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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7

THE 좀비스 - 중 - 스티븐 킹 외, 존 조지프 애덤스 / 최필원 : 별점 2점

THE 좀비스 - 중 - 4점
스티븐 킹 외 33인 지음, 존 조지프 애덤스 엮음, 최필원 옮김/북로드

THE 좀비스 - 상 - 스티븐 킹 외, 존 조지프 애덤스 / 최필원 : 별점 2점 

좀비가 핵심인 단편들을 모아놓은 앤설러지 두 번째 권인데, 전에 읽었던 상권보다 별로입니다. 어디선가 보았던 이야기에 좀비를 끼워넣었거나, 좀비가 왜 등장하는지도 모를 이야기가 많은 탓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게끔 노력했지만,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이고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도 많고요.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어요. 차라리 정통 좀비 아포칼립스물이라면 평작은 될 텐데 아쉽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한 권 남았는데, 다음 권은 읽어볼 것 같지 않군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톡홀름 증후군"

좀비 떼로 둘러쌓인 집에 갖힌 나는 아들과 닮아서 '빌리'라고 이름지은 좀비 관찰에 재미를 붙였다. 빌리는 이웃집 침입을 위해 판자를 뜯어내는 일에 골몰하는데...

제목 그대로 가해자인 좀비와 동질화되어, 좀비가 사람을 죽이는걸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감정을 잃어버린 주인공을 통해, '살아있는 것과 사는 건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 그냥 버티기만 할 뿐, 이렇게 살아가는건 좀비와 다를게 없다는 거지요. 동질화된다는 측면에서는 전권의 "나처럼 죽어봐"와 조금 비슷한데, 이 작품에서는 절박함이나 처절함은 다소 부족한 반면, 조금 더 설득력이 높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웃집을 좀비떼가 습격하는 장면 묘사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주인공 사고 방식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더군요. 일반적으로는 총알이 딱 한 발 남을 때 까지 살아남아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거리로 뛰어들어 좀비가 되어 버리던가....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고, 이런 저런 상황들이 있는 법이기는 하지만, 이런 사고 방식과 행동은 별로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난극" 

페스트로부터 구해진 오버라머가우 마을 전통의, 10년에 한 번 진행되는 예수 수난극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장면을 위해, 좀비를 분장시켜 정말로 십자가에 못 박을 생각이었다. 마이어 신부는 이를 막으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했고, 결국 마지막에 신의 저주와 함께 파국이 찾아오고 만다.

마이어 신부는 좀비도 영혼이 있어서, 인간이 그들을 잔혹하게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좀비에게 영혼은 있을리 없습니다. 이미 죽었으니까요. 종교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여지도 없어요. 좀비를 연극 소품으로 잔혹하게 대하는 행동은 조금 거슬렸지만, 좀비들은 그동안 더 잔혹한 행동을 보여 왔으니 딱히 큰 문제로 보이지도 않았고요. 이게 문제라면 가축 도살이 더 큰 문제아닐까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마이어 신부의 행동은 도무지 공감할 수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좀비를 구해주려는 신부의 행동에 분노한 관객들이 신의 저주로 좀비가 된다는 결말은 너무 뻔했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페스트 유행 당시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가 떠오릅니다. 페스트에서 안전했던 성에서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잔혹한 행동을 보이지만, 결국 성주에게 페스트가 전염된다는 결말이었는데, 페스트가 좀비로 바뀌었을 뿐 똑같은 맥락이지요. 아니, 그보다도 못해요. 페스트는 어쨌건 공기로도 전염될 수 있지만, 좀비 바이러스가 급작스럽게 사람들에게 퍼진다는건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종교를 끌어들인 전개는 무리수였을 뿐더러 새로움도 없고, 잔혹함도 덜합니다. 무섭지도 않고요. 점수를 줄 여지가 별로 없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름다운 것" 

테러로 희생된 러스티는 시체 소생 기술로 되살아났다. 정치인이 그의 희생을 선거에 이용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연설 당일, 러스티는 정치인 요구와는 다르게 죽음은 아프니, 삶을 즐기라는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죽은 사람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의 행태는 우리도 익히, 그리고 지금도 계속 보고 있습니다. 이를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 좀비로 비판한다는건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이렇게 되살아난 테러범과 희생자 모두가 정치인 생각과 전혀 다른 진심을 털어 놓는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그들의 진심이 "죽기 전에 즐겨라!" 라니? 황당했습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와 별로 다르지도 않지요. 좀비들이 이런저런 소품들에 환장한다는 설정도 기발했지만, 이 황당한 메시지 전달에 활용될 뿐이고요. 또 딱히 좀비가 등장할 필요도 없었어요. 유령이라던가, 빙의한 영혼이라던가, 뭐든 좋을 그런 이야기거든요. 진짜 아이디어가 아까왔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 

