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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0

1% 확률의 마술 - 제프리 S 로젠탈 / 박민서 : 별점 3.5점

1% 확률의 마술 - 8점
제프리 S. 로젠탈 지음, 박민서 옮김/부표

확률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교양서적이지만, 실생활에서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재미있는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도박의 법칙으로, 주사위를 던지는 확률은 물론이고 포커, 블랙잭의 확률까지 제대로 분석해 줍니다.

일상생활에서 확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며, 아래와 같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방법으로 소개되는 "효용함수" 이론도 흥미로왔습니다.

효용함수 이론 :
결혼 장소로 밝은 날의 야외 오두막은 +1,000점이고 일반 결혼식장은 +800점을 부여한다. 그런데 만약 비가 오면 오두막은 결혼을 하기에는 최악인 상황으로 0점이 된다. 결혼식 날 비 올 확률이 25%라면, 효용함수를 계산하면 야외 오두막 : +1,000 × 75% + 0 × 25% = 평균 효용점수 750점 결혼식장은 800점 그대로이므로, 결혼식장이 더 나은 선택이다.

또한 연구 결과를 판단하는 확률인 p-value 계산법을 소개하며, 야구팬이라면 익숙할 새미 소사 코르크 배트 사건의 예를 들어, 그의 "단순한 실수였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이야기되는 여론조사의 함정 같은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었고요.

번역이 다소 딱딱한 느낌이 있고, 아는 내용도 많으며, 표나 그래프를 보다 정교하고 자세하게 실어주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보기 드문 책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수학, 특히 확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브릭 (Brick) - 리안 존슨 : 별점 3.5점

브랜든에게 전 여자친구 에밀리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브랜든은 그녀를 돕는데 실패했고, 그녀의 시체만 발견하게 되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결심한 브랜든은 에밀리의 최근 동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에밀리가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학교 최상류층 브래디쉬와 로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데...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정통 미국식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스릴러물입니다. 예상보다도 너무나 완벽한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주인공 브랜든부터가 그러합니다.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가 현대 고등학교에 환생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거든요.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사교성, 몸으로 부딪혀 성과를 내는 행동력, 힘의 균형을 잘 이용하여 줄타기하는 솜씨 등이 딱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탐정 그 자체입니다. "500일의 썸머"에서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독특한 이미지의 마약 조직 보스, 힘만 잘 쓰는 어깨 캐릭터, 전형적인 팜므파탈 등의 친숙한 캐릭터들도 하드보일드스럽게 적절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입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되어 주인공이 여러 세력 간의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지만, 복잡한 관계를 하나로 정리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전개를 보여주니까요.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앞뒤가 딱 들어맞고 복선과 단서들이 적절히 제공된다는 점, 그리고 하드보일드의 단점인 '운에 의지하는 과정이 많다'는 점도 똑같습니다.

때문에 "요새 누구랑 점심 먹는 줄 알아?" "점심은 어려워..." 같은 고등학생다운 대사 외에는, 딱히 고등학교가 무대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독특한 세계관은 좋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이왕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했다면, 살인과 마약 밀매 대신 조금 더 일상적인 범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물함을 터는 도둑으로 몰린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학교 내 조직 간 암투에 뛰어든다거나, 조직적인 컨닝으로 내신 등급에 영향을 받게 된 여자친구를 위해 사건 해결에 나선다거나... 이게 더 괜찮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하드보일드 영화로 보기 드문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네요.

2011/09/03

연쇄살인범 파일 - 헤럴드 셰터 / 김진석 : 별점 3점

연쇄살인범 파일 - 6점
헤럴드 셰터 지음, 김진석 옮김/휴먼앤북스(Human&Books)

연쇄살인의 정의에서 시작해 수많은 연쇄살인범들의 사례는 물론 그들의 최후와 미결 사건들, 그리고 연쇄살인범과 관련된 다양한 서브컬처까지 담아낸,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연쇄살인 백과사전입니다.

과거 콜린 윌슨의 저서에서 접했던 내용을 가볍게 뛰어넘는 방대함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푸른수염 질 드레, 마리 드 브랭빌리에 등 역사적 인물에서 시작해 17~19세기를 거쳐 2000년대까지 거의 전 시대를 망라합니다. 슈퍼스타이자 원조 격인 잭 더 리퍼는 물론, 샘의 아들 버코위츠, 보스턴 교살자 드살보, 언덕의 교살자들 비안치와 부오노, 고속도로 살인자 보닌, 새크라멘토의 뱀파이어 데이비드 카펜터, 미친 짐승 안드레이 치카틸로, 캔디맨 딘 코얼, 밀워키의 식인종 제프리 다머, 달빛 광인 앨버트 피쉬, 살인 광대 존 웨인 게이시, 플레인필드의 시체도둑 에드 게인, 고릴라 살인자 넬슨, 소년 미치광이 제시 포메로이, 나이트 스토커 리처드 라미레즈, 붉은 거미 루시안 스타니악, 조디악 등 그 수를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소개됩니다.

또한, 서구에 집중된 다른 저서들과 달리, 타 문화권 범죄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담긴 점도 마음에 듭니다. 20세기 최악의 연쇄살인범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콜롬비아의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1992년부터 7년 동안 140명 이상 살해), 아이들을 100명 죽이는 것이 목표였고 결국 달성했다는 파키스탄의 자베드 이크발, 안데스 산맥의 괴물 페드로 로페스(110명을 살해했다고 자백), 미해결 상태인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괴물 사건, 중국의 매춘부 살인자 리 원시엔(홍콩에 떠내려온 잔혹한 피해자의 사체로 서방 세계에 정체가 알려짐) 등의 정보는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힘들었거든요. 추후 증보판에는 "한국의 연쇄살인"에서 다룬 범죄자들이 추가되면 더욱 완벽해질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과학적, 역사적인 고찰도 포함되어 있는 점도 눈에 뜨입니다. 깊이가 아주 깊거나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중세의 늑대인간 전설을 사이코패스와 연관 지은 것은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사체의 상태를 고려하면, 당시 사람들이 짐승의 짓이라 여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죠. 또한, 거의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유년 시절을 겪었거나 머리에 외상을 입었다는 설명(물론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두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인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프로파일링 관련 이야기 등도 흥미로웠습니다.

연쇄살인범들이 체포된 계기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찰의 집요한 노력 외에도 범인의 실수나 순전한 우연이 작용한 경우가 많더군요. 대표적인 사례로, 릴링턴가의 괴물 존 레지널드 크리스티는 부엌 찬장에 시체 3구를 숨기고 벽지만 바른 뒤 이사를 갔다가 덜미를 잡혔다고 합니다. 또한, 영국의 ‘제프리 다머’라 불리는 데니스 닐슨은 토막 낸 사체를 화장실에 버리고 물을 내리다가 건물 파이프가 막혀 발각되었다고 하네요.

너무 많은 주제를 담아내려다 보니 편집이 다소 혼란스럽고, 목차와 색인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검색이 어렵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또한, 특정 인물이 여러 주제에 중복되어 등장하는 문제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쪽 방면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소장할 만한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충실한 각종 자료와 괜찮은 도판 등 여러모로 볼거리도 많은 편입니다. 너무 끔찍한 내용이 많아 남에게 권하기는 힘든 책이지만, 순수하게 자료적 가치로만 평가하면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집에 이 책을 두면 근처의 원귀들이 모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