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8/08/31

스시도감 - 보즈콘냐쿠 / 방영옥 : 별점 2.5점

스시도감 - 6점
보즈콘냐쿠 지음, 방영옥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321개에 달하는 스시 (초밥)를 재료별로 고퀄리티의 사진과 각종 정보와 함께 저자의 평을 곁들여 한 페이지, 또는 반 페이지로 구성하고 있는 도감입니다.

재료에 대해 간략하지만 필수적인 정보(제철,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등)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최고가", "고가", "보통", "저가" 로 구분하여 명확한 값어치를 알려주는 등 유용한 정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만화나 각종 컨텐츠에서 접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거나 먹어본 적은 없는 신기한 재료와 초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맛의 달인" 에서 이사무가 먹고 눈물을 흘렸던 청새치 초밥, 역시나 "맛의 달인" 에서 생선을 착각해서 망신당할 뻔한 오오하라 사장을 구해주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자바리(구에)로 만든 초밥 등등 이름만 친숙한 재료가 가득합니다.
이런 것도 초밥으로 먹나? 싶은 재료도 눈에 뜨입니다. 회로도 먹기 힘든 다금바리, 군대에서 가장 저렴한 반찬으로 등장했던 임연수어처럼요.

이렇게 많은 초밥 중 맛보고 싶은 걸 몇 개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자가 천년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진미라는 황적퉁돔(센넨다이) 초밥
  • 결점이 없는게 결점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편인 청황돔(고로다이) 초밥
  • 재산을 탕진할 정도로 맛있다는 쥐노래미 (아이나메) 초밥
  • 태평양의 최고급 새우로 초밥 1개 가격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서 어시장에서도 '살면서 한 번쯤 초밥으로 먹어보고 싶다'는 포도 새우

를 우선 꼽고 싶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골 초밥집에 들러서 "오늘은 포도 새우 하나 쥐어 주세요"라고 말할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유용하게 찾아보라고 소프트 양장 실 제본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책 소갯글을 보면, 초밥을 먹으면서 한 장씩 내용을 찾아보고 감탄하며 정보와 함께 진짜 맛을 음미하도록 하는게 주 용도로 보이거든요. 아니면 초밥집에 비치해 놓던가요. 하지만 휴대하기에는 조금 크고 무겁다는건 아쉽습니다. 차라리 문고본 사이즈였다던가 이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초밥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조금 범위를 확장하면 해산물 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AI를 활용해서 사진만 찍으면 정보를 제공해 준다던가, 예산을 입력하면 근처 어떤 제철 초밥을 어디서 몇 개 정도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던가 하는 식의 서비스를 붙이면 충분히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하여튼 별점은 2.5점. 모든 분들께 권해드릴만한 그런 책은 아닙니다만 초밥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2018/08/26

존 윅 : 리로드 (2017) - 채드 스타헬스키 : 별점 3점

나름 쏠쏠하게 흥행하여 커리어 끝을 향해 달려가던 키아누 리브스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준 미중년 액션물 "존 윅"의 후속작입니다. 

이야기는 전편 직후 시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존 윅은 산티노의 의뢰를 받아들여 그의 누나 지아나를 살해하고 탈출했지만, 그를 살해하려는 산티노의 의뢰를 받은 킬러들의 습격으로 위기에 빠집니다. 그러나 결국 이를 모두 돌파한 후 산티노를 찾아가 그를 죽인다는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액션 영화에 사랑과 우정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오히려 이러한 과정에서 전편과 다르게 존 윅이 "전설"에 걸맞는 강함이 유감없이 묘사되어 아주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사실 전편에서는 러시아 마피아에게 납치당하고, 마지막은 늙어빠진 보스와 일기토를 벌이는 식으로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서는 그런거 없어요. 적이 몇 명이건, 장소가 어디이며 무기가 어떻던 간에 모조리 해치우고 돌파해 버립니다. 그야말로 "무쌍" 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려요. 이는 권총을 주로 활용하며 약간의 관절기가 결합된 특유의 액션이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속도감있게 묘사되어 설득력을 높여준 덕도 큽니다. 그만큼 액션 장면 묘사가 탁월합니다. 그야말로 하나의 스타일을 확립했달까요?