좀비들이 연극을 한다는 이야기로 공포 문학의 거장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좀비물에서 기대할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는, 기묘한 이야기였어요. 좀비들이 나름 지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특이했지만, 그들은 연극 외에 다른 목적이 없거든요. 식인 따위는 원하지도 않고요. 죽은 여배우가 섹스를 요구하는 장면이라던가, 사악한 제작자를 죽이는 장면 정도가 조금 섬찟했습니다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좀비들이 벌이는 연극으로 현재의 연극계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로 보는게 맞을 것 같은데, 문제는 그렇다면 더 웃기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무섭지도 않고 의외성도 없으니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시체의 길" 

신으로부터 이 땅에서 악을 몰아내라고 명 받은 총잡이 목사 제비디아는 보안관보가 체포한 악당 빌을 호송하기 위한 여정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중간에 괴물이 나온다는 '시체의 길'을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그 곳을 지나가던 일행은 괴물이 된 양봉업자 기멧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기멧이 괴물이 된 이유는? 저주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납치했던 소녀가 죽은 뒤, 소녀 어머니가 저주한 것이지요. 그런데 저주로 죽기는 했지만, 기멧이 이내 벌통이 가슴 속에 위치한 괴물로 되살아났다는건 좀 이상하더군요. 이게 저주가 맞나요? 어차피 악당이었으니, 무적의 괴물이 되면 더 좋은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요. 

또 괴물의 설정도 죽은 자가 돌아온 것이지만, 벌 떼와 함께 이동하며, 초인적인 힘과 빠르기를 갖추고 있어서 일반적인 좀비와는 전혀 다릅니다. 식인이 목적도 아니고요. 그래서 좀비물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크리쳐물에 가깝습니다. 악을 없애기 위해 악을 접하면 불타는 성서, 악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은총알 등의 설정이 곁들여진 것도 크리처물 설정일테고요. 이야기 전개도 고생 끝에 괴물을 처치하는 크리처물 그대로라 특별한건 없습니다.

그래도 제비디아 목사의 활약은 화끈합니다. 괴물의 잔혹함도 잘 묘사되고 있고요. 덕분에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읽는 킬링 타임 물로는 나름 적당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서부 개척 시대를 무대로 악을 멸하는 총잡이 신부가 등장하는 크리쳐물이라는 점에서는 "프리스트"가 연상되더군요. "프리스트"는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도 되었던 만큼, 나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바비 콘로이, 살아 오다" 

바비 콘로이는 배우로서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가 고향에서 맡은건 조지 로메로라는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이라는 영화의 좀비역이었다. 톰 새비니가 해 준 좀비 분장을 한 바비는, 촬영장에서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해리엇과 재회했다. 그녀는 결혼해서 아들과 함께 분장하고 영화에 참여 중이었다...

좀비가 주제이기는 한데 방향이 굉장히 독특했던 작품입니다. 좀비가 아니라, 기념비적인 좀비 영화 "시체들의 새벽"에서 좀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이야기거든요. 아 이런 발상, 아주 마음에 들어요. 좀비를 주제로 단편을 써와! 라고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가이드에 맞춰서 첫사랑과 현재에 대한 달달하면서도 아련한 이야기를 써 온 셈이니까요.

하지만 행복한 해리엇 가족에게 바비가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결말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바비는 해리엇 가족, 특히 그 아들에게는 좀비보다 더한 괴물이 되는, 좀비물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지금 이야기는 발상에 비해 평이하고, 조금 뻔한 그런 이야기라 아쉽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용서를 구하는 자들" 

칼라는 메레디스를 찾아와 심장마비로 죽은 남편 아서의 소생을 부탁했다. 그녀가 바람피운걸 사과하고자 하기 위해서였다지만, 되살려보니 아서는 칼라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죽었던 것이었다. 살해된 좀비는 살인범을 죽이는게 본능으로, 칼라는 죄책감때문에 자살할 생각이었다...

작가의 인기 캐릭터라는 시체 소생 전문가 메레디스가 등장하는 작품. 살인자가 죄책감으로 피해자에게 죽기를 원한다는 설정과 시체 소생에 대한 이런저런 디테일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서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걸 알고 난 후, 칼라가 죽는 결말까지는 좀 시시합니다. 예상대로의 이야기였거든요. 뭔가 좀 의외성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별점은 2.5점은 충분합니다.

