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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머더 미스터리 Murder Mystery (2019) - 카일 뉴어첵 : 별점 1.5점

오래전 약속했던 유럽 여행을 드디어 떠나는 뉴욕 경찰(애덤 샌들러)과 그의 아내(제니퍼 애니스턴) 부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한 가족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고령의 억만장자와 그의 가까운 가족들만 모이는 초호화 선상 파티! 꿈 같은 상황에 들떠있을 때, 억만장자가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게다가 그들 부부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악몽이 시작되는데... (넷플릭스 소개 인용)

더운 여름 생각없이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감상하게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3일만에 3천만이 봤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어딘가에서 '정통 미스터리' 라고 소개된 글을 읽었기에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엄청나게 실망했습니다. 정통 미스터리라고 소개했던 글을 꼭 찾아서 분노의 댓글을 달고 싶을 정도로요. 일견 전형적인 미스터리물로 보일만큼 추리 소설의 온갖 설정들과 클리셰를 따라 하고는 있습니다만, 실제 내용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에 불과하며 미스터리로는 수준 미달의 이야기이었기 때문입니다. 정교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고, 이야기 전개는 구멍투성이거든요. 맬컴이 살해되고, 그의 아들 토비가 유서와 함께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 이후에는 범인들이 추가 범행을 저지를 이유는 전무합니다. 닉과 오드리 부부가 사건을 들쑤시고 다닌다고 해도 범행이 드러날 이유는 없으니까요. 부부를 권총으로 죽이려 해 봤자,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만 드러내는 꼴입니다.

또 부부를 죽이려 할 때(그러다가 실수로 세르게이를 죽였을 때) 후안 카를로스가 실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건 더 말이 안됩니다. 맬컴을 살해한건 토비고, 토비를 죽인건 그레이스입니다. 카를로스는 그레이스를 부추키고, 범행에 도움을 주었을 수는 있지만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복수도 이미 완료되었는데, 복수 대상도 아닌 미국인 부부를 죽이기 위해서 직접 나선다? 이건 말도 안되지요. 

중간에 수지가 총을 들고 나타나서 닉과 카를로스를 협박하다가 독침에 맞아 사망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지는 왜 총을 들고 그들 앞에 나타났을까요? 앞선 범행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녀가 맬컴과 결혼한 뒤에도 찰스 캐번디쉬와 관계를 지속했다는건 지금 시점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말이죠. 총질을 서로 해 대는 와중에, 부는 독침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레이스의 행각 역시 황당함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입니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무의미하고, 설명되지 않는 행동들로 점철된 영화가 제대로 굴러갈리 없고, 당연하게도 추리적으로도 건질건 전무합니다. 그나마 추리적으로 볼 만한건 딱 두 가지 뿐입니다. 첫 번째는 이야기의 도입부인, 콩가루 가족들만 모인 유람선 연회장에서 억만장자 맬컴이 살해당하는 장면입니다. 전형적인 영국식 본격물의 얼개를 잘 가져온 느낌이었어요.
두 번째는 그레이스가 맬컴의 사생아였지만 버림받았기 때문에, 유산과 복수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그레이스의 동기입니다. 동기야 진부하고 전형적이지만, 이를 찰스, 세르게이, 대령 등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나름 미스터리의 원칙에 부합하거든요.

그러나 그 외 모든 부분은 빵점이에요. 맬컴 살인 사건부터 찬찬히 생각해 보면, 당연히 수지와 찰스 캐번디쉬는 범인이 아니에요. 둘이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가 뒤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수지가 전 재산을 상속 받게 되면, 언젠가는 둘의 재산이 될 테니까요. 구태여 범행을 저질러서 다른 사람들과 재산을 나눌 까닭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토비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고 불이 꺼지게 만들 수 있는건 승무원들을 고용하지 않은 이상, 자리를 비웠던 그레이스밖에는 없으니 공범은 그녀입니다. 토비가 죽었다면 범인은 그레이스일테고요. 동기가 있는 대령과 카를로스가 복수를 위해 벌인 범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령의 수족인 세르게이는 살해당하고, 그레이스와 대령은 알리바이가 확실하니 실행범은 카를로스라는 결론입니다. 즉, 그레이스와 카를로스가 공범인거죠. 

