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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0

그래픽 디자인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 스티븐 헬러 외 / 이희수 : 별점 2점

그래픽 디자인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 4점 스티븐 헬러.베로니크 비엔느 지음, 이희수 옮김, 송성재 감수/시드포스트(SEEDPOST)

간만에 읽은 전공 도서입니다. 제목 그대로 그래픽 디자인을 바꿔 놓은 다양한 아이디어 100개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특정한 스타일이나 기법이 주로 수록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회화로 따지면 "인상파", "입체파"같이 말이죠. 그런 내용이 실제로 많기도 하요. 신체 각인, 판박이, 방사광선, 패스티시, 지목하는 손가락, 기념비적 이미지, 컬러 블록, 장식적 로고 타이프, 은유적 레터링, 대문자 스와시, 콜라지 등처럼요.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소재와 매체, 즉 책이나 책가위, 다양한 잡지들이나 지속가능한 패키지 디자인, 브랜딩 캠페인이나 공익광고 캠페인과 같은 일련의 디자인 운동, 거기에 디자인 사고와 같은 방법론까지 포괄하여 실려있습니다.

허나 기대와는 달라서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풍성하기는 하지만 소소하거나 지엽적인 주제들이 많아서 정말 그래픽 디자인을 바꾼게 맞는지 의문인 항목들이 많았던 탓입니다. 그리고 실무나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내용에 비해 부족한 도판 역시 감점 요소고요.

아울러 "그래픽 디자인"의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도 좀 궁금해집니다. 일본에서는 "범죄"만 등장한다고 모두 추리소설로 지칭하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작가의 창조적인 어떤 행위만 들어가면 그 모든 게 "그래픽 디자인"이 되는 것처럼 쓰여져 있거든요.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래서야 넓고 얕은 부분만 건드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관심 있는 항목을 환기시키는 정도랄까... 관심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결국 더욱 자세한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찾아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각 항목별로 설명도 한 장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물론 전부 별로는 아닙니다. 정사각 판형, 모노 알파벳 등은 꽤 인상적이었으며, 그 외에도 재미있게 읽은 꼭지가 제법 됩니다.

그래도 제 기대와는 전혀 다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실무에서 일하는 현업 디자이너보다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되네요.

2015/08/08

불타고 찢기고 도둑맞은 - 릭 게코스키 / 박중서 : 별점 2.5점

불타고 찢기고 도둑맞은 - 6점 릭 게코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르네상스

도둑맞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파괴되고 소실된 여러 예술품들에 대해 쓴 책입니다. 해당 예술품에 대한 범죄 사실을 자세하게 기록한 논픽션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내용은 에세이더군요. 희귀 초판본 거래를 업으로 하는 작가가 예술 작품들로 "상실", 그리고 "영원"에 대해 써내려간 것이 핵심이거든요. 예술 작품들이 사라진 과정도 상세하게 적혀있기는 하지만요.

예를 들면 <부재와 갈망이 주는 기쁨> 편을 보죠. 여기서 제임스 조이스가 아홉 살에 쓴, 최초의 인쇄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인쇄물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으며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수집의 강박"입니다. 물건 자체의 가치는 0이지만 물신화된 가치에 의해 가격이 100만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이 인쇄물이야말로 수집의 강박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며, 수집은 물건 자체의 가치로 재단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에요. 참고로 저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마다라메도 말했죠. "가격만 비교해봐야 의미가 없어. 소프트의 재미는 결코 가격과 비례하지 않으니까.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하자. '이건 좋은 것'이란 생각이 들면 돈을 내는 거야. 난 그렇게 선택해 온 것들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어. 왜냐하면 그건 내 것이니까! 그게 야겜이건 동인지건, 옷이건 마찬가지야!!"

또 바이런의 자서전과 키츠의 일기를 상속인들이 파기한 일화를 소개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예술 작품과 그 창조자의 개인적 사생활을 결부시키는 행위에 대한 의문을 표명하기 때문입니다. 작품 자체만 가지고 판단해야겠지만 쉬운 건 아니죠. 얼마 전 이병현 스캔들과 그 때문에 개봉이 연기된 <협녀> 사태가 떠오르네요.
폰트 "길 산스"의 창조자인 조각가 에릭 길이 사후 일기를 통해 딸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알려졌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 정도 비밀이라면 일기에도 적지 말았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뭐 이런 썅놈이 다 있나...