"불티가 위로 날음 같으니라" 

농학자 닥 프리먼은 좀비 떼를 피해 콜로니를 만들고 생존자들의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수립했다. 콜로니는 안전했지만, 생산과 성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출산은 금지되어 있었다. 아이가 생긴 톰 부부는 낙태를 지시받고, 콜로니 외부 클리닉으로 수술을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좀비 때문에 격리된 폐쇄 공간은 생산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출산까지 관리한다는 설정은 꽤 설득력있었습니다. 낙태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외부 수술실로 향하는 아이러니도 기발했고요. 무엇보다도 낙태한 태아가 살아돌아오지 않는 걸로 보아, 그들은 생명이 아니라는 시각은 아주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좀비가 된 낙태 반대주의자를 날려버리는 결말을 더하니, 저자가 낙태를 찬성한다는건 잘 알겠더라고요. 

내용도 신선했고, 여러가지 볼 거리가 많았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서두에 소개된 저자가 주제를 찾은 방법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의 좀비 주체 작품이 극단적 섹스 장면을 등장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다루어진 적이 없는 터부를 고민해보다가 정치에서 그 답을 찾았다고 하네요.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정치 이슈가 '낙태' 였다면서요. 우리나라도 따지면 '부동산'을 주제로 좀비물을 쓴 격이겠지요? 아 이거 재미있겠네요.

"죽은 아이" 

동네 깡패 루크 브래들리의 무리에 가입하고 싶었던 나에게 브래들리는 조건을 내걸었다. 살아있는 아이 시체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 소년이 희생양인 좀비 아이를 악으로부터 구해주고 구원받는다는 내용의 작품.

주인공 설정과 분위기 등은 모두 스티븐 킹"그것"이나 "스탠 바이 미"를 연상케합니다. 특히나 시골 마을에서 또래 깡패와 맞서 싸우는 아이의 성장기이며, 아이 시체가 중요한 소재라는건 "스탠 바이 미"의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아류작이면서도 "스탠 바이 미" 보다 훨씬 못하다는 겁니다. 주인공과 동생 앨버트는 좀비 시체를 상자에서 꺼내준 정도 밖에 한 게 없고, 이들의 여정도 하룻밤 나들이에 불과했기 때문이에요. 뭔가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과정이지요. 이 과정도 환상 소설처럼 모호하게 처리해서 고생스러움도 전혀 느낄 수 없었고요. 단편 분량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최소한 브래들리의 패악질만큼의 설명은 해 주었어야 해요. 루크 브래들리의 깡패짓 말고는 드라마라고 부를 내용도 없고요. 게다가 아이 시체가 좀비일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그냥 시체여도 무방한, 그런 이야기거든요.

좀비 소재 단편을 의뢰받고 "스탠 바이 미"에 좀비를 우겨넣은 만들어낸, 졸속 창작물에 지나지 않는 졸작. 별점은 1점입니다.

"좀비들과 함께라면" 

중 2병에 걸린 소녀의 성장기랄까요. 서정적인 1인칭 묘사는 괜찮았고, 좀비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 현실은 가혹하다는 메시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0대 후반의, 직장 생활도 20년차가 넘은 아저씨에게는 별로 와 닿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가혹하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하는게 현실이니까요. 그리고 현실은 최소한 좀비보다는 낫습니다. 아울러 아무리 봐도 좀비물로 보기는 힘드네요. 작품에서 좀비가 진짜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좀비만도 못한"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방탕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어느날 마약과 술에 취한 채로 이상한 클럽을 찾았다. 좀비를 학대하고 죽이는 스너프 필름을 상영하는 곳이었다.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 뒤, 그들은 일행이었던 제인을 죽이고 마는데...

변호사인 저자가 쓴, 브렛 이스턴 앨리스 소설의 패러디라는 작품. 원작을 모르니 뭘 어떻게 패러디했는지 모르겠는데, 내용도 잘 모르겠어요. 젊은이들의 타락과 방황을 묘사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게 좀비물인가?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좀비인건가요? 설령 그들이 좀비라 해도 그게 작품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괜히 뭔가 있어보이게끔 한 묘사들도, 결국은 별다른 알맹이는 없고요.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내용이 뭔지 이해할 수 없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미트하우스 맨" 

시체 취급자들이 시체를 조종해서 온갖 일을 하는 시대. 유능한 시체 취급자 트래거는 사랑을 찾아 이런 저런 곳을 전전하게 되는데...

