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창 인기인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전작에 뒤이은 시리즈 2탄입니다.
만화 같은 인물들이 가득하지만, 정통 추리 단편집입니다. 그럴듯한 트릭에 더해 호쇼 레이코가 모든 수사를 끝내고 단서를 가게야마에게 이야기하면, 가게야마가 답을 낸다는 전개의 전통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이거든요. 독자와의 승부도 공정하고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라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도 큽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첫 번째로 앞서 말했듯 인물들의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점입니다. 대재벌 호쇼 가문의 따님이 주인공이고, 그의 상사는 자동차 회사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도련님이라? 거기에 아가씨를 쥐락펴락하는 독설 집사 캐릭터? 만화에서나 봄직한 설정이지요.
"부호형사"의 경우는 주인공이 형사로 일하는 이유라도 있지만, 이 작품에는 그런 것 하나 없어서 설정의 설득력도 전무합니다. 전편에서는 나름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두 번째 작품이 되다 보니 식상해서 영 별로였습니다.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두 번째는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추리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겠지만, 이 책의 경우는 평작 정도 수준의 작품과 평작도 안 되는, 졸작들이 섞여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한, 두 편 정도는 아주 좋은, 별점 3점 이상의 작품들이 있어야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았을텐데, 이래서야 완성도는 저열해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전체 평점은 2점 정도밖에는 안될 것 같습니다. 트릭은 괜찮은 것이 있고, 읽는 재미는 있는 만큼 추리 소설 초심자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보셔도 괜찮겠지만, 수준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알리바이 트릭물인데 트릭 자체는 대단치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기발한 상황에 대한 해석에 더해, 범인의 대사에서 뽑아낸 상황을 중요 단서로 삼는다는 점은 괜찮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사건성을 주는 것도 좋았고요. 평작 수준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피해자 옷장에서 왜 모자가 없어졌을까?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집니다. 그러나 범인이 사용한 모자만 챙기고 남아있던 모자 아무거나 선반에 올려놓는 게 더 상식적이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모자를 사용한 용도도 솔직히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한쪽 눈으로 운전하는 게 그렇게나 큰 문제였을까 싶기도 하고요.
트릭을 위해 존재하는 작위적인 이야기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새로운 캐릭터인 모자 가게 아가씨가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이는 점 하나만 볼만했어요.
세 번째 이야기
의도된 트릭이 아니고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건적인 측면의 재미는 덜합니다.
그래도 알렉산드라이트의 특성을 이용한다는 단순한 소재 이용 트릭은 아니고,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부각시키는 일종의 심리 트릭을 추가한건 좋았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그냥저냥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
눈 덮인 현장에서 탈출하는 방식에 대해 꽤 괜찮은 트릭이 선보입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현실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어서 추리퀴즈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건 현장과 주요 용의자에 대한 설명만 듣고 범인을 좁혀가는 가게야마의 소거법도 볼만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왜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잘려있는지에 대한 의문 자체는 좋은 소재였습니다.
문제는 영 별로인 결말입니다.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동기, 트릭, 전개 등등 모든 면에서 수준 이하이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에 써먹으려 했던 트릭이 비스무레하게 등장해서 조금 신경이 쓰였습니다.
(물론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요)
허나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21세기에 경찰 수사력으로 밝혀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트릭이라는 점에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게다가 상황 자체가 넌센스에요. 여자를 끌어들여 불륜 밀회를 하기 위한 비밀의 방을 만든다는 게 말이나 될까요? 그냥 밖으로 나가는 비상구 정도로만 만들어서 여자 집에 가서 즐기면 충분했을 텐데 말이죠. 가게야마의 추리는 여전히 볼만하나 그 외에는 건질 게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