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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2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마크 쿨란스키, 탈리아 쿨란스키 / 한채원 : 별점 2.5점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 6점
마크 쿨란스키.탈리아 쿨란스키 지음, 한채원 옮김/라의눈

얼마전 "대구" 라는 책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양한 음식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책입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라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구입하기 전에 책 소개를 좀 읽어보고 살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크 쿨란스키의 다른 책들처럼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와 전혀 다른 '레시피 모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음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마크 쿨란스키이기에 평범하게 레시피만 실려있는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 딸 탈리아가 지구본을 돌려 짚은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던 가족의 게임에서 시작된 책으로, 해당 나라에서 많이 먹는 음식을 평범한 미국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거든요. 푸드 프로세서와 오븐만 있으면 거의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유럽은 물론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우리나라와 몽골까지 포함된 아시아까지 정말로 방대한 종류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깍둑썰기한 참치에 참깨,다진 파, 카이엔 페퍼, 참기름, 간장을 섞는 하와이 식 애피타이저 '아히 포키', 잘게 자른 토마토와 오이, 양파, 올리브 오일, 민트 잎과 후추로 만드는 이란의 '시라지 샐러드', 이런저런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오븐이나 푸드 프로세서 없는 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보이는 독일의 소고기 요리 '사우어브라텐', 새조개를 소금물에 담아 끓인 후 우유와 샐러리를 넣어 만드는 아일랜드의 '새조개 수프', 소고기 슬라이스를 양념에 절인 후 구워 먹는 니카라과의 '니카라관 비프' 등은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또 해당 국가에 대해 짤막하지만 특유의 글 솜씨로 재미있게 소개해 주는 부분도 볼거리입니다. 특히 마크 쿨란스키가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방문했었던 나라의 경우, 본인이 해당 국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는데 이런 글들은 정말로 재미있었어요. 

소개되는 음식을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하와이의 대표 음식으로 일본의 타쿠완(다꾸앙)이 소개되는 글을 통해, 일본인들이 하와이에 다이콘(무)을 들여왔다는걸 알게 되는 식으로요.
전문가다운 식견을 보여주는 항목도 있습니다. 일본 요리를 소개하면서 '굴은 일본인들처럼 씻을 필요 없다' 고 하는 부분이 대표적이에요. 소금물로 씻는게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레시피 모음집이고, 저자 가족에게는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겠지만 독자에게는 딱히 땡기지 않는 나라와 요리들이 포함되어 있는 등 모든 내용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습니다.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무엇보다도 마크 쿨란스키의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책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몇몇 국가, 혹은 대륙으로 압축하여 해당 국가의 요리와 음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2018/07/29

대구 - 마크 쿨란스키 / 박중서 : 별점 3점

대구 - 6점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라는 부제 그대로, 대구라는 물고기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으로 이런저런 음식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또 다른 역작입니다.
바이킹의 장기간 해외 원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풍부했던 대구의 장기 보존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이후 대구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알아낸 바스크인들이 대구 무역 시장을 세계적으로 확장시켰고, 영국 뉴펀들랜드의 대구 어업이 시작된 후 신대륙 대구 어장을 둘러싼 강대국의 세력 다툼 속에서 거대한 어항, 도시가 생겨났고, 현대에 접어들어 국가별 배타적 수역 설정과 대구 남획으로 인하여 이 도시들이 쇠퇴했다는 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대구를 잡아서 처리하는 방법이 어떻게 진화하여 남획에 의한 고갈 사태에 이르렀는지, 세계 각지의 대구를 이용한 요리들은 어떤게 있는지 그 레시피까지 50여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는 등, 그야말로 대구에 대해서는 총 망라된 대구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재미있게 만드는 마크 쿨란스키의 글 솜씨도 정말 탁월합니다. 도무지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내용인데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구 때문에 북아메리카에 식민지가 생겨난 건 아닐테고, 보스턴도 유럽과 유럽의 식민지가 열렬히 원하던 뉴펀들랜드의 대구를 중계하는 무역에서 비롯되었다던가 대구가 가난한 식민지 뉴잉글랜드를 국제적 상업 세력으로 격상시켰다는건 조금은 지나친 비약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만큼 상세한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잘 와 닿지는 않네요. 미국 독립 전쟁까지 엮는건 비약 아닐까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생산하는 노동 집약적 노예 무역이 저렴한 식량인 대구의 보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고요.
또 당연한 현실인 남획으로 인한 어장 고갈 이후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긴 것도 조금 지루했습니다. 가장 공들여 취재가 이루어진 부분인건 맞지만 결론은 신세 한탄 외의 대안이나 미래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분량을 이렇게까지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에요. 마지막으로 도판이 부실한 것도 옥의 티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며 가치와 재미가 어디 갈 정도는 아닙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류의 미시사, 인문학 서적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마크 쿨란스키의 마법과 같은 글솜씨를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읽다보니 대구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데 조만간 대구 지리나 한 번 먹으러 가야겠네요.

