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머드맨"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머드맨"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20/05/01

머드맨 1, 2 - 모로호시 다이지로 / 김동욱 : 별점 3점

머드맨 1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미우(대원씨아이)
머드맨 2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김동욱 옮김/미우(대원씨아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판타지 만화입니다. 일본 전통 설화를 현대로 끌고온 "요괴 헌터"와 비슷하게 전설을 현대 무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류학자의 딸 나미코는 아버지가 뉴기니에서 데리고 온 원주민 소년 코도와와 함께 살게 되는데, 코도와는 사실 학자가 원주민 여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었습니다. 학문적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오지 마을 촌장에게 양자로 보낸 뒤, 코도와 몸에 새겨진 문신의 비밀을 밝혀내려 한 거죠. 그러나 억지로 문신의 비밀을 알아내려 한 교수의 행동은 정령 머드맨에 의해 들통납니다. 이후 코도와가 응 바기를 불러 그를 응징하며 자신이 뉴기니의 성스러운 숲을 지키는 후계자라는걸 드러내는게 1화입니다.
이어지는 2~3화는 문명을 거부하고 뉴기니의 전통 신앙을 지키려는 코도와가 슈퍼 히어로처럼 활약하는 독립적인 이야기입니다. 2화는 뉴기니는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이후, 시간의 흐름이 멈춘 상태의 세계라는 신화적인 내용이며 3화는 뉴기니를 전염병으로 초토화시킨 문명 탐사대에 대한 복수극이거든요. 복수극은 별다른 내용이 없는, 일종의 중간 다리 역할에 지나지 않지만 파푸아 뉴기니가 '노아의 방주'가 도달한 장소로 덕분에 독특한 생태계가 이루어졌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4화부터는 완결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파푸아 뉴기니 전설인 카우나기, 나미테 이야기가 핵심이지요. 전설 속에서 둘은 위대한 가면의 비호를 잃고 숲에서 달아나고, 옹고로의 바위 안에 숨겨져 있던 악령인 아엔의 가면이 그 둘을 쫓습니다. 겨우 탈출한 둘은 위대한 자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유한한 삶을 살게 되지만, 카우나기의 몸에 새긴 문신 덕분에 자손은 숲과 정령의 가호를 받으며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신을 새기다 피가 판다누스 나뭇잎에 튀고, 이 나뭇잎은 자라서 무엇이든 먹는 나라모로 성장해서 카우나기와 나미테를 위협합니다. 전설에서는 나미테가 죽은 뒤, 그 몸에서 먹을게 자라났다게 결말입니다. 덕분에 나라모도 먹을게 생긴 것이죠.
카우나기와 나미테가 다시 부활한게 코도와와 나미코라는 설정으로, 둘은 전설 속 둘의 모험과 똑같은 경험을 하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그러나 코도와와 나미코는 전설대로의 결말을 거부하고, 그들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이야기 속에 비행기가 신의 선물을 가지고 와서 모두를 풍요롭게 해 준다는 '카고 컬트'를 이야기에 잘 녹여낸 부분도 흥미롭지만, 다시 부활하여 사람들을 위협하던 나라모가 "반드시 다시 돌아와 숲도, 산도 모두 먹어치울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일본의 야마비시 상사가 전설 속 숲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를 발견하여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고, 야마비시 상사의 로고가 나라모 문양과 같았다는 후일담도 많은걸 생각하게 해 주네요. 지금 보기에는 좀 낡은 환경 보호 메시지이기는 해도, 전설과 합쳐서 좋은 시너지를 내거든요.
코도와와 나미코가 죽지 않은 만큼, 코도와가 나미코와 결합하여 후손들을 낳아 문명에 대항하여 위대한 숲의 의지를 이어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도 좋았어요.

파푸아 뉴기니의 전통 설화가 일본 전통 설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과감한 아이디어도 눈길을 끕니다. 코도와 몸의 문신이 일본 죠몬 토기와 이어지는 초반부 설정도 흥미로우며, 신들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옹고로'는 일본 전설의 섬 '오고로노지마'이며 카우나기와 나미테는 이자나기, 이자나미와 같다, 즉 세계의 근원은 하나라는 결말도 굉장히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과는 다른 큰 특징도 있습니다. 바로 '코도와'가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지닌 일종의 히어로라는 점입니다. 전설 속 수호령 머드맨을 부리며 숲길을 열어 빠르게 이동하고, 뛰어난 활 솜씨로 악당들을 처단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덕분에 아엔의 가면과의 사투 등에서는 다른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에서 보기 힘든 액션씬이 가득 펼쳐지는게 좀 신기했습니다.

솔직히 일본 전통 설화와의 연결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고, 아무리 좋았다하더라도 카고 컬트, 일본의 종합 상사 등의 소재가 녹아들기에는 분량이 좀 부족했습니다. 더욱 긴 장편으로, 아니면 차라리 코도와가 뉴기니 주술로 문명과 싸우는 옴니버스 단편으로 구성된 액션 시리즈로 그려내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매력은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각 권말에 각 3 ~ 4편씩 수록된 단편들도 다른 곳에서 접한게 많지만 1권의 "유니콘 사냥꾼"과 2권의 "인간 대 통조림", "왕의 죽음"은 모로호시 다이지로 월드를 상징한다고 해도 부족함 없는 멋진 단편들이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미 절판되었고, 중고 가격도 어마어마한데 e-book으로 나와주기를 바랍니다.

