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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8

[번역] 이콜 Y의 비극 (2)

 제 1 막


노리츠키(法月) 경시가 세타가야구 키유텐의 범행현장에 도착한 것은 같은날 오후 아홉시 경이었다. 경시1과 소속이기에 골든위크라 하더라도 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살인사건의 달력에 연휴는 없기 때문이었다.

사체가 발견된 것은 "벨코포"라는 맨션으로 지도 위에는 세타가야구의 북서부, 코우슈 거리와 기치죠우지 거리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게이오센의 치토세가라스야마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미타카, 쵸우후 양 시와의 경계가 바로 코앞, 지어진지 10년 정도의 저층 맨션으로 자동 잠금 장치 (오토록) 등의 방법 설비는 없었다. 밤이었지만 대충 둘러 보기에도 부자들이 거주하는 고급 맨션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요 몇주간, 인접한 양 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강도단에 의한 피해가 속출해서 부근 지역에 특별 경계가 발령중이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습격당한것은 편의점과 점포 사무소 등으로 개인 주택에 침입한 예는 없었고, 시간대도 심야 위주로 초저녁때의 범행은 전무했었다. 물론 강도단에 의한 사상자도 있었지만 정황을 볼 때 이 사건은 관련 여부가 크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현관에 서서 경계임무를 맡고 있던 정복 차림의 세이쥬서 (成城署) 경찰요원이 경례로 경시를 맞으며 상황을 보고했다.

"수고많으십니다. 현장은 206호실. 이층의 제일 안쪽 방입니다"

경시는 보고를 받으며 우편함으로 거주인 이름을 확인했다.

[사카자키 요우스케, 미도리]

아이는 없는 젊은 부부 같았다. 살해된 것은 아내 사카자키 미도리 쪽인가? 경시가 들은 것은 젊은 여성의 교살사체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뿐으로, 피해자의 이름은 아직 듣지 못했었다.

206호실에는 한발먼저 도착한 구노우 경부가 현장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감식과가 증거 보존과 채취작업을 하는 도중이라, 실내는 발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경시는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평범한 3LDK 타입으로, 피해자 여성은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전화를 놓아둔 사이드 보드가 바로 앞이었다. 옷은 운동복 상의에 청바지 차림. 운동복 상의의 견갑골 부근에 칼자루가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감찰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도착이 늦어지기 때문이겠지. 경시는 구노우 경부를 불러내어 여태까지의 조사 상황을 보고받기 시작했다.

"실내에 물건을 뒤진 흔적이 있습니다. 프로의 솜씨는 아니고요. 확실히 예의 무사시노강도단과는 확실히 수법이 다릅니다. 놈들의 범행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초보자가 있는 힘껏 방을 뒤진 듯 어질러 놓은 것 처럼 보입니다."
"강도사건쪽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건가. 피해자는?"
"다치가와 아카네. 24세. 키치죠우지의 한 미니-코미 잡지의 편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구노우는 거실 가운데 놓여진 테이블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는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된 원고가 쌓여 있었고, 원고에는 빨간색 볼펜으로 덧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노리츠키 경시는 아들의 방에서 이런 비슷한 물건을 자주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피해자는 습격당하기 직전까지, 인터뷰나 다른 뭔가 테이프를 들으며, 기사 수정같은 진지한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런데, 이 방 거주자와는 이름이 다르구먼. 누군가?"

계속 품고 있던 의문을 입에 담자마자 구노우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무언가 납득한 얼굴로 답했다.

"이곳 부부 중 아내의 여동생입니다. 오늘은 언니에게 부탁받아 집을 봐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인 사카자키 요우스케는 회사의 출장으로 어제부터 집을 비우고 있었고요."
"옳커니. 그렇다면 원래 살고 있던 아내와 사람을 헛갈렸을 가능성도 있겠구먼. 첫 발견자는 누군가?"
"사카자키 미도리. 지금 말한 피해자의 언니입니다. 8시 반에 외출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아내 쪽이군. 그녀가 경찰에 신고한건가?"
"아뇨. 110번으로 신고한 것은 쯔부라야 아케미(円谷朱美)라고 하는 여성으로 이웃 205호의 거주자입니다. 전화도 여기가 아니라 옆집에서 걸려온 것입니다. 정확한 신고 시각은 오후 8시 35분입니다."

"곧바로 이웃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한건가? 그럼 사카자키 미도리는 지금도 205호실에 있는건가?"
"예. 빈혈을 일으켜 침실에 누워있는 상태입니다. 이쪽에서 쉬게하려고 했었지만 거부하더군요. 이제부터 그녀와 직접 경찰에 신고했던 쯔부라야 아케미의 사정청취 입니다만, 경시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사카자키 미도리쪽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같이 가자고. 그런데 시신의 상태도 신경이 쓰이는구먼. 감찰의는 아직 오지 않았나?"

경시는 피해자의 사체를 바라보며 물었다. 구노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곧바로 답했다.

"아까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연휴라서 일손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더군요. 어쨌건 이곳은 감식반 여러분께 맡기고 먼저 저쪽 사정청취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찰의가 도착하면 곧바로 알려달라고 말해놓겠습니다."

바로 옆집인 205호실의 거주자는 30대후반의 부부와 소학생의 아들까지 3인 가족으로 집구조는 이웃집과 완전히 똑같았다. 두사람은 거실로 들어갔다. 구청에 근무하고 있는 남편 쯔부라야 다카시는 휴일 밤 벌어진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 처럼 입을 앙다물고 있었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아내 아케미는 이웃에 면한 벽 한쪽에 기대어 옆집의 수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웃집의 참극 깊은 흥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리라. 구노우 경부가 사카자키 아케미의 상태를 물었다.

"조금 더 누워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직도 안색이 나쁘거든요. 얘 나오야! 너는 이제 곧 잘 시간이에요. 어른들의 이야기니까 빨리 너 방으로 가 주렴. 그런데 형사님. 이곳도 이제 위험한 동네가 되는건가요? 방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던데. 그 외국인 강도단, 그놈들의 짓인가요? 도지사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것 같아서, 하여간 무섭네요. 조금만 운이 나빴더라면 우리집이 습격당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케미는 그때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데 이상하네요. 우리집은 오늘은 아침부터 유원지에가서 밤까지 집을 비워두고 있었거든요. 이웃집은 여동생이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왜 비어있던 우리집이 아니라 이웃집을 습격한 걸까요?"

경시는 그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은것 같다, 라고 말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노우는 천천히 수첩을 열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오늘 외출하였다고 했는데 어느 유원지입니까?"
"요미우리 랜드였어요. 게이오선으로 한번에 갈수 있기 때문인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죠"

"귀가하신것은 몇시경입니까?"
"밖의 레스토랑에서 일찍 저녁을 먹었으니... 7시 30분 경이었어요. 돌아오자마자 옆집 초인종을 눌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그 때는 집에 없는건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문 이미 그런 상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돌아오자마자 초인종을? 뭔가 이상한 낌새라도 있었습니까?"
"아뇨. 택배가 올게 있었는데 혹 집을 비웠을때 배달이 오면 부재 시 옆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했었거든요. 206호실에 물건을 배달해 놓았다는 연락표가 있어서 물건을 가지러 갔던 것 뿐이에요"

구노우는 순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고장, 혹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최근은 어느 택배업자도 물건을 옆집에 맡겨놓지 않는 것이 통례가 아닌가? 그러나 아케미는 바로 답했다.

"말씀드리자면 사가자키씨 집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이런 일은 전에도 몇번 있었어요. 별다른 문제도 없었고요. 문 밖에 짐을 그냥 두고 가버리는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안심되지 않겠어요? 혹시 의심스러우시다면 연락표를 보여드릴께요"

아케미가 가지고 온 것은 택배업계 No.1인 대기업 야마네코 운송의 부재자 연락표였다. 고양이 얼굴을 모티브로 한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바로 그 회사로, 연락표의 서명은 "벨코포 시모다 205호실 쯔부라야님"이었고 이어진 연결란을 보니 볼펜으로 "29일 17시 42분, 짐을 배달하였지만 부재중이셔서 206호실의 사카자키 씨에게 맡겨 놓았습니다"라고 기입되어 있었다. 담당자명은 이시와타리였었다. 노리츠키 경시는 연락표를 구노의 손에 돌려주고 206호실 상황의 상세한 것을 떠올려 보았다. 아케미가 물었다.

"부엌 입구 앞에 배달된 물건 박스가 놓여있지 않았나요?"
"네. 어쨌건 아주머니. 조금 이것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영업소에 문의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세요. 그 대신 우리 집 물건은 확실히 돌려주셔야 해요. 아직 이웃집에 놓여있는 상태라서... 두번째로 가지러 갔을 때는 이미 사카자키씨도 나도 그놈의 박스 따위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증거품의 압수라고 하시겠지만 요 다음에 박스까지 함께 돌려주셨으면 해요"
"좀 기다려 주십시오"

구노우는 손을 들어 아케미의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 두번째로 가지러 갔다니요?"
"그러니까, 사카자키 부인이 막 돌아왔을 때였어요. 아마 8시 반 정도였을까나... 밖의 통로에서 발소리가 들러와서 저는 밖으로 나가 아주머니를 불러 말을 걸었어요. 연락표를 보여주고 말했죠. 배달된 물건을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7시 지나서 한번 벨을 울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까지 말이죠. 사카자키 부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이상하네요? 동생에게 집을 좀 봐달라고 부탁해 놓았었는데요' 라고 말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리고는?"

아케미는 턱에 손을 올리고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 말했다.

"-사카자키 부인은 현관에 열쇠가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벨을 누르며 동생 이름을 불렀어요. 그래도 대답이 없자 '아카네 요것이 혼자서 돌아가 버린 것 같네요' 라고 불평하면서 백에서 자기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어요"

"그 때, 방 불은 켜져 있었나요?"
"아뇨. 그런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동생의 구두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 듯 했어요. '얘가 불도 안 끄고 자고 있나보네. 동생이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해요. 짐은 지금 바로 가져다 드릴께요' 그런 이야기를 하며 사카자키 부인은 저에게 사과하면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곧바로 그게 비명으로 바뀌었고 사카자키 부인이 안에서 맨발로 뛰쳐나왔어요. 저도 정말 놀랐어요"

"그럼 동생분의 시체를 발견한 사카자키 부인이 이 댁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 아니라 반대였던 것이군요. 당신도 방안에 들어가셨나요?"
"예. 그럼 안되는 거였나요? 그래도 사카자키 부인이 '동생이.. 동생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방 안을 손가락으로 가르켜서, 듣는것 만으로는 뭐가 어떻게 된건지 알 수 없잖아요? 보통때는 항상 똑 부러지는 성격인 사람인데 그때는 정말 정신이 나간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카자키 부인을 복도에 남겨둔채 저도 안을 살짝 기웃거려 보았어요. 그랬더니 사람이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거 아니겠어요! 힐끗 보았지만 칼에 찔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가가서 천천히 몸에 손을 대 보았지만 그때는 이미___"

아케미는 그 때는 입을 다물고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구노우 경부는 계속 물었다.

"피해자의 몸에 손을 댄 것 말고는 뭐 다른 물건을 움직이거나 만진 것이 있으십니까?"
"아뇨. 그때는 정말이지 더이상 그곳에 있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렸기 때문에 배달된 물건에 대한 것도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구두도 뒤집어 신은채로 그 집을 뛰쳐나왔어요. 밖에 있던 사카자키 부인도 끌어당기듯이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집에 돌아왔죠. 사카자키 부인은 그 쇼크때문에 지금도 누워있고... 어쨌건 저는 남편이랑 아이가 도대체 무슨 일로 놀랐냐고 채근하는 것도 무시한채 110번을 눌렀어요. 그 뒤는 경찰이 출동했고... 그 때부터 이 집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않았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 그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7시 30분에 외출에서 돌아오셔서 8시 30분에 사카자키 부인이 귀가할때 까지 혹 옆집에서 사람의 목소리나 싸움소리같은 것이 들리지 않았습니까?"
"아뇨. 배달된 물건을 가지러 가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으면 곧바로 눈채챘을 거에요"

남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다카시는 대답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노우는 경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뭔가 더 질문할 것이 있냐고 물었다. 경시는 조금 생각해 본 뒤 아케미에게 말했다.

"살해당한 사카자키 부인의 동생분과는 이전부터 면식이 있었습니까?"
"음.. 얼굴은 알고 있었어요. 자주 놀러왔기 때문에 몇번인가 복도에서 인사한 정도였어요. 이야기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죠"

"사카자키씨 쪽은요? 어제부터 출장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신쥬쿠의 여행 대리점에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출장이 많기도 해서 자주 보기도 힘들죠. 언제나 집에 있어서 왕래하는 부인과 비교해 본다면 사카자키씨는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사카자키 부인 주변에 최근 뭔가 이상한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는 않으셨습니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던가, 가까운 곳에서 수상한 사람을 보았다던가"
"스토커 같은 것 말인가요? 강도 사건이 아니었나요? 뭐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요. 아 그렇게 말한다면-"

"뭔가 생각나는 것이라도?"
"음, 지금 말씀하신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요"

아케미는 순간 눈빛이 변하며 입을 살짝 가렸다. 그리고 사카자키 미도리가 쉬는 침실쪽을 한번 쳐다보고 속삭이듯 말했다.