이라크 전쟁에서 바그다드 이라크 국립 박물관에서 일어난 약탈 행위를 다룬 편도 인상적입니다. 부시 정권, 그 중에서도 국무부 장관 럼스펠드가 얼마나 무식한 인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지거든요. 유적에 있던 문화재를 각 나라가 떼어가 전시하는 행위에 대한 긍정과 부정 역시 읽을 만한 내용이었고요. 파르테논에 있는 조상을 떼어간 영국의 "엘긴 컬렉션"을 다루며, 엘긴경이 아니었다면 파르테논에는 조상이 아예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인데 일부는 수긍할 만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남의 이야기는 아니고요.

그 외 다른 이야기들 모두 그동안 생각치도 못했던 색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모나리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나리자 앞에 모여든 인파는 그림을 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유명 인사를 보는 것이 목적이다. 심미적 파파라치인 셈이다"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단점이라면 단순 흥미로 읽기 어렵다는 점이겠죠. 특히나 저와 같이 범죄 관련 논픽션을 기대한 독자들은 많이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담고 있는 주제에 걸맞는 도판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이야기마다 한 개 정도 대충 실려 있는 수준이거든요. 언급되는 작품들이 방대하고 가격도 17,000원이나 한다면 도판도 그에 걸맞는 볼륨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네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닙니다. 미술 역사, 아니면 예술품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2015/08/05

알라딘 특별기획 한국 공포 문학의 밤 : 별점 2점

[알라딘 특별기획] 한국 공포 문학의 밤 - 4점 김종일.이종호.신진오.우명희.장은호.유재중.최경빈.백상준.황태환.김민수 지음/알라딘 이벤트

알라딘의 여름맞이 이벤트를 통해 무료 e-book으로 읽게 된 한국 공포문학 단편 앤솔러지. 총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종호, 신진오, 김종일 등 최근 한국 공포문학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할 작가들이 포진되어 있어 제법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실망스럽기만 하네요. 별로 무섭지 않은 탓이 큽니다. 또 어디선가 본 설정이 많다는 것도 문제고요. 게다가 몇몇 작품은 호러, 공포문학도 아닐 뿐더러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그닥 높아 보이지 않았어요.

결론 내리자면,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아직 한국 장르 문학의 갈 길이 참으로 멀구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

얼마 전 읽었던 하드론의 "기지 살인사건"은 아주 좋았는데, 작가의 유명세에 기대지 말고 이런 언더그라운드 작품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내의 남자" - 이종호

한국 공포문학계에서는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이종호 작가의 작품으로, 한 남자가 아내의 불륜을 확신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립니다. 

그런데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다중인격", "해리성 인격 장애" 라는 설정이 너무 뻔합니다. 일종의 서술트릭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중인격을 숨기기 위한 작위적인 전개도 거슬렸고요. 특히나 이런 정신병자와 같이 사는 아내는 도저히 이해불가였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정신병원에 보내는 게 당연할 텐데 말이죠.

이러한 이유로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압박" - 신진오

사지마비 환자가 어느 날 밤부터 굉음소리와 함께 방이 점점 좁아진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내용.

신진오 작가는 얼마 전 영화화된 "무녀굴"의 원작자죠.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나름 기대가 컸습니다. 시작 부분은 제법 괜찮아서 기대에 값했고요. 무엇보다도 설정이 좋은데, "사지마비 환자"인 주인공의 상황이 이야기에 딱 맞아 떨어져 공포를 선사해 주기 때문입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데 방이 좁아진다! 이거 참 두근두근한 설정이죠.

그러나 좋았던 것은 도입부 뿐이었습니다. 작품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뜬금없이 끝나는 결말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고요. 사지마비 환자에게 마약 성분의 약을 먹여 환각을 유발시키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실험을 했다는건데, 왜 그러한 실험을 하는지에 대한 목적, 이유는 하나도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차라리 방이 살아 있었다는 스티븐 킹의 "1408" 같은 크리쳐 호러가 낫지 않았을까 싶군요.

도입부 설정 외에는 건질 게 없는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담쟁이 집" - 우명희

귀신들린 마을 외곽 담쟁이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과 공포를 여자아이 시점에서 그린 작품.

아이의 머리가 계단을 때리는 장면의 묘사라던가, "넌 내가 아직 네 엄마로 보이니"와 같은 오래된 괴담의 변주 등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닌데 딱히 특출난 점은 없습니다. 딸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또래 꼬마아이들을 살해한게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 귀신의 행위인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애매하게 끝난 것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그냥저냥 읽을 만 했다 정도입니다.

