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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8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크리스터 요르젠센 / 오태경 : 별점 2.5점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6점
크리스터 요르젠센 지음, 오태경 옮김/플래닛미디어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의 평전... 이라고 생각하고 오래전에 구입했던 책입니다. 왠지 손이 가지 않아 몇 년 동안 묵혀두었다가 읽어 보았는데, '평전'이 아니어서 놀랐습니다. 출생과 죽음까지, 일대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책의 2/3 이상은 롬멜이 지휘했던 주요 전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역사서 (전사)인 셈이지요. 

거의 모든 주요 전투에서 롬멜의 전략, 전술, 핵심 포인트와 승리, 패배 원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게 장점입니다. 이전 "아틀라스 전차전" 등과는 다르게 전투 과정을 생동감넘치게, 일종의 대하 사극처럼 묘사하고 있어서 이해하기도 쉬웠고요. 이를 뒷받침해주는 도판도 아주 좋습니다. 전투 상황, 투입 부대와 경로를 상세히 기입한 지도를 다수 수록한게 특히 마음에 듭니다. 실감 가득한 여러 스냅 사진들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롬멜과 해당 전선에서의 사진만 골라서 수록해 놓았는데, 책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롬멜이 토브룩을 확보하기까지의 빛나는 승리와 결국 아프리카를 포기하기까지의 아프리카 전선 이야기가 굉장히 상세한데, 덕분에 대략적인 당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게 개인적으로는 수확이었습니다. 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장비 등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전차대는 한 곳에 밀집대형으로 집중시키고, 사전에 슈튜카를 활용한 폭격을 활용하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전술과 속도전, 그리고 88미리 대공포를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더군요. 말 그대로 '사막의 여우' 다왔달까요.

그리고 롬멜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롬멜이 히틀러에게 충성을 다했고, 본인의 능력도 컸지만 히틀러 덕분에 승승장구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큰 실망을 맛보고도, 복귀 후 히틀러와 만난 뒤 다시 충성심을 가졌다니 놀랍기만 할 뿐이에요. 히틀러가 확실히 뭔가 카리스마같은게 있긴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롬멜 만세! 시각으로 쓰여진건 단점입니다. 아프리카에서의 패퇴를 극복할 수 없었던 장비 부족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몽고메리 장군의 승리를 연합군의 막대한 물량 덕분이라고 폄하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롬멜이 부족한 보급품을 확보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가 설명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어요. 트리폴리에 항구 토브룩까지 확보한 상황이었다면, 해상에서의 보급 문제는 변명에 가까와 보였고, 정말 보급품이 부족하니 최대한 빨리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하겠다!가 목표였다면, 그 전략이 실패했을 때의 대책도 있어야 했어요. 엘 알라메인에서 패한 뒤 그냥 쭉 밀려서 아프리카를 내 주고 만 건 너무 허무했습니다. 

아울러 북아프리카 전선 최후의 순간, 새로 부임된 장군과의 알력으로 전선에 최신예 티거 탱크를 집중시키지 못했던 것, 마지막까지 총통의 명령을 받들어서 귀중한 병력을 낭비했던 것은 엄연히 롬멜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는 '원수' 였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에서는 히틀러에게 책임을 다 뒤집어 씌우고 있더군요. 공정한 시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전선을 떠난 뒤, 대서양 방벽 건설을 진두지휘했다는 부분도 왜곡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롬멜만이 노르망디가 연합군 상륙 장소일 거라고 예측해서 최대한 방비를 강화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롬멜도 상륙 장소를 칼레로 예상했다는 기록이 더 많으니까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륙 작전은 연합군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으니, 실패한 작전 지휘관임은 명백하고요.

또 앞서 전투 상황을 상세히 다룬 지도가 좋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를 포괄하는 해당 지역의 큰 지도도 함께 수록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거 같아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전투가 벌어진 장소가 계속 바뀌는데, 이를 큰 흐름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큰 지도가 필요했거든요. 또 지도가 대체로 작다는 것도 조금 불만스럽네요. "아틀라스 전차전"이나 "세계 항공전사"가 전투 관련 지도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빼어납니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요.

