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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31

배트맨 이어원 - 프랭크 밀러 / 데이비드 마주켈리 : 별점 3.5점

프랭크 밀러 각본, 데이비드 마주켈리 작화의 한 권짜리 단일 이슈 배트맨 만화입니다. 그래픽 노블이라고 분류되어 있기는 한데, 제 기준으로는 만화입니다. 

배트맨의 탄생을 다루는 이야기를 고든의 시선으로 풀어낸 게 특징입니다. 브루스 웨인이 아닌 제임스 고든의 부임기와 고군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그래서 슈퍼 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부패한 경찰 조직과 맞서는 고든 중심의 느와르 장르 느낌을 강하게 전해줍니다. 배트맨도 전지전능한 영웅이 아니라, 늘 어딘가 다치고 실수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요.

프랭크 밀러 각본답게 이야기 완성도도 높습니다. 고든은 부패한 경찰 조직 안에서 고립된 채 홀로 싸우고, 브루스 웨인은 자경단 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이런 각자 정의를 추구하는 두 사람의 노선이 여러 위기를 겪다가 최종 결전에서 하나로 합쳐지며, 부패한 경찰들이 무너지고 고든과 배트맨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전개가 깔끔한 덕분입니다.

거칠고 묵직한 작화도 매력적입니다. 마초적이고 러프한 선이 느와르 장르 및 무거운 고담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본편 외에도 콘티, 인터뷰, 캐릭터 설정 등 다양한 부록이 수록돼 있어 소장가치도 높고요.

다만 독특한 점은 있다 하더라도, 배트맨 탄생 이야기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는 문제는 큽니다. 이를 뒤집을 만큼 전개에서도 극적인 드라마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대부분 주변 인물로 소비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든의 아내나 불륜 대상인 동료 여성은 그렇다 쳐도, 캣 우먼 셀리나 카일은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더군요. 하비 덴트도 비중에 비해 존재감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고요.

그래도 배트맨 단편 그래픽노블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프랭크 밀러가 왜 이 바닥에서 명불허전인지 잘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배트맨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25/10/26

디스펠 - 이마무라 마사히로 / 구수영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벽 신문 담당이 된 초등학교 6학년 사쓰키, 미나, 유스케는 마을 오쿠사토정에 전해 내려오는 ‘7대 불가사의’의 수수께끼를 풀어 기사로 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사쓰키에게는 1년 전 살해당한 사촌누나 마리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목적도 있었다. 마리코가 죽기 전 ‘6개의 불가사의’라는 괴담 글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쓰키는 벽 신문 취재를 핑계로 오컬트 애호가 유스케의 협조를 얻기 위해 벽 신문 담당으로 끌어들였다.

사쓰키는 논리적 관점, 유스케는 오컬트적 관점으로 괴담과 사건에 대해 추리하고, 추리 애호가 미나가 객관적으로 추리를 판단하기로 협의한 뒤 세 사람은 취재와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괴담이 오래 전 마을과 관련된 거대한 비밀, 그리고 '나즈테의 모임'이라는 조직에 대해 폭로한다는걸 알아내는데...

하무라-겐자키 컴비가 활약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로 유명한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최신작입니다. 괴담, 호러 및 오컬트와 추리를 엮고 있는 점에서 미쓰다 신조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리커시블"도 유사하다고 느껴졌고요. 몰락해가는 시골 마을, 마을에 전해지는 전설과 현재의 사건이 엮이는 전개,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요. 

하여튼, 무슨 작품을 떠올렸건 이 작품만의 확실한 장점,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마리코 언니가 남긴 '6개의 불가사의' 이야기마다 숨겨진 진상을 알아내면, 마지막에 '일곱 번 째 불가사의'인 마을에 얽힌 비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6개의 불가사의 각각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오쿠사토정 ‘6개의 불가사의’

첫 번째 불가사의 - S 터널의 동승자 :
내용 : 산 중턱 S터널에 놀러간 학생들 중 터널 끝까지 걸어간 세 명을 제외한 한 명이 차 안에서 죽고 말았다.
숨겨진 진상 : S터널은 일찍부터 '소몬' 터널로 알려져 있었는데, 소몬 터널은 휘어져 있어서 터널 끝에서 차가 보이지 않는다. 즉, S터널은 소몬 터널이 아니라 쭉 뻗은 사쿠라즈카 터널이었다. 이야기는 마리코 언니가 죽기 전날 사쿠라즈카 터널 안 멈춰있는 차에서 급사한 진케이 대학 교수 사건을 의미한다.

두 번째 불가사의 - 영원한 생명 연구소 :
내용 : 폐허가 된 신흥 종교 시설을 방문했던 학생들이 차례대로 무언가에 씌워져 죽고 말았다.
숨겨진 진상 : 영원한 생명 연구소는 종교 단체 시설로 사용하기 전에는 반도 정신 병원 건물이었다.

세 번째 불가사의 - 미시사 고개의 목이 달린 지장보살 :
내용 : K가 저주받은 목이 잘린 지장보살을 본 뒤, 누군가 K의 집을 찾아왔고 그는 죽고 말았다.
숨겨진 진상 : '누군가'가 정사무소, 병원, 도서관, '나즈테'에서 왔다고 소개하는 말에서 '나즈테의 모임'과 그들이 근무하는 직장을 알려준다. 또한 이 이야기는 K의 시점과 '그림자 괴물'의 시점이 교차되는 서술 트릭물이기도 하다. 

