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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7

역도산 - 고두현 : 별점 3점

역도산 - 6점
고두현 지음/스크린M&B

원로기자 고두헌씨의 역도산 평전으로 4년전 책으로 형이 구입해 놓았던 책입니다. 본가에 갔다가 냉큼 집어와서 읽었습니다.

평전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생애 초-중반부에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말년은 흐지부지 다루고 있고요. 전 14 구성에서 11장까지가 최전성기인 월드 리그를 개최할 때까지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다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완벽한 평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자료로서의 가치는 꽤 높은 편이고 그간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시각으로 역도산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른 시각이라는 것은 역도산을 상당히 미화하여 묘사했다는 겁니다. 다른 이런 저런 책에서 접한 정보로는 돈에 혈안이 된 쓰레기 정도로 취급되었었는데, 이 책에서는 역도산은 다양한 경력에서 그다지 큰 실수를 한 적은 없다고 하네요. 오히려 조선(?)을 잊지 않은 사나이로, 지나친 흥분과 기행은 약물 중독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고요. 이런 점은 이 책이 출간될 때 개봉한 영화 "역도산"과 유사한 시각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그런대로 마련하고 있어서 아주 설득력이 없지는 않있습니다.

또한 저자의 인맥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로 자료적 가치를 높인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100%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역도산이라는 인물을 다룬 것은 꽤 괜찮은 시도로 보였어요. 
역도산의 상대였던 레슬러들을 상당히 비중있게 등장시킨 것도 재미요소였습니다. 철인 루 테즈, 샤프형제, 프레디 블라시, 스컬 머피 등의 레슬러들이 자세하게 설명되는데, 괜찮은 참고 자료였습니다. 시합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역도산과 친분이 있었거나 관련이 있었던 여러 재일교포들에 대한 설명 역시 상세한 편이고요.

많은 책, 영화 등에서 다루어진 인물답게 미국에서의 활약과 기무라와의 혈투 등 항상 반복되는 지루한 이야기도 많다는건 단점입니다. 그래도 그런대로 자료로서 쓸만한 요소가 많아 아주 낚였다라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영화 "역도산" 개봉에 기댄 기획 도서이긴 하지만, 역도산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 쯤 읽어볼만합니다.

2008/09/10

퀴리 가문 - 데니스 브라이언 / 전대호 : 별점 3점

퀴리 가문 - 6점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전대호 옮김/지식의숲(넥서스)

제목 그대로 퀴리 가문 -마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 이렌 퀴리와 졸리오 부부를 중심으로-의 약 4대, 1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룬 그린 평전입니다. 각주 및 주석을 제외하더라도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퀴리 가문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물리학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당대의 실제 역사와 맞물려 치밀하게 묘사되는 것은 물론 마리와 피에르의 둘째 딸이었던 이브 퀴리의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등 숨겨진 퀴리 가문의 이야기, 거기에 마리와 랑쥬벵의 불륜으로 의심되기 까지 했던 우정, 졸리오의 레지스탕스 경력과 공산주의자로 활동한 이력 등 가쉽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습니다. 관련된 여러 자료들도 충실하게 삽입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그 외에도 라듐에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방사능 위험성을 몰랐던 때 벌어진 치명적인 사건들)도 재미있었고요.
어렸을 때 "세계의 위인들" 류의 책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퀴리 부인의 이야기가 전부였던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것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모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위 졸리오가 실질적으로 현대 핵 물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라는 것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단지 천재 장모와 아내 덕을 본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외려 장모와 아내보다도 실질적으로 현대 과학에 기여한 인물이더라고요.

어쨌건 천재 가문의 역사를 자세하게, 재미있게 다루고 있으며, 공평한 시각의 평전이라는 점에서 길고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리학, 특히 핵물리학이나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유럽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 입니다.

