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건 1~8 세트 - 전8권 - 임정덕 지음, 황현명 옮김/PENABi |
20년도 더 전에 국내에 소개되어 짧지만 굵었던 인기를 누렸던 대만 만화, 임정덕의 "영건"이 복간됩니다! 원건평과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제서야 그 답을 알 수 있게 되었네요.
e-book으로도 꼭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 영건 1~8 세트 - 전8권 - 임정덕 지음, 황현명 옮김/PENABi |
20년도 더 전에 국내에 소개되어 짧지만 굵었던 인기를 누렸던 대만 만화, 임정덕의 "영건"이 복간됩니다! 원건평과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제서야 그 답을 알 수 있게 되었네요.
e-book으로도 꼭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3류 대학에 다니던 졸업반 취업준비생 료타는 집 앞에서 우연찮게 야쿠자들의 총격전에 휘말렸다. 도망가던 료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야나기바 구미의 두목 야나기바와 부하 히노는 어쩔 수 없이 료타의 집에 숨어들었고, 이후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일본 드라마 한 시즌을 전부 챙겨본 건 오랜만이네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다룬 일본 드라마는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주로 '먹으러' 다니던 최근 트렌드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요리사 역할이 등장하며, 그 역할을 수행하는 야나기바가 야쿠자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단순히 독특함을 위한 설정은 아닙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한 끼를 최선을 다해서 잘 먹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요리를 잘 한다는 설정이거든요. 그래서 요리 실력에 대해 나름대로 설득력을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료타의 집에 숨어지낸다는 설정 덕분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집밥"이 중심이라는 점도 좋았고요.
또 이러한 설정과 내용, 요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면 야나기바를 빚 받으러 온 건달로 오해한 료타의 친구 요스케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심부름을 보냈을 때, 일부러 음식 재료를 묘하게 잘못 사 오지만(그래서 요리를 실패하면 요리사가 아닌 것으로 들통나도록), 오히려 그걸로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식입니다.
요리 드라마답게 방송을 통해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라던가 비결도 확실하게 알려주는 점도 좋았어요. * 혹 요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TV Tokyo 홈페이지에 공개된 레시피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초중반부까지뿐, 뒤로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수습이 안 될 정도로요. 야나기바에게 협력하던 야쿠자 똘마니가 죽는 등 흥겨웠던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가고, 마지막 편은 야나기바가 사실은 경찰이었다! 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야쿠자보다야 경찰이 낫기는 합니다. 야나기바 두목이 아무리 요리를 잘 하고, 의리도 있고, 료타와 친구들의 고민을 허투루 듣지 않고 어떻게든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등 그야말로 멋진 '어른'처럼 그려지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야쿠자를 미화하는 작품은 쓰레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깡패에 불과한 인간들로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존재들이니까요. 협객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 중반부에서 아무런 복선도 보여주지 않다가(유일한 복선이라면 료타의 집 창문 밖을 항상 바라본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 정도로 야나기바가 경찰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마지막 회 10분 정도를 남기고 '경찰이다!'라니 이건 너무 상식 밖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급작스럽게 끝날 정도로 인기가 없었나 싶은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료타와 료타 친구들의 성장기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볼만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에피소드 한두 편에서 다루어지고 끝나는 정도라 부족하며, 료타의 취업도 그 동안의 고군분투가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탓입니다. 갑자기 끝난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인 셈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초중반부까지의 재미와 10화로 완결되는 짤막한 구성은 좋지만 료타의 취업 분투기, 야나기바의 야쿠자 조직 사냥, 요리,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지는데에는 실패한 작품입니다. 권해드리기는 어렵네요.
| 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정은문고 |
유명한 장서가로 수 만권(2~3만 권 정도?)의 책을 보유한 저자가 장서 보유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입니다. 개인 경험담과 이런저런 생각을 펼쳐보이는 에세이지만, 장서 구입과 관리 등 다양한 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실용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의 성격만 보면 얼마 전 읽은 "책장의 정석"과 비교됩니다. 차이점이라면 "책장의 정석"은 가지고 있는 책을 '관리'하는 팁을 제공한다면(심지어 관리할 수 있는 분량만 보유하도록 적절한 처분법마저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의 장서가를 위한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관리'를 위해 책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저자 스스로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편이 낫다'고 하는데, 이는 "책장의 정석"과 일치합니다.
