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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4

시미즈 레이코 걸작선 9 - Magic

매직 - 8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물속의 달 내 손안에는 있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다. 영원히 너를 향한 내 마음을 전할 수 없겠지"

저~ 아래 썼었던 "비밀" 의 작가 시미즈 레이코의 예전 단편집입니다.
시미즈 레이코 걸작선으로 출간되었던 9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죠. 비밀을 읽다가 다시 생각 나기도 했고 오늘 집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다 다시 발견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표제작 "Magic"과 고등학생 범죄물 "Silent"두편이 실려있는데, "Magic"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까 합니다. (Silent도 좋은 작품이지만 평이한 수준이거든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를...
14년 전 변두리 행성인 샤샤에서 일어난 우주선 추락사고, 그 우주선에는 은하계 최고의 모델 KANA가 타고 있었는데 결국 KANA의 딸 카나만이 기적적으로 구조됩니다. KANA의 25살이나 연하였던 연인 토르의 딸로 키워진 카나는 14년이 지나, 모델 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샤샤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자기폭풍으로 인한 우주선 사고가 일어나고 일행은 구조대를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딸인 샤샤의 토르에 대한 감정은 깊어만 가고 토르도 점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어 집니다. 자기폭풍이 걷히고 구조대가 도착할 때 드디어 파국이 찾아옵니다...

딸로 키우는 "카나"에 대한 2번, 아니 3번에 걸친, 평생에 걸친 토르의 사랑과 행성 "샤샤"의 특수한 조건 -오래 있으면 퇴화된다!- 가 시미즈 레이코의 미려한 그림과 맞물려진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SF 순정 러브스토리입니다. 제가 읽었던 SF단편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에요.
특히 딸로 키워왔던 카나가 사실은 14년전에 조난당했었던 "KANA"가 퇴화되어 어려진 것이었다는 반전과, 10년뒤 다시 어려진 카나를 데려다 키우는 토르의 모습이 묘하게 마음을 울리네요.

이 만화는 듣자 하니 국내 한 영화감독(이현승씨였죠 아마..)이 영화화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들렸었죠. 미려한 그림으로 구성된 이야기인 만큼 캐스팅이나 비쥬얼이 심히 걱정되었었는데, 다행히(!) 취소 되었나 보더군요.^^

현재 절판되었지만, 많이 팔린 만큼 구하기도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추천작입니다.

유니스의 비밀 - 루스 렌들 : 별점 4점

유니스의 비밀 - 8점 루스 렌들 지음/고려원(고려원미디어)

간만에 추리소설 한권을 독파했습니다. 제목은 "유니스의 비밀", 한때 추리 매니아들의 희망이었지만 현재는 별 소식이 없는 고려원 미스터리 문고 시리즈 9번 입니다.
원제는 "A Judgement In Stone" 이라는 나름대로 멋들어진 울림을 주는 제목인데 한국판 제목은 좀 난데 없네요. 하지만 고려원 미스터리 문고 시리즈 답게 제목을 제외하곤 전체적인 번역이 나무랄 데 없습니다.

"유니스 파치먼은 글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아무런 동기도 사전 계획도 없었다. 돈을 훔친 것도, 일신상의 안전을 꽤한것도 아니었다. 범죄 결과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이 한 일가와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그 일로 인해 자신에게 가해진 형벌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기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인 공범은 미치광이 였지만 유니스는 달랐다. 그녀는 20세기의 인간으로 변장하고 나타난, 격세유전한 원숭이의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광기를 품고 있었다...." 라는 문장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유니스라는 뒤틀린 광기를 품고 있는 문맹 여자가 커버데일가의 가정부로 고용되어 스스로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생활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상황을 부풀려 가다가 결국 폭발하고 마는 상황을 적나라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영화 "하녀"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특히 유니스와 그녀의 미치광이 친구 조안의 광기넘치는 심리 묘사와 첫 문장으로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독자들을 그 결말로 서서히 이끌면서 소설로 끌어들이는 재주는 역시 루스 렌들 여사! 라는 고수의 필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루스 렌들 여사 작품은 읽어 본것이 단편, 장편을 포함해도 몇개 되지는 않지만 뭔가 문제가 있고 뒤틀린 인물들의 이러한 심리 묘사는 정말 탁월 한 것 같습니다. (별로 재미 없었던 장편 "내 눈에 비친 악마" 도 그러한 부분의 묘사는 대단했었죠.)

사실 추리라기 보다는 독특한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라고 할까요? 하지만 미국식 공포물보다는 조금 격조높고 고급스러운, 영국스러운 분위기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물입니다. 특히 읽으면서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별점은 4점입니다.

2004/01/01

절대미각 식탐정 - 테라사와 다이스케

절대미각 식탐정 1 - 6점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신작.
미스터 초밥왕은 제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정이 가진 않았었습니다. 설정에서부터 캐릭터들, 스토리라인 전체가 초밥이라는 소재를 놓고 벌어지는 오버의 극치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특히나 매번 감정에 북받치는 주인공들이나 "입안에서 터지는 어쩌구..."하는 맛에대한 묘사는 짜증날 정도였고요.

그래도 이 "절대미각 식탐정" 은 일단 그러한 감정 과잉이나 오버가 조금은 희석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림은 뭐 여전히 독특하지만 꽤 탄탄한 편이고요.

주인공 다카노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유유자적 하면서 역사 소설가와 탐정이라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이 두가지 직업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은 비서인 교코 뿐이죠. 더군다나 그는 앉은 자리에서 도시락 10인분은 바로 먹어치울 정도의 굉장히 식탐이 심한 미식가입니다. 만화는 이 다카노가 경찰청 엘리트인 오카다의 요청으로, 또는 의뢰로, 또는 우연히 사건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추리만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부가 "음식"과 연관되어 있는, 약간은 요리만화의 설정도 띄고 있습니다.

사건의 예를 들면 어떤 식당에서 벌어진 살인 현장에서 범인으로 심증은 가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살해당한 요리장은 머리를 강타당했는데 흉기를 찾지 못한 상태죠. 여기서 다카노는 주 메뉴였던 커틀릿을 먹어보고 커틀릿 빵가루가 일반적인 빵이 아닌 일종의 "단단한 빵"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요리사의 자백을 받아냅니다.... (1권 003 "남의 커틀릿을 먹다")

그러나 다카노라는 주인공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맛의 달인"의 지로같은 녀석이 이 만화 주인공으로 적당했을것 같습니다. 다카노의 너무 잘난척 하는 모습은 짜증날 정도였고, 비정상일 정도의 식탐이 현실성이 부족했거든요. 아울러 살인 현장에 음식이 중요한 증거로 남아있어 그 음식을 먹어보고 사건을 추리해 낸다던가(1-004 : 살인현장의 초밥을 먹다 편 등), 식당이 범행 장소라던가(2-012 : 라면집에 줄을 서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등), 음식의 특성으로 트릭이 이루어진다던가(1-005 : 독이 든 홍차까지 마신다 등) 하는 식으로 모든 사건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내용도 있지만 이야기의 소재와 설정이 아무래도 끼워맞추는데 문제가 좀 있는 편이라 전체적으로 그 추리의 깊이나 내용이 합리적이거나 치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추리 동호회의 한 회원분은 거의 쓰레기급으로 분류하시더군요^^

하지만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꽤 즐길 수 있는 만화입니다. 저도 추리만화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형태의 만화를 만나니 꽤 신선합니다.

"추리" 보다는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