PS : 그나저나, 요새 통 추리소설을 읽을 일이 없네요. 돈도 없고... 리뷰는 성심성의껏 쓸 자신이 있는데 추리소설 제공해 주실분~! 물론 공짜로요...^^;;

2021/05/28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크리스터 요르젠센 / 오태경 : 별점 2.5점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6점
크리스터 요르젠센 지음, 오태경 옮김/플래닛미디어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의 평전... 이라고 생각하고 오래전에 구입했던 책입니다. 왠지 손이 가지 않아 몇 년 동안 묵혀두었다가 읽어 보았는데, '평전'이 아니어서 놀랐습니다. 출생과 죽음까지, 일대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책의 2/3 이상은 롬멜이 지휘했던 주요 전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역사서 (전사)인 셈이지요. 

거의 모든 주요 전투에서 롬멜의 전략, 전술, 핵심 포인트와 승리, 패배 원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게 장점입니다. 이전 "아틀라스 전차전" 등과는 다르게 전투 과정을 생동감넘치게, 일종의 대하 사극처럼 묘사하고 있어서 이해하기도 쉬웠고요. 이를 뒷받침해주는 도판도 아주 좋습니다. 전투 상황, 투입 부대와 경로를 상세히 기입한 지도를 다수 수록한게 특히 마음에 듭니다. 실감 가득한 여러 스냅 사진들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롬멜과 해당 전선에서의 사진만 골라서 수록해 놓았는데, 책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롬멜이 토브룩을 확보하기까지의 빛나는 승리와 결국 아프리카를 포기하기까지의 아프리카 전선 이야기가 굉장히 상세한데, 덕분에 대략적인 당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게 개인적으로는 수확이었습니다. 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장비 등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전차대는 한 곳에 밀집대형으로 집중시키고, 사전에 슈튜카를 활용한 폭격을 활용하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전술과 속도전, 그리고 88미리 대공포를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더군요. 말 그대로 '사막의 여우' 다왔달까요.

그리고 롬멜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롬멜이 히틀러에게 충성을 다했고, 본인의 능력도 컸지만 히틀러 덕분에 승승장구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큰 실망을 맛보고도, 복귀 후 히틀러와 만난 뒤 다시 충성심을 가졌다니 놀랍기만 할 뿐이에요. 히틀러가 확실히 뭔가 카리스마같은게 있긴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롬멜 만세! 시각으로 쓰여진건 단점입니다. 아프리카에서의 패퇴를 극복할 수 없었던 장비 부족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몽고메리 장군의 승리를 연합군의 막대한 물량 덕분이라고 폄하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롬멜이 부족한 보급품을 확보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가 설명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어요. 트리폴리에 항구 토브룩까지 확보한 상황이었다면, 해상에서의 보급 문제는 변명에 가까와 보였고, 정말 보급품이 부족하니 최대한 빨리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하겠다!가 목표였다면, 그 전략이 실패했을 때의 대책도 있어야 했어요. 엘 알라메인에서 패한 뒤 그냥 쭉 밀려서 아프리카를 내 주고 만 건 너무 허무했습니다. 

아울러 북아프리카 전선 최후의 순간, 새로 부임된 장군과의 알력으로 전선에 최신예 티거 탱크를 집중시키지 못했던 것, 마지막까지 총통의 명령을 받들어서 귀중한 병력을 낭비했던 것은 엄연히 롬멜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는 '원수' 였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에서는 히틀러에게 책임을 다 뒤집어 씌우고 있더군요. 공정한 시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전선을 떠난 뒤, 대서양 방벽 건설을 진두지휘했다는 부분도 왜곡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롬멜만이 노르망디가 연합군 상륙 장소일 거라고 예측해서 최대한 방비를 강화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롬멜도 상륙 장소를 칼레로 예상했다는 기록이 더 많으니까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륙 작전은 연합군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으니, 실패한 작전 지휘관임은 명백하고요.

또 앞서 전투 상황을 상세히 다룬 지도가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를 포괄하는 해당 지역의 큰 지도도 함께 수록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거 같아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전투가 벌어진 장소가 계속 바뀌는데, 이를 큰 흐름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큰 지도가 필요했거든요. 또 지도가 대체로 작다는 것도 조금 불만스럽네요. "아틀라스 전차전"이나 "세계 항공전사"가 전투 관련 지도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빼어납니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요.

