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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 한국고문서학회 : 별점 4점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 8점
한국고문서학회 엮음/역사비평사

고문서에 관심을 가진 구성원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엮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입니다. 조선에 대한 생활사이자 풍속사, 미시사 서적으로, 제목 그대로 조선 시대의 복식 문화 (의), 음식 문화 (식), 주택 문화 (주)의 3가지에 대해 다룹니다.

개인적으로 식문화에 관심이 많기에 구입하였는데, 기대에 충분히 값합니다. 평소에 궁금했지만 따로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항목에 대한 정보가 잔뜩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선, 쌀과 그 이외 곡식의 경작과 가격 등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19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곡류 중 쌀이 차지하는 비율이 43%이며 보리는 16%였습니다. 생산비는 3:1인 것이죠. 그러나 16세기 중후반 유희춘의 "미암일기"를 보면 쌀과 보리의 가격차는 최소 2~3배에서 최대 6배까지 났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쌀 농사에 집중해야 했을텐데, 18세기 중반 이후 이모작을 통해 농민들은 보리 확보에 열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땅의 힘이 떨어지고 제때 모내기를 못하는 등의 이유로 벼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요. 답은, 이모작을 통해 수확한 보리는 온전히 소작농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산비, 가격 차이에 대한 정보로 이런 결론을 끌어내고, 이를 다른 사료를 통해 증명하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머 게시판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조선인은 대식가였다는 이야기도 여러가지 사료를 통해 증명해 줍니다. 오희문의 "쇄미록"은 그가 임진왜란 때 피난 생활을 일기로 기록한 책입니다. "쇄미록"에 따르면 곤궁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끼에 7홉의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 이규경도 남자는 한 끼에 7홉, 여자는 5홉을 먹는다고 기록했었고요. 7홉은 오늘날 성인 남자 1인분의 세 배의 양이니 대식가라는 말은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먹는다는 3홉조차도 오늘날 성인 남자 1인분보다 많으니까요. 이러한 대식 습관은 선교사 들의 기록을 통해 외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를 휩쓰는 한국말인 '먹방'의 뿌리는 이러한 대식 유전자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군요.

주식 외에도 부식, 기호 식품과 구황 작물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습니다. 부식 재료에는 여러가지 재료들과 김치, 장, 젓갈 등 다양한 식품들이 등장합니다. 기호 식품으로는 술과 담배가 주로 소개되고 있고요.
술이 약주라고 불리우게 된 유래, 조선 시대 주로 마셨던 술이 무엇인지 - 탁주와 막걸리, 소주 등 -, 주막과 술집 풍경 등 조선 시대 음주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술을 잘 마시는게 자랑거리였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왜 담배가 널리 유행하였는지에 대한 설명 등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으며, 개인적으로는 구황 작물 소개를 아주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소나무, 느릅나무, 검은 콩, 콩, 메밀 등 다양한 재료의 소개에 그치는게 아니라 실제로 당대에 먹었던 레시피를(!) 당대의 문헌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잎의 경우, 빻아서 곱게 가루내어 찐 다음 햇빛에 말려 사용하면 된다는군요. 솔잎 3홉과 쌀가루 1홉, 느릅나무즙 1되를 잘 섞어서 죽을 만들어도 되고요. 솔방울은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한명회가 가루내어 먹는 방법을 임금께 올렸다고 하며, 그 외 다양한 구황 작물과 먹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 문화 외에 복식 문화, 주택 문화에 대한 내용도 풍성하기는 마찬가지에요. 복식 문화는 주로 당대 그림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는데, ''유행과 사치'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난하건 말건 유행을 따르는 세태 묘사를 보면, 유행이라는게 단지 세대나 돈 문제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택 문화에서는 온돌방의 보급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남네요. 조선 시대 온돌방이 일반적이었을거라 생각했는데 보급이 제한적이었다는 내용이라 아주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궁궐에서도 16세기 후반까지 온돌방보다 마루방이 많았다니 놀랍습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주된 난방 방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하네요. 이러한 온돌방의 보급으로 실내 장식과 생활 방식마저 변했다는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전 마루방에서는 중국이나 서양처럼 입식 생활을 하였지만, 온돌방을 통해 좌식 문화가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조선 시대에 이미 온돌을 활용한 온실이 보급되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만점이 아닌 이유는 제가 흥미를 가지지 못한 주제가 다소간 포함되어 있을 뿐, 책의 내용과 완성도 모두 빼어난 좋은 책입니다. 풀 컬러에 인쇄도 깔금한 도판도 완벽하고요.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진 만큼, 다른 시리즈들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

