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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8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 윤덕노 : 별점 3점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 6점
윤덕노 지음/청보리

다수의 음식 관련 서적을 발표한 윤덕노 작가의 책으로 주로 우리나라의 음식 관련 속설이나 상식에 대해 풀어주고, 짚어주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했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제목이 대표적인 예로 장모님이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 준 이유는 닭은 양기가 넘치며, 씨암탉은 알을 낳으니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고사상에 돼지 머리를 놓는 이유는 고사 자체가 돼지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돼지는 인간의 재물과 영화를 담당하는 신이며, 높은 신에게 사람의 소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는군요.
냉면에 무가 들어가있고, 중국 면 요리는 단무지가 반찬인 등 국수와 무를 같이 먹는 이유는 옛 사람들은 밀이나 메밀에 몸에 좋지 않은 맥독이 있다고 믿어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함이고요. "동의보감"에도 무는 체한 것을 빨리 내려주고 메밀 국수의 독을 풀어준다고 적혀 있지요. 무에 소화 효소가 풍부해서 나온 이야기일 겁니다.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의 "고려도경"에 왕족, 귀족만 양과 돼지를 먹고 가난한 백성들은 미꾸라지, 전복, 조개, 왕새우 등을 잘 먹는다고 적혀 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지금과 반대니까요. 미국에서도 오래 전에는 랍스터가 가장 싸구려 음식 재료였다는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과거 복날에는 보신탕, 육개장, 팥죽, 연계백숙, 닭찜을 먹었다는데 그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음양오행의 조건에 맞춰 더위를 이길 수 있어야 하며, 음식에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성질, 즉 귀신을 몰아내고 질병을 예방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져야 했거든요. 개고기를 복날에 먹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은 모두 경일로 쇠에 해당하는 날이라 개는 불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신탕을 먹으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겁니다. 불은 쇠를 달구고 녹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닭은 흙의 성질을 지닌 탓에 더위를 물리칠 수 없어서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인삼을 더한게 복날에 먹는 삼계탕의 유래인 것이고요. 귀신을 몰아내거나 하는 속성이 없는 소고기로 만든 육개장에 고춧가루를 넣어 시뻘겋게 만든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삼계탕은 현대에 들어 개발된 음식이며, 고춧가루의 전래도 그리 이른 시기는 아닌 만큼, 여름과 복날에 삼계탕, 육개장을 먹은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테니 다 나중에 끼워 맞춘게 아닌가 싶군요.

숙주 나물의 숙주라는 이름 유래는 저도 신숙주로 알고 있었는데, 이는 속설이며 한나라 때 사전인 "설문해자"에 따르면 콩을 '숙두'라고 하였기 때문에, 콩에서 나오는 싹은 숙두나물이 되었답니다. 그럴듯하네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에서 유래된게 아니라, 순수 우리말인 신체의 일부를 나타내는 '도리'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꽤 합리적이에요.

우리의 식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많습니다. '생선회'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즐겼다는 주장처럼요. 현존하는 문헌 중 생선회에 관한 첫 기록은 고려 중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이며, 동 시기 중국 송나라에서도 생선회가 유행하였는데 이는 일본 문헌에 '사시미'가 처음 등장한 1399년보다 최소 150년 이상 앞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증거라고 하기에는 좀 빈약하지만, 한 번 생각해볼만한 내용으로는 보입니다. 그 외에도 밥 짓는건 조선 사람이 최고라던가, 조선은 두부 왕국이었다는 등의 재미난 기록에 얽힌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재미있지만, 다양성과 재미 측면에서는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초기작인 덕분에 온갖 재미있을만한 아이디어를 가득 채워넣은게 아닌가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7/02/09

요리하는 조선 남자 - 이한 : 별점 3점

요리하는 조선 남자 - 6점
이한 지음/청아출판사

주로 조선 시대 서적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구성된 요리 관련 미시사 서적입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요리는 남성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꽤나 뿌리깊은데 제목이 그러한 상식을 깨고 있기에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유교가 지배한 조선 시대에서 과연 남자가? 하는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제에 걸맞을 만큼 조선 남자들이 요리를 했다거나,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은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나 편지, 일기와 기타 저서에 음식 이야기가 조금 등장한다고 요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지요. 그나마도 "오늘 뭘 먹었다.." 정도에 그치고요. 

게다가 주로 등장하는 일화들은 정약용을 필두로, 귀양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귀양가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당대 선비들은 대체로 먹을 것을 논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물론 스스로 개고기 레시피를 만들 정도로 먹보였다는 초정 박제가, 맛있는 회를 먹고 시를 한수 지은 목은 이색, 성호사설의 저자 이익 등 귀양과는 무관한 몇몇 선비들의 일화도 수록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비중은 전체적으로 볼 때 무척 작습니다. 

