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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리라장 사건 - 아유카와 데쓰야 / 김선영 : 별점 3점

리라장 사건 - 6점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

리라장이라 불리는 건물에 일곱 명의 학생이 피서차 방문했다. 서로 친구들이었지만 각자의 사연으로 갈등이 있었다. 그런 그들을 대상으로 한 무서운 연쇄 살인극이 시작되는데...

아유카와 데쓰야의 1958년도 발표 작품입니다. "필독 본격 추리 30선"이나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 같은 리스트에서 자주 언급되는 고전 본격물이지요. '판타스틱'에서 주최한 이벤트 덕분에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에 앞서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인물들에게 닥친 연쇄 살인이라는 기본 설정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형적인 일본 고전 본격물을 연상케 합니다. 그래도 1958년이라는 발표 시기 때문에, 기존 고전 본격물과의 차이점도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라장'이라는 장소의 존재입니다. 보통 이런 유형의 연쇄 살인은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클로즈드 서클' 형태로 전개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경찰이 수시로 오갑니다. 심지어 경찰이 리라장에서 함께 거주하기까지 하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입니다. 경찰의 수사 과정이 탐정보다 훨씬 비중이 높고, 반대로 탐정은 니조와 호시카게 류조의 두 명을 등장시키면서도 이들의 매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묘사도 특이했고요.

이런 점을 본다면 고전 본격물에서 트릭의 핵심만 남겨두고 작위성을 덜어낸, 고전 본격물에서 근대 사회파 추리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드러내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1950년대로 여전히 고전 본격물 쪽에 더 치우쳐져 있지만, 이후 1960년대에 접어들면 다카기 아키미쓰의 "야망의 덫" 등 장르의 주류가 점차 사회파 미스터리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적인 모습에서 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선, '리라장'이라는 장소와 스페이드 카드로 대표되는 작위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용의자가 축소되고 특정될 수밖에 없는 외딴 별장의 휴가 여행을 범행 무대로 삼기보다는, 도쿄에서 사고로 위장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게 당연한데 말이지요. 탐정 캐릭터의 매력이 희박한 것도 고전 본격물에서 중요한 요소가 빠진 느낌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핵심인 알리바이 트릭은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편이지만, 살로메 - 유키타케 살인 사건 이후에는 그렇게 정교하게 짜여 있지는 못합니다. 사건의 전개도 우연과 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요. 예를 들면, 알리바이부터가 경찰 수사의 부실함이 원인이었고, 하나 씨의 증언을 경찰들이 초반에 무시한 것, 하나 씨의 증언을 남편이 듣지 못한 것, 니조가 조사를 핑계로 입을 다물면서 사건이 이어지게 된 것 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찰이 상주하는 리라장에서 연쇄 살인이 계속 벌어진다는 것은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마지막 사건의 경우, 범인이 아비코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애초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경찰에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현명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불가능 범죄를 또 저지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기본이 되는 트릭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며, 초반부 살로메-유키타케 사건까지는 몰입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가 너무 확장되면서 사족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졌고, 무리한 전개가 많아진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런 점에서 명성과 기대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네요. 물론,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니조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마무리했더라면 더욱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책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판형도 마음에 들고 표지 디자인도 세련되었으며, 앞부분의 등장인물 소개, 중간중간 포함된 약도, 뒷부분의 해설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옛날 추리 문고 스타일이 떠오르는데,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2010/11/26

'iPad 전용 신문' 머독-잡스의 동침, 성공할까?

자주 찾는 블로그에서 생각해볼 만한 기사가 있어 가져왔습니다. 원문 링크는 "iPad 전용 신문, 머독-잡스의 동침, 성공할까?"입니다.

루퍼트 머독이 잡스와 손잡고 iPad 전용 주간지를 창간한다는 이야기로, 핵심은 "독자들이 매주 0.99달러를 결제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냐? BEP점을 통과하려면 주당 57만 명이 1년간 결제해야 한다. 물론 광고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전제에서다. 그의 구상대로 50만 부를 넘어서 광고까지 붙는다면 1년 안에 BEP점을 넘을 수 있다. 가능할까?"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당장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른 블로거님께서 "아이패드 전용 뉴스 서비스 The Daily 평가: 흐르지 않는 정보"라는 글을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시기도 했고요.

그러나 저는 "The Daily"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향후 출판 시장이 필연적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 판단되기에 시장 선점과 노하우 축적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기술과 데이터베이스, 각종 인프라는 그대로 남을 것이고, 미디어 황제 머독은 이러한 자산을 투자 금액 대비 몇 배로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요.

그나저나 국내 잡지사들도 빠르게 대비해야 할 텐데,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앱을 개발해 배포한 뒤 '우리도 새로운 미디어에 진출했다!'라고 자부하며 안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디지털 출판은 기존 종이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디어임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기본적인 인프라 확보는 물론, 태블릿 환경에 맞는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가는데 혹시 저에게 투자하실 분 없나요? 

2010/11/25

뉴욕을 털어라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이원열 : 별점 3점

뉴욕을 털어라 - 6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시작

도트문더는 출소 직후 옛 친구이자 친적인 켈프로부터 '큰 건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신성시하는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것. 도트문더는 이를 위해 운전수, 장비 담당, 자물쇠 담당을 추가하여 5인 팀을 구성하여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장비 담당인 그린버그가 보석과 함께 체포되고 말았다. 이후 에메랄드를 되찾기 위해 교도소, 경찰서, 정신병원, 은행 지하금고를 차례로 털게 되는데...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중 한 편으로, 국내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던 만큼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작품의 테마는 '보석 절도'로, '케이퍼 소설'이라는 장르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4"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 "도둑들"과 주제와 분위기 모두가 비슷한데, 계속해서 꼬여만 가는 사건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들의 모험, 마지막에 악당에게 한방 먹이는 반전에 이르는 과정이 유쾌하고 통쾌해서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습니다. 또한, 계획이 계속 변경되며 업그레이드되는 덕분에 여러 편의 소설을 한 번에 읽는 듯한 풍성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비슷한 설정의 일본 작품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전개였던 반면, 이 작품은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양국 작가들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이자 절도 팀을 이끄는 리더 도트문더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밀한 계획, 과감한 실행력과 더불어, 세탁기에서 잔돈을 훔치고 슈퍼마켓에서 음식물을 훔치는 등 소시민적인 면모까지 갖춘 독특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획이 꼬이는 과정과 이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과 우연의 개입이 많고, 작위적인 설정이 잦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완벽한 범죄 계획'이라는 테마에 비하면 밀도가 많이 낮아 보였어요. 첫 번째 계획이 실패하고 그린버그가 체포되는 원인이 '유리 케이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정부터 어설펐고, 변호사 프로스커가 보석을 빼돌린 과정이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도, 헬기를 동원한 경찰서 습격이라는 대형 사건을 일으켰지만 별 탈 없이 작전을 완료한다는 지나치게 유쾌한 설정과 '최면술'을 이용하는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앞부분의 치밀했던 계획과 비교하면 다소 허술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유쾌하게 읽히는, 스트레스 해소용 화끈한 범죄 모험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책 옆날개에서 소개된 영화가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예고편도 바로 확인할 수 있더군요. 확실히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