2020/01/02

Q.E.D. iff 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4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iff 3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전에 읽었던 2, 3권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이번 권은 다행히 괜찮았습니다. 수록작 중 "아이디"는 망작이지만 "바다의 무녀"가 꽤 괜찮은 덕입니다. 간만에 힘을 내 주었기에 별점은 2.5점 주겠습니다. 

수록된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다의 무녀"

이즈 제도 남쪽에 있는 작은 섬 아이가시마에서 리조트 찬성파와 반대파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와중에 도쿄에서 온 측량사가 살해당했다. 무녀 유나 아오이가 측량사 시체가 묻힌 섬을 예언한 뒤, 경찰은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유나 가문은 섬의 수리권을 가지고 있고, 리조트에 물을 나누기 힘들어 건설을 반대하고 있던 터라 더욱 의심을 샀다.
유나가 섬을 나간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동생 시오미는 가나와 토마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 토마와 가나가 섬을 방문한 뒤, 유나 가문의 수리권 고용한 변호사, 리조트 회사 직원마저 차례로 시체로 발견되는데...

이야기에 대단한 트릭은 없습니다. 시체가 있는 장소를 무녀가 알아낼 수 있던건 범인이 그녀에게 워드 프로세서로 만든 편지(뒤에 밝혀지지만 이것도 조작)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인 하마치 변호사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동굴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동굴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여 공정한 트릭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발자국없는 모래밭 한 가운데에서 시체로 발견된 호시즈나 씨 사건은 나름 트릭으로 값어치가 있습니다. 땅에 묻힌 장대를 진동시켜 발자국을 없앴다는 방법이 꽤 현실적이었거든요. 나뭇가지가 부러진걸 트릭과 연결시킨 과정도 좋았고요. 무녀의 전설에 나오는 초능력 - 하늘을 날고 천리안으로 모든 걸 본다 - 을 범행과 연결시키는 전개도 돋보였어요. 세 건의 사건 모두 사람이 날지 않으면 범행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로트카, 볼테르 방정식이라는 수학 이론을 녹여낸 솜씨도 오랫만에 과거 Q.E.D의 향수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야기와 이론이 잘 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에 있어 포식자와 피식자의 증감 속도 관계를 표현하여 '조화'를 나타낸 식인데, 조화는 '진동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대화가 없어지면 싸움이 일어나고, 그게 싫어지면 대화로 돌아온다는 이 수학 이론은 무녀 유나 아오이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녀는 싸움을 끝내는게 아니라 질릴 때 까지 끌고가는게 목적이었거든요. 물의 양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사람들이 더 이상 수리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상황을 노렸던 겁니다. 심지어 그녀의 동생마저도 섬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는 마지막 장면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조금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간만에 본 역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이디"

맷은 카지노 홈페이지를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내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후, 토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케일은 거대합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두바이, 벨기에를 오가니까요. 그러나 해커의 두목 크래시의 정체는 물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 모두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가나의 변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게 영 와 닿지 않네요. 그리고 이전 작품에서 영어도 그리 잘 하지 못하는 걸로 묘사되지 않았었나요? 또 토마의 대학 동창 하산이 토마를 돕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말이죠.

그렇다면 Q.E.D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라도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해킹을 소재로 한 것 치고는 디도스 공격이 메인이라 너무 흔해빠진 정보만 나오거든요. 해커들이 비트 코인도 아니고 현금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맷이 사랑하는 아슈라의 딸 클로에가 전설의 해커 위저드라는 것도 억지스럽고요.

