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9/09/20

일러바치는 심장 - 에드거 앨런 포 / 박미영 : 별점 3점

일러바치는 심장 - 6점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스피리투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그동안 굉장히 많이 소개되어 왔지요. 저 역시 <<우울과 몽상>> 이라는 완전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황한 문체, 그리고 비슷한 작품들이 많고 모든 작품이 전부 빼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얇고 가벼운 책은 에드거 앨런 포 입문용으로 상당히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록 작품은 모두 아래의 11편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워낙 유명한 작가인 탓에 기존에 접했던 작품이 많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누가 편집을 하더라도 <<어셔가의 몰락>>, <<붉은 죽음의 가면>>, <<검은 고양이>>를 빼기는 힘들었을테니까요.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도둑맞은 편지>> 역시 지나칠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이고요. 그 외의 작품들도 포하면 바로 떠오를, 음산한 분위기의 친숙한 (고딕) 호러물이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솔직히 표제작 <<일러바치는 심장>>은 <<검은 고양이>>와 너무 비슷하면서도 의외성이나 반전의 묘미는 부족한 범작이라 생각되고요.

그러나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밝고 경쾌한 소품인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이 좋은 예입니다. 날짜 변경선을 따라 세계일주를 했을 때 요일이 바뀌는 설정을 잘 써먹은게 인상적입니다. 특히 <<80>>보다 30여년 앞서 발표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정신병자들의 세계를 그린 블랙 코미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도 눈에 뜨이는 작품이에요. 독특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정신병원을 견학하려는 평범한 방문객이 광인들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겪는 대소동이 끔찍하면서도 웃기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킹이라면 고어 파티가 펼쳐졌을텐데, 그래도 나름의 해피 엔딩이니 다행이긴 합니다. 호러물이기는 하지만 가슴아픈 비련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이기도 한 <<긴 상자>>도 아주 유명하다고 보기 어려운 괜찮은 작품이고요.
번역도 이전 번역본들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깔끔합니다. 작가 특유의 장황한 문체를 잘 살리기도 했고요. 장황하다 못해 지나치게 길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포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니 어쩔 수 없었을겁니다.

추리 소설의 시조새격인 작품이라면 <<모르그가의 살인>>이 더 나았을테고, 다양한 작품을 싣자는 취지라면 모험물 성격을 띈 <<황금충>>도 수록해 주는게 더 나았겠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에드거 앨런 포'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휴대하면서 읽기에 부담없는 크기와 두께, 만원 초반이라는 비교적 상식적인 가격도 마음에 들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