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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2017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4차, 열 네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열네살이라... 블로그 생활도 이제 중학생 레벨에 진입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7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2 (53)권, 기타 장르문학 3 (8)권, 역사서 15 (18)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2 (4)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9)권, 기타 도서 20 (15)권으로 모두 101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100권은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7년 베스트 추리소설 : 

"올빼미의 울음" 

단평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장편 중에서 재미와 함께 서스펜스를 가져다 주는 보기드문 수작.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이 작품 홀로 별점 3.5점을 받았을 뿐이죠. 전반적으로 흉작인데, 내년에는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2017년 워스트 추리소설 : 

"나를 사랑한 스파이" "후쿠오카 살인" 

단평 : 과연 바닥은 어디인가? 

올해 별점 1점을 받은 쓰레기는 이 두 편입니다. 뭐라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망작들입니다. 꼭 피해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7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수상작 없음"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3권밖에 읽지 않아 선정할 작품이 없네요.

2017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보석 천 개의 유혹" 

단평 : 첫번째 장은 별점 5점도 아깝지 않음. 

올해는 역사 도서 중에서 "대지를 보라" "북로우의 도둑들" "보석 천 개의 유혹" 이 별점 4점이었습니다. 무려 세 권이나 별점 4점이라니 대단하지요.
전부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지닌 좋은 책들이지만 이중 한 권을 꼽는다면, 일제 강점기 시대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가 크게 작용한 "대지를 보라", 특정 특정 소재에 집중한 "북로우의 도둑들" 보다는 재미와 대중적인 측면에서 앞서는"보석 천 개의 유혹"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7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수상작 없음"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습니다. 올해 별점 2점 짜리 책은 두 권인데 "워스트"라고 할만한 책들은 아닙니다.

2017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수상작 없음" 

읽은 책이 2권 밖에 안되기에 평가가 불가하네요.

2017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수상작 없음" 

올해 읽은 10권 모두 고만고만해서 딱히 베스트는 없습니다. 별점 3점짜리 책은 4권인데 이 정도 별점은 베스트로는 좀 애매하죠.

2017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진짜? 가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본 음식 이야기" 

단평 : 전반적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다. 

온갖 잡다한 정보를 담아내어서 주제에 걸맞지도 않았고, 깊이있는 내용도 부족한 등 총체적 난국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e-book 으로 읽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201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작가의 수지" 

단평 : 이쪽 바닥에 속한, 관심있는 사람들 모두의 필독서.

작가로서의 벌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전달은 물론 여러모로 허투루 듣기 어려운 프로 작가의 의식이 선명히 빛나는 멋진 에세이입니다. 재미까지 있으니 별점 4점을 받는건 당연하지요. 이 쪽 바닥 (출판)에 어떤 식으로든 속해 있거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201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 

단평 : "생활 명품"과는 몇 광년 멀어지다. 

올해 기타 도서 중 별점 1.5점을 받은 책은 이 책과 "학교 출입 금지" 의 두 권입니다. 그래도 "학교 출입 금지" 는 애초부터 제 취향은 아닌, 아동용 성장기 비스무레한 책이라 그렇다 치더라도(딸이 골라줘서 억지로 읽었을 뿐입니다...) 이 책은 너무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당한 올해의 워스트에요. "생활 명품" 이라는 말이 아까운, 그냥 비싼 명품 소갯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널리고 널린 광고가 태반인 명품 소개 잡지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히려 최신 트렌드나 신상을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잡지보다도 못합니다.

그 외 만화는 "피너츠 완전판 5"가 별점 4점으로 올해의 베스트이며, 다른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했습니다. 딱히 소개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결산평 : 

순수한 책만 따져서 올해도 완독한 책이 100 권이 넘네요.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기에 만족스럽습니다. 추리, 호러 등 장르 문학은 최근 점수가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도 작년 보다는 조금 나은 듯 해서 다행이고요. 내년에는 보다 재미있고 가치있는 작품을 많이 읽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7/01/22

보석 천 개의 유혹 - 에이자 레이든 / 이가영 : 별점 4점

보석 천 개의 유혹 - 8점
에이자 레이든 지음, 이가영 옮김/다른

보석과 관련된 역사 속 일화를 소개하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미시사는 워낙에 좋아하는 분야이지만, 요새는 이쪽 책만 읽는 느낌이네요.

