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평화로운 섬 극락도의 주민 17명이 모두 사라진다. 천국 같은 이 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에서 시작했다. 섬 주민 전원이 용의자일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 난생 처음 살인사건을 맞닥뜨린 마을 사람들은 보건 소장 제우성을 중심으로 하여 살인사건 범인 추리에 골몰하지만 점차 주민들의 시체만 늘어간다. 한편, 우연한 기회에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된 듯한 모종의 쪽지를 발견한 춘배는 쪽지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이라 제 생애 가장 바쁜 추석을 보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추석 기간 동안은 바빠서, 끝나고는 피곤해서 통 블로깅을 못했네요. 포스팅할 꺼리도 별루 없지만 연휴때 본 이 영화에 대해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이 영화는 초-중반부까지는 나름대로 추리물처럼 진행됩니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사건과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들'이라는 공식에 충실해 보이니까요. 그러나 단서와 사건이 그다지 연관성이 없고, 범행 자체가 굉장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등으로 추리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류의 폐쇄 연쇄 살인극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비례하여 용의자도 줄어들기에 그러한 약점을 끝까지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 영화에서는 용의자고 뭐고 없습니다. 주요 인물들이 정직하게 차례로 죽어나가며 결국 범인을 그냥 적나라하게 드러내 버리니까요. 또 결정적 단서로 보였던 "이장이 들여놓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여놨다" 라는 쪽지 역시 단서이기는 커녕, 주인공에 의해 설명되어 버리는 영화 전개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기에 짜증이 났습니다. 나름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결과적으로는 실망스럽네요.
물론 영화 자체는 잘 찍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홍보하지만 않았어도 실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한데 차리리 종반의 이장집 앞에서 벌어지는 총을 둘러싼 다툼같은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훨씬 괜찮았다는 것을 미루어 본다면, 열녀문 귀신 이야기하고 잘 섞어서 잔혹 코미디극으로 만드는게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추리물을 다루려면 말초신경을 자극해야 한다는 교육을 어디 영화판에서 시키나요? 영화의 맥락과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쓰잘데 없는 잔혹한 묘사는 거부감만 불러 일으켰습니다. 예전에 감상했던 "혈의 누" 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말이죠. 그나마 "혈의 누"에서는 범행 자체가 잔혹한 나름의 이유라도 있었지만 (당한 그대로 복수한다는) 이 영화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요소일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추리물을 다루려면 말초신경을 자극해야 한다는 교육을 어디 영화판에서 시키나요? 영화의 맥락과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쓰잘데 없는 잔혹한 묘사는 거부감만 불러 일으켰습니다. 예전에 감상했던 "혈의 누" 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말이죠. 그나마 "혈의 누"에서는 범행 자체가 잔혹한 나름의 이유라도 있었지만 (당한 그대로 복수한다는) 이 영화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요소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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