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기아와의 시리즈 두번째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류지혁 선수가 기아의 홍건희 선수와 맞 트레이드 되었다는 소식이지요.
이용찬 선수의 갑작스러운 시즌 아웃으로 투수가 필요하다는건 압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류지혁 선수라니? 류지혁 선수는 대부분의 선수가 FA를 앞두고 있거나 노장인 두산 내야진에서 그나마 중간 가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선수입니다. 내년에 내야 주전 전원 - 허경민, 김재호, 오재일, 최주환 선수 - 가 모두 FA이니까요.
올 시즌 우승에 올인한 움직임이라 쳐도, 문제는 지금 김재호 선수가 전 경기 출장이 어려워 보이는 유격수 자리입니다. 이유찬, 서예일 선수를 필두로 몇 명의 신예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실적도 보여주지 못한, 말 그대로 신인 선수들일 뿐입니다. 아무리 류지혁 선수가 송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감히 신인들이 비벼볼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요.
올 시즌 우승이 당분간은 마지막 기회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이 트레이드가 정말 필요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금 두산에 방어율 6점대 불펜이 왜 필요합니까. 김강률 선수는 올 시즌은 아직 긁어보지도 않았고, 김명신 선수도 대기 중인데. 이 트레이드가 정작 필요했던건 기아에요. 지난 3경기에서 드러난 기아의 가장 큰 문제점은 3루 수비였고, 류지혁 선수를 이를 보완해줄 완벽한 카드입니다. 아무리봐도 두산이 갑인 상황이에요. 그런데 나이도 두살 많은데다가 통산 WAR도 2이상 차이나는, 통산 방어율이 6을 넘는 중간 계투와 트레이드를 한다? 세상에, 이런 호구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더 황당한건 기록만 보면 홍건희 선수가 이현호 선수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필요없다고 내 놓은 선수와 비슷한 선수를 알짜배기와 바꿔오다뇨? 실수를 했는데 그 실수를 인정하기는 커녕 더 큰 실수로 덮는다, 일반 회사에서 이런 거래가 일어나면 주도한 실무자가 무사할 수 있을까요? 두산 단장 김태룡의 망 트레이드는 그동안 한, 두 개가 아닙니다만 이번에 또 제대로 호구 인증했다 생각합니다.
거래라는건 우리 물건을 현재 시점에서 최대한 비싸게 포장해서 팔아먹는겁니다. 세상 누구나 다 아는걸 두산 단장만 모르네요. 이럴바에야 이흥련 선수와 묶어서 좀 더 큰 거래를 만들던가, 예전 기아의 김세현 - 이승호 선수 트레이드처럼 우승을 위한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신인 지명권이 걸린 트레이드라면 미래를 위한 거라고 위안을 삼겠지만 이게 대체 뭔 짓인지....
그놈의 앞길 열어주기 타령도 작작 좀 했으면 좋겠어요. 왜 앞길을 구단이 나서서 열어줍니까? 오래전 나주환 선수부터 시작해서, '우리 팀이니 백업이지 다른 팀 가면 주전'인 선수를 왜 공짜로, 아니면 백업 선수를 받고 풀어주나요?
그렇게 해서 다른 팀 1군이 된 선수들은 나주환 선수부터, 최재훈, 유민상, 이흥련, 윤석민, 이우성 선수 등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과 바꾼 선수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 (속터지는 2차 드래프트 결과는 제외하고라도)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홍건희 선수가 잘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선수와는 별개로 트레이드라는걸 하면 안돼는 인간이 단장으로 있으니 이번에는 정말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프랜차이즈 FA는 족족 놓치는 거지 구단 팬 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아예 불난 곳에 기름을 붓네요.
이번에 우승을 못 한다면, 김태룡은 알아서 사퇴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니 사퇴해야만 할 겁니다. 야구 커뮤니티에서 KBO 공식 효자손으로 불리우는 인간이 응원팀 단장이라니, 정말 슬프네요.
물론 팀 매각이 사실이고 올 시즌 풀리는 내야 FA를 모두 잡을 계획이라면, 굿 무브로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린 모두 잘 알고 있지요. 그럴리가 없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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