이 책은 크게 보석의 가치가 가상적이며 주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첫 번째 장, 보석이라는 실체가 만들어 낸 감정의 좋거나 나쁜 결과를 다룬 두 번째 장, 보석을 갖기 위한 노력이 모종의 성과를 거둔다는 세 번째 장으로 나뉩니다. 

이 중 첫번째 장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세 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레나페 인디언이 네덜란드인에게 맨해튼을 유리 구슬 몇개에 판, 아직도 세계적인 비웃음거리인 거래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물건의 가치는 가상적, 상대적, 주관적이며 당시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당연한 생각을 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하지 못했는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인디언에 대한 저도 모를 편견과 차별이 제 마음 속에 있었기 때문이겠죠? 하여튼, 상세한 자료 조사를 통해 저자는 당시 인디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동그란 유리 구슬은 인디언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금이라고 해도 무방한 가치가 있었던 보석이며, 맨해튼은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슾지대로 그나마 굴을 채취하는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던 불모지였기에 이 거래는 충분히 타당했다고 알려줍니다. 게다가 레나페 인디언은 섬의 소유권자도 아니고 그냥 섬을 드나들며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니 거래를 마다할 이유도 없었고요. 마지막에 네덜란드인들도 '육두구'를 위해 이 섬을 영국에 넘겨버렸으니, 결국 가치는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이아몬드가 실상 그렇게까지 대단한 보석은 아니지만 독점기업인 드 비어스의 천재적인 책략으로 현재의 보석의 왕 지위를 굳히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나 '결혼'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 처럼 인식시키는 일련의 마케팅 작업이 대 성공을 거둔 결과라고 하네요. 드비어스가 만들어낸 것은 '욕망'이고 이것이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 냈다는 것으로, 독점 기업이 채굴량을 조절하여 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은 석유 산유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위기를 마케팅으로 타개한걸 보면 정말로 시대를 앞서간 회사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추후 보석을 사더라도 다이아몬든 왠만하면 사지 않는게 좋다는 팁도 함께 전해 줍니다. 살 여유는 없지만요.

세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보석은 에메랄드입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하고는 정반대더군요. 에메랄드는 정말로 희귀한 성분들이 그야말로 '대격변'이라고 부를 만한 지구의 큰 움직임을 통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보석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보석'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에메랄드에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들이 쭉 소개되는데 핵심은 에스파냐의 이사벨라 여왕, 콜롬버스로 대표되는 신세계 탐험과 여기서 발견된 에메랄드 광산 이야기로 에스파냐 왕조는 예상치 못한 성공 덕분에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이를 '성전'에 낭비해 전성기가 짧게 끝났다는 내용입니다. 이 와중에 에스파냐가 국채를 발행하는 등 현대 자본주의의 기초를 다지기도 했는데, 너무 막대한 양의 에메랄드가 수입되어 가치가 폭락하는, 이른바 네덜란드 튤립 폭락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 무너져 버렸다는 등 여러모로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 장은 보석이라는 실체가 만들어 낸 감정의 좋거나 나쁜 결과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갖고 싶다는 욕망'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사건이 주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인 유명한 마리 앙트와네트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제외하면 다른 두 편은 보석과 그에 대한 욕망이 사건을 일으켰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인 엘리자베스 여왕과 진주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진주를 좋아했고, 특히나 언니 메리에게 에스파니아 왕 펠리페가 선물한 진주에 반했다 하더라도 에스파냐의 무적 함대와 결전이 벌어진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니까요.
세 번째 이야기인 로마노프 왕가와 파베르제 달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능한 차르와 곪아가던 러시아 상황이 맞물려 폭동이 반란이 되는 일련의 과정은 파베르제 달걀과 무관한 탓입니다. 러시아 민중은 앙트와네트의 목걸이와는 다르게 이 달걀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요. 다만 이후 국제적인 장물아비 해머가 스탈린을 위해 러시아의 구 황실 소유 보석을 판매하며 드 비어스와 같은 천재적인 마케팅 책략을 구사했던게 파베르제 부활절 달걀의 전설을 만들어 내었다는 후일담은 재미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 초기 극장판의 소재 중 하나로 쓰일 정도로 유명해진건 다 해머 덕분인 것이지요. 그러나 보석 판매로 얻은 수익이 스탈린, 소련으로 흘러들어가 냉전 시대의 한 축을 만들게 되었다는 주장은 지나친 과장입니다.
마리 앙트와네트 이야기도 마리 앙트와네트가 꽤 괜찮은 왕비였다는 해석은 신선했지만,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에서 수없이 다루어 왔던 이야기로 별다른건 없습니다.