롬멜과 2차대전에서의 독일군 전차부대 전략과 전투, 아프리카 전선에 대해 이 만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은 드물다는 장점은 크지만, 이렇게 문제도 없지 않기에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2008/09/04

전격전의 전설 - 칼 하인츠 프리저 / 진중근 : 별점 3점

전격전의 전설 - 6점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일조각

간만에 읽은 전쟁관련 책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술로 유명해진 전격전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전격전의 시작과 그 확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전 초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부전선의 "지헬슈니트 작전" 에 대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 지도 등으로 상세하게 소개하여 전격전이라는 전술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 작전 하나에 할애하였다는 점에서 상세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두께는 제법 되지만 전격전의 실체와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서부전선의 양상,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장군들에 대한 묘사와 손에 잡힐 듯한 전장에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군인 롬멜의 서부전선에서의 활약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한 책은 처음이네요. 프랑스 군에서도 드골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장군의 실제 활약이라던가, 프랑스 부대의 일부 활약상과 용맹성을 묘사하고 있는 등 균형을 잘 맞추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었던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세계 제 2차 대전사" 에서 후루룩 지나간 서부전선 이야기에 대한 실상을 알게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전쟁이 원래는 히틀러의 침략 야욕으로 불거진 전쟁이 아니라는 점(미리 선전포고를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과, 실제로 전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뛰어난 독일군 장군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전술이었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 군이 무능했다기보다는 병력과 병기에서 앞섰지만 프랑스군을 지배했던 구세대적 마인드에 의해 패배한 전쟁이었다는 점, 아울러 독일군 승리에는 정말로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요.
지헬슈니트 작전과 1차 세계 대전때의 슐리펜 계획과의 자세한 비교 및 전격전이 확립된 서부전선의 결말과 그 역사적 의의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히틀러 때문에 실패한, 성공한 전쟁이 아닌 작전술의 승리였을 뿐이라는 결론- 등을 설명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사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학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두껍고도 무거운 엄청난 책이라 읽는데 고생했습니다. 양장본이라 무겁기도 했고요. 무게와 두께가 흉기에 가까운 것은 정말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두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가격이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2차 대전에 대해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도 딱딱하지만 정확한 편이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3점 반을 주고 싶지만 조금 지루한 점과 두께는 아무래도 좀 걸리네요^^

2008/09/11

올시즌 프로야구 감독들과 2차대전 장군들

얼마전 2차대전 관련 도서를 읽은 탓인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야구는 올 시즌 위주로 대충 대충 재미로 걍 생각해 본 것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쪽만 생각하려 해서 그런지 단점은 많이 빠져있는 편이긴 한데, 뭐 재미니까요.

김성근 감독 - 구데리안 (독)
최고의 유닛들을 최적으로 조합하여 전술을 펼치는 전략가. 대세를 크게 보며 승부사적인 기질이 있으며 항상 차선책을 고민한다.

김경문 감독 - 롬멜 (독)
무조건 앞으로 달린다. 유닛은 부족해도 앞으로 달린다. 성공시에는 큰 타격을 적에게 입힌다. 단점은 작전에 대안이 별로 없으며 만성적인 유닛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 아울러, 윗사람들 (구단?) 과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으며 가끔 위에서의 작전 지시를 쌩까기도 한다.

로이스터 감독 - 추이코프 (소)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도 연전연패하던 팀을 바꾸어 놓았다. 분위기를 탈 줄 안다. 압도적인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영웅이기도 하다.

선동렬 감독 - 발터 모델 (독)
방어전에 뛰어난 "총통의 소방수"
뛰어난 방어를 바탕으로 위태위태한 팀을 어떻게든 유지는 시키는 중. 마지막 대 공세가 성공할 지 궁금하다.

김인식 감독 - 되니츠 (독)
신뢰에 바탕을 둔 노련한 지략가. 하지만 고질적인 병력의 부족, 하나둘 씩 무너지는 노장들, 믿었던 신무기의 늦은 공급과 실패 등으로 어려운 전투를 벌이게 된다.

조범현 감독 - 베이강 (프)
필요한 핵심 상황을 꿰뚫고 있었고 괜찮은 능력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여 전력 보강 및 수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부하들의 무능도 존재하였으며 운이 좀 없는 편이기도 했다.

이광환 감독 -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
전력도 화려하고 능력도 인정받지만 상부에서의 지원 부족과 병력 부족으로 이길 수 없는,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초반엔 괜찮았다...