네 번째 불가사의 - 자살 댐의 아이 :
F는 면허를 따자마자 자살의 명소인 댐 수문 전망대로 향했다. 그곳 전화부스 전화기에 적혀있던 번호에 장난삼아 전화를 걸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숨겨진 진상 : 916-7O62라는 전화 번호의 의미. 숫자 0이 아니라 영문 대문자 O라는게 핵심이다. 다섯 번째 불가사의와 연결하면, 이건 책의 분류번호와 페이지이다.

다섯 번째 불가사의 - 산할머니 마을 :
내용 : 시어머니를 산에 버려 죽게 만든 며느리 가족은 장례식에서 이상한 아이를 본 뒤, 한 명씩 차례대로 죽었다. 결국 의식을 주관하던 절의 주지스님까지 죽고 말았다.
숨겨진 진상 : 할머니가 쓴 관용구 - 날개 돋치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등을 지다 - 를 통해 '책'을 주목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과거 계획을 무시했던 채굴 때문에 수십 명이 죽은 광산 사고가 있었고, 광산 마을에서도 연이어 사람이 죽거나 정신 이상이 생기는 비극이 있었다는게 드러난다.

여섯 번째 불가사의 - 우물이 있는 집 :
내용 : 오래 전, 후카자와무라라는 마을은 집마다 있는 우물을 통해 이상한 돌림병이 돌았다. 우물에서 무언가를 본 정사무소 직원에 의해 마을은 댐이 생긴 뒤 수몰당했다.
숨겨진 진상 : 정사무소 직원은 '열 가지 약속 중 단 한 가지'를 지키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를 '녹스의 십계'에 빗대면, 화자인 정사무소 직원이 범인이거나 오컬트적 존재인 신이 실존한다는걸 알려준다. 


이렇게 괴담들 진상을 풀어내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전개도 흥미롭고, 단순히 증언의 오류를 찾아내는 수준을 넘어 서술 트릭이나 리들 스토리 형태, 심지어 녹스의 십계까지 활용하는 추리적 장치가 돋보입니다. 덕분에 추리물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어서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임에도 쉽게 읽힙니다.

괴담의 진상뿐 아니라 마리코가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 있었습니다. 괴이가 사람들의 찬미를 통해 힘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축제를 연기했다는건데, 앞부분에서 교수가 목공소에서 축제 용품을 부쉈던 장면, 시바타 할아버지가 북이 이상했다고 했던 말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단서로 공정하게 제시됩니다.

유스케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오컬트적인 묘사 역시 인상적이며, ‘나즈테의 모임’이 은근히 아이들을 협박하고, 더 이상 진상 조사를 이어갈 수 없도록 만드는 장면은 꽤 섬뜩했습니다. 이야기 전반에 은근한 공포를 깔고가는게 꽤 매력적이었어요. 아이들 시점의 묘사들, 성장기로 보아도 흐뭇한 설정과 전개도 마음에 들고요. 아이들이라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 - 늦은 시간까지 멀리 돌아다닐 수 없음,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음 등 - 도 적절히 활용됩니다.

하지만 일찍이 '괴이'가 후카자와무라 사람들을 희생시켜 힘을 모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마을의 신관 가문 출신 무녀, 정사무소 직원 등이 힘을 합쳐 '나즈테의 모임'을 결성했다, 조력자인줄 알았던 사쿠마가 괴이였다는 진상과 사쿠마와의 대결이 펼쳐지는 결말은 아쉽습니다. 정통 본격 추리물에서 이형 호러 괴담으로의 방향 전환이 급작스럽고,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괴이가 초등학생들을 포함한 인간들에게 패배한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요.
왜 유튜버와 시바타 할아버지를 죽였는지 모르겠고, 인간의 모습으로 다녀야 한다는 제약 조건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에 비하면 무게감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미쓰다 신조 쪽이 훨씬 더 무섭고, 그 존재에 대한 설명 역시 더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미쓰다 신조 작품에서 괴이의 존재는 여운을 남기지만 핵심은 아닙니다. 오히려 등장하는 모든 기묘한 사건을 괴이와 무관하게 어떻게든 설명하지요. 이 작품처럼 명백하게 괴이가 등장해서 모든걸 정리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나즈테의 모임'이 초등학생들을 방관하는 설정도 이상했습니다. 어느 정도 알아냈다면 바로 진상을 알려주었어야 합니다. 그걸 못해서 모두가 다 죽을 뻔 했잖아요? 초등학생들을 방관해서 죽은 사람이 정장, 도서관 직원에 유튜버 두 명, 시바타 할아버지까지 모두 네 명인데(유튜버 댓글에 사쿠마를 만났다고 쓴 두 명도 포함하면 일곱 명), 불필요한 희생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괴담 풀이까지는 좋았지만 모든 진상과 반전이 드러나는 절정부와 결말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직전에 읽었던 두 편의 추리 소설이 소설로의 기본적인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졸작이라서 읽는 내내 즐거웠지만, 단점도 없지 않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재미는 전해주는 만큼, 추리와 호러 장르 애호가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25/10/25

역대급 영지 설계사 - 문백경 원작/ 이현민 각색 / 김현수 작화 : 별점 3.5점

문백경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입니다. 각색은 "질풍기획"의 이현민, 작화는 김현수가 맡았습니다. 

소설 전생물과 영지물의 전형을 따르지만, 몇몇 차별화된 설정이 재미요소입니다. 우선 전생을 한 게 원작 소설 속 주인공인 하비엘이 아니라, 초반에 죽는 악역인 망나니 귀족 로이드 프론테라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비교적 흔해진 설정이지만, 이 설정을 잘 살려서 이야기 몰입감을 높입니다. 이를 위해서 등장하는게 바로 주인공이 토목공학도라는 설정이고요. 로이드는 토목 지식을 바탕으로 닥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토목 공학에 최적화된 소환수와 능력들도 잘 어울립니다. 

