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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다니 미즈에 / 김해용 : 별점 1점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2점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예담

헤어 디자이너 니시나 아카리는 연인과 헤어진 뒤, 어렸을 때 잠시 머물던 "헤어살롱 유이" 건물을 임대하여 살기 시작했다.
쇠락해가는 상점가지만 상점가 회장이자 시계방 주인인 슈, 근처 쓰쿠모 신사 식구인 다이치와 친해지며 아카리는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데....

"추억이 필요한 건 살아 있는 인간뿐이잖아?" - 다이치. 젊은 아가씨가 유령이 아닐까 의심한 아카리의 말을 반박하며 하는 말.

좋은 리뷰로 존경해 마지않는 LionHeart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작품입니다. LionHeart님의 평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읽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책 뒷표지에 "청춘 연애 미스터리"라고 소개되고 있으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도서 분류도 추리/미스터리 장르로 되어 있는데 절대로! 아닙니다. 이건 그냥 청춘 연애물이에요! 수록된 5편의 단편 중 추리물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사건 1 낡은 오르골의 주인"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완전치 않고요.

게다가 수록작 대부분이 약간의 판타지스러운 설정과 묘사를 통해 일상 속의 소박한 기적을 그리는데 이 역시 너무나 제 취향이 아니었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별점이 쓰레기급인 이유는 추리물이라고 홍보한 괘씸한 마케팅 탓이 더 큽니다. 그냥 연애물로 포장했더라면 이보다는 좋은 점수였을 거에요. 추리물이라고 해서 저에게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든건 용서가 안되네요. 추리물 애호가라면 쳐다보시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LionHeart님 말대로 1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도 불구하고 후속권이 계속 나온 이유도 잘 모르겠군요. 당연히 저는 더 알고 싶지도 않고, 더 읽어볼 생각 역시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건 1 낡은 오르골의 주인"

다이치가 신사에서 주워온 오르골 속 사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낸다는 내용입니다. 

사진을 찍어 준 사진사와 사진을 찍은 장소 (옆 동네 사진관)를 연결시켜 숨겨진 진상을 추리하는 것 자체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진상의 진위 여부는 결국 밝혀지지 않는 슈의 추리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건 물론 일상계 작품 대부분이 지닌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오래된 "고양이"에 대한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현실적이지도 않았고요.

그나마 수록작 중 가장 추리물에 가깝긴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2 못 다한 고백, 오렌지색 원피스의 비밀"

상점가를 떠나게 된 양잠점 주인 하루에 씨의 부탁으로 아카리가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엔니치날 (신사 제사) 슈와 데이트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십 년 전 하루에 씨가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와 엔니치날 시간을 함께 하다가 사소한 이유로 틀어진 뒤,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지요.

아카리와 슈 커플이 당시 남자의 마음을 알아내어 하루에 씨에게 전해주게 된다는 훈훈한 결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받지 못한 남자의 마음을 받는다는 애틋함이 잘 전해졌거든요.

하지만 언제든 드레스 주머니만 뒤져보았어도 쉽게 끝났을 내용이라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카리와 슈와의 인연을 만들기 위한 이벤트용 이야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사건 3 행방불명 모녀와 아기 돼지 인형"

15년 전 딸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중년 부인, 그리고 기묘한 복장의 20대 여성이 오래 전 유행했던 아기 돼지 인형을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년 부인과 20대 여성이 모녀 지간이라는 것 정도만이 수수께끼랄까요? 하지만 중년 부인이 유령인지 아닌지를 애매하게 처리한 이유는 이해 불가입니다. 아울러 아카리는 인형만 찾아서 주면 되었습니다. 나머지 사정은 둘이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맞고요. 즉, 이야기 자체가 쓸데없는 오지랖의 발로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사건 4 슈지 이야기 : 빛을 잃은 시계사"

슈의 옛 연인이라는 마유코가 찾아오고, 그녀를 통해 아카리는 슈와 형, 그리고 마유코에 얽힌 오래전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마침내 슈가 고백을 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슈가 헤어살롱 유이의 손녀 시계를 고쳐준 것을 계기로 시계사를 꿈꾸게 되었다는 과거사와 함께요. 