이렇게 유산이 누구에게 상속되는지만 확인해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닉과 오드리를 범인 취급하는 무능한 프랑스 경찰의 행각도 짜증나고, 그레이스의 이마에 난 상처가 그녀가 범인이라는 증거라는 클라이막스는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증거가 된 단 말입니까? 무슨 특별한 흉기나 장치에 의해 난 상처도 아니니 그냥 걷다가, 운전하다가도 다쳤다고 해도 증명할 방법이 없는데 말이죠.

또 애덤 샌들러가 연기한 닉 캐릭터도 무척이나 비호감이었습니다. 능력도 없는데다가 색드립이나 일삼는 한없이 가볍고 경박한 캐릭터거든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애덤 샌들러 캐릭터인데, 이런 류의 캐릭터가 먹힌 것도 2000년대 초반까지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도 아내인 오드리가 추리 소설 매니아라는 설정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아내의 도움으로 무능한 경찰 남편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식으로 흘러갔더라면 봐 줄만 했겠지만 작품에서는 그런 설정도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둘 다 실수만 연발하고 좌충우돌의 연속이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촬영 등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지만 단점이 너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헐리우드 코미디 팬이라면 모를까, 추리 애호가 분들이라면 쳐다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2020/07/03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 황세연 : 별점 1.5점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 4점
황세연 지음/마카롱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8년, 충남 청양군 장평면 중천리라는 촌 마을에 살고 있던 젊은 미망인 소팔희는 마을 주민 신한국을 도둑으로 오인해 살해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신한국의 시체를 이장의 차에 치어 죽은걸로 위장하고, 마을 주민들은 '범죄없는 마을'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사건 은닉을 결정했다.
그날 신한국의 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사체가 발견되었고, 마침 마을의 자살 명소로 유명한 구멍 바위에서도 자살자 시체가 발견되어 경찰이 출동했지만 폭우로 인해 일단 철수하여 마을에는 조은비 기자와 최순석 형사만이 남아 조사를 이어가는데....

한국 작가 황세연의 장편으로 작년 (2019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장편 소설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사건의 핵심 수수께끼는 신한국의 죽음, 그리고 사체에 심한 폭행과 감전, 교통 사고 등 다양한 흉행의 흔적이 남은 이유가 무엇인지? 입니다. 진상은 곧바로 마을 주민들의 '시체 떠넘기기'에 의한 걸로 밝혀지고요.

시체를 옮긴 뒤 살인 누명을 씌운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18세기 후반 "성진사전"은 시체를 성진사 문 앞에 가져다 둔 뒤, 성진사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돈을 갈취한다는 이야기라고 하니까요. 술취한 사람 옆에 시체를 두고 누명을 씌우는 일은 뉴스 등에서도 곧잘 보아왔던 이야기지요.
그러나 작품 속 신한국 시체 떠넘기기는 누명을 씌우려는 목적은 덜하다는 점에서 조금 다릅니다. 누명 보다는 '나만 아니면 돼'에 가깝습니다. 시체 돌리기의 발단인 우태우 이장이 소팔희 축사로 사체를 옮기려 한 행위처럼요.
그 이후의 시체 떠넘기기는 거의 다 우연에 의한 것이라 의도적이지도 않습니다. 박광규의 실수로 양식연 양식장에 시체가 빠지고, 양식연의 실수로 왕주영의 차 앞에 시체가 떨어져 왕주영이 자기가 차로 치었다고 착각한게 진상이거든요. 그나마 왕주영이 우태우 이장 차에 치인걸로 위장하는 것 정도만 전통적인 시체 떠넘기기에 가깝습니다만, 이 역시 누명을 씌우기보다는 '나만 아니면 돼' 쪽이지요.

그러나 '나만 아니면 돼'와 우연과 실수로 점철된 시체 떠넘기기의 과정은 가면 갈 수록 지루해 집니다. 양식장에서 전기를 흘리지 않았다면? 왕주영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과 같은 부수적인 우연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지요. 작위적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건 너무 심했어요.

