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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1

우리가 추락한 이유 - 데니스 루헤인 / 박미영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아버지를 찾았지만, 그가 친부가 아님을 알게 된 레이철은 기자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그러나 아이티 대지진 취재 후 공황장애에 빠졌고, 결국 생방송 뉴스에서 대형 사고를 친 뒤 커리어를 망쳤다. 브라이언을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낸 것도 잠시, 레이철은 브라이언의 거짓말을 여러가지 단서와 미행으로 알아낸 끝에 브라이언을 사살하고 말았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친구 케일럽과 7천만불짜리 거대한 사기극을 진행시켰던 참이었고, 사기 피해자 코터 맥칸은 하수인을 시켜 케일럽을 죽인 뒤 레이철의 목숨마저 노렸다. 레이철은 브라이언이 살아있다는걸 깨닫고 그의 은신처로 향하는데....

데니스 루헤인의 범죄 스릴러 장편입니다. 

가장 큰 강점은 루헤인의 탁월한 묘사력입니다. 보스턴의 거리를 살아 움직이는 듯 그려낸 세밀한 장면 묘사, 상실감과 공황장애 및 복수심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를 소품과 비유를 통해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솜씨는 역시 대가답습니다. 레이철과 브라이언의 미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둘 사이 감정에 대한 묘사도 역시 일품이고요.

이야기도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초중반부 아버지를 찾는 과정, 중후반부 브라이언의 사기극이 이어지는 전개 모두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특히 출장 중이라던 남편을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치는 순간부터 미행과 추적, 그리고 브라이언이 감추고 있던 거대한 사기극이 서서히 드러나며, 결국 브라이언의 이중생활이 레이철에게 발각되는 장면의 긴장감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이 레이철에게 진상을 알리기 위해 단서를 하나씩 던져준 이유도 놀랍습니다. 공황장애로 집 밖으로도 잘 나오지 못하는 레이철을 사기 이후 도주에 가담시키기 위해 억지로 집 밖으로 끌어낸 겁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참신한 이유였어요. 이럴 바에야 약이라도 먹이고 잠든 상태에서 옮기는게 더 나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사기극이 드러난 이후에도 레이철이 코터 맥칸의 하수인들에게 쫓기며 총격전으로 이어지는 절정부까지 숨 돌릴 틈 없는 서스펜스가 몰아쳐 독자를 끝까지 붙잡아 둡니다.

미스터리, 추리적 재미도 괜찮습니다. 레이철이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벌이는 여러가지 수사와 추리들도 그럴싸하고, 죽은채 했던 브라이언의 은신처가 어디인지를 밝혀내는 방법 - 브라이언이 의도적으로 흘렸던 단서들을 통해 밝혀냄 - , 브라이언의 사기극의 정체, 레이철과 브라이언 부부와 코터 맥칸 하수인들과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모두 볼 만 합니다. 한 마디로 장르적 재미를 두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존재합니다. 친부인 줄 알았던 제러미 이야기나 어머니 엘리자베스에 대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장황해 지루합니다. 서두에 등장하는 남편을 쏜 이유가 밝혀지기까지 수백 페이지가 소요되는데 지나치게 길어요. 또한 아버지를 찾는 과정은 레이철이 집요하게 매달린 것에 비해 실제 발견 방법은 직관과 우연에 기대고 있어서 허무합니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고요. 결말도 낙관적이지만 다소 열린 결말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네요.

그래도 세밀한 묘사와 몰입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즐기는 독자라면 충분히 빠져들 만 합니다. 늘어지는 부분들 때문에 별점은 2.5점이지만, 추천할 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영화화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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