"왕좌의 게임"의 작가 조지 R.R 마틴의 작품. 사랑없는, 자극만이 넘쳐나는 미래 세계에서 사랑을 찾아 떠도는 트래거의 모습은 "쿄시로 2030"의 쿄시로가 살짝 연상되더군요. 순정으로 접근하던 트래거가 여자에게 배신당한 뒤, 뒷골목 깡패나 하는 시체 검투 경기에 참여하게 되는건 곽철용의 명대사 "니가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가 떠올라서 좀 웃겼고요.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들이 반복되며, 별다른 드라마도 없는 탓입니다. 요약하면 "사랑을 믿었던 트래거가 배신당한 뒤, 돈과 향락을 택했다"는 지극히 뻔하고 뻔한 이야기가 전부에요. 작가가 쓸 때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고 하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왠만한 단편보다는 긴 분량을 갖춘만큼, 소개되는 방대한 설정만큼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제목의 '미트하우스' 관련 설정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체를 살아있는 것 처럼 조종해서 성욕을 채워주는 곳인데, 시체 취급자가 아니라 피드백 회로를 통해 조종되고 있다는 등 이런저런 디테일이 빼어나거든요. 시체 취급자 (스트레커)와 관련된 설정들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이야기가 별로라면, 좋은 설정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겠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8/09/29

그것 1~3 - 스티븐 킹 / 정진영 : 별점 2점

그것 세트 - 전3권 - 4점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황금가지

메인 주 데리 시에는 수십년 주기로 대형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 왔다. 정체모를 '그것'에게 동생 조지가 희생당한 소년 빌 덴브로는 절친 '악동 클럽' 멤버들과 함께 '그것'을 퇴치했지만, 대신 그것과 그것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십 여년이 지난 후, '그것' 이 돌아오자 악동 클럽 멤버는 이전의 약속대로 다시 모여 '그것'을 퇴치하기 위해 나서는데...

스티븐 킹의 장편 호러 모험 소설입니다. 얼마전 영화화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요. 예전부터 관심이 가던 차에 새롭게 셋트 버젼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긴 탓입니다. 초반 빌 덴브로의 동생 조지의 죽음 이후, 데리에 다시 광대 귀신이 나타났다는 전개까지는 괜찮아요.

하지만 그 뒤 38살 성인이 된 빌 덴브로와 어린 시절 왕따 클럽 친구들 모두의 시점을 바꾸어가며 과거의 기억과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전개부터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재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비슷비슷한 묘사가 너무 많습니다. 캐릭터들도 비슷하고요. 빌 덴브로와 벤, 에디와 리처드는 서로 캐릭터가 많이 겹치니까요. 분량 정리를 위해서라도 캐릭터는 좀 줄였어야 했습니다. 스탠리가 공포에 이기지 못해 자살한다는 설정은 공포를 드러내는데 효과적이었던 만큼 스탠리는 등장시키더라도 리더(인간 기사) 빌 덴브로, 떠벌이(음유시인, 힐러) 리처드, 행동파이자 과묵한 덩치(몸빵 탱커이자 장인) 벤 한스컴, 홍일점이자 명사수인(원거리 딜러) 비벌리 마시의 4인 파티면 충분했습니다.
'그것' 페니와이즈에 얽힌 이야기만 풀어나가도 충분한데 11살 때 왕따 클럽이 모이고 뭉치게 된 계기인 헨리 바워스 패거리와의 충돌에 관련된 묘사도 너무 길고 많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골 마을에 만연한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왕따, 인종 차별 등의 묘사도 천편일률적이라 지루함을 가중시키고요. 이런 건 "시체 (스탠 바이 미)"로도 충분했어요. "시체 (스탠 바이 미)"의 등장 인물들을 가지고 공포 소설을 써 보려고 한 시도라고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닙니다만, 분량은 확실히 더 줄였어야 합니다.

