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2 -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
이번 권은 미호시의 여동생 미소라가 등장합니다. 그녀도 함께 이런저런 소소한 일상 속 수수께끼들을 풀어내지만, 미소라가 아버지를 찾으려다가 유괴당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다행히 모든건 잘 수습되고, 아오야마와 미호시의 관계도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을 주며 마무리되지요.
전편과 마찬가지로, 일상계 수수께끼들은 대체로 괜찮았는데,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별로였습니다. 유괴는 차원이 다른 중범죄라서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지도 않았고요.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 하지만 확 땡기는 맛이 없어서, 후속권을 더 읽을 것 같지는 않네요.
수록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1장 안녕, 미래 님?>>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오사카까지 가는 차표를 사지 못했을 거라는 말을 듣고, 그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
남자친구가 오사카로 간 게 아니라, 교토에 머물렀을 거라는 미호시의 추리는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프로포즈를 했을거라는 추리는 비약이 심했습니다. 단순하게 오사카에 있던 직장을 교토로 옮겼을 수도 있으니까요. 프로포즈임을 확신하려면 다른 단서가 필요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성격이다' 정도로는 영 부족했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일상계로는 괜찮았습니다. 일상 속 수수께끼에 꼭 정답이 있어야 하는건 아니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제2장 여우의 둔갑 바캉스>>
미호시의 동생 미소라가 교토로 찾아왔다. 그러나 그녀 혼자 오야마 순례를 다녀온 후, 보여 준 기념 사진은 기묘했다. 기념 사진에 함께 찍혀있던 중학생은 같은 시간에, 시내에서 식사 중이었던 미호시와 아오야마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소라의 오야마 순례는 그날이 아니라 전날이었다는 이야기.
스쳐지나간 중학생 얼굴을 그렇게 잘 기억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의 부분은 모두 좋았습니다. 단순한 진상 덕분에 이야기는 깔끔했고, '미소라 옷의 향기'라는 단서로 이를 드러내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더운 날, 순례 코스를 돌고 왔는데 땀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건, 그녀가 다른 곳에 갔다 왔다는 증거로 충분하지요.
함께 소개되는 미호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 미호시와 아오야마가 이성 친구인지 아닌지 등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미호시와는 정 반대인 미소라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요. 오야마 순례, 긴가쿠지 등 교토 명승지 순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여정 미스터리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뭔가 대단한 수수께끼인듯, 미소라와 누군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친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는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감질나게 등장시켜가며, 또 주인공을 숨겨가며 조금씩 드러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본편만큼은 교토의 매력과 적절한 수수께끼가 조합된, 좋은 일상계 추리물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제3장 유백색 하트를 망가뜨리다.>>
미호시는 모카와 씨가 데려온, 라테아트를 배우고 싶다는 여고생 진바 하나양에게 1주일동안 라테아트를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누군가 그녀가 만들었던 하트 라테아트를 망가뜨려서 조리부 발표회를 망쳤다며 울고 마는데...
하나 양이 사실은 악역이었기 때문에, 요코가 하트를 망치는 장면을 목격했던 다른 조리부 친구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는 발상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발표회를 촬영하던 카메라에 그 장면이 찍히지 않은 수수께기도 설명됩니다. 망칠 때 잠깐 녹화를 정지시킨 것도 마찬가지로 입을 다문 것이지요. 또 조리부 부원들을 무시하는 듯한 하나의 평사시 말투를 근거로, 겉모습과는 다르게 친구들의 반감을 사곤 했을거라는걸 추리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라테아트로 잎사귀 하트, 고양이를 그리려고 했던 건, 하나가 좋아하던 남학생 고야네와 사귀게 된 조리부 친구 요코를 비난하기 위해서였다는건 읽으면서 대충 짐작이 갔더군요. 이름에서 따온 단서들이니 일본인이었다면 훨씬 쉽게 진상을 눈치챌 수 있었을 거에요.
물론 쉬운 단서(?)가 큰 단점이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다운 느낌이 마음에 드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제4장 커피 탐정 레일라의 사건 수첩>>
미소라의 휴일, 아오야마와 미호시는 미소라가 두고 간 오래전 추리 소설 <<커피 탐정 레일라의 사건 수첩>>을 읽고 내용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그 뒤 미호시는 모카와 씨와 교토 카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돌아가려는 프리라이터에게, 그가 <<레일라의 사건 수첩>>을 쓴 카지마 후미에일 거라고 말했다...
이야기 속에서 추리 소설 <<커피 탐정 레일라의 사건 수첩>> 이야기도 펼쳐지는, 일종의 액자 소설 형식을 갖춘 작품.
<<커피 탐정 레일라의 사건 수첩>>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커피통에 로스팅한 원두를 가득 담아 두었는데, 정작 판매하는 원두는 로스팅부터 새로 했다던가, 막 갈아낸 원두가루를 봉투에 넣고 밀봉해 버렸다는 것처럼 소설 속 커피점이 벌인 이상했던 행동들을 통해,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걸 추리해내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직후 원두가루는 탄산 가스를 방출하며, 가루는 표면적이 불어나 대량의 가스가 빠져나오므로 봉투를 밀봉하면 터질 위험이 있다는데, 이거야말로 제목에 부합하는, 커피 전문가만 알 수 있는 추리라 할 수 있지요!
커피통 속에 시체가 있었고, 커피 봉투에 구멍을 뚫는 송곳이 흉기로 사용되었다는 진상도 합리적이었고요.
