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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31

가라오케 가자! - 와야마 야마 : 별점 4점

야쿠자 쿄지는 조직의 두목이 주관하는 가라오케 대회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절대음감을 가진 두목은 부하들의 노래를 평가해 꼴찌에게 직접 문신을 새겨주는 끔찍한 벌칙을 내리는데, 쿄지는 노래에 영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벌칙을 피하기 위해 쿄지는 중학교 합창부 부장 사토미에게 개인 교습을 부탁하는데...

와야마 야마의 단권 완결 만화입니다. 조금 황당한 일상계 개그 드라마인데, 야쿠자가 노래 대회에서 꼴찌를 하지 않으려고 중학생에게 노래를 배운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미쳤습니다. 심지어 대회를 주관하는 두목은 절대음감의 소유자이고, 벌칙은 두목이 직접 새겨주는 형편없는 문신이라니,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어요.

중학교 합창부 부장인 사토미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느닷없이 나타난 야쿠자의 부탁에 벌벌 떨지만, 정작 쿄지 앞에서 태연하게 볶음밥을 시켜 먹고, 노래를 가르칠 때는 할 말도 다 합니다. 다른 야쿠자들에게도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고요. 야쿠자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허술하고 능글맞은 쿄지와, 겁은 많으면서도 은근히 당돌한 사토미 사이의 티키타카가 정말로 재미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가라오케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과정도 자연스럽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가라오케 대회 장면입니다. 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죽었다고 착각한 사토미는 자신의 합창 공연까지 포기하고 야쿠자들의 가라오케 대회장에 난입합니다. 그리고 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18번인 X JAPAN의 "쿠레나이"를 열창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대박입니다. 처음에는 쿄지의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우스꽝스러운 소재에 불과했던 "쿠레나이"가 마지막에는 사토미의 감정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변성기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던 사토미가 쿄지를 위해 전력을 다해 노래한다는 점에서요. 처음 등장했던 노래가 마지막 절정부를 장식하는 수미쌍관식 구성으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 "쿠레나이"를 듣고 즐겼던 세대라서 더 재미있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저 노래는 정말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쿄지는 죽기는커녕 멀쩡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저 사고를 당했을 뿐인데 사토미가 혼자 오해한 것이지요. 이 어처구니없는 반전까지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이후 3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과, 쿄지의 팔에 새겨진 사토미의 이름도 재미있는 마무리입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필요한 내용은 모두 담겨 있어 한 권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기본 설정부터가 황당한 만큼 전개에도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야쿠자라고 해도 중학생에게 노래 교습을 부탁하고, 그 중학생이 야쿠자들 사이를 이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가 단순한 우정이나 교감을 넘어 동성애적인 분위기로 묘사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독특한 관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굳이 그런 뉘앙스까지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기발한 기본 설정부터 개성적인 캐릭터, 기막힌 유머와 마지막 "쿠레나이" 장면까지, 짧은 분량 안에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애니메이션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쿄지가 얼마나 노래를 못하는지 벌써부터 궁금하거든요.

2026/10/30

중공(中空) - 도리카이 히우: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십 년에 한 번 피는 '대나무 꽃'을 촬영하기 위해 식물 사진가인 네코타 나츠미와 자연 관찰가 도비야마는 행상인 료안의 도움으로 오스미반도 남단에 위치한 '치쿠모 마을(竹茂村)'을 방문했다. 이곳은 단 7가구의 주민들이 '노장사상(장자의 사상)'을 생활 규범으로 삼아 숨어 살듯 지내는 매우 폐쇄적인 마을로, 20년 전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방문한 직후 마을에서 키우던 동물들이 화살에 맞아 죽더니, 결국 주민 중 한 명인 메구미 돈이 '목 없는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이후 미쓰루, 료안 등이 차례로 죽지만 마을 공동체가 경찰의 수사마저 거부하자, 도비야마와 네코타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도리카이 히우의 데뷔작으로, 제21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우수상 수상작입니다. 원서로 읽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인 "죽음의 모래시계"가 영 별로였기에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생각보다는 좋았습니다.

폐쇄적인 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은 추리소설에서 흔하디흔한 설정입니다.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패턴이니까요. 치쿠모 마을은 장자의 사상을 따르는, 일종의 가족 같은 공동체입니다. 완벽하게 닫힌 공간은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 용의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후더닛물'이라는 점에서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전형을 충실히 따릅니다.

추리적으로는 볼 만한 점이 많습니다. 메구미 돈의 참수, 미쓰루의 의문사, 료안의 살인 등 사건이 풍성합니다. 메구미 돈의 목은 누가, 왜 잘랐는지, 모두가 같은 술잔을 돌려 마셨는데 왜 미쓰루만 독살되었는지 등의 수수께끼도 흥미롭습니다. 탐정 역할의 도비 선배가 밝혀내는 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구미 돈은 미쓰루의 약혼자 아키라에게 최면을 걸어 제정신을 되찾게 하려 했습니다. 아키라가 어린 시절 참극을 일으킨 뒤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동물들을 죽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최면술 도중 아키라에게 빙의한(?) 다케시의 망령이 돈에게 화살을 쏘고 맙니다. 돈은 고통을 끝내기 위해 미쓰루에게 자신의 목을 베어 달라고 부탁했고, 함께 최면에 걸렸던 미쓰루가 그 말에 따라 목을 베었지요.
미쓰루는 이 사건 이후 죄책감으로 스스로 독을 먹고 자살했습니다. 술잔을 이용한 독살 사건은 애초에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돈의 친구 료안이 미쓰루를 구하려고 입에 손을 넣어 토하게 한 행동 때문에, 아키라는 료안이 미쓰루를 독살했다고 오해합니다. 결국 아키라는 료안을 살해합니다.