그리고 별로 무섭지 않다는 문제도 큽니다. 페니와이즈라는 초월적 존재인 절대악이 가진 능력에 비하면 하는 행동이 유치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뜯어버리는 괴력에 자연 현상을 거스르고, 변신 자재에 공간 이동까지 할 수 있으며 데리라는 중형 도시를 지배하여 희생자들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안겨주는 존재가 하는 짓이라곤 주로 약한 어린 아이를 환각에 빠트리고, 꾀어 내 죽이는 정도라니 밸런스가 심하게 안 맞습니다. 살짝 언급되는 대로 초기 데리 마을 정착자 480 여명을 한 번에 휩쓸어 사라지게 만든 정도의 위력은 보여 줬어야 합니다. 페니와이즈보다는 차라리 바워스나 헨리와 같은 개막장 정신병자 인간들이 더 무서웠어요.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건 불변의 진리지요.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까지 섞여 쓸데없이 길어진건 역시나 문제입니다.
게다가 최후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꽤나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던 광대 모습 대신에 흔해 빠지고 식상한(지금 시점이기는 하지만요) '거미' 형태를 취하고, 리처드에게 휘둘려 패배하고 마는 결말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야말로 "소드마스터 야마토" 급이었다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사람의 의지와 상상력으로 악을 없앨 수 있다는 주제야 나쁘지 않지만, 고작 리처드 한 명에게 휘둘려 무너질 정도라면 성인이 된 악동 클럽을 다시 불러 대결을 벌일 이유가 있었을까요?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헨리 바워스 한 명 보다도 떨어지는 전투력으로 퇴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헛 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페니와이즈에서 비롯되는 갖가지 현란한 환각에 대한 묘사는 그나마 괜찮지만, 쓰여진지 이제 삽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는 건 무리입니다. 지금은 워낙 자극적인 컨텐츠가 많으니까요. 페니와이즈 자체가 혐오스럽고 무섭다는 묘사라면 모를까, 동상이 움직이고 개수대에서 피가 솟구치는 등은 화려하긴 하나 무섭다는 느낌은 딱히 받기 어렵습니다.
또 이러한 묘사를 위해 불필요한 전개가 이루어지는 것도 불만스러워요. 왕따 클럽이 다시 모인 후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는 이유로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개인 행동을 하면서 각자 무서운 환각을 보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 같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친구와 함께 했을겁니다.

전개도 너무 쉽게 쉽게 흘러갑니다. 모든 건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는 것들이 모두 딱딱 들어맞으며 다음으로 이어지는데 이런 전개의 정점은 인터넷 상에서도 논란거리인 베벌리와 왕따클럽 멤버들 간의 성관계지요. 이야기 전개와는 큰 상관도 없으며, 이유도 베벌리가 '우리가 위기를 벗어나려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고 생각했을 뿐이거든요. 생각한걸 실천하면 그냥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느낌이에요.

물론 30년이 지난 후 다시 영화화가 될 정도로 매력이 없지는 않아요. 성장기스러운 부분은 나름 가치가 있고, 어린 시절 왕따 클럽 멤버들이 다시 모여 페니와이즈를 상대한다는 전형적인 모험물 서사도 재미는 있습니다. 사십대 중반에 접어든 어린 시절 친구들이 고향에 깃든 악마를 퇴치한다는 설정도 매력적이고요.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점의 교차 전개도 절묘한 부분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어른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은 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이상한 현상을 삶 속에 잘 받아 들이지만, 어른들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신경망이 마비되고 결국에는 미치거나 죽는다는 것인데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아이들 때에는 페니와이즈와의 대결을 용감하게 준비했지만, 능력있고 부자가 된 어른 시점에서는 그를 두려워 하며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것이겠지요. 그 뒤 다시 하나로 뭉쳐 옛 기억을 떠올린 후에나 맞서 싸울 결심을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지나치게 길고 낡았으며 별로 무섭지 않아 감점합니다. 무엇보다 큰 감점 요소는 페니와이스의 허무한 결말입니다. 등장인물을 쳐내서 한 권 분량으로 줄이기라도 했더라면 조금은 좋았을텐데,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혹 궁금하시더라도 영화만 보셔도 충분할 듯 싶네요. 1,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읽어야 할 가치는 없습니다.

2019/04/21

초크맨 - C. J. 튜더 / 이은선 : 별점 1.5점

초크맨 - 4점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디는 열두 살 어린 시절 개브, 니키, 호포, 미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미키의 형의 죽음, 니키 아버지의 폭행 사건 등을 겪으며 친구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던 중, 그들은 그들만의 장난인 분필 낙서의 인도를 따라가다가 '댄싱걸' 일라이저의 토막난 사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에디와 친구들은 목을 매단 막대인간의 그림과 흰색 분필 조각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에디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친구들을 만나 댄싱걸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를 추적해 나가는데.... 

스티븐 킹이 추천했다는 띠지의 소개에 혹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스티븐 킹의 "그것"과 "스탠 바이 미"의 저열한 모방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구도와 전반적인 전개는 "그것"을, 어린아이들이 시체를 찾아 나선다는 테마는 "스탠 바이 미" 그대로에요.