김재박 감독 - 우고 카바렐로 (이)
본인은 명문가 출신의 과거의 영웅. 온갖 애를 써서 그런대로 전선을 유지하긴 했으나 숫적으로도 열세에 작전 수행 능력이 부족한 병사들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

부록 : 김응룡 삼성 사장 - 아이젠하워
빛나는 전력을 바탕으로 최고 자리에 오르다.

2005/01/29

높은 성의 사나이 - 필립.K.딕 / 오근영 : 별점 2점

높은 성의 사나이 필립 K. 딕 지음, 오근영 옮김/시공사

1962년, 미국 정부는 붕괴하고 일본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독일이 뉴욕을 점령하여 통치하며 유태인과 흑인은 살아남기 힘든 세계... 이유는 2차대전에서 영국과 미국이 패함에서 비롯된다. 태평양 연안 지방의 제1통상 대표단 고관인 타고미는 독일의 수상 볼만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공안부의 베게너라는 인물과 일본의 전 참모총장 테데키 장군의 회견에 우연찮게 말려들게 되어 독일의 이른바 "민들레 작전"이라는 3차대전 시나리오의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황에 대해 알게된다.
여기에 타고미가 거래하던 골동품상인 칠단과 칠단에게 위조 물건을 납품하다가 스스로 독자적인 예술품 창조에 뛰어든 프링크의 이야기, 그리고 프링크의 전처 줄리아나와 세계적인 금서로 일본과 독일이 졌다는 가정하에 가공의 이야기를 발표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메뚜기 가로 눕다"의 저자인 "높은성의 사나이" 아벤젠의 이야기가 얽히며 복잡하게 전개된다...

제가 읽은 첫 필립.K.딕 장편. 일종의 가상 대체 역사소설입니다. 줄거리 요약 그대로 미국이 2차대전에서 진, 일본과 독일이 승리하여 세계를 지배하는 196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죠. 비슷한 이야기로 이미 "그들의 조국 (Father Land)"을 읽기는 했지만 일단 이 소설은 "미국"을 무대로 철저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근거하여 쓰여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이야기는 복잡하긴 하지만 주인공별로 크게 타고미씨편, 프링크편, 줄리아나편, 칠단편의 4편으로 구분할 수 있고, 4편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며 진행되는 구조로 서술됩니다. 예를 들자면 프링크가 만든 장신구를 칠단에게 넘겨준 후, 타고미가 그 장신구를 가지고 마음의 평정을 찾고자 노력하는 부분으로 이어지는 식으로요.
프링크가 만든 장신구가 사람들을 거치면서 색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묘사, 이 장신구에서 비롯되는 타고미씨의 의식의 흐름의 묘사 등은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면서도 이색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여러 실존 인물들을 가지고 상상력만을 가지고 풀어쓴 부분은 대체 역사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리얼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롬멜에 대한 묘사가 개중 가장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일단,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치밀하거나 뭔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사건도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방식이라 혼란스럽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간 읽어왔던 저자의 단편들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꼬여있어서 그다지 재미있게 즐기면서 읽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중요해 보였던 "높은 성의 사나이"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못한 것, 허무하면서도 명쾌하지 못한 결말도 조금 아쉬웠고 말이죠. 솔직히 다 읽고나서 "도대체, 그래서 어쨌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높은 성의 사나이"라는 인물과 최후의 주역 점괘를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도 못했고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이쪽 장르에 좀 약한 것일지는 몰라도 필립.K.딕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기대했는데 결말도 좀 이해할 수 없었고, 캐릭터들 역시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들에다가 일본인에 대한 너무나 평면적인 묘사, 그리고 "주역"이라는 것에 너무 이야기 전개가 기대고 있는 등 문제도 많고 지루함도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SF쪽에서는 명망이 무척 두터울 뿐더러 여러 상도 많이 타고 고전으로 대접받는 작품인데 제가 뭘 잘 몰라서 그런걸까요? 어쨌거나 저는 단편 체질인 것 같습니다.

2008/10/11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굽시니스트 : 별점 2점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4점
굽시니스트 지음/애니북스

웹상에서 이미 접하긴 했지만 사실 책으로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요사이 워낙 화제가 되고 있기에 관심은 있었는데 형이 구입했길래 오늘 본가에 갔다가 빌려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난 감상평은 한마디로 "별로" 였습니다. 웹상에서 워낙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작품을 감히 깎아내리자니 용기가 나지 않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에게는 별로였는걸요. 보다가 졸 정도로요.