2020/05/10

깃털 도둑 - 커크 월리스 존슨 / 박선영 : 별점 3점

깃털 도둑 - 6점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흐름출판

이라크 난민 재정착을 돕던 조정돤 커크 월리스 존슨은 휴가 차 뉴멕시코 북부에서 플라이 낚시를 즐기다가 놀라운 도난 사건 이야기를 듣게 된다. 2009년 6월, 미국인 에드윈 리스트가 플라이 제작용 희귀 깃털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 트링 박물관의 희귀 조류 컬렉션 260점을 훔쳐낸 사건이었다.

트링 박물관의 희귀 조류 컬렉션 도난 사건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극락조로 대표되는 희귀 조류 탐사, 그리고 희귀 조류 깃털 시장에 대한 배경 설명으로 시작한 이후, 미국인 청년 에드윈 리스트 이야기와 저자 커크 월리스 존슨의 추적기를 나누어 소개해 줍니다.

에드윈 리스트 이야기에서는 한 미국 청년의 생애를 디테일하게 그려냅니다. 홈 스쿨링을 통해 이런저런 교육을 받은 영재로,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때문에 플라이 제작에 빠져들어 그 세계에서 유명해지는 과정이 첫 번째입니다. "플라이 타잉의 미래" 라고 불릴 정도였다니 말 다했지요. 그리고 희귀 깃털의 매력에 사로잡힌 나머지 박물관을 털어 조류 표본을 손에 넣은 후, 그것을 팔다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두 번째입니다. 이 두 번째 부분이 핵심인데 한 편의 잘 짜여진 범죄 수사물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트링 박물관의 허술한 방범 체제 덕분이기도 했지만,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다윈이나 오듀본의 표본, 컬렉션이 아니라 평소에는 캐비닛에 보관되어 있는 "깃털이 화려한 조류 표본" 을 훔쳐낸 덕에 도난 사실이 늦게 발견되었으며, 때문에 동기도 파악이 어려워 체포까지 500여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거든요. 소수의 매니아들에 의해서만 거액이 오가는 틈새 시장이라 일반인들은 쉽게 인지하지 못했다는(물론 에드윈이 의도한건 아니었습니다만) 기발함에 무릎을 쳤습니다. 도서관에 누군가 침입했지만, 가장 중요한 장서는 무사해서 마음을 놓았는데, 알고보니 도둑은 절판된 만화를 노린 것이었다는 상황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네요. 바로 얼마전 읽은 "머드맨"은 1, 2권 합쳐 10만원 정도에 중고 가격이 형성되어 있거든요. 물론 에드윈이 훔쳐낸 새 깃털은 훨씬 비싸긴 합니다만.

그러나 이후 에드윈이 아스퍼거 병 진단을 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조류 표본도 60여마리는 결국 회수하지 못했다는 후일담과, 바로 이어지는 커크 월리스 존슨의 추적기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잃어버린 60여마리의 회수는 약간의 단서도 찾지 못한채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깃털을 추적하면서 만나는 플라이 타이어들의 뻔뻔함은 짜증만 불러 일으킵니다. 대체로 '박물관에서 캐비닛에 귀한 깃털을 처박아 놓느니, 그걸 유용하게 쓰는게 낫다' 라는 논리인데, 컬렉션을 만들고 보존하며,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몰상식한 발언인데다가, 최소한 이걸 훔쳐내어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는 인간들이 할 말은 아닙니다. 이렇게 플라이 타이어들이 워낙 뻔뻔한 탓에 희귀 깃털 시장도 없애지 못한다는 현재는 더욱 씁쓸하고요. 에드윈에게 이용당한걸 알고 개과천선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깃털만 사용하는 롱 응우옌같은 플라이 타이어가 많아지면 좋겠지만, 기대하기 힘들테니 이런 범죄도 아동 성범죄처럼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깃털 뿐 아니라 희귀 동물에 대한 범죄 모두에 대해서 말이죠.

또 이런 명백한 절도 행각이 정신 감정 덕분에 집행유예를 받는건 황당했습니다. 에드윈은 범행을 오래전부터 계획했으며, 훔쳐낸 조류를 해체하여 값나가는 깃털을 이베이 등에서 팔아 거액을 손에 넣습니다. 계획된 범행에다가 충분한 영리 목적이 있었던거지요. 그러나 에드윈을 달랑 몇 시간 인터뷰한 전문가가 - 코미디언 사챠 배런 코언의 사촌이라는 - "돈이 목적이 아니었고, 사회적인 규범을 따르기 힘들어 법적인 면에서 취약한 상태였다"라며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도 판정했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 힘들면 더더욱 격리시켜야지 이게 뭐하자는 이야기랍니까?
게다가 사건을 수사했건 경찰과 박물관 모두 회수하지 못한 조류 컬렉션을 포기한 것도 까닭을 잘 모르겠습니다. "수사는 종결되었고,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는 논리인데, 참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문제는 이게 깃털이 예쁜 새가 아니라, 정말 인류사에 중요한 유물이었어도 이 작자들은 이렇게 행동했을게 뻔해 보인다는 겁니다. 코로나 등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 역시 한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후반부는 에드윈의 범죄 행각을 다룬 전반부에 비하면 재미와 가치가 덜합니다. 그나마 후반부에서 흥미로왔던건 에드윈과의 인터뷰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놈도 정신 못 차리고 자기 변명과 비슷한 논리로 일관해서 화를 돋울 뿐이에요.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님을 증명하는 행동들은 덤이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전반부는 압도적으로 재미있습니다. 잘 모르는 신기한 세계와 전대미문의 기묘한 범죄에 대해 알게 된 기쁨도 굉장히 컸고요. 전반부만 별점을 준다면 4점이상도 충분합니다. 후반부가 다 깍아 먹어서 문제지... 그래도 범죄 관련 논픽션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여, 책에서도 등장한 플라이타이 커뮤니티 소개해드립니다. http://www.classicflytying.com/ 입니다. 방문하시면 플라이타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