2019/12/15

소금 - 마크 쿨란스키 / 이창식 : 별점 2점

"소금"이 어떻게 인류 문화와 관련되어 왔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문화사, 미시사 서적으로, 다양한 음식에 대해 문화사적으로 들여다보는 저작물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작품입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깊어 아주 오래 전 구입했었는데 완독이 늦었네요.

마크 쿨란스키의 책 답게 디테일은 발군입니다. 중국, 유럽과 미국, 그리고 다른 신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로 소금 채취와 무역, 그리고 관련된 다른 산업들과 세금 등의 정책 등을 설명해주는 과정의 깊이가 실로 놀라운 수준이에요. 특히 중국 소금 전매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초반부는 미국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한자에 대한 설명까지 해 주는 수준이니 말 다했지요.

이집트와 페니키아를 거쳐 지중해 일대로 널리 퍼지게 되는 남부 유럽에서의 염장 문화에 대한 설명, 켈트족들의 염장 문화가 로마로 건너가 제국의 일부가 되는 과정의 소개도 역시 상세합니다. 로마에서는 소금이 급료라는 말의 어원이 될 정도로 제국에 필수적이었다는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는 물론, 여러가지 염장 문화에 대한 설명과 제염소에서 어떻게 소금을 채취하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신기한 방법들도 잘 알려주고요. 염장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가룸'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염장 생선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소스인데, 고기와 생선, 야채 요리는 물론 과일에도 몇 방울씩 뿌려 먹었다고 합니다. 우리로 따지면 액젖을 과일에 뿌려 먹었다는건데 솔직히 별로 맛있었을것 같지는 않군요. 로마의 멸망 이후 사라진건 맛이 없었기 때문일 거라는 개인적인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베네치아와 제노바를 거쳐 중세 이후, 어업이 발전하면서 염장 대구와 청어를 위한 대량의 소금이 필요해진 탓에 영국을 중심으로 여러 제염소와 암염 채굴을 위한 소금 광산이 생겨나고 유지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등 관련된 각 나라의 여러가지 염장 음식이 함께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후 신대륙 미국과 카리브 해의 제염소들에 대한 소개와 근, 현대로 넘어오면서 제염소들이 몇 개의 거대 회사로 통합되고, 제염업도 일반 소금보다는 비료 제조를 위한 가성칼륨 생산에 촛점을 맞추는 등의 변화가 그려지면서 글이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자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재미 측면에서 많이 떨어집니다. 이유는 소금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어장을 발견한게 어떻게 다른 인류 문화, 역사와 이어지는지가 아주 흥미로왔는데 '소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라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어떻게든 구해서 먹었어야 했으니까요. 즉, 소금에 세금을 붙이건 말건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못 먹으면 죽으니 밀수를 하거나, 아껴 먹거나 하는 방법이 생겨났을테지요. 소금 가격이 움직일만한 거대한 시장의 변동도 특별히 그려지지 않고요. 한마디로 소금 산업은 그 어떤 발견과 기술 개혁이라도 인류 문화에 영향을 끼친게 없는 탓에, 재미를 느끼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도 눈에 거슬립니다. 미국에 영국 소금을 유통시키기 위한 영국의 노력이 독립 운동을 불러왔다는 식의 설명, 소금은 경제적 독립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는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모두 맞는 말이기는 하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몇 가지 아이템 중 하나라면 모를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와 가치를 찾기 힘들었지만, 거의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통해 소금 산업의 역사를 전 세계에 걸쳐 상세하게 알려주는 역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소금 산업,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이미 절판되었다는 건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죠.

