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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8

깃털 - 소어 핸슨 / 하윤숙 : 별점 4점

깃털 - 8점
소어 핸슨 지음, 하윤숙 옮김/에이도스

부제는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 제목 그대로 깃털에 대해 모든 것을 고찰하여 알려주는 과학 서적. 
목차로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면, 어떻게 깃털이 진화하여 만들어졌는지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깃털의 주요 기능과 목적인 온도 조절과 비행, 그리고 장식 용도 세가지 항목을 각각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깃털을 활용해왔던 여러가지 사례들을 설명해주며 마무리되고요.

인터넷 서점 소갯글을 보고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박입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시조새 화석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첫번째 단락부터 푹 빠져버렸습니다. 저는 공룡에서 새가 진화했다는 이론을 접했던 세대는 아니라 더욱 빠져든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서 공룡이 갖춘 초기 깃털은 아마도 보온과 장식 용도가 더 컸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진화하여 일종의 '활공' 용 깃털이 생겨난 것이다라는 진화의 과정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거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이미 날 수 있는 공룡 (익룡) 이 있었는데 왜 활공용 깃털로 진화가 이루어졌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이른바 WAIR 가설 (Wing assisted incline running) 으로 발과 조합하여 높은 경사를 오르기 위함이라는데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여기서 뛰어내리거나, 날아오르는 방향으로 점점 진화해 나가게 된 것이죠. 퍼덕거리며 높이 올라간 후 퍼덕거리며 뛰어내린다, 너무나도 그럴듯해요!

새의 온도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새로왔습니다. 어떻게 새가 영하 수십도의 높은 고도에서의 비행, 극지방, 물속에서 벼텨내고 뜨거운 열대 기후 속에서 생존하는지가 전부 '깃털' 덕분이라니 놀랍기만 하네요. 덕다운 파카, 이른바 오리털 파카는 우리도 한겨울 보온용으로 친숙한데, 새의 솜털은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대단한 보온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솜털을 포함한 깃털은 현대의 공업 기술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복잡한 구조물(?) 이라는 점도 처음 알았고요. 농담삼아 하는 "오리털 대신 닭털을 써서 싸구려다!" 는 말은 근거가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깃털의 메커니즘은 모두 동일하기 때문으로 "솜털을 쓰지않고 다른 깃털을 써서 싸구려다!" 라고 해야 맞는 말인 것이죠.
새들이 체온이 올라갔을 때 체온을 내리는 다양한 방법도 재미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인건 동물원가면 가끔 보는 열대 조류인 큰부리새의 큰 부리도 체온을 내보내기 위해서 크게 발달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단지 귀염귀염한 외모를 위해서가 아니었던거죠! 이렇게 체온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박쥐와는 다르게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연의 신비는 정말 놀랍네요.

극락조로 대표되는 새들의 기묘한 깃털 장식들과 인간 사회에서 유행했던 깃털 모자들, 이 때문에 이루어졌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바르바리 타조 밀수 작전, 그 외 깃털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심지어는 화폐로까지 이용되었던 공예품과 예술품들 이야기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다양한 깃털 관련 물건들 이야기도 흥미가 넘칩니다. 깃털 책에서 플라이 낚시 미끼라던가 깃털 펜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읽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깃털 펜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한 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전에 읽었던 문구 관련 서적에서 인용해서 다루어 주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중국의 이시안 지층, 시애틀의 깃털 회사, 라스베이거스 깃털 의상 제조자, 뉴욕의 깃털 모자 디자이너, 오리건 동부의 플라이 낚시 전문가 등 여러 지역을 방문하여 현지 취재 및 인터뷰를 감행한 저자의 노력과 이러한 연구 와중에 곁들여지는 좌충우돌 경험담도 재미를 더해주고요.

한마디로 지식의 충족과 읽는 재미 모두를 갖춘 최상급의 과학 교양 서적입니다. 도판이 전부 흑백에다가 주요한 도판이 제대로 수록되어 있지 않은 점 때문에 감점하지만 별점 4점은 충분해요. 저처럼 깃털에 대해 관심이 전무하셨던 분들이라도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처럼 새와 깃털에 푹 빠지시게 될 것을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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