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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Uncle Drew (2018) - 찰스 스톤 3세 : 별점 2점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급 광고인 펩시 콜라의 "엉클 드류"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원전이 된 광고도 좋아할 뿐 아니라 NBA를 좋아하고, 엉클 드류 카이리 어빙 뿐 아니라 제가 좋아했던 과거의 스타인 레지 밀러에 샤킬 오닐, 크리스 웨버 등이 출연한다고 해서 관심갔던 차에 출장 비행기에서 감상하였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완전 실망스러웠어요. 저는 광고의 설정을 따 오던가 했을 줄 알았는데 영화는 진짜 "노인" 들로 등장하거든요. 아무리 NBA 스타들이라고 하더라도 70이 넘은 노인들이 길거리 농구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우승한다는건 무리입니다. 물론 꾸준한 노력으로 최소한의 수준은 유지한다고 칩시다. 하지만 작 중에서 엉클 드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0년 전 팀 해체 후 농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부츠" 네이트 로빈슨은 휠체어에 탄 지도 한참이고요. 이들이 한창 운동 능력이 절정에 오른 젊은이들을 상대해서 이긴다? 솔직히 말도 안됩니다. 최소한 "록키 발보아"에서처럼 상대방이 부상을 입었다는 설정 정도는 등장했어야 합니다.

스토리 전개도 엉망이에요. 엉클 드류가 덱스와 함께 뛸 생각을 하는 것도 급작스럽지만 팀원을 다시 모으는 과정도 너무 쉽고, 그나마 갈등을 빚었던 "빅 펠라" 샤킬 오닐과 엉클 드류의 앙금도 광속으로 해소되는 식으로 아무 생각없이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가장 압권은 프리쳐와 아내 베티 루의 갈등이죠. 프리쳐가 농구를 한다고 떠나자 베티 루는 그야말로 목숨 걸고 그를 쫓는데 빅 펠라가 쓰러졌다는걸 알자 "그럼 내가 뛸께" 라고 하거든요. 이건 당쵀 뭔지... 

억지스러운 장면도 너무 많아요. 휠체어에 앉아 있던 부츠가 엉클 드류의 농구화 선물을 받고 곧바로 일어서서 공 몇 번 튀기더니 덩크를 하는게 대표적입니다. 엉클 드류가 아니라 지저스 크라이스트인가 봅니다. 마지막에 덱스가 무키를 페인트로 제끼고 3점 슛을 성공시켜 우승한다는 결말은 식상함의 극치를 달리고요. 이럴 거라면 광고의 설정을 따와서 위기에 처한 덱스가 우연히 NBA 선수 카이리 어빙을 노인으로 분장시켜 팀에서 뛰게 한다는게 훨씬 나았을거에요. 

캐스퍼 역을 맡은 올랜도 매직의 젊은 스타 애런 고든을 비롯하여 카이리 어빙 등 선수들의 개인기, 쇼다운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NBA 하이라이트와 비교해서 딱히 장점이 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볼 만했던 장면이라면 엉클 드류와 팀원들이 클럽에서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 정도? 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이리 어빙 및 다른 선수들의 화려한 춤사위는 NBA 팬에게는 색다른 볼거리였어요. 프리쳐의 세례 장면 등 웃기는 장면도 제법 있고요. 

그러나 이 정도 장점으로 단점을 덮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NBA의 오랜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볼 필요는 없습니다.

2019/01/26

위작의 기술 - 노아 차니 / 오숙은 : 별점 4점

위작의 기술 - 8점
노아 차니 지음, 오숙은 옮김/학고재

역사적인 위조와 사기에 대한 논픽션입니다. 유명한 사건 위주로 나열했던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은 위작을 만들고 위조하는 이유를 몇 가지 -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위조를 다룬 "천재성", 작품을 감정하는 사람들의 자존심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에피소드들이 수록된 "자존심", 미술계와 전문가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위조가 시작된 이야기들을 다룬 "복수", 위조 경력이 밝혀진 후 오히려 부와 명성을 누린 사람들을 다룬 "명성", 순수하게 범죄 목적이었던 사건들인 "범죄", 여러 기회주의자들에게 이용된 딱한 위조꾼이 등장하는 "기회주의", 가장 강력한 동기인 돈에 얽힌 사건들인 "돈", 단순히 미술계가 아닌 정말로 큰 권력에 대한 이야기인 "권력" 순 - 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당연히 위작을 만드는 방법, 출처를 위조하는 방법 등 위작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갤러리 페이크"를 읽었다면 친숙한 여러가지 방법, 기술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그림을 그린다면 상당히 유용할 정보도 많아요. 과거 사용된 카본블랙 잉크는 숯검정에 기름이나 풀, 고무질같은 고착제를 섞어 간단히 만들 수 있다던가, 유명한 위조꾼 헵번이 추천하는 거장의 작품을 베끼기 위한 이상적인 '위조꾼의 팔레트(연백, 옐로 오커, 크롬 옐로, 로 시에나, 레드 오커, 번트 시에나, 버밀리언, 로 엄버, 번트 엄버, 테르 베르데, 순수 울트라 마린, 아이보리 블랙의 12가지)' 같은게 그러합니다.