"최근 사카자키씨는 남편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눈치더라고요. 언젠가는 불륜이라도 하지 않는가 의심하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심각하게 물어본적도 있어요"
"그럼 안돼잖아 아케미.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카자키씨 부인이 듣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야?"

쯔부라야 다카시가 아내를 타박했다. 아케미는 남편의 얼굴과 침실쪽을 교차하여 바라보고 '하지만-' 이라고 말한 후 금새 고개를 숙인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행히 침실쪽에서는 별 반응도 없었지만 순간 거실에 불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벨이 울리는 소리였다.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케미가 벌떡 일어나 현관 문을 열러 갔다. 곧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형사님. 지금 감찰의가 도착했다고 하네요-"

당번의 감찰의는 얼굴은 익히 알고 있는 나카지마라는 남자였다. 아들과 같은 연배로 노리츠크 경시로부터 보여지기에는 아직 너무 젊은 나이였다. 그는 도착이 늦어진 것과 그 이유를 잠깐 보고한 뒤, 곧바로 사체의 검안에 들어갔다.

"등의 찔린 상처로부터 출혈은 별로 없습니다. 그 대신 입에서 많은 피를 토한 흔적이 보입니다. 칼끝이 폐를 상처내지 않았나 싶네요. 칼이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서 폐 속의 혈액이 역류해 호흡 곤란으로 질식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직접적 사인입니다"
"즉사했나?"

구노가 서둘러 질문했다. 나카지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찔린 순간부터 사망할때까지 어느정도는 의식이 있었을 겁니다. 왼손이 피를 토하는 것을 막으려고 입을 누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바닥 위를 기어서 이동한 흔적도 있고요. 몸 아래 숨겨져 있지만, 자 보십시오. 몸에 눌려 가려졌지만 확실한 흔적이 있습니다"

경시는 나카지마가 가리킨 핏자국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럼 찔린 장소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테이블 앞에 앉아 뭔가 쓰고 있는 도중에 뒤에서 갑자기 습격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시에 찔렸달까요. 그 외의 외상은 없고, 찔리기 전에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칼의 각도와 사체의 자세등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단정지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시나"

감찰의의 답이 자신의 추정과 일치한것에 경시는 만족을 표현했다.

"사이드 보드에 전화가 놓여 있어서 바닥을 기어서 이동해서 전화기에 손을 뻗어 보았지만 너무 높았던 거군. 피해자는 전화로 구조를 요청하려 했지만 수화기에 손이 닿기 전에 힘이 빠져버린것 아닐까?"
"그렇군요- 아니 조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손에 뭔가 쥐고 있습니다"

나카지마는 서둘러 사체의 오른손을 조사했다.

"볼펜같습니다. 엄청나게 꽉 쥐고 있네요. 손을 조금 벌려 보겠습니다"
"신중히"

구노가 답했다. 나카지마는 감촉을 확인하며 사체 오른손 손가락을 한개 늘려보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후경직이 시작됐습니다. 이 느낌은 사후 약 3시간 정도겠네요"

경시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사망 추정 시각은 6시 반이라는 것인가"
"전후 30분 정도 오차를 둔다면 6시부터 7시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법해부에 들어갈때 까지 확답은 할수 없지만 어쨌건 그 정도일 겁니다- 꺼냈습니다. 이것은 그쪽에서 처리해 주십시오. 유체쪽은 이제 운반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가 쥐고 있었던 것은 버튼식의 2색 볼펜이었다. 색은 적과 흑. 검은 쪽의 버튼이 눌러져 있었고 앞의 볼 홀더가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상태였다. 경시는 구노우와 얼굴을 서로 마주 보았다.

"뭔가 써서 남기려 한 것은 아닐까? 범인의 이름이라던가"
"그럴지도 모르죠"

곧바로 경시는 사체 주변을 조사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이드보드의 전화 옆에 놓여진 메모패드와 펜 거치대 셋트였다. 팬 거치대에는 뚜껑을 덮은 검은 사인펜이 꽂혀 있었다.

메모패드의 제일 위의 종이는 새하얀 백지였다-

경시는 낙담의 한숨을 토했다. 그러나 곧바로 매보패드 우상단에 찢긴 메모지의 일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가 바로 전의 한장을 급하게 찢어낸 것 같았다. 경시는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어 메모페드를 불빛에 비추어 자세히 보고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메모 용지 한 가운데에 뭔가 눌러 쓴 것 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2016/10/09

스트로베리 나이트 - 혼다 테쓰야 / 한성례 : 별점 1.5점

스트로베리 나이트 - 4점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씨엘북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택가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버려진 사체의 정체가 사무기기 임대 회사 오쿠라 상회의 영업맨 카네하라라는게 밝혀졌다.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 착실한 인물로, 수상한 점이라고는 매월 두 번째 일요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점, 그리고 최근 급작스럽게 업무에 열의를 보인 점 뿐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히메카와 레이코는 직감적으로 사체는 원래 발견 장소 바로 옆 우치다메 낚시터에 유기될 계획이었다고 추리했다. 단서는 피해자 복부 사후에 생긴 절창이었다. 이를 배에 가스가 차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낚시터에서 기생 아메바에 감염되어 사망한 젊은이 사건과 엮어 상부에 설명한 후, 낚시터를 긴급 수색한 끝에 낚시터 안에서 다른 시체를 발견했다.

발견된 피해자는 잘 나가는 광고맨 나메카와로, 그 역시 매월 두 번째 일요일의 약속, 그리고 최근 급격하게 업무에 열의를 보였다는게 카네하라와 일치했다...

혼다 테츠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첫 번째 작품입니다. 2006년도 발표된 작품으로, 동명의 드라마를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미처 감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자주 가는 도서관에 책이 있길래 연휴 때 읽을까 하고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최악이었니다. 세간의 평가가 높은 이유를 도무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백야행"처럼 드라마가 원작을 초월하는 완성도로 제작되어 높은 평가를 받는걸까요?

아주 약간이지만 장점을 언급하자면, 특정인에게 공개되는 살인쇼라는 설정은 "호스텔"과 유사하지만 살인쇼 참가자 중에서 피해자를 골라낸다는 아이디어만큼은 신선했습니다. 인터넷 뒤에 숨어 즐기는 비겁자가 많은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같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또 초반 레이코와 검시관 쿠니오쿠가 국수를 먹으면서 나누는 시체 태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레이코가 이오카와 조를 이루어 카네하라 주변 인물에 대한 사정청취에 나섰을 때 등장하는 취조 방법에 대한 약간의 팁(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 말을 기록한다고 의식하면 입이 무거워지는 법이었다. 그래서 이오카는 보란 듯이 노트를 덮고 오자와가 입을 열기 쉽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등 몇몇 경찰 수사 과정의 묘사도 나쁘지 않습니다. 과거 성폭행을 당했던 레이코가 방범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큰길을 통해 비디오 대여점과 편의점을 거쳐 집으로 간다는 설정과 묘사도 마찬가지고요.

가혹 행위를 당하며 살아온 한 소년의 추억과 현재 시점의 사건이 살짝 엮이며 진행되며, 이 소년이 후카자와(일 것)라는 것은 비교적 초반에 밝혀지지만, 경찰 시점에서는 후카자와가 이미 사망한 사람이라는게 밝혀지며 호기심을 자아내는 전개도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외에는 건질 게 없습니다. 우선 추리적으로 너무나 별 볼일 없습니다. 사건의 원인이 매월 두 번째 일요일의 만남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기에 이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밝혀내는지가 핵심인데 이 과정이 나메카와의 친구에 의해 너무 쉽게 해결되어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탓입니다. 경찰 수사에 따른 결과라고는 해도 이래서야 너무 시시하죠.

게다가 뒷골목 탐정이라는 타쓰미가 돈 몇 푼에 수사의 핵심에 접근한다는건 해도 너무한 전개입니다. 약간의 돈과 시간으로 키타미가 진범이라는 것을 알아내는데, 이럴 거라면 경찰은 왜 필요한 걸까요? 자기들끼리 세력 다툼이나 하는 쓰레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경찰을 전부 해고하고 타쓰미를 고용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높아 보여요.

소소한 전개 역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자기만 알고 레이코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기적인 형사 카쓰마타와의 대립, 레이코를 놓고 벌이는 부하 오쓰카 - 키쿠타의 대립 등 수사 과정에 있어 불필요한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특히 카쓰마타는 상사도 아니고 계급도 같은데, 레이코가 성희롱을 넘어서는 폭언을 듣고도 참아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됩니다. 게다가 '사실은 카쓰마타도 좋은 경찰이었다!'라는 엔딩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 "분노의 늑대"의 야규 캐릭터 변절급인데, 앞선 작품들은 수십 권의 에피소드를 쌓아놓기라도 했지 이건 뭐... 요즘 말로 우디르급 태세 전환?

자극적이고 진부한 묘사도 무척 거북합니다. 특히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실체가 살인쇼라는 것이 밝혀진 후 등장하는 고어한 묘사가 대표적이죠. 히메카와 레이코에 대한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당했던 성폭행은 비록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그녀가 경찰이 되게 만들었다는건 뻔함과 진부함 그 자체였으니까요. 은인인 시타 형사 이야기는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고요.
후카자와 유카리가 진범이고 그녀가 자신이 여성임을 부정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 그것이 과거 성폭행의 결과라는 것 역시 진부하다는 틀을 깨기는 역부족입니다. 여기에 더해 후카자와 유카리가 진범임을 숨기기 위한 장치도 작위적이라 짜증 날 정도예요. 담당 의사라 면담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개인 기록은 당연히 넘겨줬어야 합니다. 초반에 주치의가 몇몇 특이 사항만 경찰에 이야기했더라도 사건은 바로 해결되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장점이라고 했던 살인쇼 참가자 중 피해자를 고른다는 아이디어도 발상에 비하면 디테일은 모두 부족합니다. 참가자 모집 방법도 현실적이지 못하고, 이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죽음이라는 현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가치관을 재인식하게 해줘 삶에 열의를 갖게 한다는건 억지스럽기 짝이 없는 탓입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 났을텐데 말이지요. 또 결국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찾아올게 뻔한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흥행을 의식한 저속한 펄프 픽션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세간의 고평가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네요. 세간의 평가는 드라마에만 한정된 듯합니다. 아주 약간의 장점이 있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만, 도저히 후속권은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2020/01/10

Q.E.D iff 5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5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iff도 5권 째에 접어들었네요. 이번 권의 특징이라면 에피소드 두 편 모두 잔혹한 살인 사건(한 건은 미수입니다만)을 다루고 있으며, Q.E.D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는 전혀 없다는 겁니다. 그냥 추리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데 왠걸, 아주 좋았습니다! 직전 4권에는 간만에 괜찮은 에피소드가 수록되었었다고 소개했었는데 4권의 첫번째 이야기가 장타였면, 이번 5권은 이야기 두 편 모두 장타 이상, 심지어 두 번째 이야기는 홈런 수준입니다. 타점은 2점! 별점은 3점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이븐 Even"

대학생 아시카가 렌은 산에서 조난당한 뒤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사고 현장에서 테시마에게 차였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어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병원에서 렌의 산소마스크를 벗기려던 누군가가 도주하다가 막다른 복도에서 사라진 사건이 일어났다.
그 뒤 가나의 탐문 조사를 통해, 렌을 찼다는 테시마가 렌에게 십여만엔의 돈을 빌렸다는걸 알아낸다. 이 사실을 가나에게 알려준 센도는 테시마가 그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렌을 죽이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렌의 병문안을 왔던 또 다른 한 명인 코시모토는 테시마의 연인이었고, 테시마는 성인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렌의 독일어 노트가 독일어 시험을 볼 때 아주 유용했는데 독일어 시험지가 도난당했다는 사건 등이 연달아 밝혀졌고, 이를 토대로 토마는 진상을 추리해낸다.

등장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는 Q.E.D에서 흔하게 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 한 번의 증언이 전부가 아니라 가나의 탐문이 이어지면서 계속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결국 세 명의 유력 용의자들이 모두 수상하게 만들어서 보다 정교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테시마는 자신의 성인 클럽 아르바이트를 숨기기 위해, 코시모토는 연인에게 집적되는 남자를 죽이기 위해, 센도는 테시마를 살인범으로 몰기 위해서라는 동기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코시모토가 독일어 시험 문제를 훔치다가 렌에게 들켜서 그를 죽이려 했다는 진상도 괜찮고요. 

게다가 가장 놀라왔던건 사건에 대해서는 세 명 모두, 즉 범인까지도 진실만을 이야기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렌이 테시마의 손수건 향을 맡고 있었다"는 코시모토의 증언은, 시험 문제를 훔치는 상황에서만 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정도입니다. 코시모토가 운동선수를 그만두고 MBA를 목표로 해외로 가려고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고요. 도주 목적이었던 것이지요.