약간 드라마틱한 과거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추리물이 아니기에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사건 5 아카리 이야기 : 그해 봄의 비밀"

전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아카리가 자신이 헤어살롱 유이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슈를 밀쳐내지만, 마지막에 유이 할머니의 등장으로 진상을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두 연인이 사귀게 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지만 이렇게까지 과거를 잊어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드라마를 부여하려 무리수를 둔 느낌이에요. 죽은 줄 알았던 유이 할머니의 깜짝 등장 역시 공정하지 못한 깜짝쇼로 보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2016/09/16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1 - 니토리 고이치 / 이소담 : 별점 2.5점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1 - 6점 니토리 고이치 지음, 이소담 옮김/은행나무

제목 그대로 아사쿠사 변두리의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의 주인 구리타 진과 수수께끼의 미녀 아오이가 소소한 수수께끼와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는 내용의 일상계 중단편집입니다. 모두 3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동일하게 화과자점을 주제로 한 일상계 작품인 "화과자의 안"을 이전에 읽어보았는데 두 작품을 비교해보자면, 이 작품이 추리적 요소는 덜하고 로맨스, 인간 드라마가 더욱 강조되어 있습니다. 특정 영역의 전문가가 등장하는 로맨틱 일상계라는 점에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히트에 편승한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선입견 탓에 그동안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류인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가 명백한 지뢰였던 탓도 컸고요. 하지만 추석 맞이로 가볍게 집어들고 읽어 본 결과, 의외로 만족했습니다.

물론 "추억의 시간을..."과 마찬가지로 추리적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명확합니다. 과연 이 작품을 일상계 추리물로 부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러나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던건 제가 "요리"와 "음식"이라는 분야에도 큰 관심이 있는 덕분입니다. 수록작 세 편 모두 "음식의 맛"이 가장 중요한 소재거든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 '과거의 맛이 현재에 재현되지 못한 이유'가 대표적이며, 다른 이야기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화과자를 싫어하는 친구에게 화과자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와산본이 무엇인지 등 "화과자"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가서 음식, 요리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면 즐길거리가 제법 많습니다.

또 첫번째 이야기 "마메다이후쿠" 만큼은 부족하더라도 분명한 일상계 추리물이기도 합니다. 브라질로 출국한 후 20년만에 구리마루당을 찾은 다나베의 말 실수를 토대로 숨겨진 진상을 알아낸다는 전개는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죠. 이에 더해 "곶감 맛 자체는 담백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표현에서 수상함을 느낀 이유가 "주인공이 화과자 전문가"였다는 점에서 작품의 특징과 잘 어울리고요. 하기사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맛의 비결이나 레시피를 찾는 이야기 역시 넓게 보면 추리의 영역이지요.

아울러 만화적이기는 해도 캐릭터의 매력도 상당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구리마루당 3대인 구리타 진이 괜찮았어요. 화과자 가게를 잇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수련을 쌓았지만, 반항기에 한창 엇나가다가 부모님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마음을 다잡고 가게를 이었다는 설정입니다. 이러한 독특한 이력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에 위화감 없이 녹아듭니다. 어린 시절의 수련과 재능으로 실력은 나름 확실하나 그에 걸맞는 연륜과 경험은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맛의 달인" 지로와 약간 비슷하네요.

컴비로 등장하는 화과자에 정통한 정체불명의 미녀 아오이 역시 설정만큼은 완전 스테레오 타입이지만 지독할 정도로 순진하고 착한 면에 관심 분야에 대한 초인적인 호기심이 부각되어 나름의 매력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조용하고 고즈넉한 동네 풍경 속 잔잔한 드라마라는 측면에서는 볼만합니다. 단,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록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메다이후쿠"

화과자점 구리마루당에 20년 전 신세를 졌다는 다나베라는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20년 전 먹었던 마메다이후쿠를 주문했지만,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구리마루당 주인 구리타 진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인인 카페 마스터가 소개해 준 아오이라는 수수께끼의 미녀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요리만화에 흔히 나옴직한 "추억의 맛을 찾아드립니다." 스타일의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답게 구리타 진과 그 주변 인물 관계도 상세하게 설명되고요.

수록작 중 거의 유일한 추리물로 "왜 마메다이후쿠의 맛이 다른지?"에 대한 설명(시부키리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다나베의 "곶감"에 대한 말실수를 "곶감"의 정의를 통해 밝혀 진상을 드러내는 전개는 괜찮습니다. 망해가는 구리마루당을 살리려는 소꼽친구 유카의 작전이라는 동기도 그럴듯했고요.

