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글에 이어 2탄입니다. 새로운 UI와 GUI를 적용하여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궁금해 할 겁니다. 왜 우리나라에는 Apple같은 제품이 없을까? 이유는 명백하죠. 사실 기업이 연구개발에 쓰는 돈이 적기 때문입니다.... 최근 추세를 본다면 삼성 같은 경우는 예외가 될 수도 있겠지만 기업 문화 풍토가 바뀐것이 채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아직 외국 기업들에 비한다면 많이 부족하죠.
또한 연구 개발 인력의 대부분이 하드웨어쪽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혁신적인 UI나 GUI를 개발,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O/S나 소프트웨어적인 환경이 많이 뒷받침 되어 줘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이쪽 분야, 즉 O/S나 소프트웨어쪽에는 큰 관심이 없고 제품의 외형이나 크기,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기능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을 뿐이니까요. 특히 아무래도 디바이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칩셋은 외국 업체가 완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격 경쟁력이나 성능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특정 칩셋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 경우 칩셋에 O/S나 펌웨어가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렇다면 자체 O/S나 펌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가격 경쟁력이 안되니까요....
결국 자체 개발이 아닌 외부 솔루션에 UI나 GUI를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고 국내 휴대폰은 대체로 심비안, PMP 등 모바일 제품은 WinCE O/S를 사용하며 최 상층 껍데기 GUI부분은 대부분 Flash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WinCE는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구현되고 개발자도 많은, 상대적으로 개발하기 쉬운 O/S임에는 분명하고 Flash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두 솔루션 모두 "느리다" 라는 단점은 극복하지 못하고 있죠. Flash의 경우 요새는 많이 최적화 되긴 했지만, 그리고 용량이 작고 상대적으로 제작하기가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사실 모바일 제품에 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솔루션입니다. CPU점유율을 일단 많이 차지하는 약점 때문에 퍼포먼스가 느려지기 쉬워서 전체적으로 UI나 GUI를 구성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는 솔루션이죠. 3D를 사용하기가 너무나 버겁다는 약점 역시 아직도 존재하고요.
하지만 GUI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Flash만한 쉽고 인터랙티브한 툴이 거의 없기에, 또한 국내 Flash 개발자들의 수준은 세계적이기에 (제가 같이 일해본 친구들만 하더라도 매크로미디어 본사에서 인정한 실력자들만 해도 두세명 이상입니다) 적합치 않은 칩셋과 하드웨어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성능을 끌어내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실력의 개발자라 하더라도 기본 하드웨어 퍼포먼스를 뛰어넘도록 할 수는 없으므로 자체적으로 최적화된 O/S를 탑재한 Apple을 따라잡기는 넘을 수 없는 안드로메다의 벽이 있을 뿐입니다. (Sony의 십자형 UI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즉, 결국 국내에서는 혁신적인 기술로 UI와 GUI를 구현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은 아이디어가 빛나는 UI의 승부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Apple의 수많은 멋진 효과와 기술은 어차피 따라잡을 수 없는 만큼 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직관적인 UI로 승부를 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되거든요. 개인적으로 효과는 순간적인 재미일 뿐이며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성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러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회사의 상위층들의 입김이 많이 좌우된다면 결국 뻔한, 진부한 UI와 GUI로 결과물을 도출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당연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뻔한 제품에 모험을 걸고 싶어하지 않을테니까요. 선행 연구팀이 존재하고 한두개의 파일럿 제품 출시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몇몇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경영진의 의지가 잘 결합되어 개발된 몇 안되는 국내 제품 중 대표적인 것이 iriver의 D-Click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 시스템이 아주 뛰어나다거나 사용성이 무척 높냐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요) 독특한 재미와 사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도 온전한 제품으로 출시될 확률이 너무나 적기에 결과물 자체는 충분히 만족할 만 합니다. 국내에서는 너무나 드문 경우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국내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UI와 GU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 회사들이여 돈을 써라! 특히 S/W 등 원천기술에 신경좀 써라!
2. 경영진이여 야망을 가져라!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쉬운 이야기지만...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디어와 욕심없는 기획자나 개발자는 드물겠지만 현실의 벽에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국내 개발 풍토가 안타까와 적은 글이긴 합니다만, 앞으로는 차차 나아지겠죠. 아니, 나아져야만 합니다. 특히 로열티가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O/S부터 순수 국내 혈통의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제품이 제발 나와주기를 기원해 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