주인공의 성장 방식도 차별화 요소입니다. 몬스터를 잡는 대신, 다양한 미션을 해결하며 레벨업이 진행되는데 과제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전략적인 요소도 함께 녹아 있거든요. 단순한 전투보다는 꽤 치밀한 계획과 인프라 구축 중심의 접근이 많다는게 특징이지요. 켄타우로스 폭주족과의 대결 결과로 경기장을 지어주고, 인어들에게 찜질방을 만들어 주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각색을 맡은 이현민의 빠른 전개와 과감한 개그도 잘 어울렸고, 김현수 작가의 작화 역시 인물 디자인과 액션, 컷 구성 모두 빼어납니다. 이 둘이 합쳐서 시너지를 불러 일으킨 명장면이 바로 아래의 '고기 사주는 짱친'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런 개그가 넘쳐납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전개 구조는 익숙하며, 결말 역시 깔끔하긴 하지만 특별한 여운은 남기지 않습니다. 지옥왕 헬카로스의 최후도 심심한 편이고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마무리된 작품으로, 완성도는 높습니다. 제가 본 전생물 중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만 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전생물이나 영지물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2025/10/24

그거 사전 - 홍성윤 : 별점 3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지만 명칭이나 유래를 잘 알지 못했던 물건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입니다. 원래는 매일경제 연재물입니다. 접할 때마다 흥미롭게 읽었는데, 책 한 권으로 묶여 나와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습니다. 

단순한 사물 설명을 넘어, 그것들이 가진 인문학적 의미까지 함께 풀어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집 반찬으로 자주 나오는 자차이를 소개하면서, 중국에서는 자차이의 지역별 판매량이 도시화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소비되는 반찬으로 도시 거주 인구수와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지표 역할을 하는 음식이 놀랍게도 커피라고 하네요. 이처럼 단순한 사물에서 출발해, 관련된 사회적 맥락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배달 음식 포장을 벗길 때 사용하는 랩칼을 다루면서는, 우리나라 배달 음식 문화의 역사가 함께 소개되고요. 과거 젓가락으로 그릇과 랩이 닿은 부분을 문질러 벗겨내던 '젓가락 신공' 소개는 저에게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초밥 사이에 넣는 인조 대잎에 대한 설명이 조지 오웰의 소설 "엽란을 날려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저자의 넓은 식견을 느낄 수 있었으며, 상표나 가격이 적힌 꼬리표를 고정하는 택핀 항목에서는 과거 서태지가 유행시키기도 했던, 흑인 문화에서 상표 태그를 떼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문화적 배경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여러가지 설 중에서도 '난 이렇게 대단한 물건을 새걸로 가지고 있다'는걸 자랑하고 과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건 확실히 그럴 듯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부심의 표현이었다는 것이지요.

도어 스토퍼를 다루며 엘러리 퀸의 "용 조각 문 버팀쇠의 비밀"을 언급한 대목은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반가왔습니다. 참고로, 원래 문 버팀쇠는 여닫이창을 열린 상태로 고정하기 위해 받쳐 세우는 막대를 뜻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오역이라고 하네요. 문이 천천히 닫히도록 하는 현관문 위에 달린 장치는 도어 체크, 혹은 도어 클로저라는 것도 도어 스토퍼 설명에서 소개되고요.

뚫어뻥의 어원은 흥미로운데, 1980년대 백광산업이 출시한 '백광 트래펑'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하수구 트랩에 펑크를 내는 도구라는 의미의 '트래펑'에, ‘뚫어’와 ‘뻥’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더해진 멋진 네이밍인데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는게 오히려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어원이라면 사이펀 펌프로 알고 있던 기름 펌프의 정식 명칭이 '간장 츄르츄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정보입니다.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의 기발한 발명가 닥터 나카마츠로, 그의 엉뚱하면서도 놀라운 발명 인생에 대한 짧은 소개도 인상 깊었어요.

여러 익숙한 물건들의 명칭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예를 들자면 중식당 회전 테이블의 '레이지 수잔', 신발끈 끝의 '애글릿', 끈이 통과하는 구멍인 '아일릿', 창문 잠금장치인 '크리센트', 마트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막대는 '체크아웃 디바이더', 겨울 가로수에 묶는 볏짚은 '잠복소', 사원증 목걸이 끈은 '랜야드'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신장개업 가게 앞에서 바람에 춤을 추는 풍선 인형에도 이름이 있었는데, '스카이댄서'입니다. 원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예술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예술가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민셜, 하지만 특허는 협업했던 풍선 예술가 가짓이 등록했다고 합니다. 가짓은 유대인이었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그 외에도 과일을 감싸는 포장재인 팬캡이나 과일망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 회 밑에 깔린 천사채의 한자가 '천사(天使)'가 아닌 '하늘이 내린 채소(天賜)'였다는 등 짧지만 밀도 있는 정보가 가득하고, 단순한 설명을 넘어 인문학적인 부분도 전해준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핵심이 되는 '그거' 말고는 도판이 부실하다는건 단점입니다. 연재물로 접했던 독자에게 별다르게 새롭게 전해주는 정보도 별로 없고요. '그거' 종류에 따라 분량도 조금씩 다르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되는 좋은 인문학, 잡학 서적이라 생각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가볍게, 하지만 의미도 있는 독서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5/10/19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원작 / P. 크레이그 러셀 그림 및 각색 : 별점 2점

로이스 로리의 유명 소설을 각색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철저히 통제되어 가족, 직업, 감정, 심지어 생명까지 모두 관리되며 사랑과 고통, 색채와 음악 같은 감각은 사라진 된 디스토피아 세계를 시각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교육이나 가정 환경,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 등에서 보여주는 세세한 설정과 묘사들이 인상적이에요.  