다나베가 20년 전 먹었던 마메다이후쿠의 맛과 지금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할 정도로 절대 미각의 소유자라는 것은 영 설득력이 없으며, 구리타 진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는 무능한 장인인지 의심스럽다는 약점은 있지만 시리즈의 첫 작품치고는 괜찮았던 소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도라야키"

"이러쿵저러쿵해도 이미지는 실체가 없는 거니까요. 실제 체험에는 절대 못 이겨요.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손으로 만지고...... 그렇게 실제로 경험하면 이미지는 간단히 바뀌죠. 말하자면 이미지란 불완전한 정보, 즉 선입견이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구리타의 라이벌인 아사바가 대학 축제에 구리타를 초대했다. 구리타는 아사바가 만든 "베이비 카스텔라"의 맛을 인정했지만, 아사바는 화과자를 싫어한다는 말로 구리타를 자극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오이는 아사바에게 화과자 혐오를 고쳐주겠다고 약속하는데...

드라마는 별게 없지만 카스테라, 다이나곤 팥과 같은 기본 재료 설명은 물론, 1등 상품인 팥을 구하기 위해 "화과자 퀴즈 대회"에 나가 각종 화과자 관련 상식을 화려하게 펼쳐내는게 특징인 작품입니다.

또 카스테라는 좋아하는 아사바의 화과자 혐오를 고쳐주기 위해, 카스테라 반죽에 팥소를 더하여 도라야키를 만들어 준다는 결말은 깔끔하며 설득력 높습니다. 다툼과 갈등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해결!" 된다는 "맛의 달인" 류의 작품에서는 억지스러운 전개가 가끔 보이기도 하는데, 이 작품 정도면 잘 마무리된 것 같아요. 이게 맛이 없을리가 없을 뿐더러, 맛이라는 것은 작중 아오이의 말 그대로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화과자 관련 이야기로는 최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히가시"

"화과자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고안할 방법은 딱 한 가지. 입으로 말해서 못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먹여서 알게 해주자고요!"

어린 시절 공부를 가르쳐주곤 했던 동네 누나 고하루를 오랫만에 만난 구리타는 고하루의 집을 누군가 엿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바닥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와 엿보기를 당한 날짜를 토대로, 범인은 고하루와 거의 의절상태인 친아버지 기라라는게 드러났다. 구리타는 기라를 찾아가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하는데....

수록작 중 가장 처지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부터가 별게 없는 탓입니다. 엿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면, 그가 남긴 과자 부스러기를 조사하는 것보다 잠복해서 잡는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게다가 맛있는 과자를 먹었다고 모든 갈등이 눈녹듯 사라지는 마무리는 솔직히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전개였습니다. "도라야키"에서처럼 설득력 있게 넘어가면 모를까, 갈등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과자를 맛보고 갈등이 해결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북경오리나 프랑스 요리를 먹어도 되는 게 아니었을까요?

구리타 진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넘쳐나는 마무리는 좋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6/12/31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5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3차, 열 세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6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3 (53)권, 기타 장르문학 8 (10)권, 역사서 18 (12)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4 (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7)권, 기타 도서 15 (21)권으로 모두 107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거의 비슷하군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6년 베스트 추리소설 :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단평 : 세상은 넓고, 모르는 작가도 많고, 재미있는 작품도 아직 이렇게나 많다!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그런데 별점 3점짜리는 "별도 없는 한밤에", "천사들의 탐정", "미스테리아 8호", "사냥개 탐정", "검은 수도사", "가면 무도회 1,2",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엠브리오 기담"의 여덟 편이나 됩니다.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한편을 꼽기 위해서 우선 잡지인 "미스테리아 8호"를 뺐습니다. 호러 성향이 강한 "별도 없는 한밤에", "엠브리오 기담"과 역사 모험물 성격이 강한 "검은 수도사"도 빼면 네 편이 남네요.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이 중 추리적으로도 괜찮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선사한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워스트 추리소설 :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단평 :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2016년에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무려 16편이라고 한탄했는데 올해는 26편입니다! 읽은 작품 중 반 가까이가 수준 이하였다는 이야기지요. 참으로 너무합니다. 최악인 별점 1.5점 이하도 무려 열 편이나 되고요.

하지만 최악 중의 최악인 별점 1점을 획득한 작품은 이 작품 뿐입니다. 최악인 이유는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닌 탓이에요. 그냥 청춘 연애물일 뿐이거든요. 작품의 수준을 떠나 구태여 추리물이라고 소개하여 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괘씸한 마케팅 때문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제라르 준장의 회상" 

단평 : 시대를 뛰어넘다. 