등장하는 트릭은 변변치 않지만, 범인이 병원 막다른 목도에서 사라진 방법은 나름 그럴듯 했습니다. 옷을 집어 던진게 사람이 그 쪽 방향으로 뛰어간 것 처럼 보였다는 이유인데, 우연이라도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치게 머리를 쓴 작위적인 트릭보다는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였거든요. 코시모토가 마라톤 선수라는 설정을 활용한 트릭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런데 세세한 문제가 몇 가지 눈에 띕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원에서의 살인 미수도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코시모토는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렌이 식물 인간이 된 게 아니라면, 언젠가 의식을 회복해서 코시모토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걸 증언할게 뻔하잖아요? 서둘러 해외로 도주하지 않은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이야기 결말을 보면, 토마의 추리 이후 머지않아 렌이 깨어나 사정청취를 한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렌의 노트가 있으면 독일어 시험에 큰 도움이 되는건 모든 학생이 알고 있으며, 연인 테시마가 그 노트를 빌렸는데 왜 독일어 시험 문제지를 훔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토마의 주장도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렌의 실족이 살인 미수라는 주장에, 코시모토는 왜 렌의 자살 미수가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토마는 병실에 누군가 침입해서 렌을 죽이려 했다는게 증거라고 이야기하죠. 자살 미수였다면, 누군가 침입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죽으려 했을거라고 단정하면서요. 그러나 바로 직전에 읽었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 따르면, 자살을 실행했던 사람은 대부분 자살 시도 자체를 후회한다고 합니다. 통계적인 수준이지만, 토마의 단정은 섣부른 감이 없잖아 있는 셈이지요.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전개는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동안 졸작이 많았기에 이 정도면 평균 수준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불완전한 밀실"

타카마츠씨가 밀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밀실 안에는 쓰러져있던 간호사 이타미 사요코가 곧바로 체포되었지만, 다행히 그녀는 풀려났다. 미즈하라 경감이 진짜 범행 장소를 알아낸 덕분이었다. 또 다른 범행 장소가 일찍 발견되지 않았던 이유는 1년 반 전 발생했던 클럽 화장실에서 하치오라는 여성이 살해된 사건 탓이었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었던 이타미 다케오는 가혹한 취조를 받은 뒤 자살했는데, 당시 검사가 타카마츠씨였고 이타미 사요코는 다케오의 모친이었기 때문이었다. 명확한 동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초, 중반부까지는 '불완전한'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결국은 복수극이었다는 전개가 독특한 작품입니다. 복수극이었기 때문에 범인인 이타미 사요코는 불완전한 밀실을 만든겁니다. 본인이 용의자로 체포되기 위해서였지요. 이 과정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또 도화선이 된, 1년 반 전의 하치오 살인 사건은 시체가 아직 살아있는 것 처럼 위장한 뒤, 문 뒤에 숨었다가 구경꾼인 체 한다는 트릭이 사용되었는데 아주 현실적이에요. 복잡하지도 않고, 상황에 대한 설득력도 높으니까요.

물론 CCTV도 있었을 테고, 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의 명단을 경찰이 입수하지 않았을 이유도 없다는 것, 그리고 클럽에 중년 이상의 여성이 숨어들어간게 들통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이타미 다케오였는데,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당연히 가족이나 청부 살인을 의심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악덕 커리어 경찰 미야코가 이타미 다케오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증거까지 조작해가며 그를 몰아붙였다는 이유로 상쇄됩니다. 또 복수귀로 변한 이타미 사요코가 미야코 살해로 복수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장면도 아주 좋았고, 이 모든걸 예상했던 것으로 보이는 미즈하라 경감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아울러 본편과는 상관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토마가 경찰청의 타나바타 경위를 처음 만났을 때 '경찰청 형사 분이시죠?'라고 알아채고 묻는 장면도 기억에 남네요. 가나와 타나바타는 토마가 말투, 신발에 묻은 흙같은걸로 대단한 추리를 벌였을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미즈하라 경감이 토마에게 연락했던 것입니다. 추리라는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라는 반증으로 보여 흥미로왔어요.

신 캐릭터 타나바타 경위의 등장은 불필요했다는 점, 미야코의 증거 조작 등의 행각은 아무리 만화지만 지나치다는 점은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도 명확한 동기에 트릭도 안정적이며, 전개까지 발군인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2021/01/03

비숍 살인 사건 - S.S. 밴 다인 / 최인자 : 별점 1.5점

비숍 살인 사건 - 4점
S. S. 밴 다인 지음, 최인자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딜러드 교수 자택에서 조셉 코크레인 로빈이 화살에 찔려 죽었다. 범인이 비숍이라고 서명하여 보낸 마더 구스 동요 편지가 발견된 뒤, 동요대로 조니 스프리그, 드러커마저 살해당했다. 체스 연구가 파디가 자살하여 사건은 종결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어린 소녀 매들린 모팻마저 유괴되자 파일로 밴스는 행동에 나서는데....

'마더 구스' 동요에 따른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내용으로 반 다인 최고 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추리작가 협회가 선정한 '동서 미스터리 100'에서는 9위,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에서는 18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요.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밴 다인 (반 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기대치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몇 권 읽어 보기는 했는데, 명성과는 다르게 추리적으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탓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역시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무려 다섯 번이나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마더 구스 동요에 맞춰서 일어났다는 특징 외에는 별다른 트릭은 없습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건 범인이 지나치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범인 딜러드 교수가 코크 로빈을 살해했을 때 드러커 부인에게 들키지 않은 것, 드러커를 살해할 때 미행하던 경찰에게 들키지 않은 것 모두 운에 불과하니까요.
드러커 부인 앞에서 드러커 살해를 이야기하여 심장마비로 사망케 한 것도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던 도박입니다. 부인이 큰 소리를 질러 교수가 범인이라고 외쳤다면, 아래 층에 있던 요리사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던걸까요?

범행 전개 과정도 정교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딜러드 교수는 드러커가 연구하던 노트를 훔치고, 아르네손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워서 전기 의자로 보내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젊은 아르네손의 재능에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코크 로빈과 조니 스프리그는 죽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드러커만 험프티 덤프티라고 해서 죽이고 '비숍' 이라는 서명을 남기면 되니까요. 왜냐하면 비숍이 헨리크 입센이 쓴 "왕위를 노리는 자들" 속 악당 니콜라스 아르네손에서 유래되었다는걸 경찰이 눈치챌 수 있고, 그렇다면 이후 드러커가 쓴 연구 노트를 훔치기 전에 아르네손이 체포되고 사건이 끝나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당장은 증거가 없어서 풀려나더라도, 경찰이 엄중 감시했을테니 나중에 죄를 뒤집어 씌우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같은 이유로 코크 로빈, 조니 스프리그, 드러커, 드러커 부인을 살해한 뒤 파디가 자살한걸로 꾸며 살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범인은 아르네손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파디가 진범이라고 경찰이 착각했던 탓에 교수는 매들린 모팻을 유괴해서 죽이려는 번잡스러운 추가 범행을 벌일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아르네손에게는 드러커 부인을 비숍이 습격한 날, 철벽의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동행했던 벨 양이 시계를 보지 않았어도, 연극을 봤다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알리바이를 깨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었으니 소거법으로 모든 피해자들 스케쥴과 집 안팎을 꿰고 있는건 범인 딜러드 교수밖에 남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본격 추리물이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전개도 짜증납니다. 특히 수사, 심문 과정이 그러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제대로 경찰에게 협조하는 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탓입니다. 딜러드 교수, 드러커, 드러커 부인이 모두요. 요리사 비들은 심문도 아니고 단순한 사정 청취에 지독한 반감을 드러낼 정도입니다.
게다가 드러커나 드러커 부인이 한 말은 거짓말 투성이인데, 이를 추궁하지 않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컴 검사와 경찰은 드러커 부인이 불쌍한 여자라며 그냥 수수방관합니다. 그녀가 범인을 목격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또 드러커 부인을 살해하려고 온 범인이 비숍 말을 남겨두면 부인이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할거라고 여겼다는 추리도 어처구니가 없어요. 매컴 검사가 이를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건 말이 안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컴 검사는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는 느낌입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탐정 역을 자처했던 아르네손은 입센의 광팬이라 비숍의 뜻을 처음부터 눈치챘을텐데,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은 이유처럼요. 파디가 루빈슈타인과 대국을 하던 중에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추리도 마찬가지에요. 45분 정도 시간이 빈 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었겠지만, 루빈슈타인이 45분동안 숙고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루빈슈타인이 45분 숙고 시간을 요청했다는 설명 정도는 필요했습니다.

그나마 밴스가 인간 정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범죄는 수학자의 범죄라고 추리하는 정도가 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거는 빈약하고 설득력도 낮습니다. '장기간 심하고 지속적인 정신 노동을 하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기괴하기 짝이 없는 폭발을 낳으며, 아르네손은 균형 유지를 위해 항상 남을 비하하고 비웃는 식으로 감정 표출을 해서 범인이 아니니, 범인은 딜러드 교수일 수 밖에 없다'는게 전부거든요. 당연하게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가학적 본능에 따른 기괴한 범죄를 행한다는건 근거가 없습니다. 수학자들에 대한 모욕에 가까운 주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이 논리라면, 항상 아이들과 놀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드러커도 범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밴스는 드러커를 용의선상에 올려 놓았었죠. 자기 추리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 행동이었어요. 

이외에도 파일로 밴스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장황하게 떠드는 묘사도 너무 많고 지루합니다.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묘사로만 줄여도 길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이런 현학적 과시가 작품 특징이기는 한데, 저에게는 불필요하고 짜증나는 요소였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에 아르네손을 몰래 살해하려던 교수를 술잔 바꿔치기로 대신 살해한 밴스의 행동만큼은 괜찮았어요. 매컴 검사는 "하지만 그건 살인이야!"라고 화를 내지만, 범인이 아르네손인지, 교수인지 증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그리고 어차피 술은 둘 중 누군가가 먹게 될 테니, 이왕이면 범인이 먹는게 낫겠죠.
그러나 이 정도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추리적으로 절망적인 수준이며 마더 구스 동요를 잘 녹여내었다는 선구적인 아이디어 외에는 건질게 없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추리 소설 속 트릭의 비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동요와 살인의 소름돋는 일치가 최대의 스릴이며, 그 절묘한 스릴을 제외하면 이 작품이 가진 대부분의 매력을 잃는다'고 말했는데, 그 말 그대로에요. 그러한 특이점 외에는 매력이 없습니다.

2015/12/15

금단의 팬더 - 타쿠미 츠카사 / 신유희 : 별점 2점

금단의 팬더 - 4점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끌림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리사 코타는 아내 아야카의 친구 미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미사의 결혼 상대가 '퀴진 드 듀'의 주인이기도 한 나카지마의 손자 기노시타 다카시였던 덕분에, 코타는 피로연에서 지고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뒤, 기노시타 가문 회사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마츠노 쇼지가 살해당했고, 사장(다카시의 아버지) 요시아키도 실종되고 말았다. 경찰은 나카지마의 유산에 관련된 사건으로 생각했지만, 현경의 아오야마는 밀수와 관계가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하는데...

2008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공모 대상 수상작입니다. 

그런데 고노미스 대상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어서 실망스럽네요. 같은 대상 수상작이었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전개도 엉망입니다. 아오야마가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하는건 성당에 침입하여 조사하는게 전부입니다. 수사 과정도 짜증나는 심문과 사정 청취가 전부일 뿐 특별한 게 없고요. 딱 하나, 아야카의 옥션 등록 이야기를 복선처럼 활용한 것 하나만큼은 괜찮긴 했는데, 이 역시 너무 자주 등장해서 속이 다 들여다보였어요.

진상 역시 너무 뻔합니다. "워싱턴 조약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재료를 조리한 미미극식회라는 모임이 있다", "그 어떤 재료를 가지고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천재 요리사 이시구니", "나카지마 가문의 주변 인물들이 한 명씩 실종된다. 그것도 성별 나이 순으로..." 이 세 가지가 합쳐졌을 때, 다른 진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진상이 너무 뻔해서 독자는 모두 다 알지만 주인공들만 모르는, 기묘한 상황이 되는건 좀 웃기기까지 했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알고 있던 추리소설의 정의를 근본부터 흔들었으니까요. 독자를 어떻게 속여 넘길까를 궁리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는 전부 알려주면서 등장인물만 모르게 하다니! 완벽하게 주객전도된 느낌입니다.

아울러 음식, 맛에 대한 묘사를 빼면 다른 묘사는 진부하고 별볼일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나 탐정역인 현경의 아오야마 캐릭터는 정붙이기 힘든, 자기 멋대로에다가 예의는 찾아볼 수도 없는 재수 없는 인간으로 묘사되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보다 압도적으로 표현되었어야 할 뱅상 신부와 갓 나카지마 역시 그냥 말 많은 악당으로만 보이고요. 미식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나카지마에 비해 그냥 "젊어지기 위해" 인육을 먹으려 한다는 뱅상 신부의 동기도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직업 의식에 충실한 이시구니만 제법 그럴 듯했는데, 여러모로 포스는 부족했어요.

