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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7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 서미애 : 별점 1.5점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 4점
서미애 지음/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딸을 잃은 우진. 깊은 슬픔에 빠져 간신히 삶을 지탱하던 그는 아내마저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만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우진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절망 속에 주저앉지만 그때 그런 그를 붙드는 뭔가를 발견한다. 누군가 우진에게 남긴 편지 한 장, "진범은 따로 있다"는 단 한 줄의 메모.

삶의 벼랑 끝에서 무너져 내리던 우진은 딸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그 한마디를 붙들고 다시 일어난다. 가슴에 묻어둔 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드러나는데……. (출판사 제공 책 소개에서 인용)

한국 추리, 장르 문학 암흑기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작가 서미애의 신작 장편소설. 제목의 별은 주인공 우진의 딸 수정을 의미합니다. 딸이 고등학생 일당에게 살해 당한 후, 모든 것을 잃고 지옥에서 살게 된 우진의 심정을 잘 나타낸 제목이죠.

우진이 자살하려는 아내 혜인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뛰어가는 도입부, 그리고 아내의 자살 이후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처절한 고독과 새삼스러운 딸의 부재를 깨닫는 장면의 묘사는 아주 좋습니다. 작가의 말의 따르면 친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후 쓴 작품이라는데 확실히 이런 슬픔을 느껴본게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쓰여져 있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렇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묘사는 자신도 죽을 결심을 한 우진이 "진범은 따로 있다"는 메모를 발견하고, 혼자만의 수사를 시작하는 전개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하기도 하고요.
수사 초기 아내 자살의 원인이 된 병원에서의 수모를 우진이 새삼스럽게 겪는 부분까지는 정말이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내용은 솔직히 엉망입니다. 어설픈 클리셰가 난무하고 캐릭터의 설정과 역할도 제대로 배분되어 있지 못하지만, 무엇보다도 추리, 스릴러물로 볼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때문입니다. 범죄, 사건은 등장하지만 추리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고, 스릴도 당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진범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부터 황당하기 짝이 없어요. 우진이 사건에 뛰어든 직후, 3인조 윤기, 재강, 승찬의 대사를 통해 세영은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3인조는 우진이 다시 추궁을 시작해서 세영을 만나려 한 것이고요. 그럼 진범은 누구겠어요? 당연히 진범은 세영이겠죠... 이렇게 이야기의 핵심이 초, 중반에 드러나 버립니다.
또 사건의 진범을 쫓는 전개에서 우진이 하는 일은 세영의 아버지인 전 검사 출신 (딸 사건 담당) 변호사 재혁에게 문자를 남기는 것 뿐입니다. 정작 독자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역할은 사건을 은폐한 핵심 인물인 재혁이 담당하니 이게 뭔가 싶더군요. 재혁도 검사 시절 연줄로 우진의 위치를 추적해서 뒤를 쫓는 것 외에 하는게 없기는 마찬가지고요.
추리가 없으면 분위기라도 잡아줘야 하는데 우진과 세영은 평범한 부녀처럼 바다, 천문대 여행을 즐길 뿐이라 긴장감 역시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전개도 작위적입니다. 세영과 우진이 엮이는 장면부터 그러합니다. 세영은 우진의 딸을 살해한 3인조에게 쫓기던 와중에 '우연히' 우진의 차를 타게 되고, 우진과 함께 '우연히' 바다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트럭 사고에 휘말려 응급실을 방문하고 여기서 '우연히' 우진이 세영의 핸드폰으로 그녀의 신분을 알게 된다는 식입니다. 도대체 우연이 몇 번 겹쳐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네요.

그리고 사건을 '우연히' 키우게 된 원인인 3인조가 세영을 만나려 한 의도도 전혀 설명되지 않아서 의아합니다. 진범이 따로 있다고 해도 3인조가 지금 시점에 안달이 날 필요는 없어요. 이미 법의 심판은 받았고,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재강은 서울대 법대에 다닐 정도로 모두들 부모의 재력으로 잘 살고 있는 와중에 무얼 두려워 하는걸까요? 본인들이 저질렀지만 숨겨 놓은 죄가 밝혀지는게 아니라, 본인들이 저지르지 않았지만 뒤집어 쓴 죄가 밝혀진다는데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그들을 단죄한 검사 재혁이 세영의 아버지로 일종의 딜을 통해 가벼운 형벌을 주었다 치더라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다시 법정에 세워 판결을 내리는 건 어려울테고요. 어차피 자기들끼리 여자를 보호하려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 것이라고 입만 맞춘다면 무거운 형벌을 받지도 않을테고 부모들에게 피해가 갈 리도 없죠. 한마디로 쓰잘데 없는 행동으로 이를 3인조의 브레인같은 서울대 법대생 재강이 모른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무엇보다도 3인조가 내분을 일으키고 재강이 윤기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당쵀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상황에서 재강이 당당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장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말이죠.

이러한 무리수는 제가 보기에는 독자는 다 알지만 작가 스스로만 세영의 정체를 잘 감추었다고 생각하고, 진정한 흑막은 3인조, 그 중에서도 재강이다! 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전형적인 추리 소설류에서 따온 뻔한 설정인데 정말이지 무의미했습니다.

아울러 캐릭터 설정과 묘사, 배분도 엉망입니다. 누가봐도 주인공 우진이 탐정 역할을 수행하며 악을 단죄해야 하고, 사건의 절대악은 진범인 세영과 이를 은폐한 재혁이어야 합니다. 허나 우진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하는게 없고, 세영은 마지막 부분의 묘사를 빼면 시종일관 가정 불화로 고통을 겪는 불쌍한 소녀로 그려집니다. 재혁도 세영 부분의 묘사와는 다르게 딸 바보 인격자로 묘사되고요. 3인칭 시점이었다면 단서가 복선처럼 등장했을지도 모르나... 세영과 제혁 모두 각자의 시점으로 묘사되어 이야기의 공정함이라던가 복선 모두 안드로메다만큼 거리가 멉니다. 세영이 마지막에 절대악으로의 면모를 드러내며 범행을 고백하는 장면도 뜬금없기 그지 없고 무언가 깔끔하게 단죄하는 느낌도 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요.
또 이를 핸드폰으로 촬영한 것 정도로 다 잘 해결될거라고 보는 것도 무리죠. 재혁과 세영을 감금, 포박한 상태에서 얻은 자백이 과연 증거 효력이 있을까요? 고문해서 증거를 날조한 거와 다를 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1.5점. 딸과 아내처럼 가족, 친지를 잃은 사람의 슬픔이 어떤지를 그리는 절절하고 먹먹한 묘사만큼은 일품입니다만 추리, 스릴러 장르물로서는 꽝이에요. 추리물을 표방하지만 신파 드라마 쪽 완성도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한국 장르물이구나 싶네요. 여튼,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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