올해의 기타 장르문학에서는 별점 3.5점의 이 작품이 베스트입니다. 모두 10권도 읽지 않아 한권의 베스트를 꼽기는 좀 애매하지만요. 여튼 코난 도일 경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고전 명작 모험물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양심의 문제" 

단평 : 바탕에 깔린 사상 문제. 

도서출판 불새의 용기있는 행보에는 항상 박수를 보내는 바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역겨운 식민지 시대의 유산인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은연 중에 포장하여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신들의 연기, 담배" 

단평 : 교양과 재미의 절묘한 결합. 

이 책은 올해의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교양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놀라운 결과물이죠. 제가 꼭 흡연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2016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조선의 武와 전쟁" 

단평 :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는 편인데 올해는 이 책이 뽑혔습니다. 단평대로 기대한 내용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었어요.

2016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올해 이 분야는 달랑 4권만 읽었기에 별도로 평하지는 않겠습니다. 내년에는 이 쪽 분야도 좀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2016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백미진수" 

단평 : 실력자가 애정을 담아 쓴 미식 에세이의 진수.

이 책은 올해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유용한 좋은 에세이였어요.

2016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단평 : 발췌에 이은 레시피 소개에 그친, 날로 먹은 책 

제목 그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음식, 요리를 발췌한 후 해당 레시피 소개가 전부인 책. 저자의 아이디어는 눈꼽만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서프라이즈 : 인물편" 

단평 : 이 책이 존재할 이유를 모르겠다. 

올해 기타 도서는 전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를 꼽기는 쉽지 않네요. 별점 3점짜리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장서의 괴로움")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워스트는 확실합니다. 총 4편의 별점 1.5점짜리 망작들 중에서도 이 책이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입니다. 왜 책이 나왔는지 이유 자체를 모를 무의미한 결과물입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Comic :

"피너츠 완전판" 

단평 : 발간만으로도 감사한 완전판! 

올해 별점 3점을 넘는 만화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점수가 좋은 작품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총 4권을 읽었고, 대체로 별점이 우수했던 "피너츠 완전판"을 올해의 작품으로 꼽아봅니다. 단평 그대로 발간된 것 만으로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Comic : 

"역시 빵이 좋아!" 

단평 : 만화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했다. 

올해 별점 1점짜리 망작은 본 작 외에 "스파이 vs 스파이", "산적 다이어리 2"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은 최소한 '만화' 이기는 한데 이 작품은 아무리 봐도 만화가 아닙니다. 빵 소개서를 만화처럼 만든 것에 불과하니까요. 최소한의 이야기와 재미도 없기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그외 영화, 만화 등은 대체로 부분별로 5편 이상 감상한 것이 없기에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결산평 : 

총 독서 권수가 작년과 똑같다는게 놀라운데 여튼 올해도 100권을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나이가 든 탓인지, 아니면 출간작들의 수준이 갈 수록 떨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균 이하의 작품들 수가 급증했다는 겁니다. "장서의 괴로움"에 나온 유명한 장서가 다니자와의 명서 감정술처럼 - "명저라는 홍보에 넘어가 샀던 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류 이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지 않았다면 초일류를 초일류라고 인정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는 있겠지만, 몇몇 망작들은 그야말로 읽는 시간조차 아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뭐 좋게 생각하면 이런 작품들을 소개하는게 제 미미한 블로그의 존재 의미겠죠. 찾아주시는 분들의 시간이라도 아껴야 할 테니까요.

하여튼,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21/10/23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오카자키 다쿠마 / 양윤옥 : 별점 2점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 6점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커피 애호가 아오야마는 여자친구와의 트러블 직후, 카페 탈레랑 간판을 발견한게 계기가 되어 인생 커피를 만났다. 아오아먀는 탈레랑의 명언과 같은 달콤한 커피를 찾아 헤메었는데, 탈레랑에서 그런 커피를 맛 본 것이었다. 커피를 내린 바리스타는 기리마 미호시로, 아오야마보다도 연상이었다. 그녀는 아오야마의 이메일 주소만으로 그의 이름을 추리해 내는 뛰어난 추리력을 선보인 뒤, 아오야마의 우산이 사라잔 이유 등의 소소한 일상 속 수수께끼를 커피를 갈면서 풀어내었다. "그 수수께끼, 이제 잘 갈아졌어요."라는 말과 함께.

특정 분야 전문가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흔해빠진 일상계 단편 추리물. 이런 류의 작품은 엄청나게 많지요. 제가 읽었던 것만 해도 아래와 같습니다.