물론 "그것"의 '악동 클럽' 멤버들이 초자연적인 크리쳐가 아니라 실제 살아 숨쉬는 살인마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를 그리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 소재라 보다 높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완벽한 실패작입니다. "그것"의 광대귀신 페니와이즈는 악동 클럽 멤버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 속 아이들과 범죄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탓입니다. 살인마와 아이들의 접점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분필과 분필 낙서에 불과해요. 어차피 살인 사건은 댄싱걸 일라이저의 토막 살인 뿐이기도 하고요.
그 외로 펼쳐지는 다양한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들 - 에디를 잔혹하게 괴롭히던 미키의 형 션이 강물에 빠져죽고, 호포의 애견 머피가 독살당하고, 니키의 아빠 마틴 목사가 잔혹하게 폭행당하는 등 - 은 결국 아이들과는 거의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실제로 위험에 처하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분필 낙서 때문에 살인마는 아이들 주변 인물, 혹은 아이들 중 한명인가? 하는 수수께끼는 발생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묘사하고 있지 못합니다. 에디 시점에서 무언가 초자연적인 존재 - 션 쿠퍼의 유령 같은 - 가 얽혀있는게 아닌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가다가, 결국 에디가 낙서를 했다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어요. 공정하지도 않고요. 이럴거라면 어린 시절 추억담 맨 뒤로 진상은 빼 놓더라도 혼란스러운 묘사 따위는 집어 치우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에디와 친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지나치게 길고 지루합니다. "그것"과 너무 비스무레한 것도 문제고요. 동네 깡패 일당과의 대립이라던가,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홍일점 니키 등은 그냥 표절 수준이에요. 그 중에서도 니키는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에디의 아련한 첫사랑을 그리기 위함도 아니고, 마틴 목사의 폭력성을 스스로 증명하지도 않고, 심지어 성인 시점에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부분도 없으니까요. "그것"을 충실하게 베끼기 위한 목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 예를 들어 에디 아버지의 치매에 대한 묘사 등도 지나쳤어요.

하긴 이런 단점은 진범의 정체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진범이 마틴 목사라는 결말은 뜬금없기 그지 없어요. 크게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채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몰래 빠져나와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까지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뭐 당시 영국 시골 병원의 보안과 환자 관리가 그만큼 허술했다 칩시다. 하지만 이후 무려 30년의 세월동안 요양소에서 반 송장처럼 지내면서 주위 사람들을 속여왔다는건 도무지 납득이 안됩니다. 그 전에 미치거나, 퇴원하거나 했어야지요. 일라이저 사건의 범인이 핼러런 선생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정신이상, 산 송장 상태로 버티는 상황부터가 말도 안되고요. 설령 그걸 몰랐더라도 공소시효가 끝날때까지만 버티면 되잖아요?
수십년간 휠체어 생활을 했는데 불구하고 젊은 처녀인 클로이와 장년의 성인 남성인 에디와 호포를 제압한다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도 와 닿기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끼를 들고 습격하기야 했지만 뭔가 어설퍼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애초에 습격할 이유 자체도 없습니다.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앞서 말했듯 공소시효도 이미 끝난지 오래니까요. 찾아온 에디와 친구들을 만나 그냥 정신 이상을 가장한 채 휠체어에 앉아 있기만 했어도 아무 탈이 없었을겁니다. 정신 이상으로 일어나서 과거의 망령들을 습격했다? 그렇다면 진작에 일어나서 날뛰지 않은게 설명되지 않지요. 이 모든 걸 엮는 단서라는게 댄싱걸과 클로이가 머리를 금발로 염색했다는 정도라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요. 

그 외에 추리적인 부분은 모두 함량 미달입니다. 초크맨 낙서를 보낸건 에디였다던가, 미키를 죽인건 호포였다던가 하는 이야기 모두 뜬금없으며 공정하지 못한건 마찬가지거든요. 마틴 목사를 폭행한건 토머스 순경과 친구들이라는 것도 역시나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인물 설정과 묘사는 스티븐 킹의 표절인데다가 추리적인 부분은 비합리적인데다가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고, 심지어 공정하지도 못합니다. 무엇보다 범인의 정체는 최악이고요. 그 어떤 점으로도 점수를 줄 부분이 없습니다. 그냥 소설로 성립은 한다는 점 정도만 괜찮네요. 절대로 읽어보시지 마시길. 스티븐 킹이 호평했다는건 자신의 충실한 모방작을 만난 탓에 한 실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6/08/28

비밀기지 만들기 - 오가타 다카히로 / 임윤정, 한누리 : 별점 2점

비밀기지 만들기 - 4점 오가타 다카히로 지음, 임윤정.한누리 옮김, 노리타케 그림/프로파간다

일본의 기지학회 회장이라는 건축가 오가타 다카히로의 저서로, 이런저런 독특한 책들을 내놓고 있는 출판사 프로파간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프로파간다에서 출간했던 책들을 몇 권 읽어보았었는데, 컨셉은 괜찮지만 정작 결과물은 여러모로 애매했었고 이 책 역시 딱 그렇습니다.