롬멜과 2차대전에서의 독일군 전차부대 전략과 전투, 아프리카 전선에 대해 이 만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은 드물다는 장점은 크지만, 이렇게 문제도 없지 않기에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2008/09/28

미스터 크롤리 - 금기진 : 별점 3점

미스터 크롤리 - 6점
금기진 지음/동방미디어

오지 오스본의 노래로 친숙했던 "미스터 크롤리",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평전으로 악마교단의 창시자 정도로 알고 있었던 별 관심은 없었던 인물인데 본가에 갔더니 형이 사다두었기에 얇은 두께에 혹해 빌려 읽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꽤 재미있더군요. 일단 한국인이 썼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저자가 저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1999년 동방성당 기사단에 입단하여 마법과 비전을 전수받은 분이라고 하는데, 요쪽 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답게 꽤 자세하게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많은 자료를 토대로 글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두께에 비하면 충실한 평전이었습니다. 크롤리의 출생은 물론 그의 학창 시절과 마법과 은비학에 대해 몸을 담게 되는 과정과 관련 조직들에 대한 내용들이 상당히 자세한 편이거든요.

단 1장부터 4장까지만 그러하고 5장 이후 크롤리가 마법의 경전이라는 "리베르 레기스"를 쓴 다음 부터는 크롤리의 교리와 그의 사상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만 등장합니다. 아울러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크롤리 위주로 쓰여진 책으로 크롤리가 예언자로서 신의 비전을 받아 저술했다는 책을 발표할 때 마다 벌어진 세계적인 사건이라던가, 크롤리가 행했던 다양한 범죄행각을 크롤리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쓴 티가 팍팍 나는 것은 좀 웃기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하더군요. 무슨 음모이론 책 냄새도 살짝 나고 말이죠.

그래도 이 책을 통해 크롤리라는 인물이 알고 있던 것 만큼 해롭거나 광신적인 사교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나름의 철학적인 바탕과 깊은 사고를 통해 하나의 종교를 펼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독서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마법사였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일단 자신의 파산부터 막았겠죠) 그런대로 똑똑하고 모험심 강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만약 종료를 믿는다면 크롤리의 종교를 믿고 싶어질 정도로 교리 ("원하는 것을 행하라")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단지 사교로만 치부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더군요. 신보다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중시한 아주 솔직한 종교라 생각되거든요. 어떤 종교의 틀을 쌓아올리고 그 종교의 철학적, 사상적 토대가 완벽하다면 사교나 사이비라고 비하할 필요가 전혀 없겠죠. 단지 그 종교를 몇명이 믿느냐의 차이일 뿐 아니겠어요? 

알레이스터 크롤리에 대해 국내에 나온 책 중 이 책만한 책은 없으니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고 내용도 그런대로 재미있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책은 현재 절판상태이고 내용도 정상적인 내용과 장광설이 1:1의 비율로 섞여 있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구해서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2010/09/05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 박영봉 / 신한균 : 별점 3점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 6점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진명출판사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가이바라)의 모델로 유명한, 일본 미식과 도예의 거장 로산진을 다룬 일종의 평전입니다. 전반부에는 현대의 일본 요리를 거의 정립하다시피한 요리인으로서의 료산진과 그의 요리에 대한 생각이, 후반부는 평전 형태로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의 일대기를 담고 있습니다.

읽어보니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는 로산진 그 자체라는걸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유아독존같은 성격부터 시작해서, 요리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미각, '요리'와 '예술'에 대한 마음가짐 등이 모두 이 책에 나오는 로산진과 똑같더라고요. 게다가 우미하라의 '미식 클럽' 역시 로산진이 최초로 연 요리요정 '미식 구락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고, 실제 구성은 전설의 요리 요정 '호시가오카샤료'를 따 왔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그 외에도 세세한 에피소드들 - 예를 들자면 프랑스 오리고기 집에서 소스없이 고기만 달라고 하고 개인 양념을 쳐서 먹는다는 등 - 역시 "맛의 달인"에서 언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마디로 "맛의 달인"은 '로산진'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작품인 셈입니다.