‘기억전달자’라는 설정도 눈에 띕니다. 잊혀진 역사와 감정, 추억 등 모든걸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보통 이런 인물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는 배제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존중받는다는게 독특했습니다. 선택된 후계자에게 기억을 넘겨주는 과정, 이전 후계자가 현 기억 전달자의 딸이었는데 자살을 택했다는 반전도 흥미롭고요.

작화도 좋습니다. 흑백에서 시작해, 기억 전달자가 된 조너스가 세상의 진실을 깨달으며 컬러로 전환되는 부분은 감정과 감각의 회복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만화로 각색해서 발표할만 했던 명장면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류의 디스토피아 SF 세계관은 이미 너무 많이 접한 나머지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상세한 나름대로의 설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바닥의 고전인 "1984"를 비롯하여 영화 "브라질", "이퀄리브리엄"과 결국은 별다르지 않은 탓입니다. 조너스가 탈출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인 ‘임무해제’가 일종의 사형 제도라는 것도 초반부터 예상 가능해서 반전의 맛도 부족하고요.

결말도 불분명합니다. 조너스가 살아남았는지, 죽었는지, 고생 끝에 무엇을 얻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도 좋고 기억전달자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한 이야기로 결말도 별로라 감점합니다.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25/10/18

책방도감 - 건축지식 편집부 / 정지영 : 별점 2.5점

일본의 작은 서점 40곳을 직접 취재해서 만든 책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서점 소개는 아닙니다. 서점 운영에 필요한 실용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지요. 특히 서점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서점 내부 구조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 그러합니다. 계산대 위치, 책장 배치, 조명, 테이블 크기 같은 디테일이엄청나거든요. 복합 매장의 경우 카페 좌석 크기나 소품 배치까지도 알려줄정도로요. '건축지식 편집부'라는 월간지에서 만든 책 답게 도면, 실제 치수라던가 사용된 재료 등의 정보도 상세합니다. 

책장과 책 전시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에서의 책 표지를 전면으로 보여주는 진열 방법이나, 저렴한 자재로 품격 있게 책장을 꾸미는 팁도 유용했습니다. 나중에 이사를 하면, 저도 책장의 일부를 그렇게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만 다룬 게 아닙니다. 서점 운영에 필요한 자금, 월세, 고정비용, 책 구입처, 운영 방식 같은 정보도자세히히 나옵니다. 덕분에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창업하기 위한 방법을 어느정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한 때 서점 사장을 꿈꿨기 때문입니다.

소개된 서점 중에는 인상적인 곳도 많았습니다. 도쿄 세타가야에 있는 "캣츠 먀우 북스"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만 판매한다는데 고양이 점원도 있다고 해서, 딸아이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장을 빌려서 운영하는 '책장 대여 서점'도 신선했습니다. 이런 공간이 우리나라에도 생긴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도감이라는 제목답게 도판은 많은데, 사진이 기대에 못 미칩니다. 평면도와 사진이 잘 어울리지 않았고, 사진의 질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입니다. 차라리 일러스트로 표현했으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아요. 취재한 서점들도 맨 뒤에 지도로 위치를 정확하게 소개해주는게 좋았을테고요.

그리고 뒤로 갈수록 서점 운영 실무에 관한 내용이 많아집니다. 처음에는 서점 공간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본말이 전도된 듯 하여 뒷 부분은 집중해서 읽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이나 관련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2025/10/17

크레이븐 더 헌터 (2024) - J.C.챈더 : 별점 1.5점

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영화 시리즈 중 한 편(이자 시리즈를 끝장내버린)입니다. 좋았던 부분부터 얘기하자면, 우선 캐스팅이 훌륭합니다. 에런 테일러존슨이 연기한 크레이븐은 만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고,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맡은 아버지 니콜라이의 무게감과 프레드 해킨저의 카멜레온도 찌질하면서 비겁해 보이는 연기도 좋았고요. 알렉산드로 니볼라의 라이노 역시 분장과 효과는 별로였지만, 배우 덕분에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액션도 몇몇 장면은 꽤 볼 만했습니다. 납치된 동생의 뒤를 쫓는 추격씬, 튀르키예 수도원에서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잠입 액션, 마지막 정글에서 사냥꾼들과 초반에 벌인 결전은 나름 박진감이 느껴졌습니다. 크레이븐이 동물적인 본능을 활용해 싸우는 장면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전해주었고요.

하지만 완성도는 낮습니다. 엉성한 각본 탓이 큽니다. 이야기 전개를 화면에서 계속 설명해 주지만,  정작 캐릭터의 내면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요. 크레이븐(세르게이)와 아버지와의 갈등 구도는 진부했고, 어린 동생을 버린 크레이븐의 과거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감정이입이 어렵습니다. 칼립소가 뜬금없이 등장해 조력자가 되는 과정도 억지스럽고요. 