본편 에피소드도 좋았습니다. 프리라이터가 카페에 대해 글을 쓰고 있던건 아니라는걸 '제즈베'라는 도구를 통해 확실히 밝혀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미호시와 아오야마 등은 '제즈베'를 모두 터키식 커피를 우려내는 도구 이브라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프리라이터는 재즈 베이스로 착각했던 탓에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지요. 미호시는 직전에 터키식 커피에 대해 취재했던 프리라이터라면 모를리가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약간 추리쇼같은 느낌도 주더라고요.
프리라이터의 이름인 후카미 에이지에서 그가 <<커피 탐정>> 시리즈 작가 카지마 후미에라는걸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아주 간단한 애너그램이지만, 본명과 필명을 오가기에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으니까요.
에피소드가 끝난 뒤, 그가 미소라의 친부일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살짝 흘리며 2권 전체를 아우르는 큰 이야기 시작을 알리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작품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기는 했지만 에피소드가 마무리 된 이후 등장하는 사족이었고, 본편은 물론 <<커피 탐정>> 이야기도 추리적으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에, 무엇보다도 '커피'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핵심 증거로 쓰였다는 점에서 이번 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겠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제5장 (she Wanted To Be) WANTED>>
미소라의 밴드 후배 무라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사귀다 헤어졌던 여학생 만다 린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걱정 전화였다. 그녀는 예대 진학을 계기로 가족과도 멀어졌고, 생활고 탓에 별다른 친구도 없었다. 무라지와 함께 찾아간 그녀 자취방에서 자살 명소 도진보를 체크해 놓은 잡지를 발견한 둘은 서둘러 신칸센을 타고 도진보가 있는 야와로 온천 역으로 향했다...
미소라의 후배 린을 찾는 소동에서 있었던 수수께끼, 여행을 떠나며 자취방 문을 잠갔는데 미소라가 무라지와 함께 찾아갔을 때 문이 열려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풀어내는 에피소드. 유일한 여벌 열쇠는 고베에 살고 있는 린의 어머니만 가지고 있었다는 설정입니다.
무라지가 다른 여벌 열쇠로 미리 침입했던 거라는 아오야마의 추리는 무라지가 린의 행방을 전혀 몰랐고, 미소라와 함께 자취방을 찾을 때 까지 너무나 태평했었다는 이유로 부정당합니다. 무라지가 몇 만엔이나 되는 여행 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서 미소라 돈으로 비용을 마련하려고 꼼수를 썼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미 린의 실종 사실을 알고 있었던만큼 그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진상은 사이가 나빴다는 어머니가 고베에서 자가용으로 밤새 운전해서 린의 집을 찾았던 겁니다.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부모는 부모라는 이야기거지요. 어머니가 자신을 찾기를 린이 원했다는 여러가지 단서들도 잘 배치되어 있는 편입니다. 책갈피 대신 책장 귀퉁이를 접어 놓는걸 개의 귀에 빗대서 '도그이어'라고 한다는 정보도 귀엽고 반가왔고요.
그러나 독립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를 통해 2권 전체를 아우르는 소재인 자매의 아버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 수행이 더 중요했던 소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보다도,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거든요. 미소라가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미호시와 만나게 하려다 위험에 빠지는 내용이 이어지니까요.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제6장 the Sky Occluded in the Sun>>
미소라를 납치한 누군가가 협박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천만엔을 준비하라고 요구했지만, 미호시는 그가 작가 카지마 후미에라는걸 바로 알아채고, 아오야마에게 경찰 신고를 부탁했다. 그런데 아오야마의 폰에는 미소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어 있었다. 빨간색 태양 문자를 통해 레코딩, 녹음, '로쿠온'을 떠올린 둘은 미소라가 긴카쿠지 근처에 있다는걸 밝혀냈다. 처음 미소라를 만났을 때, 아오야마가 미소라에게 긴카쿠지의 정식 명칭이 '로쿠온지'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권의 핵심인 미소라 유괴 사건을 그린 이야기. 앞서 말씀드렸지만 영 별로였습니다. 추리적으로 특히나 볼게 없어요.
우선 문자 메시지를 통한 약간의 암호 트릭은 억지스럽습니다. 태양에서 로쿠온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그리 설득력 높다고 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냥 빨간색 동그라미를 보냈다는게 훨씬 설득력이 높았을겁니다.
이 암호 트릭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유괴극으로, 후카미가 몸값을 안전히 전달받고 탈주하려는 나름대로 공들인 계획이 중요하게 묘사되지만 이 부분의 설득력도 낮아요. 일단 달리는 차에서 돈가방을 던지게 한 뒤 회수하여 탈주한다는건 정교한 계획이라고 부르기 힘들지요. 경찰에 신고했다면, 돈을 던진 장소 중심으로 차도만 봉쇄해도 교토 시내를 빠져나가는건 불가능했을테니까요.
한마디로 스케일과 극적 요소에 비하면 그리 잘 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자매 아버지의 죽음도 작위적으로 보여서 별로 와 닿지 않았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제7장 별밤 하늘 밑에서 목숨을 잇다>>
자매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 자매 아버지 죽음의 계기가 되었던 물에 빠졌던 아이가 누구인지? 왜 미소라가 카지마를 아버지로 착각했는지? 그리고 미소라와 미호시가 쌍둥이였다는게 밝혀지는 약간의 서술 트릭스러운 사실이 밝혀지는 일종의 사건 후일담. 미호시가 아오야마와 미소라의 관계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은 귀여웠습니다만 독립된 에피소드라고 보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딱히 없습니다.
<<에필로그 그녀는 카페오레 꿈을 꾼다>>
미소라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체포된 후카미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되는 진짜진짜 에필로그. 6장, 7장과 결합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따로 별점을 주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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