2020/11/06

용감한 선장들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 박중서 : 별점 2.5점

용감한 선장들 - 6점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I. W. 테이버 그림, 박중서 옮김/찰리북

철도 재벌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15세 하비는 어머니와 함께 여객선으로 유람 여행을 하던 중, 실수로 바다에 빠졌다. 그를 구해준건 대구잡이 스쿠너 어선 위아히어호였다. 선장인 디스코 트루프는 대구 조업 기간 중 하비를 월급 10달러 50센트를 받는 견습 선원으로 고용했다. 하비는 디스코 선장 아들인 댄과 친구가 되고, 선원인 롱 잭, 톰 플랫, 마누엘, 농부인 솔터스 삼촌과 삼촌이 보살피는 환자 펜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거의 5개월에 걸친 대구잡이 항해에 따라 나서는데....

러디어드 키플링의 고전 해양 모험 소설. 아주 오래전,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작품인데, 정식 완역본이 나와서 기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니 마크 쿨란스키가 쓴 "대구"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대구"에서도 자세하게 설명되었던, 미국 동부 지역 대서양 대구 어업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스쿠너 선 항해에 대한 묘사는 물론 스쿠너 선에서 보트를 내려 줄낚시로 잡고, 모선에서 직접 줄을 내려 잡기도 하고, 때로는 주낙으로 대량으로 포획하는 등 잡는 방법도 다양하고, 미끼에 절인 조개와 손질한 대구 부산물, 오징어까지 활용하는 디테일도 빼어납니다. 잡은 대구를 손질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설을 보았더니,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를 번역하신 역자분이 번역하셨더군요. 역시나 "대구"에서 이 책이 인용된걸 읽은게 계기였다고 하시네요.
대구 어업 외에도 이런저런 디테일이 눈길을 끕니다. 톰 플랫이 프랑스어를 모르지만, 프리메이슨이라서 프랑스 배와 수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처럼요. 실제로 방대한 자료 조사, 인터뷰가 바탕이 되었음직한 묘사였습니다.

당연하지만 태풍에다가 사고에 의한 죽음도 많이 등장합니다. 술에 취한 채 항해하다가 그대로 침몰하여 승무원 전원이 죽기도 하고, 거대 증기선에 들이받힌 제니 쿠시먼호가 침몰하는 끔찍한 사고도 생생하게 그려지거든요. 그 외에도 폭풍이나 사고로 인한 작은 죽음도 여러 번 등장하고요. 마지막 추모일 행사는 그 정점입니다. 수많은 죽음, 과부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결국,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결말로 끝납니다. 하비의 아버지 셰인은 하비를 구해준 보답으로 댄을 자기 선단에서 일하게 해 주겠다는 제안합니다. 그러자 댄의 어머니는 아버지, 오빠, 조카 둘, 둘째 언니 남편까지 바다에서 잃었다면서 동의하지요. "대구"에 따르면 1830~1900년 사이 바다에서 실종된 글로스터 어민 숫자는 3,800명인데, 당시 글로스터 인구는 1만 5000명밖이었다니 엄청난 죽음입니다. 1862년 2월 24일은 강풍으로 하룻밤 새 무려 120명이 빠져 죽었다고 하고요. 이만한 극한 직업은 찾아보기 힘들거에요.
하비의 월급도 위험한 항해의 또 다른 증거입니다. 조사해 보니, 1900년대 1달러를 지금의 5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디스코 선장은 하비에게 월급으로 10달러 50센트를 준다고 약속했죠. 지금 화폐가치로는 525만원 정도 되는 셈입니다. 바다, 어업에 대해서는 아는게 하나도 없는 하비에게 선뜻 이 만한 돈을 줄리가 없어요. 말 그대로 생명 수당인 것이죠.