크레이븐의 능력도 차별화는 되지만 전혀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힘과 속도 모두 특별한 맛이 없어요. 그래서 액션의 스케일도 작습니다. 지구적인 위기가 닥치는 다른 슈피 히어로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심지어 메인 빌런 라이노의 최후는 들소 떼에 깔려 죽을 정도로 허무하고 시시했습니다.
파워 밸런스도 맞지 않았습니다. 라이노가 주 빌런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포리너가 더 강해 보였으니까요. 그런 포리너가 칼립소의 활 한 방에 죽는 장면도 어이가 없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캐스팅과 몇몇 액션 장면은 괜찮지만, 캐릭터 매력을 살리지 못한 각본과 힘 없는 연출이 발목을 잡은 졸작입니다.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잘 알겠더군요.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2025/10/12

망각배터리(2024) - 나카조노 마사토 : 별점 3점

나카조노 마사토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시즌 1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흔히 스포츠물이라 하면 진지하거나 극적인 시합 연출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청춘과 개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나름대로 야구라는 소재의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캐릭터들의 개성 또한 매력적입니다. 투타 이도류 천재 키요미네는 외모와 분위기만 보면 완벽한 알파메일이지만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큰 웃음을 줍니다. "야구는 내가 던지고, 케이가 받고, 내가 쳐서 이기는 게임이다."라는 명대사는 그의 캐릭터를 단번에 설명해주지요.
기억을 잃은 포수 카나메 케이는 엉뚱한 대사로 분위기를 이끌며, 야마, 아오이, 슌페이, 츠치야 같은 조연들도 스테레오타입에 가깝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잘 뒷받침합니다. 이들이 과거의 트라우마와 좌절을 이겨내는 전형적인 청춘물스러운 서사도 작품과 잘 어울리도록 풀어내고 있고요.

이들이 어우러진 팀 구성도 괜찮습니다. 키요미네의 공을 왠만한 고등학생 선수가 외야로 보내기는 힘들테니 내야 수비가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핵심인 유격수, 2루수에 재능을 몰아넣고 이들의 공을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야마를 1루수로 기용하는건 좋은 선택입니다. 

여자 캐릭터나 연애 요소를 넣지 않고 야구와 개그에만 집중하는 방향성도 좋으며, 작화도 꽤 안정적입니다. 야구 장면도 몰입할 수 있도록, 어색하지 않게 깔끔하게 그려낸게 돋보였어요. 케이의 기억 상실과 관련된 상황을 미스터리물 식으로 - 밤에 보던 애니메이션과 바보가 된 후 언행과의 연결 - 표현한 것도 흥미로왔고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기억상실로 인해 케이가 바보가 된 상황 설정은 아무리 개그를 위해서라지만 억지가 심합니다. 솔직히 케이의 바보짓(가슴털~)은 별로 웃기지도 않았어요. 아오이와 슌페이의 과거사는 평면적이고 전형적이어서 다소 심심했고요.

그래도 청춘과 야구, 개그를 잘 버무려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가볍게 웃으면서도 스포츠물로의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할 만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5/10/11

정체 (2024) - 후지이 미치히토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가족 살해로 사형 선고를 받은 카부라기는 자해 후 병원 이송 중 탈옥에 성공했다. 형사 마타누키는 카부라기를 집요하게 추적했지만, 카부라기는 계속 도주하다가 결국 '아오바 요양원'에서 발견되었다. 카부라기는 출동한 경찰들에 포위되자 요양원 동료 마이를 인질로 삼았다. 피해자 유족 요시코로부터 증언을 얻을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사형수가 탈옥한 뒤 수백일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소메이 타메히토의 소설이 원작이네요.

이야기의 중심은 사형수 카부라기의 도주극입니다. 카부라기가 이송 중 구급차에서 도주한 뒤, 일본 각지를 전전하며 체포의 위기를 피하는 과정이 아주 상세합니다. 변장과 마스크를 이용해 사람들 속에 섞여드는 모습도 설득력 있게 표현되고요. 또 도주 과정에서 카부라기가 인연을 맺은 여러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도 큰 울림을 줍니다.
드라마적으로도 잘 구성되어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도 안정적이어서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좀 달랐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억울한 누명을 쓴 희생자의 도주극은 진범을 밝혀내는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중반 이후에 또다른 일가족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체포되면서 카부라기가 누명을 썼다는 진상이 드러납니다. 반전도 없어서 관객 입장에서는 맥이 빠집니다. 요시코의 증언만으로 누명을 벗는다는 점도 시시했고요. 
때문에 초반의 스릴러적 긴장감은 뒤로 갈 수록 느슨해지고, 드라마적 색채가 강해집니다. 이는 요시코의 행방을 알아내고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부라기의 노력이 그리 잘 묘사되지 못한 탓도 큽니다. 솔직히 마지막 증언 요구 장면은 '강요'로 보여서 영 별로였어요.

카부라기가 마지막 체포되는 모습은 앞서의 도주극과는 다르게 허술합니다. 오사카 공사장이나 사야카의 집에서 도주 후 변장할 때는 관객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다른 사람처럼 보였는데, 요양원에서는 마이가 잠깐 찍어 올린 SNS로 덜미가 잡힐 정도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탓입니다. 주연 요코하마 류세이 문제도 커요. 정체를 숨기고 도주를 이어가기에는 너무 잘 생겼으니까요. 보다 평범한 외모의 배우를 기용하는게 바람직했습니다.