그래도 '미식 미스터리'라는 별칭에 걸맞게 음식과 맛에 대한 묘사는 그야말로 발군이기는 합니다. 코타가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퀴진 드 듀의 셰프 이시구니의 코스 요리를 맛볼 때의 묘사, 그리고 코타의 가게 "비스트로 코타"에 갓 나카지마와 이시구니가 방문했을 때 묘사 이렇게 두 번이 개중에서도 백미입니다. 정말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탁월합니다.
심지어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인육으로 만드는 실제 요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마저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한 마디로 "특별 요리"를 코스테인 시점이 아니라 스비로스 시점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이러한 시도는 비교적 참신했습니다. 묘사 역시 여태까지 제가 보아왔던 다른 동일 설정의 작품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고요.

또 요리를 시험해 본 이시구니의 결론 - 인육은 냄새가 강하다. 숙성시키면 그 냄새가 더 심해진다. 가능한 한 신선하고 어린 고기를 사용하는 게 제일이다. 특히 남자 고기는 냄새가 나고 딱딱하다. 여자 고기 쪽이 질이 좋고 냄새도 적고 부드럽다. - 덕분에 기노시타 요시아키 - 나카지마 유리 - 기노시타 미사 - 시바야마 아야카로 이루어지는 유괴의 연계가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인육이 아니라 모든 고기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죠? '애저찜'이라는 요리도 있으니)
요리사 코타가 요리사로서의 호기심과 인육이라는 재료의 매력에 굴복하여 페이스트 (혹은 퐁)에 스푼을 꽂는다는 마지막 묘사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어떻게 보면 요리사이기에 쓸 수 있었던 결말이었다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주 무대가 고베인데 주요 등장인물 몇 명이 제대로 된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 리뷰에서 사투리를 사용한 번역이 없어서 아쉽다고 적었었는데 역시나, 사투리로 번역하는 게 훨씬 좋군요. 누가 토박이이고, 누가 좀 재수 없는지 등 캐릭터마저도 살아나니까요. 고베에 대한 상세한 풍경 묘사는 약간 여정 미스터리 느낌도 들게 해주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뻔한 설정을 실제 요리사인 작가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차별화한 점 하나만큼은 점수를 주지만, 추리적으로는 너무나 기대 이하라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제목은 영 이해가 안 되는군요. '팬더'가 대나무를 먹게 된 것은 타의에 의해서가 강하고 원래 육식을 좋아하는 동물이었다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금기되는 음식을 먹는 행위를 설명하려 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팬더가 팬더를 먹었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은 순전한 작가의 창작일 뿐이니까요.

2006/09/19

[번역] 이콜 Y의 비극 (4)

제 3 막

다음날인 4월 30일은 연휴 이틀째의 일요일이었다. 그러나 노리츠키 경시에게는 평일과 다를바 없는, 아침부터 바쁜 하루였다. [벨코포 시모다]의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 이틀채로 접어들었지만 해결이 어려울 것 같은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이쥬서에서 개최된 제 1회 수사회의에서는 무사시노 외국인 강도단 전속 수사팀의 모습도 보였지만, 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수사본부의 통일 견해도, 경시의 생각과 같이, 범행의 단서로부터 볼 때 결국 다른 사건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있었던 사법 해부의 결과 역시, 감찰의 나카지마의 소견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전날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 흉기인 나이프는 슈퍼 등에서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어서 흉기의 입수 경로를 추정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는 것 이외의 특기할 만한 발언은 없었다.또한 수상한 사람의 목격 정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동안의 수사 방침에 따라 사카자키 요우스케와 미도리 부부를 둘러싼 치정, 원한의 선, 그리고 피해자 다치가와 아카네의 교우관계의 방편 등 여러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시켜 나갈 것이 결정되었을 뿐이었다.

한편 오전중에 야마네코 운송의 도리야마 영업소에 조사를 갔던 구노우 경부는,

"야마네코 운송의 배달원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라고 확신에 가득찬 얼굴로 보고했다.

전달 저녁, [벨코포 시모다]에 물건을 배달한 담당자는 이시와타리 효우 라고 하는 삼십세의 운전수로 그도 직업 특성상 골든 위크와는 무관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구노우는 운 좋게도 그날 첫 배달에서 돌아와 영업소에서 자고 있던 이시와타리 본인을 만나 진술을 얻어낼 수 있었다.

쯔부라야 아케미로부터 전해받은 부재자 연락표를 보고, 이시와타리는 부정하지 않고 곧바로 자신이 썼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케미가 이야기 한 것과 같이 그 이전에도 205호실의 물건을 206호실의 사카자키 부인에게 전달해 준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양쪽 어떤 집에서도 그 일로 불평을 들은 적도 없었다고 했다.

"-주소지에 '부재시 이웃집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손님과 짐의 종류에 따라 가능한 것이지만요. 그런데 어제는 언제나의 사카자키 부인과는 다른 분이었습니다. 아아 동생이셨습니까. 에, 살해당했다고요? 정말입니까? 내가 갔을 때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건강했었는데, 믿을 수 없군요. 아니 집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배달 시간이요? 거기 쓰여있는데로, 오후 5시 32분이 틀림없습니다. 의심되신다면 업무일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업무일지는 문자 그대로, 분 단위의 스케쥴이 가득 적혀있었고, 그 안에는 범행에 필요한 시간을 속일 수 있을만한 의심스러운 기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시와타리 역시 좋은 인상을 주는 인물로 영업소내의 평판도 좋았고, 손님과의 문제도 전혀 없었으며 우량 사원으로 회사로부터 표창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구노우가 상상속에서 그린 범인과는 동떨어진 인물이었다.

오후에는 다른쪽 수사에 나섰던 수사팀 보고가 이어졌다. 먼저 피해자의 신변조사에 관해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돌연 죽음을 알게된 다치가와 아카네의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녀가 살해당할 것 같은 이유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답할 뿐이었다. 이콜 Y라고 하는 다이잉 메시지를 보여주어도 뾰족한 해답은 얻을 수 없었다. 생전의 남성관계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만한 유력한 정보는 없었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한다면, 아카네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미니-코미 잡지의 편집을 둘러싼 트러블의 가능성 이었지만 그것도 희박해 보였다.

그나마 도다시의 니시나마 마유미의 맨션 주변의 조사는, 착실히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 1층에 위치한 카페 "챨스턴"의 주인은 전일 오후 4시를 지나서 5시 30분까지, 커피 한잔만을 시켜놓고 자리에 계속 앉아있던 여성 손님의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창옆 좌석에 앉아 계속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순간 서둘러 가게를 나가버렸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마유미의 맨션으로부터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편의점의 점원도 미도리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 7시 30분경, 전에는 본 적 없는 여성 손님이 찾아와 가게의 동전 투입식 복사기로 손으로 쓴 유인물을 대량으로 복사했다고 말했다. 직접 도와주지 않아서 별다른 접촉은 없었지만 슬쩍 보기에도  '뭔가 싫은 느낌' 이었다고 했다.

마유미 집에 피자를 배달한 배달원은 맨션 앞에 있었던 미도리의 모습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대신, 512호실까지 피자를 가지고 올라갔을 때, 입구에 서 있던 마유미의 어깨 너머로 방에 남성이 와 있던 것을 슬쩍 쳐다보았다고 했다. 배달시각은 6시 55분경. 가게의 전표에 따르면, 주문 전화가 걸려온 것은 6시 45분이고 품목은 S사이즈의 피자 2장과 사이드 메뉴가 2인분. 전화는 마유미의 방에서, 주문했던 것은 여성의 목소리였다고 했다. 모두가 미도리의 진술과 부합하고 있었다.

노리츠키 경시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모든 수사가 결국은 미도리의 진술의 뒤를 따라 확인하는 것이었을 뿐이고 수사가 진행되면 될 수록, 남편 요우스케와 마유미의 알리바이를 재 확인하는 작업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카자키 요우스케가 세이쥬서의 수사본부에 스스로 출두한 것은 그날 오후 3시가 막 지날 때였다. 경시의 예상대로라면 좀 더 빨리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사정청취는 구노우가 담당했고, 경시도 그 자리에 동석했다. 사카자키는 럭비선수 같은 체격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동안을 가진, 뭔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옅보이는 인물이었다. 회사에서는 그런대로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고 했다. 슈트 케이스를 가지고 걸어들어온 것을 볼 때, 어젯밤은 자택에 돌아가지 않고, 어디선가 외박을 한 것으로 보였다.

"-신쥬쿠 비지니스 호텔에서 1박했습니다. 일 관계로 자주 가는 곳이라 일반인보다는 싼 요금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저녁까지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라가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TV 뉴스를 보고 어제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인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셨습니까?"
"예.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어서..."
"그렇습니까. 사실은 어제 [니이조 그랜드하이츠]의 니시나마 마유미씨에게 연락해서 이 사건에 대해 들으신 것은 아닌가요?"

구노우가 추궁하자 사카자키는 일순 놀라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부터 불륜의 건을 드러낼 각오를 한 듯, 생각을 조금 정리하는 듯 하더니 곧 그 사실을 인정했다.

"어제 오후의 제 행동은 아내 입에서 일부 들으셔서, 어느정도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미도리는 저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했습니까?"

구노우는 싸늘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히 부인에게서 당신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여기서 전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집에 돌아가셔서 직접 본인에게 듣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것보다도 수사를 위해서라도 당신 자신의 입으로 들려 주셨으면 하는데요"

사카자키 요우스케가 직장 부하로 있는 니시나마 마유미와 친밀한 관계가 된 것은 작년 여름경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장난 정도로 생각했지만, 서서히 관계가 깊어져서, 결국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물론 도다시의 마유미의 맨션에 출입하게 된 것도 어젯밤이 처음은 아니었다. 1개월 정도 전에 거리에서 마유미와 우연하게 마주치게 되었을 때 부터, 아내가 자신을 의심의 눈으로 쳐다본다는 것을 눈치채었지만, 요우스케는 도를 더해가는 애인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연휴 첫날에 맞춰, 교토까지의 여행에 동행한 뒤, 이틀째 저녁부터 마유미를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먼저 도쿄로 돌아오는 출장일정을 맞춰 놓았습니다. 물론 회사에는 그렇게 이야기 했지만 아내에게는 2박 3일이라고 거짓말을 했죠. 하룻밤을 마유미의 방에서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동행했던 부하 직원에게 뒤를 맡기고, 어제 오후 신칸선으로 귀경하여 그길로 도다시로 향했습니다"

"교토를 떠난 것은 몇시의 신칸선이었습니까?"
"15시10분발의 '노조미18호' 였습니다. 동경 도착은 17시 24분 이었고요. 2시간 반 까지는 투어의 손님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그것보다 빠른 열차를 타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사카자키는 술술 발차시각을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지만 알리바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도쿄역에 도착해서부터, 사카자키는 츄오선과 사카케이선을 갈아타서 도다역에 내렸다. 마유미의 맨션에 도착한 것은 6시 15분 정도. 5시반에 도쿄역을 나왔다면 다른 곳에 들릴 시간 여유는 없었다. 그 때의 모습을 버스 정류장에서 아내에게 목격당했다는 것은 아직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사카자키의 표정을 차가운 눈으로 관찰하던 경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니시나마씨 집에 도착한 이후, 밖에 나간 적은 없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담배가 떨어져서 가까운 자판기까지 사러 갔었습니다. 마유미의 집에 도착한 뒤 15분 정도 뒤였던 것 같네요"
"6시 30분 경이라는 말씀이시군요. 혹시 그때, 니시나마씨의 담배도 같이 사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그걸 아시죠? 그렇구나! 미도리가 보고 있었던 거야! 이 여자가 정말..."

사카자키는 분하다는 듯 그렇게 외쳤지만 구노우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사정청취를 계속 진행했다. 마유미가 전화로 주문한 피자가 배달되었을때, 7시 직전 - 미도리가 인터폰을 눌러 마유미와 문답을 시작한 것은, 두 사람이 피자를 먹고 있던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고 했다. 요우스케는 깜짝 놀랐지만 절대로 자신이 온 것은 인정하지 말고 집에서 나가지도 말라고 마유미에게 명령했다. 인터폰을 끊은 뒤에도 계속 벨이 울려서 그것이 멈췄을 때에는 두사람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사카자키는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를 떠날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이제와서 집에 돌아가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만의 하나 미도라가 맨션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자리에서 들킨다면 어차피 변명은 통하지 않을 테고, 차라리 마유미의 방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저녁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돌아가 당당하게 이야기한다면 불륜의 증거는 아무것도 없을거야...라는 등의 이야기를 마유미와 나누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밤에 경찰이 찾아왔을 때 결국 사카자키는 마유미의 맨션에서 도망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때 설마, 우리 집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미도리가 골탕을 먹이기 위해 경찰에 장난처럼 신고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곧바로 도망을 치게 되더군요. 마유미가 인터폰으로 경찰과 대화하는 틈에 집을 나와, 맨션의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죠. 집에 돌아갈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신쥬쿠까지 가서 아까 이야기했던 비지니스 호텔에서 하루 묶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망친 것은 불륜의 현장을 들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일 뿐이지 경찰에 대해서 아무런 숨기는 것도, 그리고 숨길 이유도 없습니다"

사카자키는 보기에 괴로울 정도로 마지막 말을 강조했다. 사카자키의 진술이 일단락 된 후, 경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남자에게는 꼭 한마디 해 줄 것이 있다.