이러한 진상을 밝혀내는 근거도 작품 곳곳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미쓰루가 들고 다니던 기묘한 봉의 정체가 바람총이었다는 점, 메구미 돈이 소장한 최면술 관련 서적 등이 대표적입니다. 네코타가 말한 '해석'을 료안이 할복할 때의 '가이사쿠'로 오해했던 대목도 재미있는 단서이고요.

배경 설정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장자의 사상을 사건에 연결한 발상이 독특합니다. 지도자인 '소' 가문은 장자의 직계 후손으로 여겨져 마을에 군림해 왔고, 소 가문의 대를 잇는 문제가 사건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죽림칠현에서 따온 주민들의 성씨 같은 세부 설정도 탄탄하고요. 또 이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장자의 사상을 소개하는데,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 마음에 듭니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치쿠모 마을의 폐쇄적인 분위기 묘사도 좋습니다. 대나무 꽃에 대해서도 몰랐던걸 많이 알게 되었고요.

그러나 핵심 반전은 화자인 네코타가 아키라를 남자로 착각한 데 크게 의존합니다. 미쓰루가 성인이 되는 날짜도 아닌데 성인 대접을 받는 이유는 결혼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 상대는 아키라뿐이라는 설명에는 무릎을 치게 됩니다. 그 외에도 네코타가 착각한 이유는 나름대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화자의 착각에 지나치게 의존한 반전이라 반칙처럼 느껴집니다. 아키라가 중요한 모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것도 작위적이에요.

사건의 진상에도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최면술로 아키라의 정신을 되찾게 한다는 설정부터 무리입니다. 메구미 돈이 고통을 멈추기 위해 목을 베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사람의 목을 단칼에 베는 일이 그렇게 간단할 리도 없습니다. 장자의 후손을 모신다는 이유로 마을 전체가 장자의 사상에 지배된다는 설정도 대담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마지막에 아키라가 네코타 일행을 살해하려 한 이유도 불분명해요. 둘만 죽이면 소 가문의 후계자로 어떻게든 마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여겼던걸까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연성에는 문제가 있지만, 기묘한 수수께끼와 독특한 배경을 좋아하는 추리소설 독자라면 읽어볼 만합니다.

2026/10/25

소실점 (2026) - 청웨이하오: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아파트에서 집을 나선 소년 창눠가 사라졌다. 집을 나선 뒤 건물 현관에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친하게 지냈던 잉잉 누나의 집인 302호에 들렀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곳에서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2. 도박에 빠진 옌우는 빚에 쫓기다 급사한 아버지의 돈을 써버린 뒤, 아버지 시신을 은닉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3. 린위퉁은 예전에 살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해서 이사했다. 이 사실을 우연히 공유하게 된 회사 동료 아준과 함께 사건 수사에 나선다. 

별개로 보이는 세 개의 사건이 동시에 펼쳐지는 중국산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추천하는 기사를 읽고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위의 세 사건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이 돋보입니다. 아이의 실종, 시신 은닉, 과거의 성폭행 사건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각각의 의문이 다른 사건의 해답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된 덕분입니다.

요약하자면, 아이의 실종은? 잉잉의 집 302호와 옌우의 집 301호를 잇는 비밀 통로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통로를 발견한 창눠가 301호에 들어왔다가, 마침 시신 은닉을 하던 옌우와 마주쳐서 감금당했던 겁니다. 과거 성폭행 사건은? 302호에 사는 잉잉의 아버지 쉬즈제가 비밀 통로를 통해 저질렀습니다. 그는 인테리어 공사 업자라는 직업을 이용해 두 집을 잇는 통로를 만들었고요.

이러한 진상이 드러나기까지, 잘 배치된 단서와 복선으로 이야기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전개도 좋으며, 스릴러물답게 긴장감도 잘 불어넣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옌우 시점의 촬영분입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숨겨야 하는 그의 상황을 따라가는 화면에서는 갑갑하면서도 날이 선 듯한 긴장감이 잘 전해집니다. 당장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을 영상으로 잘 살리고 있어요.

그러나 다소 길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특히 린위퉁과 아준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나 두 사람이 탐정처럼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이 너무 길어요. 사실 아준은 나올 필요도 없고요. 이런저런 불필요한 요소를 쳐내고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을 조금 줄였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전개도 아주 매끄럽지만은 않습니다.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을 연결하는 방식에 작위적인 부분이 있는 탓입니다. 잉잉이 지나치게 입을 다무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옌우가 시신을 숨기는 데 필요한 타일을 산 곳이 하필 쉬즈제의 가게였다는 우연도 지나칩니다. 쉬즈제가 옌우를 찾아가 다그치는 장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웃집 남자가 사람을 죽일 배짱도 없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무슨 수로 확신한 것일까요? 평소 만만하게 보았더라도 옌우 부친의 시신을 발견한 순간에는 질겁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옌우를 몰아붙이는 태도는 억지스러웠어요.

옌우의 집이 쉬즈제의 바로 이웃집이라는 사실을 마지막 순간까지 감추는 방식도 반칙처럼 느껴집니다. 관객은 알려주지 않은 정보를 알 방법이 없으니까요. 물론 이 관계를 일찍 드러냈다면 비밀 통로와 실종의 진상이 뻔해졌겠지만, 그렇더라도 핵심적인 공간 정보를 감춘 채 유지하는 반전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네요.

아울러 경찰이 너무 하는 일이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아이가 건물 밖으로 나간 흔적이 없다면 당연히 아파트 전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랬다면 옌우의 범행과 실종 사건의 진상은 훨씬 일찍 드러났을 것입니다.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수께끼가 유지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잘 만든 범죄 스릴러라는건 분명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