이 작품은 이 중에서도 여러모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연상케 합니다.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젊은 전문가 아가씨 탐정, 그리고 그녀를 연모하는 어수룩한 남성 화자 컴비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요. 그러나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에서는 헌 책의 역할이 중요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커피'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차이는 큽니다. 카페 탈레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이 모이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과 해결은 커피, 그리고 바리스타와는 무관하거든요. 그나마 관련이 있는건 "제 2장 비터스위트 블랙" 정도 뿐입니다. 이래서야 바리스타탐정일 필요도 딱히 없지요. 추리를 하는 동안은 핸드밀로 커피를 갈다가, 추리를 마친 뒤 "그 수수께끼, 이제 잘 갈아졌어요."라는 말을 하는게 바리스타가 탐정일 유일한 이유입니다. 문제는 너무 만화적이고 유치했다는 거지요.

추리적으로도 비약과 억지가 눈에 띄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바리스타 미호시가 상처입었던 과거 이야기가 조금 긴 호흡으로 설명되며, 묻지마 폭행이라는 강력 범죄가 연루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최악이었고요. 과거 미호시의 접대를 개인적 호감으로 착각했던 스토커가 있었다는건 설득력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주변을 맴돈다는건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긴 호흡의 심각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비블리아 고서당"과 살짝 비슷하네요. 별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도 말이죠. 이외에도 서술 트릭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에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지겹기까지 했습니다. 분량을 조절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낭비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커피'가 보다 중요하게 사용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지금은 그냥 흔해빠진 양산형 일상계 단편에 불과하네요. 2권에서는 보다 폭넓게 커피가 활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1장 사건은 두 번째 방문 때" 

아오야마가 탈레랑을 처음 찾는 이야기로 시리즈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호시가 이메일 주소만 가지고 아오야마의 이름을 알아낸 추리는 마음에 들었어요. 커피 애호가라고 소개되기에 "블루 마운틴"은 커피인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단서로 그게 이름을 의미한다는걸 추리하는게 지극히 합리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오야마의 우산이 사라지고, 새빨간 우산이 남아있었던 상황에 대한 추리는 조금 억지스러웠습니다. 애초에 이미 헤어진 여자 친구의 친구가 아오야마를 비난할 자격 따위는 없고요. 코믹하고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설득력없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2장 비터스위트 블랙"

아오야마의 친척 아가씨 고스다 리카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이야기. 진상은 리카만 남자친구라고 생각했을 뿐, 그 남자의 진짜 연인은 따로 있었다는 겁니다.

리카가 외국에서 살다왔던 탓에 오해가 생긴 것이었는데, 이를 '블랙 커피'를 통해 드러내는 묘사는 일품이었어요. 일본에서 블랙커피는 설탕도 밀크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 커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커피 색깔만을 의미한다네요. 그래서 리카는 머그컵만 보고서 블랙커피라고 단정했지만, 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남자 친구는 혼자 설탕을 넣은 커피를 마셨던 것이라고 합니다. 문화의 차이를 세련되게 드러낸 좋은 장면이지요.

남자친구 녀석도 리카와 하룻 밤을 같이 보낸건 사실인데 아오야마가 그 녀석을 좋게 바라보는건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그 녀석은 리카가 오해할만한 행동을 저지른건 맞습니다. 단지 '오해'라고 넘어가는건 무리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제3장 유백색에 하트를 숨기다"

아오야마는 창 밖에서 뛰어가던 혼혈아 켄토에 대한 이야기를 미호시에게 해 주었다. 켄토에게 가끔 우유를 사 주며 친해졌지만, 교토 여름의 풍물시 오쿠리비 축제 날, 다친 켄토를 걱정해주다가 다투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오야마의 이야기와 켄토의 행색에 주목했던 미호시는 카페 밖으로 달려나가 켄토를 찾기 시작하는데...

아오야마가 처음에 커피 맛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미호시와 함께 다른 카페에 왔다는 것, 그리고 아오야마가 켄토에게 우유를 사 준게 아니라 단지 전해들은 이야기라는 두 가지의 서술 트릭이 숨어있는 작품.

서술 트릭은 신선했지만, 정작 다른 수수께끼들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우선 다른 카페의 커피가 탈레랑과 맛이 같았던건 우연히 같은 원두를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이는 미호시가 탈레랑 커피 원두 구입처를 앞에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수수께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듣고 이유를 눈치채지 못했던 아오야마가 멍청한 거지요. 

