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네리스에 거주하던 이슈마엘 왕은 어머니의 사고사 이후 쫓겨날 위기에 빠졌고, 어쩔 수 없이 '반의반' 몫 선원으로 우주 무역선 로이스 멕켄드릭 호에 탑승했다. 주방보조로 일하게 된 이슈마엘은 주방장 쿠키, 동료 핍을 비롯한 여러 선원들과 친해지며 자신을 발전시키며, 동료들과 함께 무역을 통해 한 몫 잡을 계획을 세워 진행시키는데...
네이선 로웰의 장편 SF 소설입니다. 특징이라면 우주선이 주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전투나 액션, 모험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무역’이라는 비즈니스적 요소를 도입한 덕분입니다. 특정 행성에서 싸게 구입한 물품을 다른 행성에서 비싸게 되파는 식의 간단한 구조이지만, 개인별 운송할 수 있는 무게 제한과 부족한 자금으로 단순 운송을 넘어서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가죽 세공이 뛰어난 행성에서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벨트를 사고, 벨트를 팔아 얻은 이익금으로 보석 세공이 특화된 행성에서 버클을 구입한 뒤 일부 남은 벨트에 결합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식으로요. 물건을 팔기 위해 행성마다 있는 '벼룩 시장'에 출점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돋보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우주선 운영과 생활에 관한 세밀한 설정도 좋습니다. 일종의 인턴이라 할 수 있는 ‘반의반 몫’에서 시작해 한 사람 몫에 이르는 직급 체계, 4개의 직무군으로 구분되며 승급을 위해서는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정책, 선원들이 선박 운영으로 발생한 추가 이익을 규칙에 따라 분배하는 보수 체계, 남녀 구분이 없는 침실과 넓게 보장된 운동 시설 및 사우나 같은 선내 생활 등 생활 전반이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어 현실감을 더해 줍니다. 앞서 말했듯, 직급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는 화물 무게 할당이라는 설정은 무역이라는 소재에 재미를 더해주고요. 이런 점에서는 상세한 설정이 뒷받침된 해양 무역 모험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부실하다는 단점은 큽니다. 주인공의 여정이 지나치게 순탄한 탓입니다. 행성 네리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로이스 멕켄드릭 호에 승선할 기회를 얻고, 첫 임무인 커피 맛 개선도 무난히 해내며, 친구 핍 덕분에 행성간 무역의 요령을 빠르게 익혀서 곧바로 큰 수익을 내는 식이거든요. 실패가 없어요. 주변 인물들 또한 무개성에 모두가 주인공을 돕는 선한 사람들로만 그려져 인간 관계에서의 갈등도 찾을 수 없고요. 우주 공간 항해에서의 위기 역시 전무합니다. 때문에 작 중에서 긴장감 있는 드라마는 찾기 어렵습니다. 전생 지식을 활용해 무쌍을 찍는 이세계 전생물조차 이 정도로 무탈하지는 않을 거에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내 번역이 1권에서 멈췄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막 무역 협동조합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끊겨 버리니 독자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설정의 디테일과 무역 묘사의 신선함은 분명 장점이지만, 완결되지 못했다는 치명적 문제 탓에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