일단 그림의 수준이나 만화로서의 완성도가 낮습니다. 솔직히 책으로 출간되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로 보이거든요. 아마츄어가 보수와 관계없이 연재한 작품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이해는 되지만 요사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아마츄어 웹툰과 비교해서도 그 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 그나마의 퀄리티를 보여준 부분은 표지밖에 없을 정도로 뎃생력, 구도나 배경, 만화 자체의 완성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함량미달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패러디를 통해 2차대전이라는 역사를 전달하고 있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내용은 별다른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책 내용의 패러디들이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가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작품으로 최훈의 "삼국전투기"를 들 수 있는데 삼국전투기의 경우는 나름대로 매니아적인 패러디이지만 상당히 적재적소에 패러디가 삽입되어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의 패러디는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뒤로 갈 수록 이름을 이용한 말장난이나 별다른 의미없는 패러디, 개그가 너무 많거든요. 삼국전투기가 모범답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소와 조조가 가르마와 샤아라는 것은 확 와닿는데 야마모토가 왜 루피인지는 대관절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죠... 허무개그 수준의 롬멜 개그 등은 웃기기는 커녕 황당할 뿐이었고요. 물론 기발한 패러디와 재치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패러디를 잘 살리기 위한 그림실력과 묘사력이 부족해서 패러디로서의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어설프지만 굉장히 매니악하기에 도저히 일반인에게 어필할 수 없는 아마츄어의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 책으로 간행되어 나왔다는 것에는 찬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독자가 돈을 내고 사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는 의문입니다. 저에게는 그 어떤 새로운 것이나 가치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제가 직접 구입했더라면 1점일 수도 있겠죠. 어쨌건 이 상태라면 2권은 읽게 될 것 같지도 않군요.

이 책 자체 보다는 다양한 채널에서 매니아를 자극한 출판사인 애니북스의 마케팅 실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2004/11/20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 에릭 두르슈미트 : 별점 4점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강미경 옮김/세종서적

종군기자 출신의 에릭 두르슈미트가 저술한 전쟁 관련 역사서. 목차는

  1.  「하틴의 뿔」전투, 1187년7월4일 - 원칙에 대한 무관심
  2. 아쟁쿠르 전투, 1415년10월25일 - 승리에 대한 집착
  3. 카란세베스 전투, 1788년9월20일 -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재
  4. 워털루 전투, 1815년6월18일 - 열정과 책임감의 상실
  5. 발라클라바 전투, 1854년10월25일 -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
  6. 쾨니히그래츠 전투, 1866년7월3일 - 실패에 대한 감정적 대응
  7. 스피온 콥 전투, 1900년1월24일 - 기술 발전에 대한 무지
  8. 타넨베르크 전투, 1914년8월28일 - 사적 감정에 대한 집착
  9. 탕가 전투, 1914년11월5일 - 정보에 대한 긴장감의 결여
  10. 아라스 전투, 1940년5월21일 - 시대 흐름에 대한 무관심 

입니다. 이 10개의 전투를 서술하고 그 내용 및 승, 패에 대한 요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승전보다는 패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거의 예외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리더"의 아집과 무책임 때문에 패했음을 지적하고 있죠.
각 단락마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종 정보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다운 능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글로 드라마도 잘 살아 있어서 보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예상대로 이긴 내용이 많고 러시아는 1승 1패지만 영국군은 1승 3패 (연합군을 구성했던 전투를 뺀다면), 그나마 근대에 들어와서는 전패군요. 역사에 남는 강대국이라고 보기에는 뜻밖의 전과네요. 어쨌건 개인적으로 가장 웃기는 실패담은 역시 영국군의 "발라클라바 전투" 였습니다.^^ 

여튼, 전쟁 역사라는 쟝르를 좋아하고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실패한, 그것도 희대의 실패담만 모아놓은 전투 역사서는 처음 접해보네요.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아요.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보장해주니까요. 서양 중심의 시각이라는 점으로 약간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요 자료적인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각 전투별 간략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의 십자군 전쟁에서 살라딘이 결정적 승리를 거둔 "하틴의 뿔" 전투는 그나마 유능했던 트리폴리의 레몽 백작의 조언을 정적들의 비판으로 채택하지 않은 "무늬만 왕"이었던 기 왕의 무능력과 무책임, 특히 식수가 없음에도 과감하게(!)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무모함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의 "아쟁쿠르" 전투는 100년 전쟁 초기에 헨리왕이 엄청난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프랑스 군사를 무찌른 유명한 전투죠. 역시 병력 우위만을 믿고 상대편에게 유리한 진형을 내준 프랑스 지휘관들, 그리고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승리에 도취되어 무모한 돌격작전을 펼친 프랑스 기사들에게 전투 패배의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기술합니다. 물론 헨리에게는 기사를 제압하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던 영국의 "장궁" 이 있었고 기사도에 위반하는 과감한 작전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패배 요인은 먼저 기술했던 요인에 있다고 보고 있네요.

