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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여태까지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출간된 작품을 모두 읽은 것 같아 정리의 의미에서 포스팅합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제외하면 초기작 점수가 높은 편이네요.

이 중 세 편을 꼽으라면 "옥문도", "악마의 공놀이 노래", "혼진 살인사건"이겠네요. "팔묘촌""여왕벌"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형편없었던 TV 드라마를 먼저 접해서 그 반동으로 점수가 조금 높게 매겨진 것 같거든요.

1위 : 별점 4점

"옥문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특징적인 설정과 매력에 더하여 본격 추리적인 완성도도 빼어난 작품.

공동 2위 : 별점 3점

"팔묘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적은 모험소설로 유사한 설정의 작품들의 아버지격. 오리지널로서의 가치는 높으나 추리물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추리적으로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드라마가 잘 갖춰진 작품. 동기와 전개 면에서 만화 김전일 시리즈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주는 친숙한 느낌이 좋다.

"여왕벌"
추리적으로는 시시하지만, 악의 없이 주변을 살육으로 몰고 가는 순진한 미녀에 대한 묘사 하나 때문에라도 볼 가치는 충분.

공동 5위 : 별점 2.5점

"이누가미 일족"
너무 전형적이었을 뿐 아니라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묘사가 과했던 작품. 거기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별 볼 일 없다. 한마디로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밤산책"
추리물이라기보다는 괴담물이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지도.

7위 : 별점 2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동기와 트릭 모두 부실하며, 추리적으로도 별 볼 일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

8위 : 별점 1.5점

"삼수탑"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지나지 않는 통속 치정 모험극. 시류와 유행에 영합하려 한 전형적인 펄프픽션.

등외

"혼진 살인사건 / 나비부인 살인사건"
이전에 읽어서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음. 하지만 추리적인 측면과 역사적인 가치를 고려한다면 상위권은 충분할 듯.

2011/12/24

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1.5점

삼수탑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하기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이모댁에서 딸처럼 귀하게 자란 오토네 앞에 먼 친척이라는 겐지 노인이 무려 100억이라는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이 전해졌다. 조건은 다카토라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러나 백부의 회갑연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가 정체불명의 정혼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뒤 변호사에 의해 유산은 오토네를 포함한 사타케 가문 사람들 모두가 나누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가문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되면서 오토네는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는데...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지만 긴다이치의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오토네와 다카토의 모험담이 오토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일단,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100억이라는 거액을 둘러싸고 한 명씩 죽어나가는 꽤나 큰 스케일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문도 모른 채 사건에 휩쓸리는 전형적인 피해자인 오토네의 시각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추리적인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나마 추리적인 요소라고 할 만한 것은 후루사카 시로의 부서진 트렁크와 삼수탑 사진의 존재 정도인데, 이는 유카리와 쇼이치의 무고함을 약간이나마 증명해 주는 증거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결국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황당하기가 그야말로 서울역에 그지없을 정도고요. 지금까지 읽어본 추리소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결말이었어요.

범행 동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연쇄살인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범인의 유도 실력에 대한 복선이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실로 초인적인 운동 능력과 결국 연쇄살인 자체가 순전히 운에 기인한 결과라는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뭔가 있어 보이던 "삼수탑"의 존재가 사실 별 의미 없고, 시로가 삼수탑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이미 관련된 증거는 챙겼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말의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차라리 초반의 살인 하나만 범인이 저지르고, 유언장 발표 후에는 서로가 서로를 죽였으며, 마지막 삼수탑에서는 내분과 애정 싸움으로 모두가 목숨을 잃고, 범인은 오토네와 다카토의 관계를 알고 자살한다는 결말이 더 나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불과하다는 작품의 근본적인 단점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순진하지만 본의 아니게 사건을 일으키는 원흉인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미녀, 그리고 악인인지 선인인지 모호한 그녀를 중심으로 맴도는 남자라는 설정과 전형적인 사건 구도가 똑같거든요.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답게 전혀 건질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단계별로 사건이 계속 일어나며,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전개는 연재물이라는 작품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서스펜스와 스릴이 전편에 걸쳐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과연 명불허전이라 할 만했습니다.

또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토네와는 정반대로, 신출귀몰하며 변장에도 능하고 다양한 신분을 가진 다카토라는 안티 히어로적인 캐릭터가 비교적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비교적 현대적이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라 이 작품 한 편으로 끝나기에는 아깝더군요.

아울러, 통속적인 면에서는 지금 보아도 완벽한 작품이라 생각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점도 인상적입니다. 초반부터 펼쳐지는 찐한 애정 묘사,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모두 호색한 또는 호색녀이며 문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정 등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실 이러한 설정들은 작품의 전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순전히 재미를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근까지도 이 작품이 계속해서 영상화되는 주요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형적인 통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할 뿐 아니라 긴다이치마저도 별다른 역할이 없기에, 작가의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긴다이치 시리즈 중 최저점인데, 이후 작품들은 솔직히 별로 기대되지 않는군요.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선정해 실어 놓은 리뷰집입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의 리뷰를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수록 리뷰 중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리뷰를 올렸던 작품들은 비교해가며 읽어보았습니다. 확실히 리뷰의 수준이 차이가 나더군요.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았다는 점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추리 애호가였다 생각되고요.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며 리뷰를 접했을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 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이와 같은 글들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하지만 이미 전설이었고,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한 줄 글이 유일한 인연이라니... 생전에 댓글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목록

  •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 수키 김 통역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할런 코벤 단 한 번의 시선
  •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 J.M. 에르 개를 돌봐줘
  • 막심 샤탕 악의 심연
  •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 박미경 괴상한 해초
  •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 이은 수상한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