때문에 제목이 내용과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네요. 실제로 "요리하는 조선 남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까요. 이래서야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 즉 '조선시대에는 남자는 요리를 하지 않았다'라는 상식을 뒤집기는 힘들어요.

이렇게 제목에 대한 기대는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다행히 음식 관련된 미시사 책으로는 꽤 볼만 합니다. 음식별로 유래나 기원, 당시 레시피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레시피에 대해 몇가지 예를 들자면, 당대 불고기라 할 수 있는 '설하멱적'의 양념은 간장과 참기름으로 고기를 숯불로 굽다가 끓어오르면 찬물에 집어 넣고, 다시 숯불로 굽는 것을 3번 반복했다, 앞서 소개했던 초정 박제가의 개고기 조리법, 조선 시대의 생선회 만드는 법 - 물고기 꼬리와 내장, 껍질을 제거하고 얇게 저며서 종이 위에 살짝 말렸다가 실처럼 가늘게 썰고, 무를 얇게 다져 베에 짜서 곱게 만든 뒤 생채를 회와 섞어 접시에 놓고, 여기에 겨자와 고추, 식초를 뿌린다 -, 냉면의 역사와 다양한 레시피들, 쌍화점 찐빵 '상화'의 레시피 등이 그러합니다. 이 중 상화는 정말로 손이 많이 가서 놀랐습니다. 돈 주고 사먹는게 당연했겠어요. 

음식들의 유래, 기원도 볼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수나라 사람들이 고려 사신에게 아주 비싸게 돈을 주고 사들인 채소라 '천금채'라 불리었다는 채소가 바로 상추라는 것, 조선 시대 초기에는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고 도소주와 엿을 먹었다는 것 등등 다양한 일화 등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책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떡국 떡을 동전처럼 동그랗게 썰다가 지금처럼 어슷썰기로 한 이유는 더 적은 횟수만 썰어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임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만든 맛있는 떡이라는 뜻의 "임씨의 절미"라는 말이 "인절미"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변씨 만두"도 조선 시대 궁중요리 중 하나였던 병시, 즉 물만두가 민가에 전해지며 병시라는 이름이 변씨로 바뀌어 "변씨 만두"가 되었다는 등이 그러합니다. 인절미 어원에 대한 전설은 저도 익히 알고 있었는데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인용되었었죠) 허구라니 좀 의외였어요.

이렇게 음식 관련 미시사 서적으로의 가치는 충분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위에 언급한대로 제목에서 불러 일으킨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책의 디자인이 조금 아쉽기에 감점하지만,  한국 음식 역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12/03/08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 김찬별 : 별점 3.5점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 8점
김찬별 지음/로크미디어

이글루스의 유명 블로거 김찬별 님이 쓴, 여러 가지 우리 음식의 유래를 설명해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입니다.

요리나 역사 전공자가 아니어서 더 과감하게 쓸 수 있었다고 저자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충분히 그럴듯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가끔 식당 벽에 붙어 있는 "기원전", 혹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음식"이라는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죠. 물론 이 책에서처럼 대부분의 음식이 정말 일제강점기 이후 자리 잡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식당 벽의 설명문보다는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되네요.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부터의 역사는 비교적 디테일하고 치밀해서 자료적 가치도 높은 편입니다. 당시의 요리를 다룬 자료가 풍부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에서처럼 화려한 전개는 아니지만, 저자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유쾌한 문체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도 실려 있는 음식 대부분이 지금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매우 평범한 음식들이기에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가 예상과 달리 생소한 음식 위주로 다뤄져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반찬과 분식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책에서 빠지지 않는 짜장면, 김치, 불고기, 커피 같은 주제뿐만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육볶음, 감자탕, 호떡, 삼겹살, 떡볶이, 냉면, 된장찌개까지 다루고 있어 정말 생활 밀착형 요리 미시사 서적이라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후라이팬의 역사와 동일할 것이라 추정한 튀김의 역사, 일제강점기 대유행했다는 호떡 이야기, 지금의 삼겹살구이는 1980년대 이후 정착했다는 견해, 조선시대부터 존재했지만 재료와 조리법이 크게 변한 생선회 이야기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신문 연재물이었던 "주영하의 음식 100년"과 유사한 부분이 많고, "돈가스의 탄생", "모던의 유혹",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등 익숙한 도서의 인용이 많다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만의 견해를 덧붙여 새롭게 구성한 창작 요리 같은 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식과 대중음식의 기원과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특수성도 돋보이고요. 별점은 3.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