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x - 마크 레빈슨 지음, 김동미 옮김/21세기북스 |
컨테이너 화물 운송이 얼마나 세계를 바꾸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경제학 서적. <<책장의 정석>>에서의 소개가 흥미로와서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했었는데, 제가 구하고 얼마 안되어 복간되었더군요. 좋은 일입니다.
내용은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시작과 진행 과정, 그리고 현재 (물론 책이 발표된 시점이겠지만) 까지를 아주아주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색인을 제외하고 4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 전부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죠.
책의 초반부는 컨테이너 화물 시장을 처음 개척해서 시장을 주도했던 풍운아 말콤 맥린 사장의 일대기와 거의 겹칩니다. 컨테이너 화물 운송 초기에는 말콤 맥린 사장 자체가 시장의 전부이며 또 리더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죠. 여튼 초, 중반부는 말콤 맥린 사장이 처음으로 컨테이너와 컨테이너를 나르는 화물선 아이디얼 X호, 그리고 이를 옮기는 크레인을 도입하여 혁신을 일으킨 뒤 맷슨사 등 후발 업체들이 이를 모방하여 속속 컨테이너 화물 사업에 뛰어드는 과정이 상세하게 펼쳐집니다. 기존 대비 얼마나 경제적으로 이익이 일어났는지 등의 데이터들도 확실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 뒤 컨테이너 운송과 관련되어 마찬가지로 혁신이 일어난 트럭, 철도 운송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각 해운 회사별로 독자적인 컨테이너 운송 사업을 벌이다가 이를 표준화하면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각 회사별 이해가 상충되어 잘 협의되지 않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네요.
후반부는 풍운아 말콤 맥린의 실패 - 기름을 엄청 먹는 빠른 배를 도입했지만 오일 쇼크로 치명타, 다음에는 기름을 적게 먹지만 느린 대형 화물선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석유값 폭락과 너무 커서 이용할 수 있는 항구가 제한된 탓에 파산 - 와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현재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신기했던 건 우리나라 관련된 내용이 가끔 등장하는 점입니다. 한진의 조선소가 대형 선박을 수주받았다던가, 한국의 부산이 대단한 성과를 거둘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죠.
이런 소개와 설명으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가끔 직구를 할 때, 특히나 중국에서 구입할 때 이 가격에 어떻게 해외 배송까지 무료로 될까? 궁금했었는데 그 해답이 바로 이것,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발달 덕분이었던 것이죠. 그만큼 운송 비용이 저렴해졌기 때문으로 심지어는 사방이 육지로 가로막혔거나, 항구에서 내륙으로 운송하는 비용이 더 들 정도라는군요. 예를 들어 미국 볼티모어에서 남아프리카 더반으로 컨테이너 화물을 보내는 비용은 2,500달러인데, 더반에서 남아프리카 수도 마세루까지 보내는 비용은 이보다 7,500달러가 더 든다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가 반도 국가로 3면이 바다로 인접했다는게 행운이란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그 외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건 하역을 진행했던 부두 노동자 단체들이 컨테이너 화물 사업 앞에서 어떻게 협상하였고, 어떤 항구들이 컨테이너 운송에 적응하여 살아남았으며 어떤 항구들이 몰락했는지에 대한 챕터입니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의 거친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은 결국 무의미했다는 건데 (영화에서의 노동자들은 항구 노동자들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는 최근 인공지능이 대두되어 곧 없어질 직업군 리스트가 이런 저런 곳에서 회자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빠른 시간 내 도태되지 않으려면 많이 노력해야 할 텐데... 많은걸 생각하게 합니다.
하여튼, 컨테이너 화물 운송에 대해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경제라던가 산업의 흐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도 많고요. 제 전문 분야라던가 핵심 관심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개인적인 만족도는 높지 않았지만 이런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람녀 곡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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