 다 겪게 해서 부질없는 욕망을 막아준 여옹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하고 한단을 떠났다.

2006/05/30

다빈치 코드 (2006) - 론 하워드 : 별점 2점

다빈치 코드 - 4점
론 하워드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죠. 소설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에도 관심가던 차에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입니다. 일단 소설의 스토리를 제법 길긴 하지만 어쨌건 2시간 30여분이라는 시간에 우겨넣기 위해 축약이 너무 심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다빈치 코드"는 등장인물들의 설명으로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어서 원작의 정교한 맛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솔직히 제목대로의 "다빈치 코드"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상으로 이러한 소설의 내용을 구현하는대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외로 구현이 너무 대충대충이라 실망스럽더군요. 원작에 등장하는 여러 다빈치의 작품에 대한 묘사와 설정도 거의 다 스킵해버리고 원작에서 중요하게 묘사된 단서들 역시 마찬가지로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영화에서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소니에르가 제작한 "크립테스"일 뿐이죠. 때문에 "지적 스릴러"에 속했던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지적 감흥을 주는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또한 원작 자체가 화려하게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십자군, 성배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때 등장하는 비쥬얼 등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합니다. 덕분에 마지막 뉴턴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의 비쥬얼과 최후의 암호를 풀 때의 비쥬얼 등 몇몇 장면에서는 비쥬얼적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좀 생뚱맞은 느낌도 들더군요. 게다가 알비노 암살자 사일러스의 비중은 왜 이리 크답니까? 비중만 따지면 주인공 로버트 랭던보다도 큰 것 같더군요. 뭐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이놈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서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묘사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꽤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잘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흥미진진함과 현학적인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의 대부분은 없어지고 비쥬얼에 치중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본 "다빈치 코드의 진실"이라는 다큐가 더 잘 만든 것 같네요.

그냥 원작 소설이나 한번 더 읽어 봐야 겠습니다.

2008/12/08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 류동현 : 별점 3점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 6점
류동현 지음/루비박스

최근에 국내외적 문제와 직장문제, 개인적 사생활 문제로 인하여 독서에 힘을 쏟지 못하던 와중에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입수한 책입니다. 어렵고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던 차에 하늘의 선물이라 여기고 곧바로 읽어버린 책이죠.

책은 크게 영화 시리즈 4편을 중심으로, 각 편마다 등장하는 유물과 그 유물에 관련된 역사를 다루고 있는 구성으로, 솔직히 신청할때는 훨씬 두껍고 전문적인 책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받고보니 그야말로 "핸드북" 이더군요. 덕분에 쉽게쉽게 빠르게 읽히는 맛은 있었고 인디아나 존스의 팬이라는 저자의 팬심은 적나라하게 느껴졌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전문적"인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한마디로,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좀더 자세하게 내용을 살펴보자면, 첫번째 편 "레이더스"에서의 성궤 이야기는 그런대로 한 줄기를 잡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는 있지만 (과연 성궤는 언제, 어디서 없어졌으며 지금 어디있을까?) 작가의 말대로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암호"를 지나치게 인용한 마무리가 좀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디 시리즈 중 제일 재미없게 보았었던 두번째 편 "저주의 사원"은 "상카라 스톤"이라는 등장 유물과 그 배경이 너무 허구인지라 고고학과는 좀 동떨어진 주제로 보였습니다. 세번째 편인 "최후의 십자군"의 성배 이야기는 "다빈치 코드" 덕분에 수없이 많은 자료가 넘쳐나는 이야기라 신선함이 떨어졌고요. 네번째 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영화 개봉 이전에 쓰여진 글이기 때문인지 "크리스탈 해골"에 대한 간략한 서술과 마야, 아즈텍 등 중앙 아프리카 고대 문명에 대한 개략만 훝는 정도로 끝나서 좀 더 깊이있는 정보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뭔가 읽다보면 흥미롭긴 한데 그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갈증만 더하는 꼴이었어요. 그 외에 영화 서두에 등장하는 짤막한 유물들과 TV시리즈 등에 대해 짤막하게 다루고 있으며 부록으로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싣고 있는데, 영화에 대한 정보는 사실 이 책의 주제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좀 실망스러웠고요.