"첫 출근" - 장은호

영문도 모른 채 전화로 걸려오는 지시만 전달하는 업무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일단, 이 작품은 절대로 호러, 공포문학은 아닙니다. 오히려 SF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거대 조직 사회의 톱니바퀴로 인간이 전락한다는 것과 이 조직 사회를 바꾸려 하거나 탈출하려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쎄고 쎘는데, 그러한 유사 작품들 대비 단 하나라도 뛰어난 점이나 차이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주인공이 속한 사회가 어디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 것도 불만이에요. 단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문을 가진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치는 내용이 전부일 뿐인데, 이래서야 남에게 보여줄 이야기라고 하기는 어렵죠. 독자에게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 대해 설득시키고 공감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노력이 아쉽습니다.

"놋쇠황소" - 김종일

오랫만에 만난 고교 동창에게 과거 그에게 당한 학대를 상기시키는 주인공의 이야기.

한국 공포문학계의 또다른 스타 김종일 작가의 작품. 왕따, 학대 피해자가 복수를 한다는 설정의 작품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거에요. 어떻게 차별화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지가 관건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닥 성공한 것 같지 않군요. 복수의 이유가 공감가지 않고 복수 역시 어설픈 탓이지요.

특히나 주인공 병구가 자신의 첫사랑 희정이를 박규완에게 빼앗긴 건 본인이 "좃밥"이기 때문인데, 박규완에게 복수심을 품는 건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강제로 성폭행 한 것도 아니고 엄연히 둘이 사귀다가 헤어진 것인데 그걸 가지고 제 3자가 뭘 어쩐다는 게 웃길 뿐이죠. 이러한 과거 이야기를 박규완의 가족에게 들려준다는 복수 역시 그다지 와 닿지 않았고요.

읽는 맛은 충분하나 딱히 무섭지도 않은 평이한 이야기라 별점은 2점입니다.

"돼지가면 놀이" - 유재중

유산을 물려준다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 직후 한 산골마을에서 벌어진 공포의 사건 이야기.

시골의 커뮤니티에 살게 된 외지인이 사실은 사악한 존재였다는 것은 역시나 뻔한 설정이죠. 그런데 "돼지가면 놀이"와 돼지가면을 쓴 인물의 카리스마, 사라진 형제가 손, 발이 잘려 인간 돼지가 되어있다는 등 ("바이올런스 잭"?) 디테일한 묘사가 압도적이라 충분한 공포를 선사해 줍니다. 마지막 결말도 서늘하고요.

단연코 "공포 문학" 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앤솔러지 최고의 작품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읽은 보람이 느껴집니다. 모든 분들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10개월" - 최경빈

여자들이 급작스럽게 남자로 변하게 된 세상을 그린 작품.

공포문학도 아닐 뿐더러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변주에 불과한 설정에, 특별할 것도 없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아 지루했습니다. 인류가 멸망할 상황인데, 여자가 남자가 됨으로 벌어지는 성생활 문제에만 집중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섬" - 백상준

좀비물. 한국이 무대이긴 한데 다른 흔한 좀비물과 비교해도 딱히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마지막에 폭주해서 아파트와 함께 자폭한다는 결말은 완전 뜬금없었어요. 몇몇 한국적 설정이 잔재미를 주기는 하지만 그냥저냥한 평작이랄까, 별점은 2점입니다.

그런데 항상 궁금했던 게 좀비는 대체 어떻게 성립하는 거죠?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습격한다면, 어느 정도 수가 된 좀비가 사람을 덮치면 남아나는 게 별로 없을 테네 좀비가 더 증가하지 않을 테고, 그러면 결국 자연도태될 텐데 말이죠. 참으로 궁금합니다.

"옥상으로 가는 길" - 황태환

좀비로 고립된 집단의 생명줄은 옥상으로 전달되는 보급품. 이것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왜소증 환자인 주인공뿐이라는 이야기.

왜소증 환자 주인공이 집단 내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 게 작품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심리가 너무 변화무쌍해서 별로였어요. 어떨때는 착하고 순진한데, 어떨때는 굉장히 잔인해져서 캐릭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 들거든요. 자신의 경쟁자가 된 초등학생을 처단한다는 결말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감정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다 싶었고 말이죠. 아울러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좀비가 되어 버린다는 결말은 굉장히 안이하고 뻔했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엘리베이터 액션" - 김민수

식량을 찾기 위해 마트로 왔다가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의 사투를 그린 작품.

설정과 내용은 뻔하지만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가 아주 생생한 작품. 불필요한 묘사는 전부 배제하고 화끈한 주인공의 생존을 위한 모험에 집중한 작가의 선택이 탁월했어요. 호러라기 보다는 모험 소설 같은 느낌으로 덕분에 읽는 내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유머러스한 요소들도 볼거리였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