"어쨌건, 사카자키씨. 부인이 '그랜드하이츠'의 현관에 니시나마 마유미씨를 욕하는 유인물을 뿌린 것은 알고 계십니까?"
"예. 마유미로부터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요"
"자. 천천히 봐 주십시오. 이것이 그 유인물입니다"

라고 말한 뒤, 경시는 미도리가 쓴 유인물 복사본을 들이 밀었다. 사카자키는 순식간에 얼굴이 굳은 채, 그 여자가 이런 노골적인 글을 썼다는 건가.. 라고 중얼거렸다. 경시는 엄한 목소리로

"부인은 어젯밤, 니시나마씨가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자신을 죽이는 대신에, 착각해서 아카네씨를 찔렀다는 것이죠. 물론 처음에는 당신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진술에 의해 당신들의 알라바이가 성립되어 버렸지만, 우리들은 당신이나 니시나마씨 중 한명이 살인범이라고 판정하고 있었습니다. 당신들 두 사람이 자유의 몸이 된 것은 미도리씨의 덕분임을 잊지 마십시오. 부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당신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사카자키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애절한 눈빛으로 경시를 바라 보았다. 경시는 내뱉듯이 말했다.

"오늘 일은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돌아가셔도 됩니다"

사카자키 요우스케를 돌려 보내고 경시는 소지품을 정리하여 경시청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이쥬서를 나왔다. 차 안에서, 운전석에 앉은 구노우 경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채, 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 사카자키의 진술을 들을때, 좀 이상한 점을 눈치 채신게 있으십니까?"

경시가 담배불을 붙였을 때,구노우가 물었다.

"니시나마 마유미의 알리바이에는 구멍이 있는 것 같지 않나?"
"-라고 하신다면?"

"마유미는 5시 30분에 집으로 돌아온 후, 계속 맨션의 자기 집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7시 전에 피자를 배달한 배달원의 증언을 제외하고는 오후 6시대의 알리바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방에서 같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카자키의 진술 뿐이야. 그러나 사카자키와 니시나마가 공모하여 미리 말을 맞추어 놓았다면 어떻겠는가? 마유미는 5시 30분에 돌아와 화장품 세일즈를 가장한 사카자키 미도리와 대화를 나눈 뒤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비상구를 통해 맨션을 빠져나와 [벨코포 시모다]로 향했지. 한편 교토로부터 신칸선으로 도쿄에 돌아온 사카자키는 6시 30분에[니이조 그랜드 하이츠]를 방문해서 스페어 키로 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512호실에서 마유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면? 1시간 반 정도라면 니시나마 마유미가 차로 세타가야의 시노다까지 왕복해서 7시 직전에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의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 하지는 않다고 생각이 드는구만"

"하지만 6시 40분에 피자주문을 한 것은 여자의 목소리였다는 증언을 잊으셨습니까? 덧붙여 연휴 행락객으로 꽉 차 있을 시간대인데 범행과 현장의 위장공작에 필요한 시간을 더한다면 한시간에 도다에서 세타가야까지 왕복한다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겠습니까?"
"전화 목소리 정도는 얼마든지 속일 방법이 있었을 거야"

구노우가 말하자 경시는 웃으며 답했다.

"뭔가, 우리 아들놈 말버릇 같구먼. 하지만 두사람의 공모설에는 큰 문제가 있긴 하네. 마유미의 알리바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사카자키의 증언 뿐만은 아니거든. 아까 사카자키에게 말한 것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아내의 목격증언이 없었다면, 애인과 어떻게, 얼마나 입을 맞추어 놓았어도 결국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거든. 어제 오후 미도리가 마유미의 맨션을 방문한 것은 정말 우연히 남편 출장 일정에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집에 놀러온 동생에게 털어놓은 탓이거든. 만약 미도리가 동생의 충고를 무시했다면 두사람의 알리바이는 애매하기 그지없는 것이 되어버렸을 뿐이지. 그 정도의 알리바이로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두 사람도 알고 있었을 거야. 사카자키와 마유미가 그런 위험한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아무래도 생각하기 힘들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포인트가 아닐까요? 역으로 생각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사카자키는 아내의 성격을 고려하여 그렇게 행동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서 이번의 범행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미도리가 남편의 불륜을 눈치채고 출장일정에 의심을 품은 것도, 사실은 사카자키 자신이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도록 먼저 포석을 깔아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서재의 잘 보이는 장소에 마유미의 연하장을 방치해 놓은 것도 범행 당일의 오후에 미도리를 도다시의 [그랜드 하이츠]로 불러내기 위해서겠죠. 사카자키는 아내의 감시를 눈채채지 못한 척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던 거죠. 처음부터 그녀를 알리바이 증인으로 만들 생각이었을 겁니다. 6시 30분에 자기와 그녀의 담배를 사러 나온 것도 밖에서 감시하던 미도리가 마유미가 방에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구태여 그런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닐까요?"

"공교롭지만 그 추리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앞뒤가 뒤바뀐걸세"

경시는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왜 그런가 하면, 범행 당일의 오후, 아내를 알리바이 증인으로 만들기 위해 도다시로 꾀어낼 것을 사카자키가 계획했다면, 같은 시각에 [벨코포 시모다] 206호실에 미도리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잖나? 당연히 공범자 마유미가 미도리를 죽이러 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사카자키와 마유미 두명 모두 미도리가 아니라 동생 아카네를 살해할 동기가 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가능성은 생각하기 힘들군.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애인의 증언을 종합해 본다면 , 진상은 아직이야. 뭔가 다른 부분이나 가능성, 놓칠 수 있는 사소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네"

구노우를 위로하며 담배불을 끈 경시는 경시청으로 돌아오자마자 안경을 쓴 뒤, 부재 중 책상에 놓여진 서류더미로 눈을 돌렸다.

그 속에는 [벨코포 시모다]의 범행현장에서 압수한 증거물건에 관한 감식 결과 보고서가 놓여있었다. 이콜 Y라고 하는 다이잉 메시지가 남아있던 메모패드와 피해자가 오른손에 쥐고 있던 2색 볼펜의 철저한 검사결과를 읽고 있던 도중, 경시는 보고서의 한 문장에 깜짝 놀라 외쳤다.

"응? 이건 도대체 무슨 의미지?"

보고서를 보던 구노우도 고개를 들어 올렸다. 경시는 곧바로 내선 번호를 눌러 감식 담당관을 호출하여 보고서에 기재된 것을 물어았지만 '검사의 결과에 이상은 없습니다'라는 확신에 가득찬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보고서를 사이에 두고 경시와 구노우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사람 모두 그 검사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곧 구노우가 천천히 말했다.

"완전히 두 손 들었습니다. 역시 아드님에게 지혜를 빌리는 편이 좋겠네요"

**********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노리츠키 경시는 철저히 시간을 들여 [벨코포 시모다]의 살인에 관한 조사의 상황을 자세하게 아들에게 전해 주었다. 린타로는 황금연휴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처음에는 그다지 사건에 뛰어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았지만, 화제가 이콜 Y라고 하는 다이잉메시지 대목에 이르자 눈을 빛내며 강한 호기심을 나타내었다. 경시가 마음 속으로 미소지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실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구나"

사건의 개요를 설명한 뒤, 경시는 아들에게 물었다. 린타로는 다이잉 메시지의 사진 (편광 렌즈로 자국이 떠오르도록 촬영한 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음- 이것을 니시나마 마유미의 니시(仁)라고 읽는 것은, 좀 억지로 같다 붙인 느낌인데요. 사카자키 미도리가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기분은 알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할 경우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살해당한 다치가와 아카네는 마유미와 한번도 면식이 없었을 텐데 동생이 형부의 애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찔린 순간 아카네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상대를 마유미라고 특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너가 말하는 대로다. 뭐 범인이 스스로 이름을 말했다면 모르지만, 그런 연극같은 짓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

"그리고, 택배 배달부가 범인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야마네코 운송의 트레이드 마크를 그려서 남겼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쩌면 좋을까요.... 얼굴 그림을 그리는 순서가 다릅니다. 그림의 위, 아래가 반대로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귀, 눈부터 먼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의 순서가 아닐까요?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정하는 근거로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린타로가 미소지으며 말하자 경시는 안색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좀 봐주거라. 하여간 이젠 정말 두손 다 들었다. 너의 의견을 좀 들려줄 순 없겠니?"
"그렇다면,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요- 아버지는 이 다이잉 메시지가 위조되었을 가능성은 생각해 보셨나요? 예를 들면 제 1 발견자인 사카자키 미도리가 남편의 애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요"
"미도리가 범인이라는 뜻이냐?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구"

경시가 소리치자 린타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는 않고요. 동생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미도리는 분명히 남편의 범행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입니다. 남편을 감싸고 그 의심을 불륜 상대인 니시나마 마유미에게 향하게 하기 위해, 그 장소에서 순간적으로 가짜 다이잉 메시지를 만들어 내었을 가능성이 있죠. 집에 돌아온 미도리가 거실에서 사체를 발견했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쯔부라야 아케미가 있는 곳으로 가는 사이, 아주 잠깐이지만 빈 틈이 있었겠죠. 그 때 아카네의 볼펜으로 전화용 메모 패트에 仁, 다름아닌 니시나마 마유미를 가르키는 메시지를 쓴 뒤, 볼펜을 피해자의 오른손에 쥐여 주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정도로는 확실히 일부러 만든 듯한 티가 나기 때문에 메모 패드의 첫장을 찢어낸 후, 범인이 가져간 것으로 위장한 것이죠. 물론 아래 종이에 볼펜 자국이 남아 있을 것은 계산한 것일테고요"
"흠, 가설이지만 꽤 흥미롭구나. 하지만 실제로는 확실히 무리야. 피해자의 손가락에는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있었기에 너의 가설대로라면 미도리가 사체를 발견했던 8시 30분의 경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어야만 하거든. 사체의 오른손에 볼펜을 쥐어 준다는 것 자체가 아마 불가능했을거다. 아카네가 죽을 때부터 볼펜을 쥐고 있어서 사체의 오른손을 메모 패드 위에 올려놓고 눌러서 메모를 썼다고 해도, 감찰의가 뭔가 이상을 눈치채는 것은 당연해. 마침 그렇게 이야기하니 한가지 놓친것이 있는데, 감식 결과로는 보고서에 이해불능을 기술했던 것이거든. 그 문제가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구나"

경시는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던 것을 말했다. 아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제일 흥미로운 먹이를 최후까지 남겨놓았던 것이었다. 린타로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해불능이라고 적혀 있다고요?"
"피해자가 쥐고 있던 적과 흑 2색 볼펜을 철저히 조사한 결과, 검은 쪽 볼펜은 잉크가 없었다더구나. 훨씬 전 부터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상태였다는 거지"
"검은 쪽이 쓸 수 없는 상태? 그래도 아버지가 현장에서 조사했을 때에는 검은쪽 버튼이 눌려져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렇단다. 덧붙여 보고서의 기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모패드에 남아있던 이콜 Y의 흔적은 잉크가 나오지 않는 볼펜의 끝으로 눌러 쓴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필압이랑 메모 용지 표면의 상태로 볼 때, 한장 위의 용지에 적은 글자 자국이 남은 것이 틀림 없다더구나. 나에게는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검은 쪽은 쓸 수 없는 상태였다지만 빨간 쪽은요?"
"그것은 쓸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현재 아카네는 습격당하기 직전까지 미니코미지의 인터뷰 원고에 빨간 색 볼펜으로 수정사항을 기입하고 있었던 탓에, 그렇지만 그게 도대체-"
"잠깐 기다려 주세요"

린타로는 곧바로 얼굴 앞에 손을 모아 경시의 말을 막았다. 얼마간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다가, 다이잉 메시지지의 사진을 끌어 당겨 놓아서, 팔짱을 낀 채로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흡사 동물원 우리안의 곰 같은 모습이었다.

이윽고 흥분 상태가 가라 앉은 뒤, 린타로는 경시 쪽으로 허리를 굽혔다.

"빨강과 검은 2색 볼펜. 정말이지 재미있군요"

라고 말했다.

"감식의 검사결과로부터 뭔가 알아낸 것이 있냐?"