우선 주 독자층이 누구인지 불분명합니다. 어린 시절 비밀 기지를 만들어 본 적이 있거나 그러한 것을 동경하는 키덜트들인지, 아니면 여러 '비밀 기지'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첫 번째 독자층인 '키덜트'들을 위해서는 설문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밀 기지를 나름대로 분류하여 소개하는데, 내용만큼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도 괜찮고요. 하지만 설명이 너무 빈약합니다. 아동용 그림책 수준의 내용에 불과합니다. 이 내용이 페이지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저는 앞서 이야기한 독자층 중 후자에 가까운 독자이기에 실망이 더 컸습니다. 토관이라는 소재가 등장할 때마다 언급되는 "도라에몽"이라던가, 비밀 기지가 큰 역할을 차지하는 "20세기 소년" 등의 작품을 소개해 준다던가, 역시나 작중에서 언급된 대로 "스탠 바이 미"에서의 비밀 기지 장면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동서고금의 역사와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했던 비밀 기지를 선보여 주기를 기대했는데 말이지요.

함께 수록된 전문가들을 위한 듯한 콘텐츠도 내용이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파크라는 공원 소개에 대한 칼럼은 비밀 기지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 공간?에 가까운 개념이라 책의 주제에는 적합치 않았으며, "건축가가 비밀기지 설계도를 그린다면"이라는 칼럼은 몇몇 실존하는 비밀 기지를 단순히 설계도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별다른 해석이 개입되어 있지도 않고요.
게다가 이런 식의 전문가적인 정보 제공 영역은 앞서 수록되어 있는, 설문조사를 통해 재현한 이이들의 비밀 기지와 비밀 기지에서의 활동이라는 판타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습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책을 합친 느낌마저 들 정도에요.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앞부분의 비밀 기지들도 전부 이런 도면, 실제 제작된 예시 사진과 함께 더욱 디테일하게, 정말 건축물 관련 글처럼 쓰는 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프로파간다의 전위적인 편집도 다른 책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포스트잇 노란색 같은 용지는 그림과 글자는 괜찮더라도 사진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였으며, 뒤에 메모지 영역이 있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12,000원이라는 가격도 담긴 콘텐츠 내용에 비하면 과한 편이고요.

그나마 뒷부분의 "어른이 만드는 비밀 기지"와 편집부가 썼다는 "이야기 속의 비밀 기지"가 정보 제공이라는 제 의도에 조금이나마 부합합니다만, 문제는 이 부분을 다 합쳐도 10페이지가 될까 말까 하다는 점입니다. 일러스트와 몇몇 디테일도 좋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여러모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키덜트를 위한 그림책으로 재편집하여 판매하는 것이 보다 낫지 않을까 싶네요.

2022/08/20

시체 찾는 아이들 - 시모무라 아쓰시 / 최재호 : 별점 1.5점

시체 찾는 아이들 - 4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최재호 옮김/북플라자

"아래 리뷰에는 진상 및 주요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체포된 24살의 미청년 연쇄 살인범 아사누마 쇼고는 사형 선고를 받은 직후, 8명의 피해자 중 미즈모토 유카는 자신이 살해하지 않았고, 진범은 자기가 죽여 '추억의 장소'에 묻었다는 폭탄 발언을 해 버렸다. 세간에서는 시체 찾기 소동이 일어났고, 휴직 중인 형사 노조미도 독단적으로 재수사에 나섰다. 그녀는 유카 사건에서 아사누마 쇼고가 아닌 다른 3인조를 범인이라 생각하고 수사를 벌였었는데, 3인조 중 한 명인 히카루가 실종되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인기 유튜버를 꿈꾸는 중학생 소타는 유튜버 니시얀, 세이와 함께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시체 찾기'에 나서는데.... 

미즈모토 유카 사건에 대해 추적하는 노조미와 소타 일행의 시체 찾기가 병행 전개되는데, 중반부까지는 두 이야기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병행 전개되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데, 나중에 소타 일행의 이야기는 노조미 이야기의 수년 전이며, 소타 일행 중 한 명인 세이가 아사누마 쇼고였다는 반전이 드러납니다. 아사누마 쇼고의 '추억의 장소'는 3인조가 시체를 찾아 나섰던 바로 그곳이었고요. 일종의 서술 트릭이기도 한데 꽤 괜찮아요. 잘 숨기고 있어서 반전에 대한 놀라움과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는 덕분입니다. 