때문에 "맛의 달인"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예술인으로서의 로산진의 모습도 풍부하게 담겨있어서 요리 외의 즐길거리도 많고요. 로산진이 조선의 자기를 좋아해서 조선에 방문했다던가(1928), 찰리 채플린을 만났다는 등(1932)이 그러합니다 로산진 특유의 도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자료적 가치도 높고요. 책의 성격에 걸맞게 도판도 굉장히 충실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3/03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아서 코난 도일 /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 승영조 : 별점 4점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8점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1004쪽이라는 방대한 분량, 그리고 분량에 걸맞는 무게를 자랑하는 책이기에 읽는 것 자체가 좀 힘들더군요. 태어나서 읽은 책 중 두껍기로는 순위를 다툴 것 같습니다... 어쨌건 이 책은 명탐정의 대명사인 진퉁 고전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첫번째, 두번째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모험" 과 "셜록 홈즈의 회고록" 두개의 단편집에 더불어 작품별 상세한 주석, 관련 자료 등을 추가하여 편집한 책으로 두 단편집 모두 진작에 완독했지만 관련 자료가 워낙에 풍성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 단편집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이기도 했고 말이죠.

일단 몇가지 아쉬운 점을 먼저 짚어 보자면, 일단 셜록 홈즈 작품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불친절한 주석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초반에 범인을 밝혀 버리고 다른 작품 범인도 알려주는 주석이 많다는 것이 그러하고요, 또한 홈즈와 왓슨을 "실존인물"로 단정짓고 주석과 관련 자료를 첨부한 것도 읽다보면 좀 혼란스럽고 "그래서 뭐가 어쨌는데?" 라는 짜증이 날 정도로 너무 세세한 부분에서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설명하는 주석도 많더군요. 연구자나 셜록키언을 위한 책이니 감안해야겠지만 왓슨을 "제임스"라고 부른 것에 대한 방대한 논의 같은 것은 정말이지 필요없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보기엔 그냥 작가의 실수일 뿐인데...
아울러 구입 당시에 먼저 이야기했던 종이질 같은 책의 완성도가 미흡한 것 역시 아쉬웠습니다. 종이질야이 그렇다 치더라도 책을 다 읽을때 쯤 되니 책의 무게 탓인지 제본이 끝부분에서 깨져 나가기 시작했거든요. 이럴거면 왜 이 두께로 냈는지 조차 의심스러워요. 차라리 여러권으로, 최소한 "모험"과 "회고록"을 나눠 2권으로 내 놓았어도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거 아닙니까? 두께 탓에 폼은 나지만 그 외의 보관, 휴대, 독서, 완성도는 모두 떨어집니다...

불만이 좀 길긴 한데 그래도 "돈 값은 한다" 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정가가 아니라 제가 구입한 금액인 17,800원일 때 만족도가 보다 상승하긴 하겠죠. 페이지당 약 17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가격이 일단 매력적이니까요. 또한 작품들 모두 새롭게 번역되어 다른 판본들과는 다른 맛을 전해 줄 뿐 아니라 셜록 홈즈가 활약한 19세기 후반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각종 도판 및 주석, 여러 셜록키언과 셜록 홈즈 연구자들의 짤막한 논문과 주장 등을 책 한권에서 셜록 홈즈 이야기 본편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여러 연구자들이 셜록 홈즈 "정전 (이른바 카논)" 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논하며 작품의 단점이나 불합리성을 지적한 부분, 고증에 대해 지적한 부분들은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말 눈여겨 볼 항목들이었고요. 예를 들자면 제가 최고 걸작이라 생각하고 있던 "붉은 머리 클럽"의 맹점 -"붉은 머리 클럽을 해산한 시점의 불합리성 / 은행에 보관한 금화의 불합리성 등" - 을 지적한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무릎을 칠 만 하더군요.

