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인디고(글담) |
국내에는 <<고독한 미식가>> 원작가로 잘 알려져있는 구스미 마사유키의 음식 관련 에세이집. <<고독한 미식가>> TV 시리즈를 보신 팬이시라면 에피소드가 끝나면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가게에 찾아가 음식을 즐기는 구스미 마사유키의 모습이 친숙하실 겁니다.
고기구이, 라면, 돈가스 등 모두 2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습니다. 전부 저자가 특정 음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지를 털어놓으며, 맨 마지막에 아주 짤막한 4컷 만화로 마무리되는 구성이고요. 하나의 음식 이야기 전부 해서 10페이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을 뿐더러 만화 외의 그림도 많아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특이했던 것은 음식에 대해 확고한 자기 생각이 있으며 다른 스타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컵라면은 갑자기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원조 닛신 컵누들이 제일 좋다. 이런 저런 맛을 낸다는 본격파 따위는 필요없다. 건방지다'면서 본격적인 라면이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 먹으라고 하는 식이거든요.
자기 주장이 과하고 일방적이라 친근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사고방식이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이와마 소타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라 재미있었습니다. 몸에 좋고 맛있는 것 보다는 정크 푸드를 가끔이지만 찬양하는 모습 등 그 외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이런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라면 피곤하겠지만 그냥 지켜본다면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죠.
먹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체계와 룰도 재미있었습니다. 고양이 맘마는 대체로 단무지 두 조각이 나오는데 대체로 마지막 밥 한 입과 단무지 반 조각이 남도록 조절하여 함께 입에 넣어 음미하는게 마무리라던가, 돈가스 조각을 먹는 순서와 돈가스를 맛있게 먹으려면 돈가스 양의 최소 다섯배의 양배추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야기죠. 돈가스 관련된 내용은 <<음식의 군사>> 에 등장했던 내용과 조금 비슷하기도 합니다.
간단힌 레시피도 몇 가지 소개되는데 그 중에서도 양배추 요리가 가장 땡기더군요. 밤새 뼈 째로 푹 고아 만든 토종닭 수프를 걸러낸 후 여기에 십자로 칼집을 넣은 양배추를 통째로 넣어 소금으로만 간 한 후 통냄비로 한 시간 정도 푹 끓여낸 양배추 수프입니다. 누룽지밥에 유자 후추를 살짝 뿌려 먹으면 맛있다는데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닭 백숙 육수로 끓여내면 되려나요? 간단하게 치킨 스톡을 써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그런데 만화였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스미 마사유키라는 작가가 아니라 허구의, 가상의 캐릭터였다면 보다 마음 편하고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거든요. 너무 자기 주장이 센 부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또 딱히 건질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라 권해드리기는 조금 애매하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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