도저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는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2020/01/01

포드 V 페라리 (2019) - 제임스 맨골드 : 별점 3점

유일한 미국인 르망 레이스 우승자 캐롤 쉘비는 심장병으로 레이서를 그만둔 뒤, 자신의 이름을 건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가 포드로부터 '르망에서 페라리를 이길 차'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포드가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을 받아서, 페라리를 무조건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벌인 일이었다. 쉘비는 우승을 위해 최고의 드라이버인 켄 마일즈를 고용했지만, 그는 독불장군 성격 탓에 포드 경영진으로부터 배재되며 그 탓에 포드는 르망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쉘비는 전권을 위임받아 다시 켄과 손을 잡고 나스카 재패에 이어 르망 우승에 재 도전하는데....

안녕하세요! 2020 첫 리뷰는 백만년만에 본 영화, "포드 V 페라리"입니다. 

포드가 GT 40이라는 차로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했던 실화를 그리고 있는데, 오랫만에 본 진짜 '남자 영화'였습니다. 자동차와 레이스라는 남자 중심의 소재를 가지고, 거칠고 화끈한 남자들의 세계를 박력넘치는 레이스 화면과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엔진 소리와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운전석 시점에서 잡히는 레이스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압권입니다.

게다가 쉘비와 켄은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쌓인 감정을 주먹으로 해결할 정도로 단순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자동차와 레이스에 중독된 수준으로 몰입한다는 점도 그렇고, 그야말로 '키덜트'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그런 인물들인 셈이죠. 일부러 살을 찌운 멧 데이먼도 그럴듯하지만 메소드 액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한 크리스찬 베일의 켄 마일즈 연기는 이런 인물의 전형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드러내고요. 영국 출신 독종 고집불통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거든요.

이외에 등장하는 비중있는 여자 등장인물은 켄의 아내 몰리 딱 한 명 뿐인데, 그녀 역시 자동차와 레이스에 나름 해박할 뿐 아니라 쉘비를 만나 늦게 귀가한 켄에게 화를 내던 장면을 제외하면 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손님을 쫓아낸 켄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면 말 다 했죠. 이 정도면 키덜트에게 찾아온 여신님 베르단디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특출난 연출, 연기, 캐릭터에 비하면 서사 구조는 평이합니다. 오히려 적에 가까운 내부 인물들과 어떻게든 싸워가며 우승을 쟁취한다는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죠. 그러나 켄 마일즈가 본인 성격 탓에 불필요하게 불러 일으킨 문제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내부의 적들을 악덕 고용주라고 보기는 애매합니다 실제 르망 레이스도 앞서 말씀드렸듯 레이스 장면의 박진감은 빼어나지만, 페라리가 엔진 트러블로 리타이어하기 때문에 대결의 의미는 퇴색해 버리고요.

또 승리를 위한 쉘비의 역할은 말빨좋은 얼굴 마담에 불과한 것으로 그려진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입니다. 제가 가진 다른 책들 (이거이거)의 GT 40항목을 보면 켄 마일즈의 이름은 나오지도 않고, 쉘비가 우승과 개발의 주역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말이죠. 이는 켄이 테스트 드라이빙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비극적 사실이 드라마의 큰 축이기에 그를 중심으로 많은 부분 각색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각색 덕분에 마지막에 쉘비가 고인이 된 켄의 집을 찾아가 '진짜 남자의 눈물'을 보여주며 영화가 마무리되기에 불만은 없습니다만....
이외에도 드라마를 위해 각색된 부분은 제법 많습니다. 마지막 포드 3대의 동시 골인과 이로 인해 켄이 우승 트로피를 놓친다는 사실은 전부 사실이기는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켄도 선뜻 수긍했으며, 우승 트로피의 향방은 포드의 의도가 절대 아니었다고 하니까요. 1,2,3 등 모두 포드가 들어오는게 대단한 마케팅 효과가 있으리라는건 누구나 수긍할 만 하고요. 실존 인물인 레오 비비 입장에서는 많이 억울했을 듯 싶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정말로 오랫만에 본 가슴이 뛰는 멋진 남자 영화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일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네요. 저도 올해는 이렇게 일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집니다. 집에는 자주 못 들어가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