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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0

브릭 (Brick) - 리안 존슨 : 별점 3.5점


전 여자친구 에밀리의 도움 요청을 받은 브랜든은 그녀를 도와주려 노력하나 실패한 뒤, 그녀의 시체만 발견하게 되었다.
브랜든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것을 결심하고 그녀의 최근 동정을 확인한 뒤, 에밀리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학교 최상류층 브래디쉬와 로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데...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정통 미국식 하드보일드 미스테리 스릴러물로 예상보다도 너무나 완벽한 하드보일드라 깜짝 놀랐어요. 일단 주인공 브랜든부터가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우가 현대 고등학교에 환생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줍니다.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사교성, 몸으로 부딪혀 성과를 내는 행동력, 힘의 균형을 잘 이용하여 줄타기하는 솜씨 등이 딱 선배 하드보일드 탐정 그 자체거든요. <500일의 썸머>에서와는 정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셉 고든 래빗의 연기도 좋고요. 그 외에도 독특한 이미지의 마약조직 보스, 힘만 잘 쓰는 어깨 캐릭터, 전형적인 팜므파탈 등의 친숙한 캐릭터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입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되어 주인공이 여러 세력간의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지만 복잡한 관계를 하나로 정리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전개가 그야말로 하드보일드! 별로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으나 이야기의 앞뒤가 딱 들어맞고 복선과 단서들이 적절히 제공된다는 것, 그리고 하드보일드의 단점인 운에 의지하는 과정이 많다는 점도 똑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요새 누구랑 점심 먹는 줄 알아?" "점심은 어려워..." 같은 고등학생다운 대사 이외에 딱히 고등학교가 무대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른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독특한 세계관은 좋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워요. 이왕지사 고등학교가 문제였다면 살인과 마약밀매 대신 조금 더 일상적인 범죄를 가지고 그려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사물함을 터는 도둑으로 몰린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학교 내 조직간 암투에 뛰어든다던가, 조직적인 컨닝으로 내신 등급에 영향을 받게 된 여자친구를 위해 사건 해결에 나선다던가.... (괜찮다~)

그래도 하드보일드 영화로 보기 드문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이야기의 스토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어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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