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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2

우아함과 탁월함의 역사 - 윤병권 : 별점 2.5점

우아함과 탁월함의 역사 - 6점
윤병권 지음/상

세계의 명문 호텔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으로 모두 13개의 호텔이 소개됩니다. 익히 잘 알려진 파리의 릿츠 호텔, 홍콩의 페닌슐라 호텔, 싱가포르의 래플즈 호텔, 도쿄의 데이코쿠 호텔,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방콕 오리엔탈 호텔, 도쿄 오쿠라 호텔 등 여러 유명 초고급 호텔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관광 안내 서적은 아닙니다. 알라딘의 책 분류로는 문명 / 문화사 서적으로 되어 있을 정도로 각 호텔 별로 상세한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호텔 업계의 큰 흐름을 잘 알 수 있도록 구성이 짜여져 있는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호텔의 왕 릿츠의 파리 릿츠 호텔을 다루는 첫번째 챕터를 보면, 릿츠 호텔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최초에 오픈하여 현재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요약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릿츠 호텔의 특징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이어지고요. 마지막으로는 릿츠 호텔에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 - 독일 가수 타코의 노래, 헤밍웨이의 릿츠에 대한 헌사 등 - 들로 마무리 되는 구성입니다. 

이러한 구성에서 특히 호텔의 역사와 에피소드들이 흥미롭습니다. 홍콩의 별 볼일 없는 오지 주룽이 페닌슐라 호텔의 번창 이후 지금의 '침샤초이'가 되었다던가, 런던 사보이 호텔에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 모네가 발코니에서 템스 강변의 풍경을 그렸다, 가수 멜바를 위한 '피치멜바'의 탄생지이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우측 통행을 하는 도로가 있다 등 -,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의 초대 총지배인 조지 C. 볼트를 발탁한 에피소드와 조지 C. 볼트가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을 만들었다는 등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가 서울 신라 호텔 증축 및 개수부터 참여하여 호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소개되는 호텔들에 대해서 창문으로 바라본 경치가 좋다! 집기가 고급스럽다!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가적 식견에 기반하여 설명해 주거든요. 호텔 창업자의 철학, 호텔의 역사, 해당 지역에 대한 설명 및 호텔의 방향성 등 여러가지를 통틀어 자세하게 정보를 전달해 주니까요. 또한 모두 저자가 직접 방문하여 호텔에 대해 구석구석 살펴보고, 그 서비스를 접해본 곳들이라 설득력도 높습니다.

그러나 도판의 질이 낮다는 단점은 크게 느껴집니다. 풀컬러도 아닌데다가, 기껏 실린 사진들도 해상도가 낮아서 모자이크 현상을 일으킵니다. 책의 만든 모양새도 별로고요. 최고급 호텔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전혀 꾸미지도, 돌보지도 않은 모양새라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한데, 수록된 호텔들을 선정한 기준도 모호합니다. 단지 저자의 마음 속 순위로 보이는데, 보다 객관적인 지표로 호텔들 순위를 매겼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래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문 호텔 안내서라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보들이더라도 그 것을 모아서 한 번에 소개한다는 용이성 측면도 간과하기 어려운 장점이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딸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여기 소개된 호텔들 투어를 떠나고 싶군요. 막대한 돈이 들겠지만...

2018/12/09

호텔 - 도미타 쇼지 / 유재연 : 별점 2.5점

근대 일본에서 호텔이 형성되는 과정을 당시 분위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근대 일본 호텔의 역사에서는 크게 3개의 키워드가 도출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그건 바로 외국인과 서구화, 그리고 철도죠.

우선 외국인은 호텔의 역사에서 떼놓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최초에 호텔이 생긴 이유도 외국인들 대상의 숙박 업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니까요. 우리나라만 해도 최초의 호텔로 유명한건 "손탁 호텔" 이기도 하지요. 이후 요리가 유명한 작은 호텔들이 한, 두 개씩 생기다가 정부 주도의 영빈관 호텔이 들어서면서부터 "서구화"가 추진됩니다. 일본이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은 이후라서 외교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서구화"를 강하게 추진한게 그 이유로, 당시 도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독일인 의사 베르츠는 일본인들이 고유 문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렇게 서구화가 국가의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외국인 손님들, 특히 영국 황태자같은 외국 왕실 일가가 방문을 하게 되면서 서양식 호텔을 서둘러 건축하고, 이는 각 지방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됩니다. 천황 일가의 방문도 겹쳐서 더욱 영빈관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게 된 것이고요. 아울러 서구화는 단지 건축 양식 뿐 아니라 식사 및 호텔의 각종 운영 방식 모두가 포함되어 서비스됨으로써 전통 "료칸"과 더욱 차별화되게 됩니다. 결과야 어쨌건 결국 이를 통해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었기에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싼 가격으로 "고급" 이미지가 함께 형성된 건 덤이라 할 수 있겠죠.

이후 각 지역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관광지와 함께 생겨난 호텔이 소개됩니다. 이러한 관광지는 교통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휴양지 중 하나인 가루이자도 요코가와와 가루이자와 간 아프트식 철도 개통으로 피서객이 급증한게 발전의 가장 큰 이유라네요. 이렇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숙소가 필요해져 호텔이 속속 도입되게 되었고요. 비슷한 내용은 "에키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철도 회사가 호텔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식민지 만주에서는 주요 철도역마다 "만철"이 운영하는 거대 호텔이 들어섭니다. 서구화 단계를 지나선 일본이 식민지 사람들이 외경심을 갖게끔 거대하고 웅장한 호텔을 짓기 위해서였다는데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심지어 부산과 경성에 세웠던 호텔마저 소개되니까요. 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 식민지에서의 호텔 산업은 식민지 주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쓰고는 있습니다만, 씁쓸합니다.

이 세 개의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실제로 세워졌던 다양한 호텔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게 주요 내용인데 지금은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호텔이 대부분이며, 호텔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한 인물들 소개는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등 조금은 불필요한 내용이 많은건 아쉽습니다.
특히나 여러 인물 소개는 영 별로입니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으로 실제로 뭘 했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단순히 호텔을 세우거나 운영한 사람들이 많아서 뭐 이렇게까지 소개했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또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등 유명 인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분량에 비하면 소개되는 호텔과 인물이 과한 편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이럴 바에야 이전에 읽었던 "우아함과 탁월함의 역사" 처럼 주요 호텔에 보다 촛점을 맞추어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근대 일본의 분위기, 시대상을 호텔이라는 소재로 잘 드러낸 내용은 마음에 들고 당대 문화(특히 숙박업과 관광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사료적 가치가 크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나름의 가치는 확실하니 근대 일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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