세 번째 장은 보석을 갖기 위한 노력이 긍정적 결과를 낳은 사례를 소개하는데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의 진주왕 미키모토 코이치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손목 시계가 널리 퍼지게 된 이유입니다. 이 중 첫 번째 이야기가 흥미로왔습니다. 진주왕 미키모토의 이런저런 일화들이 아주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양식'임을 감추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여 오히려 자신의 진주들 가치를 높인 전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손목 시계 이야기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손목 시계가 널리 퍼지게 된 이유가 전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 장황하게 풀어낸 듯 합니다. 어차피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별로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큰 주제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글솜씨도 괜찮습니다. 뭔가 큰 흐름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계속 덧붙이는데, 이게 이야기와 결국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재미를 전해주거든요. 마리 앙트와네트 이야기에 소개된 호프 다이아몬드 이야기다 대표적입니다. 오래전 이런 저런 책을 통해 저주의 다이아몬드 이야기는 많이 접해보았는데, 이는 다이아몬드를 마지막에 소유했던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포장하여 소문낸 것에 불과하다는군요. 윈스턴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호프 다이아몬드를 기부한 것도 역시나 선의만은 아니었습니다. 소문 탓에 호프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하여 미국 국세청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경이로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 진상이니까요. 그 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이렇듯 재미도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입니다. 저자가 보석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역사와 물리학을 공부했다는 경력이 허투른 것은 아니라 생각될 정도이며, 첫번째 장은 별점 5점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후 이야기들은 그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에 비해 도판이 충실하지 못한 점 정도였달까요? 이런 류의 미시사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2022/02/26

세계를 매혹한 돌 - 윤성원 : 별점 3점

세계를 매혹한 돌 - 6점
윤성원 지음/모요사

보석과 주얼리가 주제인 책인데, 이전에 읽었었던 "보석 천 개의 유혹"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석과 주얼리의 유행과 디자인 변천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행이 사회적인 분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건, 얼마전에 읽었던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은 보석과 주얼리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또 보석과 주얼리는 가격 때문에 사회 지도층이 관련될 수 밖에 없어서, 실제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왔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단순한 보석, 주얼리 유행 통사가 아닌, 약간 미시사적인 측면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국가별로 달랐던 유행의 이유는 그 국가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베를린 아이언은 철로 만들어진 주얼리로 프로이센의 대 나폴레옹 해방전쟁 당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기념품이었습니다. 귀부인들이 군자금에 보태기 위해 금 주얼리를 기부하고, 철로 만든 베를린 아이언 주얼리를 대신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독일 민족의식 발현이라는 속 뜻과 무관하게, 적국이었던 프랑스에서는 1 제정 몰락 후 왕정복고기에 문학, 건축 등 전 분야에서 중세 고딕 문화가 유행했던 탓에 베를린 아이언이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왕정복고기에는 고가의 큰 보석을 사용할 수 없었던 현실도 한 몫 했었고요. 

반면 영국에서는 19세기에 16세기 르네상스를 베낀 주얼리가 유행했습니다. 상류층이 19세기의 놀라왔던 예술, 문학, 과학 기술의 진보를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와 동일시했던 덕분이었습니다.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갈 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유행이었겠지요. 아울러 이 때 로마, 이집트, 헬레니즘 및 에트루리아 유적 발굴로 고고학적 복고 양식도 함께 유행했다고 합니다.