켄토가 돌보던 고양이를 나쁜 아이들이 괴롭힌다는걸 미호시가 간파했던 건, 넘겨 짚은 것에 불과할 뿐 추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비약이 심했던 탓입니다. 방학, 그리고 매일같이 축구를 핑계로 학교를 가면서 우유도 가져갔지만, 정작 축구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학교에서 고양이를 키웠다는 진상을 끄집어 낸건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아이들이 고양이를 빼앗아 죽이려고 했다는건 증명이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급식 주머니는 단서가 되기 힘들었으니까요. 미호시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말을 할 정도였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제4장 바둑판 위의 추격전" 

아오야마는 산책 도중 전 여자친구 마미를 만났다. 그녀를 피해 도주하던 끝에 탈레랑으로 향했지만, 마미가 그곳까지 쫓아온 탓에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새 여자친구라고 소개해버리고 말았다. 마미는 잠자코 물러났지만, 그녀는 어떻게 아오야마가 탈레랑으로 도망쳐 올 것이라는걸 미리 알았던 것일까?

제목의 바둑판은 탈레랑이 있는 상점가 거리를 의미합니다. 바둑판과 같이 직선으로 나누어진 구획의 거리라는 설정이지요. 상점가 거리를 비롯하여 교토 시내를 무대로 펼쳐지는 아오야마의 산책과 도주 과정은 여정 미스터리 느낌을 전해줍니다. 교토 시내 거리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 덕분입니다. 그 와중에 "마루타마치 르부아"의 마루타마치 시가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풋풋한 사랑 싸움, 그리고 도라야 마미와의 옛 추억을 잃어버린건 슬픈 일이라는걸 아오야마가 깨닫는 결말은 여운이 남겨져서 좋았습니다.

문제는 추리적인 부분입니다. 모카와 마타지가 전화로 알려주었다는게 진상인데, 모카와 할아버지가 마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단서가 사전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추리의 여지가 전무했거든요. 아무리 '일상계' 작품에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래서야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5장 past, present, f*****?" 

아오야마는 잡화점에서 고가의 다트를 보고 홀딱 빠졌지만 막상 사려고 하자 이미 팔리고 없었다. 잡화점을 나온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우연히 만났고,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호시는 저녁 술자리에서 아오야마의 깜짝 생일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고, 선물로 그 다트를 주었다. 그런데 다트가 마음에 들었다는걸 미호시는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날, 아오야마는 고나이라는 남자를 만나, 미호시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수수께끼는 흥미롭지만 진상은 전편과 같습니다. 잡화점에서 아오야마를 보고 미호시에게 정보를 알려준 공범(?)이 있었던 거지요. 다행히 전편보다는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범의 정체를 진작부터 노출시키고 있는 덕분이지요. 아오야마도 진상을 추리해 내는데 거의 성공하고요.

하지만 고나이를 통해 드러나는 미호시의 과거는 뜬금없었고, 고나이도 굉장히 작위적인 설정이라 마음에 들지 않네요.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미호시의 다정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찐따가 위험한 스토커가 되었다는건 지나치게 뻔했을 뿐더러, 고나이가 아오야마아게 접근해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이유도 잘 설명되고 있지 못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6장 Animals in the closed room" 

아오야마는 환상의 커피인 몽키 커피 원두를 구했다는 말로 미호시를 자기의 방으로 초대하는데, 그리고 이 때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는 계획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선물이었던 테디 베어 인형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찢긴 채였다. 밀실인 자취방에서 인형을 찢은건 누구였을까?

