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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6

로드워크 - 스티븐 킹 / 공보경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0세인 블루 리본 세탁 공장 관리자 조지 바튼 도스는 부인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고속도로 확장 공사 때문에 조지는 물론, 이웃들과 공장이 이전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조지는 모든 걸 내려 놓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에서도 쫓겨나고 아내마저 떠난 조지는 철거일에 더티 해리의 매그넘과 강력한 라이플, 그리고 다이너마이트의 60배의 파괴력을 지녔다는 폭탄으로 무장하고 경찰과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스티븐 킹이 필명 리처드 버크먼으로 발표했던 작품입니다. 특징이라면 호러나 초자연적 요소가 전혀 없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는 겁니다. 평범한 40대 가장이 점차 정신을 놓고 폭주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집요하게 그려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스티븐 킹 특유의 치밀한 묘사는 돋보입니다. 특히 조지가 분노의 이유도 모르면서 도로 때문에 극으로 치닫는 과정의 상황과 심리 묘사, 그러면서 내뱉는 대사들은 압권이에요. TV 구입과 시청이 한 남자의 좌절과 상실감을 이렇게까지 그리는 소재로 활용된다는건 놀랍습니다.

조지가 공사 장비를 화염병으로 불태우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결국 집을 폭파시키는 장면은 충분히 화끈합니다. 특히 끝내 자폭하고 마는건 기묘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닳고 닳은 기성세대가 앞장서서 공권력과 제도를 파괴한다는게 아이러니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대가 된 1973~74년 겨울은 베트남 전 실패와 석유 파동으로 미국에서 침체와 절망이 확산되어가던 시대였는데, 이 시대에 읽었더라면 아마 더 와 닿지 않았을까 싶네요. 

당시 시대를 잘 드러내는 여러 소재들도 볼거리입니다. 식당 주크박스에서 엘튼 존의 "Goodbye Yellow Brick Road"가 흘러나오고, 뉴스에서 워터게이트 사건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에 집과 함께 자폭하는 장면에서 롤링 스톤스의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가 흘러나오는 등의 장면들처럼요(심지어 최후에 듣는 가사는 '그래도 노력한다면 가끔은 당신한테 필요한 걸 갖게 될 거에요.').

그러나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점이 훨씬 더 두드러지거든요. 고속도로 확장 공사라는 사소한 사건 때문에 멀쩡한 가장이 모든 걸 버리고 폭주한다는걸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도 못하는 탓이 가장 큽니다. 묘사는 좋지만 별로 와 닿지는 않았어요. 특정 사건을 계기로 한 남자가 미쳐간다는 설정, 사회와 단절된 남자가 분노와 허무 속에서 파괴로 치닫는 서사는 장르 전반에 걸쳐 너무 이미 너무 흔한데, 이 작품만의 독창성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요.
조지가 폭주 과정에서 만나는 21세 히치하이커 올리비아, 암흑가 거간꾼 매글리오리 등과 가까워지는 전개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쳐가는 중년 남자에게 마약에 찌든 젊은 여성이 호감을 느낀다?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인 발상이에요.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서 40세를 그저 청춘이 끝나고 저물어가는 나이로만 묘사한 것도 100세 시대인 2025년에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솔직히 40세밖에 안 된 주제에 인생 다 산 것처럼 올리비아에게 이제 인생은 달릴 수 없는 공회전 상태이다 운운하는건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런 말을 하려면 최소한 60세는 되어야 하는게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가의 이름에서 기대되는 호러나 스릴러 요소는 별로 없는데다가, 설정과 전개가 뻔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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