또 카부라기를 돕는 주변 인물들의 동기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마이는 자기 부친도 누명을 썼다는 이유라도 있지, 오사카 공사장에서 만났던 카즈야(점프)는 카부라기를 경찰에 신고했었고, 사야카는 그냥 카부라기 얼굴에 반했을 뿐인데 왜 끝까지 믿고 따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나름대로 성장했다는 장면은 완전히 사족이었고요. 이들보다는 상부의 명령에 의심을 품은 채 카부라기를 추적하는 마타누키 형사의 내적 갈등을 더 잘 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촬영과 연기 모두 뛰어난, 잘 만든 영화이지만 추리극으로서의 재미는 다소 부족합니다. 기대와 달리 드라마적인 무게가 강했어요. 이런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모를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2025/10/10

밀실 황금 시대의 살인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 가모사키 단로 / 김예진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실 황금 시대의 살인"은 제목과 '여섯 개의 트릭'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섯 개의 밀실 수수께끼를 전면에 내세운 장편입니다. 수수께끼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설백관 밀실사건(간자키 살인 재현)
— 수수께끼: 잠긴 방문, 유일한 열쇠는 시체 옆 닫힌 플라스틱 뚜껑 달린 병 안에 있었고 창문은 열려 있으나 촘촘한 창살 때문에 방 안으로 병을 던져 넣을 수 없었다. 
— 해답: 고무줄-추-식칼을 연동한 장치 트릭. 고무줄을 병 뚜껑 고리에 꿴 뒤 방 안에서 창살을 통과시켜 투입 → 추를 창밖 고무줄 끝에 달아 장력 형성 → 사체에 꽂힌 식칼 주위를 통과하도록 병을 잡아 당겨 문을 나선다 → 문을 잠근 뒤 열쇠를 병에 넣고 병을 문 아래 카펫 속에 은닉 → 강제 개방하면 장력으로 병이 실내로 튕기고, 식칼에 의해 고무줄은 절단된다. 추에 의해 고무줄은 창밖으로 떨어진다.

시하이 씨 식당 살인
— 수수께끼: 사망 추정 시각에 누구도 식당동 출입 없음. 피해자는 모조 핼버드에 반복 찔림.
— 해답: 리모컨 슬라이드 식기장을 이용했다. 식기장이 비밀 통로의 숨은 출입구 겸 레일 구조 → 핼버드를 고정한 채, 외부에서 리모컨으로 식기장을 왕복 이동시켜 살해 → 핼버드는 액체 질소로 고정되어 시간이 지나자 녹아 떨어졌다.

사구리오카 방 내 사망
— 수수께끼: 내부 잠금 상태에서, 피해자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었다.
— 해답: 시한 폭발 탄환 장치에 의한 것. 침대 밑에 놓였던 장치를 발견한 피해자가 장치 확인을 위해 수면등 아래로 옮기다가 폭발해 사망했다.

마네이 도미노 밀실 사건
— 수수께끼: 피해자 주변을 감싼 채 문까지 잇는 도미노 띠가 놓여 있었고, 문은 잠김. 열쇠는 시체 옆에 놓여 있었다.
— 해답: 액체질소 얼음 고정틀 + 데드볼트 임시 고정을 사용. 문에 얼음틀로 고정한 도미노를 붙임  → 데드볼트 일부를 잘라냄  → 도어 레버를 소폭만 돌린 상태에서 얼음으로 고정 → 문을 닫으면 도미노 얼음틀은 시체 주위와 문을 잇게 됨  → 도어 레버 얼음이 녹으면 도어락 자동 잠김  → 얼음틀 소멸로 도미노만 남음.

야시로 씨 도서실 밀실 사건
— 수수께끼: 문 잠김, 도서실의 유일한 열쇠인 동쪽 동 마스터 키는 시체 옆 꽉 닫힌 잼병 안에서 발견됨, 문 내부 레버엔 가샤폰 돔 커버가 덮여 있었음.
— 해답: 문짝 바꿔치기. 시신을 도서실로 옮김  → 마스터 키를 잼병에 넣고 시체 옆에 놓음  →  자신의 방 문짝과 도서실 문짝을 교환 → 안쪽 레버에 가샤폰 돔 커버 설치  → 문을 닫고 나가서 자기 방 열쇠로 문을 잠금.

미쓰무라의 과거 완전 밀실
— 수수께끼: 완전하게 잠긴 방문과 고정식 창으로 완전 밀폐된 현장, 스페어 키 없는 유일한 방 열쇠는 시체 옆 서랍 속(서랍은 시체 주머니 열쇠로 잠김).
— 해답: 문짝 바꿔치기 + 다른 방 스페어 키를 이용. 현장 외 다른 방에는 스페어 키가 있었음. 범행 후 현장과 다른 방의 문짝 교환 → 다른 방 열쇠를 현장에 남기고 스페어 키로 외부에서 잠금 것.


이렇게 여섯 개의 사건과 트릭이 펼쳐지는데, 이 중 고전적인 장치형 트릭의 맛을 잘 살린 몇몇 사건들은 볼 만 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첫 번째 설백관 밀실사건과 다섯 번째 야시로 씨 도서실 사건이었습니다. 설백관 사건은 고전적인 장치형 트릭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사례로, 사용된 도구는 물론 현장 상황까지가 모두 실제로 범행에 필요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습니다. 특히 녹음기나 불 꺼진 방 같은 설정이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 아닌 트릭의 일부라는 것도 대단했어요. 비교적 간단한 장치로 복잡하지 않으면서 정교한 느낌을 주며, 독자가 충분히 추리 가능하도록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고요.

도서실 사건 트릭은 정말 완성도가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인의 방 문짝과 도서실 문짝을 교체하는 트릭은 앞서 구즈시로의 대사를 통해 힌트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에게도 충분히 추리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단서 제공 역시 철저하게 이루어지며, 도서실만이 마스터 키로만 열 수 있다는 설정도 좋았습니다. 같은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현장이 다른 방이었다면 문 안에 두 개의 열쇠(마스터 키, 방 열쇠)를 남기게 되고, 그 때 방 열쇠로 문을 열 수 없게 되니까요.