그런데 소설 치고는 특별한 드라마는 없습니다. 모두 실제 어업 활동에서 있음직한 사건, 사고들 뿐이거든요. 이럴바에야 그냥 논픽션으로 써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어요. 드라마로 들어간 내용 - 건방지고 무례했던 재벌 2세 하비가 바다 사나이들과 거친 항해를 겪으며 진짜 남자로 성장해 나간다 - 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기도 하니까요. 디스코 선장에게 한 대 맞은 뒤 급작스럽게 개심하여, 성실한 선원이 되는 모습부터가 별로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또 디스코 선장이 하비를 선원으로 고용하여 활동에 나선건 명백한 잘못입니다. 초짜 중의 초짜인 무고한 생존자를 사지에 내몬거나 다름이 없잖아요? 실제로 하비도 두어번 죽을뻔 했고요. 하비 아버지인 셰인이 보답이 아니라 고소를 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디스코 선장이 하비를 사고로 위장해 죽이는 이야기로 풀어내었다면 어떨까 싶어요. 항해가 끝나면 견습 선원은 필요없고, 월급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어차피 디스코 선장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테니 사건이 드러날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들 댄이 친구가 된 하비를 구하러 몰래 자기 보트에 하비를 태워 보내는거지요. 하비는 모진 고생 끝에 항구에 도착하고요. 아,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었나 봅니다.

아울러 솔터스 삼촌과 펜 이야기는 독특했지만, 이야기 본질을 흐리지 않나 싶더군요. 펜이 원래 목회자 제이컵 볼러로 존스타운 홍수로 아내와 자녀 4명을 눈 앞에서 잃었다는 과거는 끔찍했습니다만, 대구 잡이 선원의 삶이 그거보다 나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지옥인 셈이지요. 또 솔터스 삼촌이 도가 넘치게, 본인도 생명을 걸어가며 펜을 챙겨 대구 잡이에 나서는걸 보면, 둘이 연인(?) 관계가 아닌가 싶은데 후대 평론가들의 평이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바다와 맞서 대구를 낚는 어부들의 활동은 분명 영웅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도 그 활동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대단한 재미를 선사하는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6/13

맛의 유혹 - 마크 쿨란스키 / 이은영 : 별점은 4점

맛의 유혹 - 8점
마크 쿨란스키 지음, 이은영 옮김/산해

미식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해서 곡물, 달걀, 채소, 어패류, 육류와 가금류, 향신료와 양념, 송로, 지방. 과일, 달콤한 음식, 음료에다가 벌레요리까지! 전 종류를 망라하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요리가 다 실려있는 미식과 요리의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단지 요리의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고대 로마나 탈무드, 14세기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 요리사의 요리, 자메이카 가정요리 등 문헌으로 남아있는 역사적 / 지역적으로 특기할만한 다양한 레시피도 함께 실려있죠.
게다가 안톤 체호프나 에밀졸라 등 대문호의 문학작품에서부터 트리니다드 섬의 흑인음악 칼립소 가사와 중국에서의 소금만드는 시까지 번역되어 실려있는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가 다 실려있는 느낌이에요. 도대체 저자의 자료조사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로마의 만찬음식 레시피, 프랑스와 이탈리아 궁정 음식, 17세기 샐러드의 조리법, 자메이카 가정요리 등의 레시피를 얻을 수 있는 현존 국내 유일한 책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꼭 구입해서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음식과 요리, 미식에 대해 관심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료적인 가치만 따져도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방대한 자료에 비하면 도판이 부실하다는 점인데 혹 개정판이 나온다면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레시피 모음 :
<혀가자미 튀김>
꼬리와 지느러미, 창자를 떼어낸 신서한 혀가자미. 빵가루. 달걀.
생선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뒤 달걀, 빵가루 순서로 입힘. 프라이팬에 최고급 루카산 오일, 라드 또는 쇠고기 기름을 프라이팬 두께의 절반 정도로 채움. 비결은 기름을 아주 넉넉하게 넣는 것. 프라이팬에 든 혀가자미 위로 0.5인치 두께의 기름이 유지되도록.
생선을 프라이팬에 넣고 처음 넣은 쪽은 약 5분, 반대쪽은 3분 30초에서 4분 튀김.
튀긴 뒤 그릇에 넣고 파슬리 튀김으로 장식함.
최상의 소스는 액상 버터임.
<음식에 관한 질문 (1860)> - 타비타 티클투스 (영국 요리책 작가)

