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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모략의 기술 - 장스완 / 유아이북스 : 별점 3점

모략의 기술 - 6점
장스완 지음/유아이북스

춘추 전국 시대 처세의 달인이었다는 귀곡자의 '모략' 을 현대 사회에 응용하여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처세술 - 자기 계발 서적. 귀곡자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솔직히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모략' 이라는 제목이 왠지 모르게 와 닿아서 구입한 책이죠. 조금 찾아보니 그의 저서는 정말로 유세가들을 위한 처세를 다룬 책으로 그 덕분에 당대에는 희대의 소인배라고까지 불리웠다고 하네요. 다른건 다 몰라도 이 정도 처세의 달인이 혼란했던 춘추 전국 시대 당시 한자리 차지하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 믿음이 떨어지기도 합니다만, 여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1>>이라는 부제 아래 총 4장의 소주제, 그리고 <<2>>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의 분량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특정 상황 하에 중국 역사에서 실재로 있었던 사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대한 귀곡자의 글을 연결시키는 식입니다.
하지만 1부 '귀곡자와 생존 모략' 1장 '처세의 기술'과 2장 '현명한 조직 관리'의 경우는 그럴싸한 소주제와는 다르게 귀곡자의 말에 상황을 억지로 가져다 붙인 이야기가 많아서 실망이 컸습니다. 송나라 군대가 금나라 군대 몰래 후퇴하는데 성공했던 필재우의 작전 사례에 '일의 변화가 심하여 어떻게 돌아갈지를 잘 알지 못할 때는 물러나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큰 도리다." 라는 말을 연결시키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필재우의 작전은 후퇴하여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결심이 중요한게 아니라서 전혀 맥락이 맞지 않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3장 기업 경쟁령 높이기' 부터는 읽을만 합니다. 실제 사례와 귀곡자의 말의 연결도 매끄럽고 정말 현재 상황에 어울리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미국 쉐보레 자동차 회사의 세일즈맨 윌리엄의 부동산 구매 일화를 통해 '판매는 남의 비위만 맞추는게 아니라 세심히 관찰해 사용자가 원하는걸 알아내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비결을 이끌어내고 이를 '칭찬으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귀곡자의 말을 이어 설명하는 것처럼 말이죠. 쉐보레 외에도 아마존의 사례가 등장하는 등 친숙한 주제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 외에도 '욕쟁이 할머니' 같은 마케팅 비법도 고객 중심 경영의 하나로 이는 귀곡자의 '깊은 곳을 헤아려 속사정을 파악한다' 는 말과 같은 이치라던가, 일본 대표 세일즈맨 하이라치헤이의 일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자기 말을 듣게 하려면 같은 부류, 같은 욕망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는 등 재미난 이야기가 많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 때에 균열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성실과 신용이 중요하다, 부자가 되려면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등 당연한 이야기들이 많은 건 아쉽지만 그래도 옛 지식이 아직도 통용될만한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반가웠어요.

다음에 이어지는 '4장 직장에서 살아남기'는 유용한 정보가 가득한 이 책의 하일라이트입니다. 소주제 명칭부터 아주아주 마음에 들어요. 우리네 평범한 직장인의 처세라면 직장에서 살아남는 정도가 고작일테니까요. 여기서 몇가지 귀곡자의 비결을 알려드리자면, 라이벌인 동료가 있다면 그에게 뭔가 부탁을 하던가 최소한 한번 쯤 그를 칭찬해보라는군요. 적보다는 친구가 생기는게 낫거든요. 또 어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가 한 말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3할만 말해야 한다는 등의 화법 관련 이야기는 모두 새겨들을만 했습니다. 사내에서 내 진급 문제로 논의 중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기회를 잡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는군요. 어차피 인간 세계는 모두 경쟁이니 모략을 이용해서라도 자리를 쟁취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아.. 정말 놀라운 식견입니다. 또 조직 관리를 위해서 엄격한 상벌은 필수라는 것도 굉장히 와 닿았던 부분이에요. 특히 벌의 목적은 교육이지 처벌이 아니며, 이는 투명하게 적용되고 공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무릎을 치게 만드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록처럼 수록된 <<핵심 구절 강설>> 은 처세의 달인 귀곡자의 엑기스만 정리한 60여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내용인데 워낙 핵심 정보들이라 이 부분만 따로 정리하여 소개드리고 싶을 정도로 유용한 내용이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재미있거나 가치가 있지는 않고, 책을 읽는다고 직장에서의 출세나 생존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천년도 더 전 인물이 한 말이 현대에도 조금이나마 통용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의의가 컸던 독서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국 사람 사는 이치는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역사나 처세술 관련 서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실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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