특정 아이템의 변천사도 흥미로왔습니다. 여성의 목을 감싸는 초커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단두대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유행이 시작되었었습니다. 색깔도 빨간색이었고요. 허나 19세기에 접어들며 검은색 초커는 매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마네의 "올랭피아" 등으로 잘 알 수 있고요. 이후 영국 알렉산드라 왕세자비가 갑상선 수술 흉터를 감추기 위해 다이아몬드와 진주가 여러 줄 세팅된 폭넓은 초커를 착용하기 시작한 뒤, 19세기 말 ~ 20세기 초 유럽 상류층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네요. 지금의 문신 (타투) 유행과도 조금 비슷하지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문신은 범죄 등 안 좋은 이미지의 대명사였는데 요새는 인스타그램 셀러브리티 등을 통해 일종의 패션 아이템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초커의 유행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으로도 잘 알 수 있는데, 클림트의 그림 속 초커 실물은 나치의 압류 이후 사라졌다니 이 역시 하나의 흥미로운 역사 속 일화로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입니다.

이러한 흥미로운 역사 일화는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인류 역사상 안정과 번영을 가장 길게 누렸고, 그 어느 때 보다 탐미적이었던 '벨에포크' 시대에서 유행을 선도했던 사교계의 중심지 막심 레스토랑을 무대로 화려함을 뽐냈던 3대 고급 매춘부인 라 벨 오테로, 리안 드 푸지, 에밀리엔 달랴숑의 승부 이야기처럼요. 이 일화와 함께 소개되었던 당시 쥬얼리는 도판만 보아도 그 화려함이 남다른 수준이라 과연 '벨에포크'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사교계를 주도했던 에스터 가문의 안주인 캐럴라인과 신흥 부호 밴더빌트 가문의 안주인 알바 밴더빌트의 승부와 거래 역시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고요.

그 외에도 벨에포크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 황후와 그녀의 쥬얼리, 영국 메리 왕비가 혼란기에 수집했던 당대 유럽 왕실의 명품 쥬얼리들 이야기도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와 함께 소개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상징과도 같은 '블라디미르 티아라'가 어떻게 영국 왕실까지 흘러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독일 공주로 러시아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셋째 아들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과 결혼했던 마리아 파블로브나 '미첸' 블라디미르 대공작 부인이 러시아 혁명 당시 몸을 피하면서 진짜 값비싼 보물을 블라디미르 궁전 비밀 장소에 숨겨두었었는데, 그녀의 친구였던 영국인 예술품 딜러 앨버트 스토퍼드가 노동자로 변장해서 궁에 잠입한 뒤 보물을 꺼내어 런던으로 빼돌렸다는, 혁명과 모험이 모두 들어가있는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를 메리 여왕이 구입하여 지금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공식 석상에 착용하고 나오게 되었다는건 참 많은걸 느끼게 해 주고요. Winners takes it at all 인 거겠지요? 

1차대전 후, 아르누보와 벨에포크 복고풍 로코코는 모두 옛 것이 되었고, 미래지향적이고 기하학적인 모티브의 디자인의 유행은 야수파, 입체파 등의 미술사조, 디자인의 바우하우스의 등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네요. 부족해진 남성들 대신 여성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쥬얼리 디자인이 많아졌다는 것도 눈에 뜨이고요. 인도 마하라자들의 어마무시한 쥬얼리 컬렉션들, 1922년 투탕카멘 발굴을 통한 동서양이 융합된 디자인의 유행과 2차 대전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주얼리 유행 테마들 소개도 볼만했습니다.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이아몬드 제국 드비어스의 탄생과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로 기억되는 성공 공식에 대한 설명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광고를 누가 어떻게 집행했는지를 다루는 글은 처음 읽어보기도 했고요.

전문적으로 쓰여진 글로 보기에는 저자의 개인 경험과 개인 생각에 대한 비중이 높으며, 미시사 서적으로 보기에는 쓰여진 내용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여러가지 자료적인 가치도 높은 책인 덕분입니다. 도판만 보아도 값어치는 충분히 합니다. 보석, 주얼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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