탈레랑의 고양이 샤를이 미호시 토트백 안에 숨어 몰래 들어와 인형을 찢었다는게 진상인데, 여러모로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샤를이 가방 안에 들어간걸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까요? 약에 취해 잠들었다는 설정이 붙어있기는 합니다. 그럼 깨어나서 인형을 찢었다는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샤를이 마침 아오야마가 미호시가 자리를 비운 틈에 가방에서 빠져나와 인형을 찢은 뒤, 아오야마와 미호시가 도착하기 전 조용히 옷장 안에 숨어 들어가 잠들었다는 우연도 과합니다. 세 번째로 새끼 고양이가 인형을 찢었다면, 작 중 묘사처럼 날카로운 날붙이로 악의를 가지고 찢은 것 같았을리가 없습니다. 조금 긁히고 만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이외에도 아오야마가 선물을 미호시 몰래 등장시키기 위해, 낚시줄과 후크를 이용해 만든 복잡한 장치 트릭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수상해 보였던 신문배달원(?)과 아오야마가 침대 밑에서 발견한 머리카락의 등장을 통해 위험인물 고나이의 존재를 다사금 떠올리게 만들고,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복선으로도 적절히 사용한건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앞서의 이유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7장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고나이 나미카즈는 미호시가 아오야마와 사이좋게 지내는걸 참지 못하고 복수를 결심했다. 그리고 어두운 밤, 미행 끝에 브래스 너클로 폭행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아오야마는 이 폭행은 자신이 미호시와 만남을 가졌다는 것 때문이라는걸 깨닫고, 전에 받았던 고나이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더 이상 미호시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1권의 마지막 이야기. 고나이의 폭행으로 입원한 당사자가 아오야마였다는 서술 트릭이 사용된 작품입니다. 전편의 괴한은 아오야마의 전 여친 마미로, 유도부원이었던 그녀가 고나이를 처절하게 응징한 뒤 우여곡절끝에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결말도 깔끔했어요. 독자는 아오야마를 미호시로 착각하고, 고나이는 마미를 미호시로 착각하는 이중의 서술 트릭이 사용된 셈이지요. 아오야마의 정체가 다른 카페 바리스타였고, 본명도 아오야마가 아니라 아오노 야마토라는 것도 밝혀지는데, 이에 대한 미호시의 추리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커피맛을 훔치러 왔다는 둥, 사랑 싸움같은 중반부 전개와 고나이가 폭행을 결심하는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는건 단점이에요. 고나이의 생각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오야마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미호시를 생각한다면, 고나이같은 위험인물은 감옥에 보내는게 당연하잖아요? 서술 트릭도 병문안을 온 사람까지는 등장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친 사람은 미호시, 병문안을 온 사람은 아오야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였는데, 지나쳤습니다. 병문안을 온 건 그럼 도대체 누구랍니까? 마미? 이런 단점들 탓에 별점은 2점입니다.

"에필로그"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왔다는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짤막한 분량의 에필로그. 바리스타 고나이가 카페 로크온이 아니라 탈레랑에 있다는게 서술 트릭 형태로 밝혀지는데, 이 쯤 되니까 지겹네요. 점수를 주기 애매한 분량이라, 별점은 따로 없습니다.

2021/02/06

숙명 - 히가시노 게이고 / 권남희 : 별점 2점

숙명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소미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 최고 회사인 UR 전산 대표였던 우류 나오아키가 병사한 뒤, 회사 사장이 된 스가이 마사히코가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흉기는 우류 나오아키가 생전에 수집했던 무기 중 하나인 독이 든 석궁이었기 때문에, 범인은 우류 가문 관계자로 압축되었다.

그러나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 중 한명인 와쿠이 유사쿠는 살인 사건이 아니라 우류 가문이 숨기고 있던 비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 우류 가문 아들 우류 아키히코와 엮였던 여러가지 인연과 추억 때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0년에 발표한 비교적 초기 장편입니다.

UR 전산 사장 스가이 마사키요 살인 사건은 후더닛보다는 와이더닛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흉기를 통해 범인은 우류 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로 특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기만 알아내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요. 당연히 이야기도 '왜 살인 사건을 저질렀는지' 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고요.

탐구 결과, 스가이가 우류 나오아키가 사망한 뒤 그의 유품 중에서 강탈한 '전뇌' 어쩌구가 써 있었다는 오래된 파일, 스가이가 뇌 의학 전문가에게 접촉했다는 증언, 관계자인 우에하라 박사와 우류 아키히코 모두 뇌의학자이며 오래전 죽은 사나에의 지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 중요 단서들이 모두 초반에 드러납니다. 독자는 이를 통해 과거 사나에에게 불법으로 뇌에 관련된 실험이 자행되었고 비밀 파일은 그 실험을 다룬 것이며, 스가이는 이 실험을 묻어두려는 관계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걸 쉽게 눈치챌 수 있고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뻔한 소재인 탓입니다.

하지만 그냥 뻔하지만은 않습니다. 형사 와쿠라 유사쿠의 수사로 30여년에 걸친 장대한 비밀이 한꺼풀 씩 드러나는 전개가 굉장히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쟁 직후 우에하라 마사나리는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획기적인 발견을 하게 됩니다.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여 사람의 감정 조작이 가능하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연구 성과 발표는 묻혀버렸지만, 대기업 우류공업 대표이사 우류 가즈아키가 우에하라 박사를 지원하며 연구가 은밀하게 재개됩니다. 그들은 7명의 남녀 피실험자를 모아 '전뇌식 심동 조작 방법' 이라고 이름붙인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뇌수술을 받고 실험 중이던 피실험자들 중 4명은 탈주하고, 남은 3명은 원상 복구 수술을 받은 뒤 2명은 죽어버립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여성 사나에도 심각할 정도로 지능이 퇴화해 버리고요. 이런 비참한 결과를 본 우류 가즈아키와 우에하라 박사는 연구를 영원히 묻어 버리기로 결심했던 겁니다.