요약하자면 좀 저연령대,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수준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학습도서에 가깝다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타겟을 좀 잘못 잡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책의 주제는 마음에 들기에 좀 더 흥미롭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내용이 별반 깊은 수준을 다루고 있지 않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지문"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기회 마련해 주신 이글루스와 도서출판 루비박스 관계자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5/09/16

데인 가의 저주 - 대실 해밋 / 구세희 : 별점 1.5점

데인 가의 저주 - 4점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티넨털 탐정 사무소에 소속된 '나'는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레게트 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에드거 레게트의 딸 가브리엘을 만났고, 그녀가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다는걸 들었다. 뒤이어 다이아몬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던 남자들이 살해당했고 레게트 본인마저 자살하면서 레게트 가에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내막이 드러나는데… 과연 악몽같은 사건들의 연속은 '데인 가의 저주'에서 비롯된 것인가? (출판사 책 소개 인용)

대실 해밋 전집 두 번째로 출간된 작품. 콘티넨털 탐정사의 이름 없는 탐정이 주인공인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작품은 유명한 "붉은 수확"입니다만, 아주 오래전 (대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인 20여 년 전, 당시 거주하던 인천 동네 문방구 서점에서 구입!) 일신 추리문고 시리즈로 읽어보았기에 이 작품부터 읽게 되었네요. "붉은 수확"의 두께를 보니 제가 예전에 읽었던 버전은 일어 중역일뿐만이 아니라 내용 자체가 좀 축약되고 줄어들었으리라는 확신이 들지만, 뭐 읽긴 읽은 거니까요. 하여튼, "붉은 수확"도 좋은 작품이지만 "몰타의 매"가 워낙에 걸작인 덕에 꽤 큰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단편 "쿠비날 섬의 약탈" 역시 재미있게 읽었었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제목만 보면 막장 가문이 등장하는 일본 고전 추리물 느낌인데, 정작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데인 가"의 딸 가브리엘의 주변에서 수많은 살인사건들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애초에 근거도 없고 애매한, 게다가 가브리엘의 의도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걸 "데인 가의 저주"라고 묶는 것 자체가 억지죠. 가브리엘도 뭔가 있어 보이게끔 외모까지 제대로 묘사하지만 정체는 불쌍한 어린양에 불과한 탓에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합니다.