하지만 여섯 개의 트릭 모두 완성도 높게 제공하는 건 어려웠던 듯 합니다. 특히 시하이 씨 사건의 핼버드 트릭과 사구리오카 사건은 유치하고 황당한 수준이었어요. 사구리오카 사건에서 탄환을 발사한 시한 장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액체질소를 만능 도구처럼 쓴 트릭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게 마네이 사건의 도미노 트릭입니다. 너무 억지스러워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도미노 설치를 위한 얼음판을 만들려면, AI의 확인 결과 약 7.3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정도의 얼음이 녹아 흐른다면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닥재가 물이 스며드는 소재였다는 정도로 대충 넘어가는건 무리에요. 몰래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테고요. 데드볼트 잠금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으로 밀실을 만들 수 있어서 도미노까지 이용한 이중 밀실을 구현할 이유도 없습니다.

미쓰무라 과거 사건에서 사건 현장 외 다른 방의 열쇠는 스페어가 있었다는 중요한 정보를 서술 트릭처럼 숨긴건 반칙처럼 느껴집니다. 이런걸 경찰이 알아채지 못했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밀실 트릭 외의 추리적인 부분도 한심한 수준입니다. 트릭을 풀어낸 뒤, 이걸 저지를 수 있는건 ooo뿐이야!는건 워낙에 용의자가 적은 탓에 별다른 감흥이 없고, 동기도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꽤나 장황하게 설명하는 트럼프 연쇄 살인과 ‘녹스의 십계’, 그리고 단순한 십계 설정은 억지스럽기 짝이 없고요. 이를 통해 어떻게든 살인의 타당성을 보여주려 애쓰지만, 희생자들이 죽을 만큼 잘못한 것도 아니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과에 과정을 꿰어 맞추는 느낌이라서 거슬리기만 했습니다. 

설정의 완성도는 더 문제입니다. 밀실을 풀 수 없으면 무죄 판결을 받는다는 핵심 세계관 설정부터가 성립하기 힘든 탓입니다. 마스터 키나 스페어 키가 존재하지 않음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설명도 없으며, 21세기에 열쇠 복제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작품의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으니,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주요 인물들 역시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입니다. 완벽한 밀실 살인으로 무죄를 받은 미소녀 미쓰무라 시쓰리, 아이돌이자 밀실 제조사로 범행을 저지르는 리리아, 살인 현장을 숭배한다는 종교단체 ‘새벽의 탑’과 17세 소녀 주교 펜릴 앨리스해저드 등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이들의 언행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입니다. '빙해' 어쩌구하는 대사는 제가 다 창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한없이 1.5점에 가까운 2점입니다. 몇몇 밀실 트릭은 고전 본격물의 정수를 잘 살려 볼 만합니다. 하지만 억지 설정과 조악한 추리 요소, 몰입을 방해하는 세계관과 캐릭터는 치명적인 탓에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이 리뷰를 쓰는데 걸린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망작이에요. 밀실 트릭물의 광팬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대상작이라는데, 이 정도까지 수준이 떨어졌는지 몰랐네요.

2025/10/05

단다단 시즌 2 (2025) - 야마시로 후가 / 아벨 공고라 : 별점 2점

시즌 1에서 바로 이어지는, 전 12화 구성의 시리즈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전 시즌처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빌런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특히 '기대 밴드'는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신스틸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성불굿 공연 장면은 연출, 음악, 분위기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라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시즌 2를 기억할 이유가 될 정도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인물은 사카키 킨타입니다. 전형적인 비호감 오타쿠 캐릭터지만, 개그와 SF 오타쿠라는 설정이 적절히 어우러져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드는 덕분이지요.

액션 장면들도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되어 시각적으로 풍성한 재미를 줍니다. 사안과의 맨몸 격투, 몽골리안 데스웜이라는 괴생명체와의 전투, 음악실에서 벌어지는 음악 유령들과의 결전, 대괴수 바모라와 거대 나노로봇의 충돌 등 격투 방식도 장르도 각기 달라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 이러한 하이라이트 사이에 모모가 아르바이트하는 메이드 카페에 오카룽이 찾아가는 에피소드처럼, 잔잔한 일상의 감성을 살짝 끼워 넣은 구성도 좋았고요.

하지만 단점 역시 뚜렷합니다. 우선, 시즌 초반을 차지한 사안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분량이 깁니다. 무려 4화 분량을 할애했지만, 그 정도의 이야기 밀도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특정 에피소드와 인물에 집중한 탓에 아이라, 모모의 할머니, 터보 할멈 같은 기존 캐릭터들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도 아쉬웠고요. 게다가 사안은 매력도 부족합니다. 그의 과거사는 시즌 1의 '아크로바틱 찰랑찰랑' 에피소드처럼 잘 연출되지 못했으며, 일상에서 펼치는 개그도 무리수처럼 느껴진 탓입니다.

작화도 전작보다 전반적인 퀄리티가 낮아진 느낌입니다. 작붕이라 느껴지는 장면들도 종종 발견되어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빼어난 속도감과 카메라 워크가 강점이었던 전 시즌에 비해, 오카룽의 스피드나 아이라의 아크로바틱 액션이 잘 드러나지 못하는 점도 문제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장점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분명히 기복이 느껴집니다. 전작과 원작 팬이라면 당연히 감상할 가치가 있지만, 시즌 2만 따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합니다. 시즌 3에서는 전 시즌의 폼을 회복해 주면 좋겠네요.

