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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1

이웃집 살인마 - 데이비드 버스 / 홍승효 : 별점 4점

이웃집 살인마 - 8점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사이언스북스

사람이 왜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진화와 심리학 측면에서 분석한 책. 살인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굉장히 설득력있습니다.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심리학 측면 내용이 많아 애매하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아주 그럴듯하게 보이더라고요. 대표적인게 짝짓기, 성적 경쟁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며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여성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많은 음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남성은 폭력을 통해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죠. 반대로 남성은 여성의 외모와 젊음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여성 간에는 이러한 부분에서 경쟁과 다툼이 일어나게 되었고요. 
이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후손을 많이 남기기 위해 남성은 최상의 생식 능력을 지는 여성을 선호하도록 진화한 것이거든요. 당연하겠지만 단자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종에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하네요.

또 남녀 관계를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인간은 여성의 배란 시기가 은폐되어 남성과 여성이 후손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남성의 손해와 희생을 불렀다는 대목입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기 때문에 남성이 자신의 후손을 가진 여성 외의 여성에게 자원을 투자하기가 힘들어 졌으며,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가 가치있고 유지되어야 함을 보장해야 했기 때문에'사랑' 이라는 감정이 등장했다는 식이죠.
그런데 이렇게 이어진 남성과 여성의 등급차가 존재하게 되면 각자 바람을 피우는 식으로 서로에게 원하는 자원을 획득하려는게 정상이라는군요. 저자의 연구진이 여성들이 단기적인 관계를 가질 때에는 '섹시한 아들' 유전자를 추구한다는 정황적인 증거를 찾아내어 이를 증명하였고요. 섹시한 아들이 후손을 많이 남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내가 바람을 핀 경우 남자는 자신이 자원을 투자한 여성이 자신의 후손을 남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후손을 남기면 이중의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살인이라는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는데 굉장히 와 닿더군요. 이를 통해 사랑에 빠지거나 빠졌다고 착각한 남자가 왜 위험한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통계와 실제 사례로 충실하게 검증도 해 주고 있고요.

강간범에 대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분노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합리적입니다. '성의 약탈자'는 상술한 자연스러운 후손 만들기와 그것을 위한 자원 투자에 역행하는 중요 범죄이기 대문에 사악한 행위로 유전자에 깊이 기록되어 있다는건데 아주 그럴듯해요. 계부가 의붓 자식들을 학대하고 살해하는 이유 역시, 자신의 자원을 투자하기 싫다는 자연스러운 진화 이론의 결과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 다양한 살인의 유형을 진화와 심리학적 측면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각 유형별로 실제 사례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책의 방향성이 맞다면 일본의 유토리 세대나 우리나라의 3포 세대처럼 결혼과 가정, 후손에 특별한 목적 의식을 지니지 않는 사고 방식이 퍼지면 살인이 감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긴, 다른 것들을 포기한 사람들이 살인과 같은 노력과 수고가 많이 필요한 일을 벌이지도 않겠지만 말이죠.

실제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살의'를 품었다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많은건 조금 불필요해 보였지만 딱히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좋은 책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살인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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