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쿄지는 조직의 두목이 주관하는 가라오케 대회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절대음감을 가진 두목은 부하들의 노래를 평가해 꼴찌에게 직접 문신을 새겨주는 끔찍한 벌칙을 내리는데, 쿄지는 노래에 영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벌칙을 피하기 위해 쿄지는 중학교 합창부 부장 사토미에게 개인 교습을 부탁하는데...
와야마 야마의 단권 완결 만화입니다. 조금 황당한 일상계 개그 드라마인데, 야쿠자가 노래 대회에서 꼴찌를 하지 않으려고 중학생에게 노래를 배운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미쳤습니다. 심지어 대회를 주관하는 두목은 절대음감의 소유자이고, 벌칙은 두목이 직접 새겨주는 형편없는 문신이라니,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어요.
중학교 합창부 부장인 사토미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느닷없이 나타난 야쿠자의 부탁에 벌벌 떨지만, 정작 쿄지 앞에서 태연하게 볶음밥을 시켜 먹고, 노래를 가르칠 때는 할 말도 다 합니다. 다른 야쿠자들에게도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고요. 야쿠자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허술하고 능글맞은 쿄지와, 겁은 많으면서도 은근히 당돌한 사토미 사이의 티키타카가 정말로 재미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가라오케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과정도 자연스럽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가라오케 대회 장면입니다. 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죽었다고 착각한 사토미는 자신의 합창 공연까지 포기하고 야쿠자들의 가라오케 대회장에 난입합니다. 그리고 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18번인 X JAPAN의 "쿠레나이"를 열창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대박입니다. 처음에는 쿄지의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우스꽝스러운 소재에 불과했던 "쿠레나이"가 마지막에는 사토미의 감정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변성기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던 사토미가 쿄지를 위해 전력을 다해 노래한다는 점에서요. 처음 등장했던 노래가 마지막 절정부를 장식하는 수미쌍관식 구성으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 "쿠레나이"를 듣고 즐겼던 세대라서 더 재미있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저 노래는 정말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쿄지는 죽기는커녕 멀쩡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저 사고를 당했을 뿐인데 사토미가 혼자 오해한 것이지요. 이 어처구니없는 반전까지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이후 3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과, 쿄지의 팔에 새겨진 사토미의 이름도 재미있는 마무리입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필요한 내용은 모두 담겨 있어 한 권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기본 설정부터가 황당한 만큼 전개에도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야쿠자라고 해도 중학생에게 노래 교습을 부탁하고, 그 중학생이 야쿠자들 사이를 이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가 단순한 우정이나 교감을 넘어 동성애적인 분위기로 묘사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독특한 관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굳이 그런 뉘앙스까지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기발한 기본 설정부터 개성적인 캐릭터, 기막힌 유머와 마지막 "쿠레나이" 장면까지, 짧은 분량 안에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애니메이션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쿄지가 얼마나 노래를 못하는지 벌써부터 궁금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