세번째의 "카란세베스 전투"는 투르크와 오스트리아가 대치중이던 당시, 술 한 통을 둘러싸고 오스트리아군 병사끼리 말다툼 도중 한 보병이 "적군이 온다"고 외친 것 때문에 오스트리아군이 실제 전투도 없이 1만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거나 다쳐 패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우연이 겹쳐져 일어난 어떻게 보면 불우한 사태이지만 근본적으로 지휘 역량이 없던 황제 요셉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네번째의 "워털루 전투"는 사실 나폴레옹이라는 걸출한 천재의 패전의 이야기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나폴레옹이 그다지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즉각적 판단이 늦었다는 점, 그리고 휘하의 지휘관들이 무능했다는 점 정도가 나폴레옹의 실책이랄까요....

다섯번째의 "발라클라바 전투"는 위에 언급한 오스트리아 못지 않게 무능했던 러시아군을 상대로 더욱 무능했던 영국 지휘관 이야기입니다. 전설로만 남겨진 기병으로 포병을 향해 정면 돌격한 용감한(!) 영국 기병의 신화를 보여줍니다. 무능할 뿐만 하니라 근본적으로 멍청한 지휘관들때문에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너무 황당하고 기막혀서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여섯번째의 "쾨니히그래츠 전투"는 오스트리아가 패권을 잃게되는 기점이 되는 프러시아와의 전투를 다룹니다. 오스트리아의 장군 베네테크는 비록 용감하고 현실적인, 이 이야기에서 다루어진 지휘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능력이 있기는 했지만 (나폴레옹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대 병력을 통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야전 지휘관이었고 전방 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못해 결국 숫적으로 열세였던 프러시아 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게 됩니다.

일곱번째의 "스피온콥 전투"는 전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전투는 아니지만 남아프리카 보어인들과 영국인의 보어 전쟁때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용감한 영국군은 무모하고도 멍청한 작전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만 무식하고도 멍청한 지휘관이 거의 모은 승기를 스스로 포기하며 전투에서 결국 패하고 마는 역시나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네요.

여덟번째의 "타넨베르크 전투"는 1차대전때의 러시아 주력군이 무너지는 전투를 보여줍니다. 이 전투의 패인은 러시아 1, 2군의 지휘관이 서로 앙숙이라는 것, 그래서 1군이 무너질때 2군이 응원을 오지 않았다는 이유이고 지휘관들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결과는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이 전투는 1차대전에서의 참호전으로 인한 독일의 패배 (러시아 군을 막기 위해 프랑스에 진출한 병력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단기전으로 끝날 수 있었던 전투가 장기화 되며 결국 패배로 이어진 결과)를 불러왔고 러시아에는 혁명을 불러오게 된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전투라 할 수 있겠네요.

아홉번째의 "탕가 전투"는 동아프리카 탕가에서 1차대전 당시에 영국-인도 병사 8천명이 탁월한 독일 지휘관 파울 폰 레토브-포르베크 대령이 조련한 원주민 부대 250명(!) 에게 농락당하며 패배한 전투입니다. 총검으로 하는 전투는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준 전투이기도 하고 결정적 순간에 벌떼가 영국군에게 달려들어서 전황이 뒤바뀌는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희극적인 상황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지막 "아라스 전투"는 2차대전때의 독일과 프랑스의 전투입니다. 프랑스가 무너지는 와중에 소수의 탱크로 반격하여 독일군 기갑부대에게 피해를 입힌 아라스 전투가 결국 총통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영국군이 덩케르크에서 무사히 잔존병력을 이끌고 탈출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바로 그 전투죠. 일선 지휘관이었던 롬멜 등이 만약 명령에 계속 불복종하고 진격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역시 프랑스 지휘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나름의 반격은 높이 평가하며 오히려 히틀러와 괴링 등의 무능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