경시가 묻자 린타로는 미소지으며 답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확실히 이 다이잉 메시지가 범인, 혹은 관계자가 고의로 조작한 가짜 단서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어요"
"사카자키 미도리의 일인가? 확실히, 그건 아까 들었지"
"아뇨. 그것도 있지만, 뒤에서 다치가와 아카네를 찔러 살해한 범인이 범행 직후에 다이잉 메시지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콜 Y의 해석은 우선 제껴두고, 그것이 작성되었을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죠. 이 메시지가 가짜 단서라면, 그것은 어떠한 수순으로 남겨진 것이겠습니까? 아까 말한바와 같이 위조한 메시지는 그 대로 메모패드에 붙어 있다면 확실히 너무 작위적이라 부자연 스럽죠. 그래서 범인은 메모 패드 제일 윗 장 종이에 볼펜으로 이콜 Y라고 쓴 뒤, 그 종이를 찢어 가져가 버렸다- 라고 가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밑의 종이에 자국이 남는것은 감안한 것이겠죠"

경시는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나는 현장 상황을 봤었지만, 나도 너가 말한 대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경우, 범인은 메모패드에 메시지를 쓴 뒤, 절명한 직후의 피해자의 손에 2색 볼펜을 쥐어 주었을 것입니다. 아까의 사카자키 미도리의 위조설과 다른 것은 이 점 뿐이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경우에는 범인 자신이 실제로 이 2색 볼펜을 사용했다고 하는 점입니다. 즉 사체 발견시에 피해자가 쥐고 있는 볼펜, 검은쪽 버튼이 눌러져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은, 범인이 검은 글씨로 위조 메시지를 썼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사체에 볼펜을 쥐여준 뒤에 펜의 글자색을 바꾸었을 가능성은 제가 보기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조사가 허술한 틈을 노렸다 하더라도, 결국 지금처럼 메시지의 진실성이 사라져 버릴 뿐입니다. 그러나 범인이 검은색으로 위조 메시지를 작성했다는 것은, 그 시점에서 볼펜의 검은 잉크가 막 떨어져버리고 쓸 수 없는 것에 눈치 챘을 것입니다"
"흠.. 그건 너가 말한 대로지"
"그래서 범인은 빨간 색 버튼을 눌러 빨간 글씨로 메시지를 썼겠죠. 빨간 쪽은 쓸 수 있었으니까, 그것이 제일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습니다. 그리고 빨간 색 버튼을 누른 채, 즉 빨간 색 볼펜을 밖으로 끄집어 낸 상태로 볼펜을 피해자의 손에 쥐여 주었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죠. 이것은 확실히 모순됩니다. 따라서, 이 가설의 전제조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이콜 Y라고 하는 기호는, 범인이 고의로 조작한 가짜 단서가 아니라 피해자 본인이 써 남긴 진짜 다이잉 메시지라는 것이죠"

경시는 머리의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담배불을 붙였다. 아들의 이야기에 홀딱 넘어가 버린 탓도 있었지만, 이제까지의 논증에 있어서는 별달리 이견을 이야기 할 것도 없었다.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러면, 다음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다치가와 아카네가 2색 볼펜의 어느쪽 색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남겼을까, 라고 하는 문제입니다. 우선 검은쪽을 검토해보죠. 물론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자기가 사용하는 볼펜이기 때문에 검은쪽 잉크가 떨어져서 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쪽 버튼을 눌러 메모패드에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아버지?"
"아아, 그 정도는 알겠다. 뒤에서 범인이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서, 잠깐 보더라도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상태로 보이게끔, 자국밖에 없는 백지의 메시지를 써서 남겼을테지. 그렇게 한다면 범인을 그냥 가버리게 할 수 있었을테니까"
"명답! 역시 아버지. 대단하십니다"

린타로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 경우에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감식 결과로 밝혀진 것과 같이, 메모 패드에 남겨진 메시지는 잉크가 없는 볼펜 끝으로 쓰여진 자국이 아니라 바로 위에 있는 종이에 쓴 글자가 밑의 종이에 자국이 남았다는 것 때문이죠. 그렇다고 한다면 제일 위의 종이에 쓰여진 오리지널 메시지는, 아버지가 생각하는 대로 범인이 찢어서 가져가 버렸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보이지않는 백지에 메시지를 남긴 것을 범인이 방심하고 가버리는 대신에 범인은 그 흔적을 눈치챈 것이겠죠. 그러나 아버지. 조금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 잉크가 나오지 않는 볼팬으로 쓴 백지위의 메시지의 존재를 눈치챈 뒤 그것을 찢어서 가져갈 정도로 주의깊은 범인이 메모패드 바로 한장 아래에 있는 종이에 남은 볼펜 자국을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요?"

경시는 감탄했다. 이 녀석, 확실히 날카로운데가 있어.

"역시. 확실히 그런 실수는 있을 수 없겠지, 라고 하는 것은 그 가능성도 아니라는 것이겠군. 그렇다면 남아있는 가능성은 단 하나. 아카네는 빨간색 볼펜으로 메시지를 써서 남겼다는 것밖에는 없을텐데, 그것도 역시 의문을 완전히 풀 수는 없는것 같다. 피해자가 쥐고 있던 볼펜의 글자 색이 바뀌었다는 것은 왜인가, 라는 의문이"
"예. 그게 문제입니다"

라고 답하고 린타로는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 바른 입술을 적셨다.

"-피해자 본인이 메시지를 남긴 직후, 검은 버튼을 눌러 볼펜의 글자색을 바꾸어 놓았을 가능성은 없겠죠. 도대체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고, 그녀는 그 때 거의 숨이 넘어가는 상태에서 메시지를 써서 남기는 일에 모든 힘을 다 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때문에 볼팬 글자색을 바꿀 여유같은것은 없다고 보아도 좋겠죠. 또 그녀가 숨진 직후에, 근육의 반사적인 운동이 이상한 작용을 해서 검은 버튼이 눌려졌을 가능성도 희박하고요. 그같은 우연이 일어날 가능성은, 물론 제로라고 할 순 없겠지만 한없이 낮을 것입니다. 이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아니라고 한다면, 결국 검은색 버튼을 눌러 볼펜의 글자색을 바꾼 것은 그녀를 살해한 범인의 소행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논리에 모순이 있잖냐? 너는 아까, 조사가 허술하지 않는 한 드러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범인이 볼펜의 글자색을 바꾸어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을 텐데"

경시가 묻자 린타로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뇨.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범인이 검은색 볼펜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범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거죠. 또한 범인은 피해자가 빨간색으로 적은 메모용지를 찢어서 가지고 가 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볼펜 글자색이 바뀌어 있는 것을 드러날 염려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합니다"
"알겠다. 그렇다고 한다면 왜 범인은 그런 짓을 한건가?"

린타로는 숨을 들이 마셨다.

"이제부터, 제 추측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만... 범인이 볼펜의 글자색을 바꾼 것은 빨간색 잉크로 기록된 피해자의 다이잉 메시지를 메모 패드로부터 찢어서 가져가 버린 것과 같은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한 피해자의 손에서 볼펜을 빼서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는 흔적 그 자체를 없애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 때는, 뭔가 다른 사정으로 - 그것은 뒤에 설명드리겠습니다만 -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거죠. 때문에 범인은 차선책으로 볼펜의 글자색을 바꾸는 짓을 한 것입니다"
"기다려봐라. 범인이 메모 패드의 메시지를 찢어서 가져가버리고, 볼펜도 가지고 가 버리고 싶어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만, 차선책으로 글자색을 바꾼다고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구나. 왜 그게 차선책인거냐?"

"메모 패드에 남겨진 메시지의 내용에 관계없이 처음부터 범인은 다이잉 메시지가 빨간색 잉크로 쓰여졌다는 것 자체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물론 피해자가 그렇게 한 것은 그것 외에는 뭔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범인은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죠. 빨간색 볼펜으로 기록된 메시지를 보았을 때, 글자색의 선택에도 피해자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 있습니다. 때문에 범인은 메모 패드의 메시지를 찢어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쥐고 있던 볼펜의 쪽에도 손을 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검은색쪽으로 바꾸지 않더라도 빨간색 볼 버튼을 잠구어 놓기만 하면 충분한 것 아니었겠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아버님 말씀대로입니다. 그러나 범인은 억지로 무리해서까지 볼펜의 글자색을 검은색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꿔 말한다면, 그만큼 빨간색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닐까요? 간단히 볼펜을 속에 넣어 잠궈놓는 것 만으로는 어떤 색이 사용되었을지 추측할 가능성이 반반이기 때문이죠. 즉, 범인은 검은 버튼을 눌러 끄집어 내면서까지 피해자가 빨간색 메시지를 기록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은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틀림없이 순간적 판단으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렇다면 범인이 그 정도로 빨간색 글자를 싫어한 이유는 왜냐?"

경시가 묻자 린타로의 눈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예리해졌다.

"그렇죠. 거기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범인이 빨간색 메시지를 싫어한 이유는 어쩌면 잉크색 자체가 범인을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예를 들면 범인 이름 일부에 赤, 혹은 적색계통의 색을 표시하는 문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범인이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적이 된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사건의 관계자 속에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나요?"
"적색계통 이라고 한다면 아카네의 이름 뿐이지만 그녀는 피해자잖냐. 해당하는 인물은 전혀 없는걸. 음.. 잠깐 기다려라. 너가 말한대로라면 주색의 주(朱), 205호실의 쯔부라야 아케미(朱美)를 말하는 것이구나!"

린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시는 놀란 채로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되는데? 그리고 이 정도의 증거로는-"
"하지만 근거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쯔부라야 아케미의 일을 머리속에 떠올리고, 또 한번 이 이콜 Y라는 메시지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습니까? 아버지는 지금까지 이 두개의 기호, 혹은 문자의 위치관계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잊어버리면 안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이콜 Y라고 하는 메시지는 피해자가 직접 종이 위에 기록한 오리지날 필적은 아니고, 메모 패드 종이 한장 밑에서 자국이 남은 흔적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라고 하는 것은 그 흔적이 넘는 과정에서 뭔가의 실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요"

실수? 경시는 잠깐 생각하며 목을 갸웃했다

"하지만 흔적이 남는다는 것은 메모 용지를 위에서 무겁게 내리 누르는 글자가 아래에 남았을 뿐이다. 실수가 생길 가능성은 아무것도... 그런가! 중요한 메시지를 쓰고 있는 도중에, 위 종이가 움직여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그 메모 패드라고 하는 물건은 사용한 종이를 찢어낼때 백지의 아직 사용하지 않은 부분까지 반 정도는 중심에서 어긋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피해자가 오리지널 메시지를 기록했던 첫번째 메모 용지도 그런 일이 일어났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급하게 빨간색으로 메시지를 쓰고 있는 도중에, 그 종이가 움직여버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어쨌건 그 결과 이 '='과 'Y'라고 하는 두개의 기호의 위치관계가 처음 썼을 때와는 다른 흔적으로 두번째 종이에 남겨져 버린 것입니다"

경시는 다이잉 메시지의 사진을 집중해서 관찰했다. 잠시 뒤, 그 입에서 부터 깜짝놀란 외침이 터져나왔다.

"- 이콜 Y가 아니라 엔인가? 엔(円) 확실히 쯔부라야 (円谷)이라고 하는 것이구만!"
"예. 그렇게 그 기호는 빨간색 볼펜으로 쓰여져 있었던 것입니다. 쯔부라야 아케미라는 이름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은 불보듯 뻔했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케미가 이 메시지를 눈치챈것은 범행 직후가 아니라 사카자키 미도리가 귀가해서 동생 시체를 발견한 뒤의 일인것 같습니다. 미도리가 밖의 통로로 뛰쳐나왔을때, 아케미가 혼자서 범행현장으로 들어간 것은 알고 계시죠? 그 때, 빨간색으로 엔이라고 하는 메시지가 기록된 메모 패드를 발견한 아케미는, 곧바로 자신의 범행을 나타내는 단서라는 것을 알고 급히 메모를 찢어버렸죠. 곧바로 아케미는 사체의 손에서 볼펜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때는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은 불가능했고요. 미도리의 눈이 있기때문에 그렇게 꾸물거릴 수도 없었을겁니다"
"흠, 아까 말했던 뭔가의 사정이라는 것은 그 이야기인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케미는 피해자가 빨간 볼펜으로 메시지를 남겼던 것에 주의를 쏠리게 하고 싶지 않았겠죠. 그래서 자선책으로 피해자의 손에서 튀어나온 검은색 버튼을 눌러 놓았습니다. 검은색 볼펜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에 그랬겠죠. 그 때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손톱 끝으로 버튼을 눌렀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경시는 아직 반신반의했었다. 경시는 자신의 머리속을 떠돌아 다니는 의문을 린타로에게 믈었다.