<풍미가 완벽한 검은 게구이>
자메이카 참게 열두마리를 삶은 후 집게발에서 살을 파냄. 그다음 등을 따고 알을 꺼낸 후 내장을 버리고 요리 마지막에 사용할 검은 액은 치워놓는다.
게 손질이 끝나면 버터 2테이블스푼, 검은 후춧가루 2티스푼, 소스나 후추, 식초 1디저트스푼, 고춧가루 약간, 육두구 조금을 게살에 더함. 잘 섞어 소금으로 간함.
게의 등껍질에 버터 몇방울을 떨어트려 촉촉하게 한 후 빵가루를 채울 자리를 남기고 위의 준비한 재료를 꽉 채움. 하지만 그전에 껍질마다 달걀 한두개를 넣어 검은 액에 섞어 놓아야 함.
게 열두마리로 껍질에 넣을 소 10개 분량을 만듬.
<자메이카 요리책 (1893)> - 캐롤라인 설리번 (자메이카 대저택 안주인)

<부드러운 영국식 비프스테이크>
영국식 비프스테이크는 우둔살을 2분의 1인치 두께로 두껍게 자른다.
평평해지도록 약간 두드리고 스테이크 요리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동판에 요리. 연료는 목탄 대신 일반 석탄을 이용.
진정한 비프 필레는 활활 타는 석탄불 위에 고르게 가열된 그릴에서 굽고 육즙을 보존하기 위해 단 한번만 뒤집는다. 그 뒤 메트르 도텔 소스를 뿌린다.
영국 선술집에서처럼 마데이라 와인이나 앤초비 버터 또는 식초를 뿌린 냉이류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좋다.
<요리대사전 (1873)> - 알렉상드르 뒤마

2024/12/28

사카나와 일본 - 서영찬 : 별점 3점

사카나와 일본 - 6점
서영찬 지음/동아시아

에도시대부터 현대까지 해산물이 일본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다루며,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역사적 의미까지 조명하는 책. 총 570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을 6장 34항목으로 나누어, 항목별로 해당되는 해산물, 어식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정어리는 에도 시대 서민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생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급 무사 사카이 반시로의 일기에서도 모두 42회 나올 정도로 서민들이 가장 자주 소비하던 음식이자, 당시 가난과 서민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재료였습니다. '서민이 자주 먹는 밥반찬은 무엇인가'라는 테마의 '반즈케'에서도 생선 부문 1위는 이와시(정어리)였다고 하고요.
단순히 식탁 위의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어비(생선 비료)로 활용되어 농업 생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력의 증가는 화폐 경제를 발달시켰고, 쌀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사무라이 정권 체제 기반인 석고제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정어리의 활용은 단순한 생선을 넘어 일본 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이지요.

다시마는 일본 경제와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중요한 해산물로, ‘다시마 길’이라 불리는 무역 루트를 통해 일본 상업 경제의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홋카이도의 다시마가 교토와 오사카로 수송되던 이 루트는 일본 자본주의의 씨앗을 뿌린 경제적 기초였습니다. 한 차례 항해로 현재 화폐 가치로 따지면 1억 엔 정도를 벌어들였다니 대단하네요. 사쓰마번은 불법적인 대중국 다시마 무역으로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무기류를 수입하며, 이 무기가 훗날 막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즉,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일본 역사를 바꾼 거대한 동력이었던 것이지요. 조금 과장된 느낌이지만 재미있는 발상이었어요.