그 외에도 홈즈 영상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비롯하여 얼룩끈에 등장한 독사는 무엇이었나에 대한 연구나 홈즈와 왓슨의 권총 연구와 같은 작품에 관련된 셜록키언들의 갖가지 짤막한 논문들과 홈즈 연표까지 실려 있어서 거의 셜록 홈즈 백과사전이라 칭할만 합니다. (물론 나머지 2, 3권까지 갖춰야 진정한 백과사전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겠지만요...) 덧붙여 대표적인 셜록키언, 셜록 홈즈 연구자로 추리소설가 도로시 L 세이어스, 도널드 녹스의 예가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고 제가 이미 구입해서 가지고 있는 베어링 굴드의 셜록 홈즈 평전이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도 팬이자 소장자로서 기분좋은 일이기도 했고요. (이 책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했더랬죠)

한마디로 "정전 (카논)" 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팬들은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팬으로서 이런 책이 존재하고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정가대로 2, 3권이 출간된다면 과연 구입하게 될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긴 합니다.... 1권을 40% 할인 가격에 파는 것을 이미 봐 버렸으니....

2024/07/19

미야자키 월드 - 수전 네이피어 / 하인해 : 별점 2.5점

미야자키 월드 - 6점
수전 네이피어 지음, 하인해 옮김/비잉(Being)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하여, "바람이 분다"까지의 일생과 각종 일화들을 주요 작품 평론과 함께 담고 있습니다. 평전과 평론이 합쳐진 구성이지요. 이 책을 통해 애니메이션 거장으로서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 군수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조부와 부친 덕분에 유복했지만, 결국 패배한 전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유년 시절 이야기는 이런저런 자료와 책에서 이미 접했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터가 될 것을 결심하고 토에이 스튜디오에 입사한 뒤부터가 재미있었습니다. "걸리버의 우주여행" 마지막 장면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안했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로봇 공주가 쪼개지며 인간 공주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미야자키 월드를 상징하는 장면과도 같다는데,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을 떠나 당시 일개 동화가 신분으로 강력하게 수정을 제안했고, 그게 반영되었다는게 놀라왔습니다.


 
이런저런 일화들이 많이 소개됩니다. 그 중 말괄량이 삐삐 장편 애니메이션을 위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만나러 갔지만 거절당했는데, 이 때 미야자키가 스케치를 준비했었고 후일 단행본으로 출간했다는데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책 제목은 "환영의 삐삐 롱 스타킹"이라니 구해봐야겠습니다. 삐삐와 초창기 미야자키는 너무 잘 어울렸을거라고 생각되거든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대체 왜 거절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인 "무시무시한 해일" 소개도 반가왔습니다. 원작 내용이 어떠하며 얼마나 각색했는지가 항상 궁금했었기 때문입니다. 원작에서는 코난이 초반부에 공장 노예로 인더스트리아에 끌려오지만, 새와 대화할 수 있는 소녀 라나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뉴오더를 탈출해 하이하버에 도착해서 또 한 번 거대한 지진이 닥치기 직전 친구들과 함께 쓰나미에서 사람들을 구해낸다고 하네요. 라나의 비중이 작고, 자연 재해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소년 모험물인 미야자키 작품과는 아예 달라 보이네요.

상세한 작품별 평론들도 볼만합니다. 외국인이라 가질 수 있는 시각도 있고, 미야자키의 생애와 작품을 연결하여 내놓는 해석들도 참신하게 많은 덕분입니다. "칼리오스트로의 성" 속 루팡이 금욕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라는 해석이 대표적입니다. "붉은 돼지"는 "카사블랑카"의 판타지적 재해석이라는 것도 신선한 발상이라 생각되고요.
"라퓨타"가 개봉 당시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던가 하는 기타 정보들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비판할 요소도 적지 않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2차 대전에서 받은 영향으로 작품에서 '인내를 통해 상실 앞에서 행동하고, 부족함 앞에서도 주변을 돌보고, 파멸 앞에서 다시 일어나라고 말한다'는건 실망스러웠습니다. 자기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이런 파멸에 놓였다는걸 제대로 알고 있는걸까요? 인내, 극복보다는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부모에 대해 분노와 적개심을 품게 된 이유도 아버지 카츠지가 허풍이 심한 데다 무책임하며 방탕했고, 윤리 의식도 부족했기 때문이라는데, 당시 그렇지 않은 아버지가 과연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전쟁 통에 유복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 준 점에 대해 고마와했어야 합니다. 이 역시 실망스러웠던 부분입니다.