"확실히 다이잉 메시지에 관해서는 그것도 말이 되는 것 같구나. 그러나 쯔부라야 마유미가 범인이라면 살인의 동기는 뭐겠냐? 동생 아카네와는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언니 미도리와 사람을 착각해서 살인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구나. 그렇다고 하는 것은 특별히 친하지도 않은 동생 쪽을 죽일 이유가 있었다는 걸까?"
"제 생각이긴 하지만, 범행은 발작적인 것으로 보이는군요. 어제 저녁, 택배편으로 배달된 짐 때문에 아케미와 아카네 사이에 뭔가 다툼이 생겼던 것이 아닐까요? 그 이전 옆집에 맡겨 놓았던 짐들은 문제가 없었다고 했지만, 어제에 한해서는 전례가 깨진것이죠. 205호실의 짐을 받아 놓은 것은, 친한 이웃 사람인 사카자키 미도리가 아니라 동생인 아카네 쪽 이었다고 했잖습니까. 부재연락표를 보고 짐을 받으로 간 아케미는, 뭔가 사소한 일 때문에 현관에서 아카네와 말다툼을 벌인 것일테죠. 순간적으로 머리에 피가 치솟은 아케미는 빈 손이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서, 칼을 숨긴채 다시 206호실을 방문했을 겁니다. 사과한다는 핑계를 대고 안으로 들어섰겠죠. 그때 방심하고 있던 아카네의 등 뒤를 있는 힘껏 칼로 찔렀을 겁니다-. 미도리가 귀가했을 때, 아케미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206호실에 나타났던 것은, 애시당초 택배물을 놓고 아카네와 말다툼한 일을 숨기기 위한 위장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쯔부라야 아케미의 어젯밤 알리바이에 대해, 뒤는 캐 보셨습니까?"

아들에게 지적당할때 까지 왜 그 가능성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경시는 스스로 자괴감이 들며 자신의 실수를 통감했다. 경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사카자키 부부에게 완전히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가족이랑 유원지에 갔다 오며 초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7시 30분에 돌아왔다고 말했지만 의심이 가는구먼. 좋아,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아케미의 알리바이를 수사하도록 하겠다"

******

그렇지만,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깨끗하게 빗나갔다. 다음날 수사관의 수사에 의해, 쯔부라야 아케미의 오후 6시대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었기 때문이었다.

범행 당일 오후 6시부터 6시 50분까지, 아케미와 가족 3인은 [요미우리랜드]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것이 확인되었다. 레스토랑 점원이 쯔부라야 일가의 좌석과 테이블을 기억하고 있었고, 영수증도 기록되어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케미의 진술은 결국 사실로 입증되었다. 어디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즉, 쯔부라야 아케미는, 다치가와 아카네를 살해한 범인일 수 없었다.

믿고 의지했던 린타로의 추리도 틀려버렸던 것이다.

PS : yuuhi님이 글을 남겨주셨는데 노리"츠"키 린타로가 아니라 노리"즈"키가 맞다고 하시더군요.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말씀대로셨습니다. 그래도 번역을 블로그에 후루룩 해버린 탓에 글자 검색을 일일이 해서 고치기가 어려우니 감안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yuuhi님의 좋은 정보 감사드리며^^

2006/09/21

[번역] 이콜 Y의 비극 (5)

에필로그 [무대 뒤에서]

꽉 막혀 도무지 진전이 없던 수사 선상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돌파구가 열린것은, 다치가와 아카네가 살해된 뒤 5일이 지난 5월 3일, 헌법 기념일의 일이었다.

그 날 아침, 세이쥬서의 수사본부에 얼굴을 내민 노리츠키 경시는, 수사관 한명으로부터 기묘한 보고를 들었다. 세타가야 서 관내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 수사에 관련하여, 어제 동서로부터 사카자키 부부에 관련된 사항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타가야 서 관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고 한다면, 4월 30일 저녁, 타이지도우의 공원에서 나고야에 살고 있던 여성이 강도에게 습격당해 죽은 사건의 일인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여성이, 살해당하기 전날 [벨코포 시노다]의 206호실에 전화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사카자키 부부 집에 전화를?"

여성이 살해당하기 전날이라고 한다면, 다치가와 아카네가 살해당한 4월 29일의 일이다. 연속해서 일어난 이 2개의 사건에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경시는 지푸라기 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었다. 곧바로 세타가야서에 연락하여, 30일에 일어났던 강도 살인 사건에 관한 수사정보를 이쪽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부터 계속 생각한 뒤 집에 전화를 걸어 자고 있던 아들을 깨웠다.

" 무척 급한 일이라서 그러니 곧바로 세이쥬서까지 와 주었으면 좋겠구나"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4월 30일 오후 2시 30분경, 타이지도우 X쵸메의 공원의 공중 화장실에서, 20대 후반의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발견한 것은 근처의 주부로, 목에 나일론 끈이 감겨져 있었다. 누군가가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은 명백했다.

사망 추정 시각은 그날 오후 1시 30분 전후. 백주 대낮의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목격정보는 없었다. 사체에 난폭한 짓을 한 것 같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지갑 등의 소지품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당초 사건은 노상강도에 의한 범행으로 생각되었다.

소지품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원은 곧바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공원 쓰레기통에서 차 공원 호텔이름이 적힌 봉투가 발견되었고, 지문 등으로부터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물건이라는 것이 판명. 종이 봉투의 내용물은 결혼식의 초대장으로, 짐을 줄이기 위해 범인이 버린 것 같았다. 곧바로 호텔에 문의한 결과, 살해당한 여성의 신원이 확인되었다.

피해자는 나고야 시에 거주하는 토고 유카리라고 하는 28세의 여성으로, 4월 29일 아침,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신칸선으로 상경했다고 했다. 그날 밤은 피로연 잔치 때문에 호텔에서 1박한 뒤, 살해당한 당일 오전 11시에 호텔을 체크 아웃 했다고 했다. 양친에 따르면 유카리는 도쿄의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도내의 회사에서 근부하다가 2년전에 나고야로 돌아와 집안 일을 돕고 있었다고 했다. 30일은 도쿄의 동창 친구와 만난 뒤, 밤까지 나고야의 자택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했다.

살해당하기 직전 피해자의 발자취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옷 주머니에서 새것인 성냥 상자가 발견된 덕분이었다. 그 성냥 상자에 범행 현장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상점가에 위치한 카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카페 [카자미도리]의 주인은, 피해자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토고 유카리는 학생시대부터 가게의 단골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곤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방문이 점차 뜸해져 슬슬 얼굴 보기 힘들어 졌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0일 오후, 시계바늘이 1시를 가르키기 직전에 유카리가 오랫만에 가게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친구 결혼식때문에 상경했다가 들렸다고, 대학 동창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었습니다만-"

그러나,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만날 상대는 오지 않았고 유카리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때에, 가게에 남자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와서 '그곳에 토고 유카리라고 하는 여성분은 계십니까?' 라고 물었다. 시각은 1시 10분경. 주인은 유카리에게 전화를 건네주었지만, 전화를 건 남자는 자기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유카리는 곧바로 상대와 이야기 했고, 이야기가 끝나자, 만나기로 한 상대는 오지 않게 되었다고 주인에게 말하고, 서둘러 계산을 했다. 그 때 '담배는 피지 않지만, 모처럼 가게에 온 기념으로' 라고 말하고, 계산대에 놓여 있던 가게 이름이 들어간 성냥 상자를 집어 들고 주머니에 넣었다고 말했다-

노리츠키 경시는 타이지도우의 사건 개요를, 요약해서 아들에게 설명했다. 린타로는 잠버릇 탓에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사건 내용은 대체로 알겠습니다만, 그것과 [벨코포 시모다]의 사건과의 사이에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재촉하지 말거라. 토코 유카리가 숙박한 호텔 프론트를 조사한 결과, 객실에서 걸은 전화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더구나. 유카리가 전화를 건 것은 29일 오후 5시 2분부터 4분까지의 하나 뿐이였다. 그런데 건 곳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그것이 세타가야구의 맨션 [벨코포 시모다]의 206호실이라는 것이 밝혀졌거든"

경시가 그렇게 말하자 린타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카자키 부부의 집이요?"
"그렇다. 아직 본인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토고 유카리와 사카자키 미도리는, 확실히 같은 대학에 적을 두었던 동급생이었던 것 같다. 때문에 30일 오후ㅡ 유카리가 타이지도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해서 기다렸던 상대라고 한다면, 사카자키 미도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
"토고 유카리의 29일 오후 6시대의 알리바이는? 설마 그 다이잉 메시지는 (=)등호 (토고), Y의 말을 조합했을 지도..."

경시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아니다. 유카리는 친구 결혼식의 피로연에 출석한 뒤, 오후 6시부터 롯퐁기의 가게에서 끝날때 까지 2차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밤은 늦을 때까지 술을 마셨던 것이 확인되었다. 같이 있던 회사시대의 친구들의 증언이 있기 때문에, 알리바이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지. 그렇다는 것은, 토고 유카리가 [벨코포 시노다]의 사건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란다"

경시는 거기까지 말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린타로는 턱에 손을 대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2시 지나서 전화를 걸어왔던 남자라고 말하신 부분이 신경이 쓰이는군요"
"아아, 아마 그 남자가 유카리를 살해한 범인일거야. 뭔가 구실을 대고 유카리를 가까운 공원까지 유인해 낸 뒤, 그 장소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겠지. 밝혀진 대로 계획적인 범행이야. 지나가던 강도의 짓은 아니야. 소지품을 훔쳐간 것은, 강도를 당한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위장일 뿐이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면, 범인은 어떻게 유카리가 그 카페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카자미도리]라고 했죠? 가게 이름은"
"그렇다"
"- 어? 잠깐 기다려 주세요"
린타로는 눈을 감고, 카자미도리, 카자미도리 라고 여러번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등을 곧게 펴고 번쩍 눈을 떴다.

"그렇구나. 그 다이잉 메시지는 그런 뜻이었구나!"
"뭔가 알아낸거냐?"

경시가 조심조심 물어보자, 린타로는 싱긋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쯔부라야 아케미 범인설이 부정된 것에 대한 휴유증은 없는 듯 했다.

"예. 이번에는 틀림 없습니다.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조금 정리해 보도록 하죠- 토고 유카리는 29일 오후 5시를 지나 [벨코포 시노다]의 206호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마 유카리는, 학생시대의 동급생이었던 사카자키 미도리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겠지만, 미도리는 그 때, 담편 애인 맨션을 감시하고 있어서 집에 없었죠. 전화를 받은 것은 집을 지키고 있던 동생 아케미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아카네는 그때까지는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 것이 가능했었죠. 유카리의 용건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수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다음날 만날 약속을 하는 것이었겠지. 혹은 전에 약속을 했었다면, 그 확인을 하기 위한 전화였을 수도 있고. 시간이나 만날 장소 같은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전화를 건 흔적이 없는 이상, 유카리는 집을 지키고 있던 동생 아카네에게 언니에게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자연스럽겠죠?"
"흠, 그래서?"
"다음날 유카리의 발자취대로라면, 메시지의 구체적 내용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토고 유카리씨로부터 전화. 타이지도우의 [카자미도리]라는 카페에서, 오후 1시에 만나자] 최소한 이 정도의 정보를 아카네에게 전해준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유카리로부터 전화를 받은 아카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도록 하죠. 그녀는 확실히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 전화 옆에 놓여져 있던 메모 패드에 지금 말한 내용을 기록했던 것입니다. 거실의 사이드 보드 위에 메모용의 필기용구가 없었나요?"

라고 린타로가 물었다. 경시는 범행 현장의 상태를 떠올렸다.

"음, 그렇게 말하니, 메모 패드 옆에 검은 사인펜이 있었던 것이 기억 나는구나"
"검은 사인펜. 그것으로 분명해 졌습니다. 아카네는 유카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만날 장소와 시간의 메모를 적었다- 그러나 [風見鷄 (카자미도리)]라고 하는 가게 이름이나, 喫茶店(카페)라고 하는 단어는 항상 한자를 적는 것은 획수가 많기 때문에 메모에 적는 것은 귀찮은 글자죠.  전화를 계속 하던 도중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미도리는 히라가나나 가타가나로 생략하여 메모를 남긴 것이 분명합니다. 종이와 펜을 좀 주시겠습니까? 뭐 이런 식으로-"

"아카네가 살해당할때 까지, 이 메모는 메모 패드 제일 위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그녀가 누군가에게 등을 찔리고 빈사 상태로 범인을 가리키는 단서를 남기는 순간에도 메모 패드 위에 이 문자열이 있었던 것이죠. 우리들이 그 가능성을 놓쳤던 것은, 아카네가 메시지를 적은 메모를 사인펜으로 후루룩 써서 2장째의 종이에 흔적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그 다이잉 메시지는, 새 메모지에 써서 남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글자가 적혀 있었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완전한 실수야. 그런데 그렇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는 사인펜으로 쓴 메시지 메모 위에 붉은색 볼펜으로 이콜 Y라고 써서 남긴 것이었군"
"그렇습니다. 이런 식이죠"

"아카네는 범인에게 습격당하기 직전까지, 빨간 볼펜을 써서, 미니-코미 잡지의 인터뷰 원고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최후의 체력과 기력을 짜내어 단서를 써서 남겼을 때도 편집자로 일하던 발상의 연장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는 등호가 아니고 문자열을 소거하기 위해 쓰는 이중선, [Y]는 필요한 문자를 보충하기 위해 사용하는 삽입기호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어쨌건, 그녀는 메시지를 쓰던 도중에 힘이 빠져서 삽입해야 하는 문자를 써 넣지는 못했죠. 메시지를 완성하기 전에 숨이 끊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설령 미완성이라도 이 문자열을 본다면 그녀가 추가로 써 넣고 싶었던 문자가 무엇인지는 일목요연합니다. 다름아닌-

"-사카자키 미도리인가... 하지만 미도리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네. 전에도 그렇게 말했을텐데?"