2025/10/04

밀실살인게임 마니악스 - 우타노 쇼고 / 김은모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불가능 범죄를 저지르면, 나머지가 그 트릭을 추리한다는 설정의 단편 연작집입니다. 예전에 이 시리즈 두 번째 권을 읽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13년 만에 후속권을 읽었네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반 두젠 교수를 흉내 낸 반도젠, 제이슨 마스크를 쓴 aXe, 다스베이더 마스크의 두광인, 늑대거북을 대신하는 쟌갸, 흐릿한 형체만 보이는 O44APD까지 다섯 명이 모여 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가운데 aXe, 두광인, 반도젠이 차례로 사건을 일으키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멤버들의 추리 대결을 위한 퀴즈를 만들어내려고 억지로 짜낸 트릭들이 대부분인 탓입니다. 때문에 실제로 가능할 만한 건 거의 없습니다. 도어 로커가 걸린 완전 밀실에서 피해자가 뒤통수를 맞고 죽었는데, aXe에게는 사건 당시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는 첫 번째 사건 정도만 퍼즐적인 재미가 있었을 뿐입니다.
정답은 방 안에 둔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문을 잠그고, 피해자를 책 더미 위에 올려놓은 뒤 멀리서 전화를 걸어 억지로 깨워서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게 만든 것이었지요.

그런데 ‘와, 이런 아이디어도 있구나’ 싶은 정도이지 현실적으로는 성공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 피해자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범인조차도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누군지는 상관없이 아무에게나 시도할 생각이었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깝습니다. 동기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무차별 살인과 다를게 없어요.

두광인이 저지른 사건부터는 아예 엉망입니다. 두광인은 자신의 범행에 ‘투명 망토’를 썼다고 주장하거든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진짜 트릭은 끝내 공개되지도 않고요. 트릭을 끝까지 숨긴 것보다 더 나쁜 추리 소설이 있을까요? 

반도젠이 벌인 마지막 사건에서는 이 모든 게 반도젠이 짜낸 연극이었다는 반전이 등장합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가짜였고, 반도젠이 각본을 짜서 연기하게 했다는 것이지요. 중간중간 단서가 있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aXe가 차를 몰던 장면에서 반도젠과 두광인이 동시에 없었다든가, 가끔 캐릭터들이 다른 말투를 보였다든가 하는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성 부족한 억지 반전이라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 목적도 불분명하고, 동기도 별다른게 없는 탓입니다. 유명해진 밀실살인게임을 따라했다는게 전부거든요. 뭔가 의미가 있음직한 마지막 글을 남기긴 했지만 뻘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트릭 퍼즐 게임만 남기고 추리 소설의 다른 재미는 거의 내다버린 수준이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그나마의 트릭도 완전치가 않고요.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5/10/03

예스터데이 (2019) - 대니 보일 : 별점 2.5점

전 세계적인 정전이 12초 동안 벌어진 뒤, 무명 가수 잭 말릭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비틀즈를 알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 당황도 잠시, 잭은 자신이 기억하는 비틀즈의 곡들을 선보이며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세계적인 팝 스타 에드 시런의 눈에도 띄어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쌓게 되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수록 양심, 그리고 엘리와의 사랑을 고민하던 잭은 모든 곡들은 '비틀즈'가 썼다는 진실을 고백한 뒤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한 때의 귀재 대니 보일이 2019년 발표했던 청춘 로맨틱 음악 코미디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비틀즈 음악을 스크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스터데이", "Let it Be",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I Saw Her Standing There", "Back in the USSR", "Help!" 등의 명곡들이 이어지거든요. 몇몇 곡들은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뮤지컬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엘리가 잭에게 이별, 그리고 개빈과 만나고 있다는걸 고백한 직후 잭이 "Help!"를 열창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Help! I need somebody)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사라졌는데 나만 알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따지면 이세계 회귀물이나 전생물, 시간 여행물과 다를바 없지만 '음악'이라는 소재 선택이 아주 탁월한 덕분입니다. 만약 피카소의 그림을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발표했다면? 솔직히 성공하기 힘들겠지요. 셜록 홈즈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즈 시리즈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하지만 명곡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틀즈'의 곡이라는 점에서 다시 성공한다는건 굉장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음악은 유튜브 등 현재의 플랫폼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영화'라는 매체와도 잘 어울리고요.

전반적으로 띠고 있는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도 웃음을 주는 순간과 애틋한 감정을 담은 장면의 균형도 좋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건 캐스팅입니다. 어딘가 찌질하면서도 순수한 주인공 잭과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엘리 등 모든 인물들 캐스팅이 적절해서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전체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에드 시런의 출연의 경우,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삭제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에드 시런의 도움이 없었어도 비틀즈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을테고, 에드 시런이 비틀즈에 대항해 '살리에리'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역부족이니까요.
주인공 외에도 비틀즈를 기억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하는 장면, 존 레논과의 만남 장면은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두 장면은 실제로 '비틀즈'가 존재했다는 의미라서 설정과 모순되는 탓입니다.

또 많은 비틀즈의 명곡이 등장하지만, 일부 곡은 선곡이 아쉽습니다. 에드 시런과의 작곡 대결에서 잭이 선보이는 "The Long and Winding Road"이 대표적입니다. 명곡이지만 일반 관객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엔딩에 사용된 "Ob-La-Di, Ob-La-Da" 같은 친숙한 곡을 앞세우는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위대한 비틀즈 음악을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 속에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음악적 즐거움과 상큼한 러브스토리도 장점이고요.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비틀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용필 노래를 모티프로 삼아 리메이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