다양한 일화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개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들은 당연히 아주 실감나고요. 헌책방, 고서를 찾거나 구입하는 것에 얽힌 본인의 경험담, 그리고 책을 정리하는 방법과 팁 등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 합니다.
다른 장서가들과의 인터뷰라던가 그들만의 책 보관 방법, 장서가가 등장하는 여러 가지 영화와 콘텐츠 등 장서에 얽힌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도 가득합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이 사는 집"을 지은 장서가 네기시 씨의 인터뷰였습니다. 이유는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죠.
책을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소개하면서도,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책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서관을 잘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관련된 원고를 쓰다가 어쩌다 보니 도서관에 대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는데, 정말이지 저자는 어쩔 수 없는 장서가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자가 소개하는 이 분야의 베스트는 오다 미쓰오의 "도서관 산책"입니다.
그리고 책을 줄이는데 제일 효과적일 수 있는 전자 서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눈에 띕니다. 책은 단순히 내용물로만 구성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동의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전자 서적의 발전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아울러 장서가답게 이런저런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이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 정리법(책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을 송나라 학자 구양수의 시필에 나온 '명창정궤'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상, 그 위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지 않냐는건데, 이를 12세기 일본의 가인 가모노 조메이의 움막과 연결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걸 보면 학식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저도 이렇게 자연스러운 인용과 연결이 가능할지 궁금해지네요.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인용이 많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문필가 요시다 겐이치의 말인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말입니다. 하루에 세 권씩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와 닿습니다.
유명한 장서가 다니자와의 명서 감정술도 비슷합니다. "명저라는 홍보에 넘어가 샀던 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류 이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지 않았다면 초일류를 초일류라고 인정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것인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당연하지만 이런저런 책들도 제법 소개되는데 이 중에서는 영화 속 서점과 도서관이라는, 영화 속에 책이나 책장이 나오는 영화를 엮어놓은 책이 가장 끌립니다. 영화 언젠가 책 읽는 날의 후일담을 엮은 동명의 책에서 영화 속 주인공인 독서가 미나코가 좋아한 10권의 책 목록도 마찬가지예요. 아는 책은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과 앤 모로우 린드버그의 "바다로부터의 선물"밖에는 없는데, 저자 역시 극찬하고 있는 "티보 가의 사람들"은 굉장히 방대한 분량이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책은 실물 크기 일러스트에 의한 "낙엽도감"이지만요. 수집가로서의 장서가를 다룬 '남자는 수집하는 동물' 챕터에서 소개된 "소년소녀 쇼와 미스터리미술관"이라는 책도 꼭 읽어보고 싶고요.
이렇게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이런저런 유용한 팁이 많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한국의 거주 문화와 책에 대한 일반적인 경우를 놓고 보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말로 책을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보장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본인이 장서가시라면 한 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 역시 500권도 안 되는, 장서라고 하기는 초라한 수준의 책만 갖추고 있지만 책을 좋아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더 늘리면 안 될 것 같긴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미나코가 좋아한 10권의 책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티보 가의 사람들 - 마르탱 뒤 가르 (국내 출간)
안녕, 콜럼버스 - 필립 로스 (국내 출간, 굿바이 콜럼버스)
아름다운 여름 - 체사레 파베세 (국내 출간)
바다로부터의 선물 - 앤 모로우 린드버그 (국내 출간)
실물 크기 일러스트에 의한 낙엽도감 - 요시야마 히로시 / 이시카와 미에코
여자 - 카터 브라운
미국의 송어낚시 - 리처드 브라우티건 (국내 출간)
열두 달 반찬 - 고지마 신페이
하늘을 나는 교실 - 에리히 케스트너 (국내 출간)
사이좋은 부부 - 오다 사쿠노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