그러나 서술 트릭 외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 특히 연쇄 살인마 아사누마 쇼고 - 클리셰로만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뻔했고, 소타 일행의 시체 찾기와 노조미의 수사 모두 전개가 비현실적인 탓입니다. 이 중 시체 찾기는 "스탠 바이 미" 설정과 너무 유사한데다가 소타 일행 중 한 명인 고등학생 세이의 경우, 시종일관 비정상적인 사고 방식이 두드러지게 묘사됩니다. 일행의 목적지였던 치바의 '우는 아이 숲' 근처에서 만난 미모의 소녀 카호의 등장은 뻔하면서도 억지스러웠고요. 

굳이 변명한다면, 세이의 비정상적인 사고 방식은 그가 '살인마' 아사누마 쇼고라는게 밝혀지는 마지막 서술 트릭 장면과 엮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호도 앞 부분 미즈모토 유카 사건에서 "남편이 살인을 청부했다"고 말했던걸 설명하기 위해 등장시켰다고 할 수 있고요. 카호를 세이가 강간하려 했던 과정을 통해서, 그가 "믿어왔던 타인에 대한 절망"을 안겨주는걸 꿈꿔왔다는걸 드러내거든요. 이런 설명이 구태여 필요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러나 노조미 이야기는 이렇게 독자가 이해해 줄 구석이 전무합니다. 특히 그녀의 사건 추적 때문에 실종된 카네다의 부친인 변호사가 현직 형사의 납치 살해를 교사한다는 설정은 최악이었습니다. 카네다의 부친이 이러한 대형 강력 범죄를 사주할 동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카네다가 미즈모토 유카 사건의 진범이라는건 이 시점에서는 밝혀지지 않았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를 납치해봤자 세간의 화제가 된 시체 찾기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시체 찾기가 성공하여 카네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한들, 카네다가 아사누마 쇼고가 살해한 유카 사건의 진범이라는 증거도 없고요. 변호사가 이런 기본적인 상황도 모른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노조미의 수사는 그 외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증거없이 직관에 의존하는 탓입니다. 애초에 3인조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던 근거부터가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는 사진 한 장 뿐이었지요. 아사나무 쇼코의 '추억의 장소'도 인터넷 시체찾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고 떠올린 직감에 불과하고요. 이 직감은 정말 황당한데, '아사누마 쇼코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여서' 신빙성을 느꼈다네요. 사건 수사 중인 형사가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DC 인사이드의 사건 갤러리'를 읽다가 범인과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글에서 찾아냈다는 것과 똑같지요. 이렇게까지 막 나가면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

소타 일행의 이야기도 세이가 주도했던 시체 찾기의 진상이 드러난 뒤 - 부정을 저지른 모친을 세이가 살해했는데 시체를 부친이 몰래 유기했다. 그 뒤 세이는 모친의 환청이 들려 시체의 목을 베려고 시체를 찾아나섰다 - 부터는 막 나갑니다. 세이가 니시얀과 소타를 시체 찾기에 끌어들인 이유부터 설명이 안되거든요. 작중에서는 미쳐버려서 어머니 시체를 찾아 목을 베려 했는데 , 혼자서는 힘들어서 동료가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니시얀과 소타가 시체를 찾는데 특별히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던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장비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이 둘을 왜 데리고 갔을까요?

또 아무리 미쳤다 한들, 사람을 죽이면 벌을 받는다는 기본적인 사회적인 상식을 망각했을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니시얀과 소타도 같이 죽이려고 했던 걸까요? 만약 그랬다면, 범행이 발각될 가능성은 더 높아질텐데요? 게다가 니시얀의 희생으로 소타와 카호가 도주한 다음 이야기는 그야말로 가관이에요. 소타는 세이 모친의 시체를 발견했고, 모친을 세이가 죽였다는 것도 알고, 심지어 니시얀까지 죽었는데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단지 무섭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자기를 구하려다가 친구가 죽었고, 살인자는 자기 얼굴을 알고 있는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게 말이나 될까요? 니시얀도 단순 실종으로 처리된 이유를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소타가 니시얀이 죽는 상황을 방치했던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둘 사이에 절벽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소타가 당시 경찰에 신고만 했어도 이후 8명의 여성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소타가 "어릴 때 겁쟁이였다는 것을 처벌할 법은 없다" 고 노조미의 말을 듣고, 니시얀의 할머니를 찾아가 위안을 얻는 에필로그는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니시얀이 아니라 8명의 여성과 그 가족에게 사죄하고,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서술 트릭만큼은 괜찮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들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독자를 속이려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 버렸네요. 추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