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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30

중화미각 - 김민호, 이미숙, 송진영 외 : 별점 3점

 

중화미각 - 6점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문학동네

다양한 중국 음식에 대해 써 내려간 음식사문화사 서적이자 넓게 보자면 일종의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 바로 얼마 전 읽었던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와 비슷합니다. 전문 연구자들이 각종 음식에 대해 사료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개인의 느낌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이 책이 훨씬 가볍고 쉽게 쓰여졌다는 점이지요.

목차는 크게 전채, 주요리, 식사류, 탕, 후식, 음료, 간식으로 구분되며 각 항목별로 많게는 5종, 적게는 1종의 요리와 음료가 소개되면서 마지막 '연회 차림표'까지 모두 19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음식에 대한 전문적인 글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오향장육>>을 소개하는 첫 번째 글에서 잘 알 수 있어요. 오향장육의 현재 생김새와 구성, 주요 재료 소개, 오향장육 본고장인 산동을 소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오향장육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는 주요 재료 소개에 그치거든요. 산동성 소개도 재미는 있었지만, 무송이 호랑이 때려잡는 이야기 비중이 높아서 이게 오향장육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고요.

그래도 건질게 없는건 아닙니다. <<량반황과>>에서 식초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은 좋았습니다. 음식 재료로서의 식초보다는 '초'라는 한자어가 깨끗하고 가난한 선비를 가리킨다던가, 동양화 소재로 자주 쓰이는 <<삼산도>>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했어요. 유가 소동파, 도가 황정견, 불가 스님 불인이 각각 식초를 맛보고 짓는 표정이 다르다는 고사를 통해 유가, 도가, 불가의 인생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솔직히 와 닿지는 않았지만, 이런 생각도 있었구나, 싶었어요.
<<농어회>>에서는 중국 회의 역사와 회의 조리에 대한 여러가지 고사, 시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진나라 관리 장한이 초가을 농어회와 순채탕이 그리워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향한 뒤, 그가 모시던 왕과 측근이 모두 반란군에 의해 죽었다는 고사를 통해 '순갱노회 (순로지사)'라는 4자성어가 남아 있을 정도라는데, 중국에서도 진나라 때 부터 회를 먹었다니 놀랍네요.
<<쑹수구이위>>를 통해 소개해주는 중국 물고기 요리, 그 중에서도 잉어 요리에 대한 정보도 좋았고요.

특히 마음에 든 건 <<호떡>>이었습니다. 당나라 백거이가 쓴 호떡이 등장하는 시에서 시작하여, 곡물가루로 반죽해 발효시키지 않고 화덕에 구운 '병'의 역사와 그 발전 과정,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분류 - 기름에 지진 젠병, 쪄는 증병, 튀겨낸 유병, 화덕에 구워낸 소병, 뜨거운 국물과 같이 끓여 낸 탕병 등 -, 당 이후 송, 청의 사료를 통한 '병'의 여러가지 조리법들, 마지막으로 어떻게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래었는지까지, 그야말로 '호떡' 이라는 길거리 음식에 대한 한 편의 깊이있는 미시사로 손색없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병'이 어떻게 발효를 거쳐 푹신하고 달콤하며 기름진 한국식 호떡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없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중화미각>> 이라는 책에서 한국식 호떡 이야기를 깊이있게 다루기는 어려웠겠지요. 이 부분만 보강된다면, <<호떡의 역사>>라는 별도의 책으로 팔아도 충분할, 좋은 글이었습니다.
호떡과 비슷한, 과자 이야기들도 괜찮은게 많습니다. 후식에서 소개되는 <<장원병>> 이야기도 역사와 깊이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장원병의 시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그 중 하나가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소년이 무려 49일이나 표류하게 되었는데, 어느 요리사가 준 과자만 전혀 상하지 않아서 그걸 먹고 목숨을 부지한 뒤 장원급제를 하였던 일화'에서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49일이나 상하지 않았다는건 바삭한 껍질에 마른 견과류와 달콤한 소가 필수인 장원병에 딱이기는 합니다만, 정말로 상온에서 49일을 버틸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튼 이 후 장원병은 널리 퍼져서, 지금은 행운과 부귀영화를 상징하게 되었다니 중국에 가면 한 번 맛 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맛보다는 의미와 상징적인 측면에서 말이지요.

<<반도 복숭아>>에서 중국에서의 복숭아의 의미와 우리나라에서 그 의미가 달라진 것에 대한 고찰은 개인적으로 아주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썼던 졸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복숭아가 에로틱한 느낌을 줄까? 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글에서 '보수적인 유교적 가치관' 때문일 거라고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왜 조선 시대에서 복숭아가 여성의 욕망과 에너지를 상징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건 조금 아쉽더군요. 중국에서 복숭아가 여신 서왕모의 이미지이기 때문일까요? 그런 설명을 조금 더 보강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산양뤄우>>와 <<훠궈>>라는 탕 요리 소개도 다른 곳에서 흔하게 보았던건 아니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익히 알고 있었던 요리들이 많이 등장하는건 단점이기는 합니다. <<북경오리구이>>, <<동파육>> 이 대표적입니다. 요리법과 역사가 상세하게 소개되는 편이지만, 거의 모든 중국 요리 소개서 (이런거) 에서 소개될 정도로 다른 곳에서 이미 많이 접했던 이야기라 새로움이 떨어졌거든요. 물론 <<동파육>>에서 실제 해당 요리와 상관없는 동파 소식의 인생과 그의 시를 소개하는 식으로 차별화 요소를 가져가고 있기는 한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취지에는 많이 어긋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만두>>에서의 만두의 여러가지 종류에 대한 소개도 단순한 형태와 만두소에 따른 분류가 전부라 깊이가 부족했고요. <<짜장면>>도 차별화된 컨텐츠로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백주와 약주>>, <<용정차>> 역시 중국술과 차에 대한 방대한 책들에 비하면 딱히 내세울 내용은 없어요. 그래도 <<용정차>>에서 <<삼국지>> 속 유비가 구하려고 했던 차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정도만이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훠궈>>도 앞서 좋다고 설명드리기는 했지만 말미에 중국에서 훠궈 먹는 방법을 소개한건 어색했어요. 솔직히 필요없는 부분이었다 생각되네요.

그나마 <<마파두부>>는 굉장히 널리 소개된 소재임에도 다행히 '두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부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되거든요. 마파 두부도 흔한 진 마파의 조리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천 요리의 핵심인 '두반장' 소개로 다른 마파두부 컨텐츠들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을 선보이고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다른 유명 요리들도 이렇게 다른 디테일을 파고 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재미와 자료적 가치도 적당하며, 책의 빼어난 만듦새도 좋습니다. 중국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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