쿠사야는 독특한 냄새와 풍미를 가진 일본 전통 발효 생선입니다. "어시장 삼대째"를 통해 단순한 건어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쿠사야액'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리고 쿠사야는 해산물이 사회에 영향을 끼친 사례와는 달리, 당시 열악한 환경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생존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대 이전 유배지로 알려진 이즈제도와 고토열도에서는 자원이 부족해 소금물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쿠사야액이 만들어지고 쿠사야가 탄생하게 되었거든요. 이는 단순히 발효 음식을 넘어, 생존 전략으로서의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덴푸라는 에도 시대에 스시, 소바와 함께 미식을 대표하던 외식 메뉴였습니다. 값이 싸고 맛이 좋아 에도의 삼미(三味)로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끌었지요. 덴푸라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적 일화 중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습니다. 건강을 중시하던 이에야스는 교토에서 유행하던 도미튀김을 처음 맛보고 지나치게 많이 먹는 바람에 복통을 겪었고, 이후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군요. 그 외 덴푸라가 =일본 음식 문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다수 소개됩니다.

명절 음식으로 서일본에서는 방어가, 동일본에서는 연어가 명절 요리로 소비되며, 이는 지역적,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방어는 도야마만에서 잡혀 염장되어 집합지인 내륙의 히다, 그리고 주요 소비처로 운송되었으며 귀족과 무사 계급에게 주로 소비되었습니다. 도야마 - 히다 - 다카야마 - 마쓰모토 - 니가타를 이은 U자 모양 지역이 서일본 방어와 동일본 연어를 구획하는 경계선이 되었습니다. 두 갈래 방어 길은 수백 년간 지탱되면서, 각자 고유한 문화가 나뉘는 경계선으로 자리매김하였고요.

가쓰오부시는 2차 대전 당시 남태평양에서도 만들어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가쓰오부시의 본고장 야이즈는 어선이 징발되면서 마을 기간산업이 존폐 위기에 몰린 탓에, 남태평양의 마리아나제도, 팔라우 공화국, 미크로네시아 연방, 마셜 제도를 포함하는 남양군도로 집단 이주해 가다랑어 잡이와 가쓰오부시 제조를 이어나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난요부시'가 이때 탄생한 것이지요. 야이즈부시와 태평양전쟁 군납에 얽힌 일화도 있습니다. 1942년 해군은 항공대 식량으로 쓰려고 가쓰오부시 가루를 압축해 만든 사각형 조각에 대해 야이즈 업자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업자는 습기와 기온에 따라 부스러질 수 있으니 캐러멜처럼 말캉말캉하게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제안대로 납품 계약이 체결되었고요. 군납 제품명은 '반키리 가쓰오부시'로 '적군 만 명을 벤다'는 의미였습니다.
한편 난요부시는 어떻게 되었냐 하면, 전황이 악화하면서 남양군도의 야이즈 주민은 수시로 징집돼 전장에 투입되어 죽어갔습니다. 결국 야이즈 주민 620명이 남양군도로 건너가 286명이 전사했고, 46%는 영영 고국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패망은 자업자득이지만, 어민들은 좀 안됐군요.

그 외에도,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던 장어 먹는 날 '도요노우시노히'의 유래, '청어 소바'의 유래 등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판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생선의 생김새, 특징과 소개된 요리들의 실제 모습과 조리법을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해주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겁니다. 방어길과 다시마길은 지도가 함께 있었더라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테고요.

또 해산물을 단순한 식재료로 다룬 내용도 많은데, 이 경우는 스시, 타코야키, 사시미나 라멘의 유래처럼 이미 잘 알려진 게 많아서 다소 지루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는 부분도 애매한 게 제법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동과 서를 나누는 방어길입니다. 히다에서 왜 동쪽으로는 방어를 옮기지 않았을까요? 나가노에서 니가타까지의 거리와 도쿄까지는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지요. 단순히 동쪽에서는 연어를 먹는 걸로 정해져 있었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 주제 하나를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면,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에 버금가는 이야기가 될 수 있어 보였는데 아쉬웠어요.

그래도 일본의 해산물과 엮인 문화사 서적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읽을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해산물이 일본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