또 전편에서도 마음에 들었었던 "컨티넨탈 호텔" 로 대표되는 킬러들의 사회가 상당한 비중으로 묘사되는 것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존 윅이 다시 킬러로 복귀한 이유부터가 이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룰 중 하나인 표시의 맹세 때문이고, 이후 암살 과정에 필요한 아이템들도 다 컨티넨털 호텔 계열사(?)를 통해서 구하며, 마지막 산티노를 죽인 후 파문당하면서 후속편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마찬가지에요.

단점이라면 산티노의 오른팔 아레스입니다. 지아나의 심복이었던 카시안은 강함이 충분히 잘 표현된 반면에 아레스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우선 비쥬얼부터가 너무 작고 왜소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백 여명을 혼자 죽이고 온 존 윅을 상대하기에는 연약하고 불쌍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마지막에 총으로 기습해도 모자랄 판에 칼질로 도전한다? 이건 뭐 죽으려고 환장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운데 지아나 암살에 구태여 이탈리아 로케를 감행한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뉴욕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말이지요. 불필요한 이미지 설정 과용이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전편을 능가하는 화끈한 후속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거에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8/08/25

음식과 전쟁 - 톰 닐론 / 신유진 : 별점 2.5점

음식과 전쟁 - 6점
톰 닐론 지음, 신유진 옮김/루아크

부제는 '숨겨진 맛의 역사'인데,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음식을 두고 둘러싼 전쟁을 다룬 미시사 서적, 혹은 전쟁으로 비롯된 음식을 다룬(이런 책 같은) 미시사 서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쟁과는 무관한 몇몇 특정 주제를 가지고 해당 음식과 관련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전쟁 관련된 이야기는 없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동안은 잘 몰랐던 주제들이라 새롭기도 하고, 저자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이 엿보이는 내용이 많은 덕분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 컬러로 화려한 도판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주제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에서는 로마 시대 양어법이 대중화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에 잉어가 급격히 퍼졌는데, 이유는 잉어의 놀라운 생존 능력에서 비롯된 저렴하고 효과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특징에 더해, 카톨릭 교단이 금요일마다 육류 섭취를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미국에도 도입되었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다며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는 잉어가 각광받지 못했을까요? 달리 먹을게 많은 풍요로운 나라였기 때문일까요? 이런 점을 좀 더 자세히 짚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4"는 식인에 대한 역사를 다룹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지만 딱 한가지, 아즈텍 제국에서는 사람이 당연한 식재료였다는 설명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일종의 제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옥수수 중심의 불균형적인 식량 체계와 융통성 없는 수직적 사회 체제 덕분에 벌어진 필연적인 결과였다는군요. 당연한 식재료였기에 사람을 소금, 후추, 토마토와 함께 끓이는 표준 레시피까지 있었다니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저자의 시각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이스터 섬' 에서도 식인이 활발하게 벌어졌었어야 하니까요. 거대 석상 제조를 위해 자연을 파괴하여 식량이 부족한데, 거대 석상 제조가 이루어질 만큼 수직적인 조직 체계가 유지된 상황이라면 아즈텍 제국과 마찬가지잖아요? 이런 부분에서는 연구가 좀 더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스 전쟁에서 살아남은 우스터셔 소스의 이야기를 그린 "6" 에서 우스터셔 소스의 복잡한 맛은 '카레'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던 덕분이며 이는 창조자 샌디스 경의 동양에서의 경력 덕분일 것이라는 비화와 우스터셔 소스는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덕분에 성공했다는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8" 에서는 바비큐가 소개되는데 단순한 직화가 아니라 오랜 시간 낮은 온도에서 익혀 고기를 둘러싼 섬유질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는 요리법이라는 정의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게 저자의 의견인지 사전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위의 예에서 언급해 드렸던 몇몇 불만들처럼 내용이 부실해서 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많아야 20 페이지 안팎의 분량으로 해당 주제를 소화하는데 도판의 분량이 1/3 정도를 차지하니 깊이있는 설명은 애초에 불가능한 탓입니다.
또 모든 이야기들이 다 마음에 든 건 아닙니다. 디너 파티와 초콜릿 등 별로 관심이 없거나 너무 잘 알려진 주제들도 많고, 무엇보다도 흑사병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가 레몬 껍질 덕분이었다는 "2"와 같이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화려한 도판 덕분에 소장 가치는 높지만 이 책만 가지고 특정 요리와 문화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삼아 도전해 보셔도 나쁘지는 않을겁니다. 책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문제는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