여기에 더해 의외성 있는 설정과 전개가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백미는 우류 아키히코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단서가 작품 곳곳에 드러나지만, 진범은 우류 나오아키의 충신 중 유일하게 회사에 남았던 마쓰무라 겐조 상무였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억지스럽과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문제는 큽니다. 어린 시절부터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와쿠라 유사쿠와 우류 아키히코가 사실은 사나에가 낳은 쌍둥이 형제였다는건 눈에 거슬릴 정도였어요. 우류 아키히코야 그렇다쳐도, 와쿠라 유사쿠까지 사나에 아들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사나에가 쌍둥이를 낳았다면, 우류가문에서 두 명 다 입양하는게 맞지, 한 명만 전혀 관계없는 다른 곳에 입양보낸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또 이란성 쌍둥이라면 아무리 외모가 다르더라도 성격이나 취향은 닮은 점이 많았을텐데, 마지막에 비밀이 드러난 뒤에서야 이를 언급하는건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7인의 실험체 중 한명이었던 에지마 소스케의 딸 미사코와 유사쿠가 고등학생 때 교제했다가 헤어진 뒤, 미사코가 우류 아키히코와 결혼했다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왜 아키히코가 미사코와 결혼했는지도 설명이 부족했고요. 형제라서 이성에 대한 취향도 비슷했다는 것일까요?

그 외에도 우류 아키히코의 배다른 동생들인 히로마사와 소노코가 의기 투합해서 스가이를 죽이려고 한게, 마침 살인 사건이 저지른 딱 그 날 그 시간이라던가, 우류 아키히코가 석궁 화살촉을 수리했던 순간접착제를 떨어트린걸 마침 아내 미사코가 발견한다던가 하는 등 우연이 너무 많이 반복됩니다. 작품이 그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래서야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추리적인 부분도 별로에요. 딱히 건질게 없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범인과 석궁을 현장에 가져다 둔 사람이 다르다는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투서를 보내서 경찰에게 이 트릭이 간파된 뒤에는, 사건은 해결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자 중에서 오전 시간에 석궁을 가져다 놓을 수 있던건 가사 도우미 스미에 씨 밖에 없었으니까요. 지나가던 여중생들 증언이 아니었더라도, 마쓰무라 겐조의 운명은 정해진거나 다름이 없었던거지요. 석궁 화살깃 수리와 같은 디테일은 솔직히 불필요한 사족으로 느껴졌고요. 

유사쿠가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였던 사나에 죽음에 대한 진상도 어색했습니다. 실험 재개를 노렸던 스가이 가문이 납치하려 할 때 병실에서 떨어져 죽었다는데, 누가봐도 분명한 살인 사건을 경찰이 이렇게 쉽게 덮는게 가능했을까요? 가능했다 치더라도, 유사쿠의 아버지가 사나에가 유사쿠 모친이라는걸 알았다는게 사건을 덮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저라면 아이 어머니 복수를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섰을거 같은데 말이죠. 최소한 사건을 덮었다면, 죽을 때 유사쿠에게 남긴 비밀 수사 노트에 그 진상은 써 놓았을 겁니다.

우류 가문이 지켜왔던 비밀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는 있지만 석연치는 않습니다. 우류 가즈아키와 우에하라 박사부터가 좀 웃겨요. 연구를 묻어버리기로 했다면 파일도 바로 없애버렸어야죠. 왜 화근을 남겼는지 모르겠어요.

스토리텔러로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솜씨가 잘 드러나는 흥미로운 작품이기는 하나, 단점이 너무 많아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오래전 숨겨왔던 가문의 비밀이 도화선이 된 사건이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건 오다 경부보이고, 주인공 유사쿠는 순전히 과거의 비밀에 집중한다는 구조 등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몽환화"가 살짝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젊고 열정적인 커플이 발을 내딛는다는 "몽환화"하고는 반대로, 이 작품의 유사쿠는 숙적이자 형제인 아키히코에게 완패하고 쓸쓸히 물러선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시대가 느껴지네요. 버블이 막 끝날 1990년의 일본과, 아베노믹스로 막 부활하기 시작한 2013년 일본의 시대상이 그렇게 달랐으리라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