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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신라 탐정 용담 - 이문영 : 별점 2.5점

신라 탐정 용담 - 6점
이문영 지음/웃는돌고래

통일 신라를 무대로 황룡사의 사미승 용담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역사 추리 소설로 총 세 편의(앞서 용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인트로격 짤막한 이야기 한편이 있긴 합니다만)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블로그 지인인 초록불님의 저서인데, 초록불님의 도움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선물받았는데 리뷰가 많이 늦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와 감사의 말 전해드립니다.

주인공인 탐정역 용담 외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중 용담과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주인공 격 인물은 고구려계 화랑인 연문덕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사건에 주요 인물로 휩쓸리는 사건 관계자이지요. 추리적으로는 "증인 1" 정도의 비중이지만, 고구려 계라는 특징으로 대부분 사건의 동기인 신라계와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효과적인 동기 외에도 역사학자이신 초록불님의 저서답게 역사에 충실한 디테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의 신라의 골품 제도를 비롯한 화랑들의 구분 및 오래전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에 대한 상세한 소개,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에서의 '흑의 장창 말보당주'와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발해 공주 실종 사건"에서 소개되는 당시 신라와 발해의 관계 및 전편에서 보여지는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디테일이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사건, 트릭, 동기에 잘 녹여져 있어서 재미를 더합니다.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는 당대 신라의 다도 문화를 소개하면서 이를 독살의 핵심 트릭에 응용하고 있으며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에서는 고구려의 신기인 동명성왕의 활이 동기이고,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는 당대 쇠뇌 구조를 소개하며 이를 원격 조종하는 트릭이 등장하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추리물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세 편 모두 독자도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있을만큼 범인과 트릭이 빨리 드러나 추리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 추리물을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에 비해 많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거장 존 딕슨 카조차 어쩔 수 없었던 점이고요. 아무래도 사건과 추리에 분량을 할애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역사적인 설명과 소재 묘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탓이겠지요. 장편이라면 그나마 이런 배경 묘사가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 수록작은 단편들이라서 이러한 단점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급작스러운 해결과 마무리라는 단점 역시 단편이었기 때문에 보인 한계였다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서 감점합니다. 제가 읽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작품이기도 했고요. 허나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통일 신라 무대의 '역사 추리물' 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최소한 '역사' 부분 만큼은 잘 설명되어 있는 작품인 만큼, 어린 학생들이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황룡사 살인 사건"의 다도를 이용한 트릭, "발해 공주 실종 사건"의 쉽지만 맹점을 찌른 인간 소실 트릭은 괜찮았는데, 차라리 "황룡사 살인 사건"만 보다 충실하게 추리적인 서사를 덧붙여 성인 취향의 장편으로 발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2014/07/02

나의 알라딘 15주년 결산

알라딘 15주년 결산

초록불님의 글을 읽고 확인해 보았습니다. 제 결산 페이지는 여기로!

이래저래 꽤 책을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500권도 안 되네요. 다른 서점이나 헌책을 많이 이용한 탓이긴 한데, 독서가 취미라고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군요. 열흘에 한 권 정도 수준이라니...

그래도 개인 기록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알라딘 회원이시라면 재미 삼아 한 번쯤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PS: 애매하기는 하지만 인터넷 서점 이야기이므로 일단은 독서밸리로.

2010/08/11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 - 이종각 : 별점 3점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 - 6점
이종각 지음/동아일보사

'명성황후 시해사건'에서의 조선인 주요 가담자 우범선과 그를 암살한 고영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격동의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반의 조선 정세와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놓은 미시사 서적입니다.
총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6장은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우범선, 고영근의 이야기이며 7장은 또다른 대역죄인이었던 김옥균과 그를 암살한 홍종우의 이야기, 8장은 우범선의 아들인 우장춘과 후손들의 이야기, 9장은 고영근의 후일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이 주요 가담자 우범선과 암살자 고영근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에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단순히 시해사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왜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당시 열강들의 세력구도는 어떠하였는지, 어떤 인물들이 주로 관여하였으며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를 다양한 자료로 뒷받침 하는건 물론입니다. 머리 속에서 사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이 책 한 권을 읽는다면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해서는 졸업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에요.

그리고 그간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힘든 정보도 많습니다. 제일 먼저 '우범선'과 '고영근' 이라는 인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들 수 있겠네요. 우범선이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잘 모르던 차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무과에 급제하여 별기군 간부로 근무했던 나름 당시의 엘리트 군인이 어떻게 국모 시해사건에 가담하였는지?에서 시작해서, 일본에서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살았는지, 암살 당시 일본의 분위기는 어떠하였는지, 그 후손(우장춘을 비롯한)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 일대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내용이 가득합니다.
고영근 역시 조선에서의 행적과 왜 망명을 갔는지, 왜 암살을 시행하였는지, 그리고 재판 이후 귀국하여 고종의 능인 홍릉 능참봉직을 수행하며 능비건립 사건을 일으키기까지의 거의 모든 행적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그 외에도 김옥균 암살 작전과 관련자들, 그리고 후일담도 과거 TV '역사스페셜'에서 보았던 내용보다도 자세하며, 당시 망명자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 - 장, 차관급 인사에게는 일본 정부가 생활비를 지급하기는 했지만 보통 휘호로 먹고 사는 인물이 많았고, 몇몇 인물들은 정말로 곤궁했다더라... 일본내에서 다 첩을 데리고 살았다더라... -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단 제목을 제외하고는 책 전체에 걸쳐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은 불만스러웠어요. 평가야 어찌 되었건간에 황후로 추존되어 불리우는 사람을 왜 '민비'라는 호칭으로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고영근 후일담에 대해서는 중간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고영근은 명성황후와 민씨 일가에 아첨하여 출세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다가 망명했지요. 그래서 결국 다시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우범선을 암살했다고 설명됩니다. 즉,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암살을 진행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년에는 고종의 능비를 자비로 건립하고 죽을때까지 능을 지켰다는 충정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좀 의아했습니다.

이렇게 약간의 불만은 있지만 조선 말기 ~ 대한제국 초기까지의 당대 국제정세 및 조선의 상황, 정변이 속출하고 망명자도 많았던 격동의 시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는 높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 정보 추가합니다. 초록불님의 글을 통하여 '명성황후'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전공자로서 역사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정보는 반영해서 책을 써 주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