재미있는 실제 사건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바스키아가 죽기 전 친하게 지내던 마약상 집 철문에 그림을 그리고 얼마 후 죽었는데, 마약상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증받으려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스키아 유산 관리 위원회에서는 진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바스키아의 죽음에 한 몫 했을 마약상에게 큰 돈을 쥐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이 컸을거라고 하네요.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죽은 바스키아를 위해서는 공식 작품으로 인정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한 작품이라도 더 알려지는게 작가에게는 좋은 일일테니까요.
미술계 이외의 유명한 위조, 위작에 대한 소개도 충실해서 하워드 휴즈 자서전 위조나 가짜 히틀러 일기나 토리노의 성 수의 등 다양한 위작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중 콜럼버스 전 바이킹이 북아메리카에 도달했다는 증거인 "빈란트 지도"가 위조임이 판명되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다만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위조하여 괴링에게 팔아넘긴 반 메헤렌 이야기 같이 다른 유사한 책들에 등장했던 유명 범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반 메헤렌이 재판에 회부된 후 오히려 괴링을 속였다는걸 실제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 증명했으며, 덕분에 '나치 협력자'에서 '괴링에게 사기 친 남자'라는 평판을 얻어 대중의 영웅이 되었다던가, 괴링이 처형 직전에 이 사실을 알게되었다는 등의 후일담이 실려있는 식으로 디테일이 압도적이라는 차이는 분명합니다. 특히나 사건들에 관련된 도판은 정말이지 다른 유사 도서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강력한 장점이고요.

이렇게 재미와 현학적인 지적 욕구 모두를 만족시키는 좋은 책입니다. 동서고금의 유명 위작, 위조 사건에 대해 통사적으로 훝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명 위작가들과 위조품에 대한 일람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실로 밝혀진 이야기는 후일담까지 충실하다는 점에서 위작, 위조에 대해 관심있으신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기도 하고요. 번역과 도판, 만들어진 책의 완성도도 최고 수준이기에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약간 감점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타 도서에서 이미 소개되었던 이야기가 제법 있고, 분류도 아주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서인데(자존심이고 뭐고 솔직히 돈이 가장 중요한 목적일 테니까요) 책의 가치를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2019/01/20

만족을 알다 - 애즈비 브라운 / 정보희 : 별점 2.5점

만족을 알다 - 6점
애즈비 브라운 지음, 정보희 옮김/달팽이

1798년, 일본 연호로 간세이 9년에 일본 에도 주변의 농가와 에도 시내 간다의 나가야, 이치가야의 무사 저택 3 곳을 방문하여 당시 농민과 상공인, 무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상세하게 기록한 가상의 기행, 탐방문이자 미시사 서적입니다. 주로 농민은 자급자족, 상인은 편리함과 협력 중심으로 생활이 이루어지고 무사는 농민과 상인의 중간 정도의 삶으로 상당히 검소한 삶을 추구했다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책이 쓰여진 목적은 당시 에도와 그 주변의 삶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이었는지를 설명하며 이를 현대 사회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이네요. 실제로 이 정도였나? 싶은 의문이 생길만큼 당대 에도 주민들의 친환경 에코 라이프에 대한 칭송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옛날이 좋았다는 류의 이야기로 그치는 건 아닙니다. 이러한 삶을 현대 생활에 도입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잘 정리되어 있고, 현 시점에 새겨들어야 하는 내용이 많은 덕분입니다. 다양한 주택 건설에 응용된 친환경 소재에 대한 이야기 및 에너지 절약과 폐기물 제로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 산림 자원 보호에 대한 이야기들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심지어 식생활마저도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육류 중심의 식생활 대신 에도 시민들처럼 벼농사와 다양하게 자연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수확물, 그리고 어패류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그런데 당시 농민들은 소출의 50%를 바쳐야 했고 아이들도 2명 이상 키우기는 힘들었다던가, 솜씨있는 목수라도 다다미 6장 정도에 불과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밖에 없었고 무사마저도 텃밭을 가꾸어 어느정도 자급자족해야 했다는 팍팍한 삶에 대한 설명은 조금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아끼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도 결국 삶의 질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면 뭘 위해 아끼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현실은 가혹한 법이겠지만 좀 너무한 수준이에요.

하여튼, 이러한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설명도 나쁘지 않지만 당시 에도의 삶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디테일들도 최고입니다. 당시 주택이 어떻게 생겼고, 각 방들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집은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수리하는지, 당시 거리 풍경과 행상인들에 대한 소개 및 무사 저택에 대한 설명이 상세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도 깔끔하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충분하고요. 궁금하시다면 이 링크로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내용 중에서는 무사 저택의 구조가 아주 그럴듯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통풍과 환기에도 치중하며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이는 일본 주거 공간의 진수라는 구조는 한 번 따라해 보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문제는 이 책에 나온대로 문을 열고 살면 겨울에는 정말 추울 것 같아 보인다는건데, 일본인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던 걸까요? 하긴 지금도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추위에 강해 보이는걸 보면 예전부터 단련된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에도 시대 삶에 대한 디테일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았던 독서였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해서 지루한 면은 없지는 않으나 이 정도면 별점 2.5점은 충분하죠. 근대 직전 에도 주민들의 삶이 궁금하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특히 에도 문화를 좋아라하는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타츠에게는 필독서라 생각됩니다. 먹거리에 대한 소개도 자급자족하는 농산물에서 시작하여 밥 짓는 방법이라던가 각종 절임과 같은 반찬, 장류, 행상인이 파는 음식들까지 상세하지는 않으나 적당한 수준으로 실려 있기도 하니까 말이죠. 아울러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저자의 주장대로 항상 편하게만 살려는 생각을 좀 버려야 할 때니까요.

덧붙이자면, 다음에 일본에 가게 되면 이 책에 나온대로 다카나와 관문을 지나 니혼바시까지 7Km 정도 된다는 상가거리를 한 번 걸어서 지나가보고 싶어지네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