경시가 의견을 내자 린타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아까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미도리의 진술을 다시 한번 잘 검토해 보도록 하죠. 사건의 관계자가 사카자키 미도리의 모습, 아니 목소리라도 실제로 확인한 것은, 오후 5시 30분 이전과 7시 20분 이후의 일에 한정되는데, 그 사이에는 2시간 가까운 공백이 있습니다. 그 정도의 사간 여유가 있다면, 전차를 갈아타서 세타가야의 시노다 까지 왕복하고, 동생인 아카네를 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말한다면야 미도리의 알리바이는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러나 그 2시간 사이에 미도리가 계속 남편과 그 애인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 않나? 특히 6시대의 미도리의 진술은 모조리 사카자키의 행동과 부합하고 있다. 만약 그 때, 미도리가 니시나마 마유미의 맨션으로 부터 떨어져 있었다면, 어떻게 해서 사카자키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했겠니?'
"단순합니다. 너무나 단순해서 오히려 맹점에 빠져버린 것이죠. 미도리가 남편과 공모해서 미리 그 날의 행동에 관해 입을 맞춰 놓았다고 한다면 어떻습니까?"

경시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미도리가 사카자키와 공모했다고? 그런 바보같은!"
"그렇게 바보같은 것입니까?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침식을 같이하는 부부였습니다. 운명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죠. 사전에 세밀한 시나리오를 세워 세세한 곳 까지 입을 맞출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었겠죠. 범행 당일, 사카자키가 그 시나리오 대로 행동하기만 한다면, 마유미의 맨션에 숨어서 감시하지 않아도 미도리는 그 사이의 움직임을 손에 잡듯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뒤에는 사람들 앞에서 두사람의 부부 사이가 위험한 것 같은 연기만 하면 되지요"
"- 기다려라. 자, 배달 피자의 건은 어떻냐? 미도리는 7시 조금 전에, 피자 배달원이 마유미의 맨션에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 일은 그 장소에 있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 아니냐?"
"아뇨. 그것도 아닙니다. 미리 배달 시각이 7시 전후가 되도록 사카자키가 타이밍을 맞춰서 피자를 주문하도록 마유미에 시킨 것일 뿐입니다. 확실히 그 전후의 미도리의 진술은 시간의 기억이 애매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피자 배달원도 미도리의 모습은 보지 못했고요"

"그렇게 한다면 구노 경부가 생각했단 사카자키와 마유미의 공모설과는 반대로, 니시나마 마유미는 간접적인 알리바이 증인으로 삼기 위해, 사카자키 부부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란 말이냐?"
"아마도, 그렇겠죠"

라고 린타로는 동의했다.

"사카자키 부부의 계획의 교묘한 점은, 니시나마 마유미에게 알리바이가 성립 하는 것 같이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 놓고, 미도리의 입으로 그녀가 범인이라고 고발하게 한 점입니다. 물론 그들은, 마유미에게 아카네 살인을 뒤집어 씌울 생각은 전혀 없었죠. 다만 마유미의 알리바이가 성립한다는 것을 경찰에게 확인 시키면서, 반대로 마유미와 사카자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한 미도리의 알리바이를 보강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제 3자일 뿐인 마유미를 끌어들인 것도, 부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언뜻 보기에는 미워하는 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시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드디어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것을 느꼈다. 린타로는 계속 말했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려 보지요. 미도리가 이 다이잉 메시지를 눈치챈 것은, 범행 직후는 아니고 8시 30분에 집에 돌아와서 사체의 발견자를 가장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미도리는 메모패드를 보고, 그곳에 자신의 이름이 거의 적혀 있는 것에 깜짝 놀라, 메모 용지를 찢어서 숨겼습니다. 그 때, 한장 아래의 종이에 볼펜 자국이 남아 있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한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흠. 그렇게 된다면 이 전날 밤, 너가 쯔부라야 아케미에 관해서 세웠던 가설은, 그대로 사카자키 미도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이겠군. 그러나 미도리가 범인이라면, 2색 볼펜의 글자색을 검은색으로 바꾸어 놓은것은 왜지? 검은색 잉크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빨간 색을 싫어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에에 굉장히 사소한 것이지만, 이유는 확실합니다"

"어떤 것이지?"
"미도리가 남긴 단서는, 단적으로 말한다면 [수정해 넣는다] 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범행 현장의 상황을 머리속에 떠올려 주십시오. 거실의 테이블 위에는, 아카네가 수정하고 있던 인터뷰 원고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메모패드의 메시지와 동시에 그것을 본 미도리는 [수정해 넣는다]라고 하는 말을 연상해서, 당연히 그것을 피하려고 서둘러 볼펜의 글자색을 바꿨겠죠."

경시는 목을 숙이고, 불만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미도리는 그렇게까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었을까? 메모 용지를 찢어 낸 이후에는 [킷사카자미도리]라고 하는 원래의 문자열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수정하던 뭘하던 아무것도 신경쓸 필요는 없어진 것 아니냐?"
"아뇨. 아버지. 잊어버리면 안되는 것은, 그 시점에는 그 메모를 남기게 한 토코 유카리가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에, 뭔가의 우연으로 아카네가 남겼던 메모의 내용이 밝혀질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에 미도리는 생각을 거듭, 아카네의 메시지가 문자 그대로 [수정해 넣는다]라는 것을 숨기려 했던 것이죠. 아마도, 유카리가 미도리가 집에 없었을 때 전화를 걸었던 것 자체가 미도리에게는 정말로 예상외의 사고였기에, 그 시점에는 아직 그녀의 입을 봉하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겁니다"
"역시나"
"미도리가 당황하고 급해진 것은, 사정청취를 받고 있던 도중에, 이콜 Y라고 하는 볼펜 자국이 메모페드 아래 용지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된 때라고 생각합니다. 망연자실한 미도리는, 간신히 그 형태가 니시나마 마유미의 仁이라는 글자와 닮았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럭저럭 그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유카리를 살해할 결의를 굳히게 된 것은 그 때, 그 순간임이 분명합니다. 유카리의 입으로부터 [카자미도리]라고 하는 카페의 이름이 드러난다면,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지도 몰랐기 때문이지요"

경시는 그 때의 일을 떠올렸다. 확실히 린타로의 말대로였다. 메모 패드를 보던 순간, 미도리가 숨을 멈췄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다만 경시는, 그녀의 반응이 의미하는 것을 완전히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경시는 기분을 돌리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의 말 대로, 사카자키 부부가 공모했다라고 한다면, 토고 유카리를 살해한 것은 미도리가 아니라 남편 사카자키의 짓일 가능성이 높겠군. 사카자키가 세이쥬서에 출두했던 것은 30일 오후 3시를 지났을 때였다. 유카리의 사망추정시각은 오후 1시 30분경. 타이지도우의 공원에서 그녀의 입을 봉한 뒤, 흔적을 없에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세이쥬서에 나타날 여유는 충분히 있었겠구나"
"그렇습니다. [카자미도리]에 걸려왔던 전화도, 남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사카자키 부부는, 사람 앞에서는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은 연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범행을 위해 연락용 휴대전화를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미도리는 메모 패드에 남겨진 메시지로부터, 토고 유카리가 30일 오후 1시에 타이지도우의 카페에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남편에게 사정을 이야기해서, 선수를 쳐서 유카리의 입을 봉하라고 명령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기는 뭐지? 사카자키 부부가 이 정도의 수단을 동원해서 연극을 꾸미면서 까지, 동생 아카네를 살해할 수 밖에 없었던 동기는?"

린타로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어이어이 아버지.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아버지의 일 아닌가요?"

******

세이쥬서에 임의출두를 명령받은 사카자키 교우스케가 범행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 3일후의 일이었다. 기운을 잃고 어깨를 늘어트린 사카자키의 입에서 사건의 전모와 다치가와 아카네 살해의 동기가 밝혀지게 되었다.

다치가와 아카네 살해 범인과 알리바이 공작에 관해서는, 대부분 린타로가 추측한대로였다. 곧바로 사카자키는 토고 유카리를 타이지도우의 공원에 불러내어, 그 자리에서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29일 심야에 휴대전화를 통해 미도리가 범행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사카자키는 20일 오후 [카자미도리]에 전화를 걸어 '아내가 급한 병으로 나올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 내가 말했던 가게에 가려고 했지만 장소를 잘 알지 못해서 찾기가 어렵다. 가까운 공원에 있으니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유카리에게 전했다. 사카자키는 몇번 아내와 같이 토고 유카리와 만난 적이 있어서, 그녀는 공원에 와서도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다. 준비한 나일론 끈으로 목을 조를 때에도 거의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카리의 가방을 가지고 간 것은, 강도의 범행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은 아니었고, 그녀의 휴대전화를 처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유카리가 [벨코포 시모다]에 전화한 것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유카리가 호텔 객실 전화로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사카자키는 굉장히 허탈해했다.

사카자키는 토고 유카리의 살해가 결국 실패한 범행으로 끝나 버린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범행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카리가 전화를 걸어왔던 것은, 계획외의 사고였고, 아카네가 남긴 다이잉 메시지의 의미를 깨닫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카리가 아카네의 죽음을 알기 전에, 입을 막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메모 패드의 적혀진 메모를 본 미도리는 유카리가 휴대폰으로 전화 했다고 생각해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그녀의 번호를 걸어 보았지만, 그 번호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것 같았다. 새로운 휴대폰 번호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유카리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카자미도리]에서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것도 이것 역시 너무나 위험한 방법으로 보였다고 했다.

또한 밝혀진 것은, 사카자키 부부가 아카네의 살해을 떠올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사카자키가 니시나마 마유미와 불륜의 관계에 빠진 것이었다. 마유미는 돈 씀씀이가 헤픈 여자로, 사카자키가 돈을 계속 쏟아부어도, 바닥이 없는 눞과 같아서 좀 더, 좀 더라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여자의 기분을 계속 맞추어 주기 위해 사카자키는 결국 회사의 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들통나지 않고 맛을 들여 회사의 장부를 조작해서 결국 백만단위의 돈을 횡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마저 사내에 퍼지게 되어 6월의 결산기를 앞두고 사카자키는 자신의 목을 지키기 위해 조급히 장부의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안되는 궁지에 몰렸다.

그렇다 해도, 그만한 돈을 쉽사리 융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카자키는 고민끝에 아내 미도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 없는지 상담했다.

"이것을 기회로 니시나마 마유미와 완전히 손을 끊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뭔가 당신을 도울 방법이 없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미도리는 말했다. 수년전, 미도리의 양친이 차례로 돌아가신 직후, 두 자매가 서로를 의지하기 위해 동생 아카네와 같이 서로를 상호 수취인으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했다고 했다. 아카네를 살해, 사망보험금을 받아넨다면, 지금까지의 회사 장부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사카자키는 처음에는 아내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카자키 이상으로 미도리 쪽이 진심이었다. 그 진심에 이끌려 가게 되어, 곧바로 사카자키도 아카네를 살해하는 일을 결의하게 된 것이었다. 사카자키에게도 생각이 닿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미도리와 결혼하고 얼마간이 지나서, 대수롭지 않은 불장난의 결과로, 동생 아카네와 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다. 서로가 거북했기에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미도리는 그 사실을 희미하게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출장으로 집을 비웠을때에 한해서만 동생을 집으로 부른것은,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탓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카네의 살해에는 1개월전부터 시간을 들여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했다. 니시나마 마유미를 알리바이 증인으로 세우자고 말한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미도리 쪽이었다. 아니, 그것에 한해서가 아니라 모든 계획과 실제 범행 전부에 있어서 주도권을 쥔 것은 아내쪽이었다. 범행당일이 가까와 오자, 사카자키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진짜 동기는, 보험금도,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물론 동생에 대한 질투때문도 아닌것 같습니다. 나를 생각하는 대로 조종해서 같이 범죄에 손을 담그도록 움켜쥔 뒤, 영원히 자신의 손에서 내가 도망칠 수 없도록 속박하는 것, 미도리는 단지 그것만을 위해서 이번 범행계획을 세운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한편, 아내 미도리는 범행을 부인. 의연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PS :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재미있으셨나요? 오타와 의역 투성이라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내용 전개는 되는 수준이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으셨으면 감상이라도 한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