그나마 하룻밤 새 벌어진 시체 돌려막기 행각은 나름 속도감 넘치며 우스꽝스러워 읽는 재미는 나쁘지 않아요. 헐리우드 코믹 범죄극을 보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러나 사채업자 사병채 일당이 신한국에게 빌린 돈을 받으러 쳐들어 온 뒤부터는 영 별로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범죄(?) 행각을 알고 협박하며, 역시나 채무자였던 소팔희를 끌고 가서 팔아넘기려는 행각은 앞선 유쾌하고 순박한 분위기와 거리가 너무 멀거든요. 

결말도 억지스럽습니다. 사채업자들이 콜라 뚜껑 하나만으로 선뜻 몇 억에 해당하는 채무를 탕감해주는 장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최순석이 현금 3억원에 가까운 강남 아파트를 자기와 별 관계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선뜻 내 놓는 이유 역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아가 된 아픈 기억에 대한 진상을 깨우쳤다 한 들, 그건 마을 사람들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니 딱히 선행을 베풀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의 컨텐츠들을 사로잡고 있는 불행한 과거와 부모와의 사랑을 그린, 길이 늘리기 목적의 신파극에 불과해서 고독한 안티 히어로이자 독고다이 악당인 최순석 캐릭터하고도 어울리지 않아요.

사채업자들이 마을에서 담근 독버섯주를 먹고 환각을 일으켜 사고로 죽는다는 결말도 너무 뻔했습니다. 중반에 조은비 기자와 최순석이 독버섯주를 먹고 환각에 빠졌을 때 이미 드러난 설정이기도 하고요. 뭔가 복선을 활용한 듯한 부분은 이렇게 뻔한게 대부분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신한국의 복권과 콜라, 독버섯 주가 대표적이에요.

발견된 단서가 모두 증거가 되어서 범인과 이어지는 전개도 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박광규의 라이터가 좋은 예에요. 또 마을 사람들이 쓸데없이 법의학이나 과학 수사에 나름 지식이 있는 듯한 묘사가 많아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니었어요. 범죄 없는 마을에 상금을 준다던가, IMF 때 콜라가 강남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 걸었다는 무리수 넘치는 설정들도 그러하고요.

하긴, 등장인물들 모두가 작품과 잘 어울리지 않으니 이런걸로 문제 삼는 것도 좀 웃기네요. 등장 인물들 이름부터 문제니까요. 조은비 기자와 최순석은 무난하다 해도, 젊은 미방인 소팔희는 소를 판 돈을 세다가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에서 따온 이름, 양식장을 하는 호수집 주인 이름은 양식연입니다. 피해자 신한국과 범죄 없는 마을 타이틀을 위해 시체를 은닉하려는 이장 우태우, 마을 사람 왕주영은 90년대 정당과 정치인에서 따온 이름이고요. 이런 류의 작명은 다른 조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를 클라이막스로 몰고가는 악덕 사채업자의 이름은 사병채니까요. 소씨, 우씨, 왕씨에 사씨 같은 흔치 않은 성에다가 이름마저 이러니 반쯤은 장난같아서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점점 심각해지는 작품 분위기와도 영 어울리지 않았던건 물론입니다.

물론 건질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몇 안되는 단서들을 발견하면서 진상에 접근해가는 조은비 기자와 최순석 컴비의 활약도 꽤 볼거리이고요. 욕이 난무하지 않는 묘사도 마음에 들고, 개성넘치는 캐릭터 묘사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누구에게나 반말을 해서 '양순이(서양여자)'라는 별명을 가진 소녀 황은조가 아주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냐고 하면 그렇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추리적으로나, 이야기 재미면으로나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거든요.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 도대체 어떤 작품들이 출품되었던건지 좀 궁금해지네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이런 시골마을이면, 왜 마을 사람들이 달랑 3명 밖에 안되는 사채업자들을 합심해서 사고로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로 보이는데 말이죠. '범죄 없는 마을'도 물 건너간 상황인데, 앞 뒤 가릴 이유가 있을까요?

2020/07/02

알라딘 21주년

인터넷 서점 알라딘 21주년 기념으로, 20년 때 진행했었던, 누적된 구매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를 또 진행하네요. 이번에도 이용해 보았습니다. 기록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1,118권을 구입했다고 나왔는데 올해는 1,194권이군요. 그다지 많이 늘지는 않았습니다. 책 구입을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덕분이겠죠?
구입이 다소간 줄기는 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꾸준히 알라딘을 주력으로 이용할 생각입니다. 쌓은 정이 무섭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2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