평론별로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지루합니다. 유럽에 대한 동경, 강한 여성상 등은 평론마다 계속 반복됩니다. 동의하기도 어려워요. 일본인들이 동경한 꿈의 낙원으로서의 유럽을 보여주는건, 당시 '빠른 속도로 현대화하는 일본과 달리 전통과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는 유럽을 유토피아로 여긴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럽을 무대로 한 작품을 많이 만든건 단지 비쥬얼적인 면에서 줄거리, 세계관과 어울린다는 이유가 가장 컸을텐데, 왜 이런 심층 심리(?)를 분석해서 주장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이런 책 치고는 도판이 부실한 것도 단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좋은 면만 보려는 등 다소 편향된 느낌이 강해서 감점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팬이시라면 볼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습니다.

2010/08/07

50년 세계 전자 시장을 지배한 Sony 4인의 CEO - 존 네이던 : 별점 3점


창업부터 20세기 끝자락까지 약 50여년간 소니에 재직했던, 그리고 재직 중인 4인의 CEO - 창업자이기도 한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 그리고 모리타의 후계자 오가 노리오, 4대째인 이데이 노부유키 - 에 대해서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통해 서술한 일종의 평전. 
아날로그 시대의 전문 기술자였던 이부카 마사루와 이 책이 쓰여졌을 당시 CEO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단계였던 이데이 노부유키보다는, 소니를 진정한 국제 회사로 만든 모리타 아키오와 소니를 세계적 회사로 키워낸 오가 노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군요.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소니 미국 법인 이야기의 비중도 상당하고요.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는 소니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맨 주먹으로 맨 땅에 헤딩하면서 만든 회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창업 당시부터 일본 정계의 실력자였던 이부카의 장인과 양조 회사로 큰 돈을 번 모리타의 아버지 등에게서 돈을 포함한 여러가지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죠. 이부카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은 다 이런가 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소니가 생각보다도 더욱 지저분한 인간관계, 흡사 "시마 과장"에 등장할 법한 전형적인 일본식 파벌과 조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모리타의 동생과 아들이 소니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것은 물론, 오가 노리오는 모리타가 전략적으로 키워 후계자로 삼은 인물이었고 이데이가 후계자가 되는 과정도 파벌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모리타의 아내가 모리타 사후에도 '레이디'라 불리우며 실력을 행사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고요. 짤막하게 언급되는 이부카의 불륜이나 모리타의 호색 행각도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데이의 미래 비젼입니다. 생각보다 그럴싸해서 놀랐습니다. 90년대 후반에 이미 '네트워크'가 미래의 중심이 될 것을 예측하고 사업을 재편하는 것으로 그려지거든요. 미래 비젼대로 소니가 CBS - 콜롬비아로 확보한 콘텐츠와 기존의 디바이스 기술력을 네트워크와 결합시켰다면, 현재 모바일 디바이스는 물론 웬만한 홈 씨어터 제품군까지 소니가 석권했을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중간에 무슨 삽질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전에 읽었던 "소니침몰"에서 소니 침몰의 큰 원인 중 하나로 리더인 이데이 노부유키의 잘못된 판단을 들고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제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는걸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벤처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IT 단말회사에서 일하는 탓에 많은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 그만큼 많았습니다. 요약하자면
1. 사장이 기술자인 회사에는 가지 마라.
(기술자 출신인 것은 좋지만 사장의 입장에서는 '경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2. 사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된 회사에는 가지 마라.
3. 비젼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만 시키는 회사에는 가지 마라.
4. 그래도 이런 회사에 다닌다면, 줄을 잘 서라.
입니다. 진작 읽었어야 하는건데...혹 이쪽 바닥에서 근무하시거나 근무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걸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