전개도 김성모 화백의 만화를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막나가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래도 1부라 할 수 있는 레게트(메이엔) 부부의 죽음까지는 읽을 만합니다. 앨리스가 가브리엘이 어렸을 때부터 벌인, 광기 어린 복수극이 꽤 그럴싸하게 펼쳐지니까요. 물론 미쳐도 너무 미쳤다 싶은 광기는 과했으며, 레게트가 아내 살해의 누명을 쓰고 투옥된 후 겪은 - 프랑스에서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미국에 이르는 -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너무 황당해서 그닥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저냥 무난하고 읽을 만한 하드보일드 장편으로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허나 가브리엘이 치료를 위해 사이비 종교단체라 할 수 있는 성배의 사원에 머무르게 되는 2부부터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사이비 종교단체의 비밀이 가스와 최면 효과를 이용한 과학적인 사기였다는 진상만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데인 가의 저주"와 엮어서 이야기를 전개한 게 문제랄까요. 또한 아무리 최면술이 강하다 하더라도 미니가 리스를 죽이게 만든 것처럼 누군가를 조종한다던가, 조셉이 스스로 신이 된 착각에 빠진다는 류의 설정은 영 와닿지 않았습니다. 조셉이 아내 에레니아를 죽이려는 이유도 미쳤다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설명이 부족했고요. 사실 1부도 그랬지만, 그냥 "미쳤다"로 이야기를 만드려는 작가의 고민 없는 전개는 볼썽사나웠어요. 범행들도 하나같이 허술해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뭘 이렇게 거하고 어렵게 사건을 일으키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제가 조셉 할던이었으면 차라리 정면으로 쳐들어가서 죽이고 신도들을 자신의 최면술과 카리스마로 입막음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3부, 가브리엘의 남편 에릭이 죽은 후의 이야기는 막 나가는 전개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에릭의 시체가 발견된 후 가브리엘이 사라지고, 그녀가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와중에 갑자기 경찰서장 코튼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으며, 불륜 상대인 하비가 용의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다다르는 과정도 급작스러운데, 불륜 상대 하비의 알리바이를 코튼 부인이 증명하는 황당한 상황에 더해 코튼이 그를 범인으로 만드려고 현장을 조작하는 등의 개막장 스토리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일일연속극을 보고 있는 건지, 하드보일드 3대 거장 중 한 명의 하드보일드 장편을 읽고 있는 건지 아주 혼란스러웠어요. 마지막에 시체가 따뜻했다는 이유로 코튼을 진범으로 체포하는 결말 정도만이 이 작품이 그래도 하드보일드 추리물이구나 싶은 요소였습니다만...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즉흥적인 전개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마지막 4부는 결말이 밝혀지는 대단원인데 앞의 개막장 이야기를 어떻게든 하나로 엮으려는 시도가 펼쳐집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인물인 작가 오웬 피츠스테판이 진정한 흑막으로 등장하죠. 허나 설득력을 갖추었다 보기에는 어려운 뜬금없는 결말일 뿐더러 작가가 피츠스테판을 흑막으로 만들기 위해 1부, 2부, 3부의 사건을 하나로 엮는 억지스러움에는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1부 - 피츠스테판도 데인 가의 후손이다! 이렇게 해서 앨리스와 엮죠 (불륜 관계였다는 설정도 살짝 포함)
  • 2부 - 에레니아 할던과 불륜 관계였다!
  • 3부 - 범인 하비는 사실 조셉 할던 밑에서 일하던 핑크의 양아들이었다! 그래서 에레니아를 통해 조종이 가능했다!

... 이게 당췌 뭔지 싶습니다.
아울러 피츠스테판을 괴물처럼 묘사하려는 시도 역시도 실패작이에요. 무엇보다도 피츠스테판의 모든 범행은 운에 의지한 즉흥적인 범죄들이 대부분이라 한번 걸리니 증인들이 속출해서 모든 사건에서 범인으로 밝혀지게 되니까요. 애초에 피츠스테판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으로 '나'가 과거의 인연으로 본격적인 사건 조사 전에 방문한 것이 시작이니 피츠스테판이 뭔가 작전을 짜는 등의 시도를 할 이유나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 주인공 탐정이 가브리엘을 보살피는 과정은 왜 들어갔는지 그 이유도 좀 궁금합니다. 여주인공의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주인공이라... 뭔가 차도남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주려 한 것 같은데 여러모로 어색하고 안 어울렸어요. 하드보일드 주인공이라면 따뜻한 보살핌이 아니라 구타와 감금으로 마약을 끊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콘티넨털 탐정 사무소에 소속된 주인공 탐정이 나름 묵직하게 묘사된 점과, 그나마 가브리엘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결말 정도는 괜찮지만 그 외에는 딱히 읽을 가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하드보일드 장편들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인 복잡한 인간관계를 극단적으로 활용해서 작위적인 이야기를 만든 아이디어는 그럴듯합니다만 전개가 너무 막장이었어요. 이야기 하나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괜찮은 것도 있는 만큼, 차라리 하나하나를 단편으로 발표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이번 독서의 유일한 가치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몰타의 매"와 "붉은 수확"만 거론되는 이유를 알려준다는 점뿐이군요. 전집은 3, 4권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더 읽어볼 필요가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차라리 "붉은 수확"이나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