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8/11/03

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 위안텅페이 / 심규호 : 별점 2.5점

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 6점
위안텅페이 지음, 심규호 옮김/라의눈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역사 교사 위안텅페이의 <<삼국지>> 강의를 엮어 출간한 책. 8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황건의 난에서 시작하여 진나라가 통일하기까지의 약 백년에 걸친 기간 동안의 역사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 교사의 강의 답게 '실제 역사' 중심의 강의로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여타의 작업물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소설에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삼국 정립 후 진나라 통일까지의 이야기가 책 분량의 1/4, 거의 200여 페이지에 달한다는 점을 꼽고 싶네요. 위나라에서 사마씨가 정권을 찬탈하는 과정이라던가, 제갈량 사후 촉한의 멸망 과정, 그리고 폭군 손호의 즉위와 함께 멸망으로 치달은 오나라 이야기를 굉장히 상세하게 알려주거든요. 소설에서는 화려하게 다루어지는 전쟁들, 영웅들의 일기토 등의 비중이 한 없이 낮다는 점도 그러합니다. 관도 전투가 20 페이지 분량도 안되며, 적벽 대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적벽에서의 전투 상황은 단 세 페이지에 불과합니다!

또 주요 인물에 대한 설명도 소설과는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관우의 비중이 굉장히 낮은게 우선 놀라와요. 실제 역사에서의 일화 중심으로 설명하다보니 딱히 활약도 없고, 전투에서 대단한 무공을 세우지도 않은 그냥 황제의 의형제 정도로 소개될 뿐입니다. 
제갈량 역시 유비 사후 촉한의 리더로 활약은 비중이 작지는 않으나 북벌에서의 실패와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더 상세하게 그려집니다. 제대로 승리한 적은 없고, 전쟁보다는 '정치'에 더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는게 결론이에요.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위연을 좀 더 잘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합니다면, 뭐 다 부질없는 이야기죠.
우리가 익히 알던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많습니다. 제 머리 속의 삼국지 인물들은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 설정이 뿌리깊게 박혀있는데 그런 전형을 많이 깨 주네요. 예를 들어 유비는 짚신을 삼는 가난뱅이 쪼다라는게 고화백님 해석인데 위안텅페이는 비록 짚신을 삼는 일이 생업이었지만 재벌 2세같은 부잣집 자제 분위기로 퇴폐적인 생활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지역 토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황건군 반란 진압 시에는 그들로부터 얻은 자금으로 1,000여 명의 군사를 모을 정도였다니 단순한 가난뱅이는 아니었던 것이죠.
또 조조에 대해 비교적 공정한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조는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임용할 줄 알았으며,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데 능해 헛되이 미혹되지 않았다. 그리고 인물의 귀천을 따지지 않았고 공과를 따지는데 엄격하고 심지어 검소하여 부유와 사치를 숭상하지 않았다고 하니 진짜 대단한 인물은 인물이죠. 사실 조조를 진정한 영웅이다! 라고 하는 컨텐츠가 최근에 많아져서 딱히 새롭지는 않지만 중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견해라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 외에도 노숙도 인물이었다던가, 장비가 포악하기 그지 없었다는 등 작가만의 해석이 가득한데 그 중에서 조운 조자룡을 유비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게 가장 놀라왔어요. 조운이 오호상장 중 등급이 가장 떨어지고, 이릉대전 당시 후방을 지키라고 한 등을 예로 드는데 정말 생각도 못 해본 내용이었으니까요. 왠지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요 인물에 대한 해석은 소설 삼국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외에도 소설과 연계되어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도 많아요. 삼국지에서 의문이었던 일화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게 좋은 예인데, 동탁이 소제를 쫓아내고 진류왕 유협을 헌제로 옹립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어차피 황제를 쥐고 흔들거라면 멍청한 인물이 황제여야 유리했을텐데 구태여 똑똑하다는 유협으로 대체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위안텅페이의 해석은 유협을 동태후가 키웠기 때문이랍니다. 같은 동씨 일족이었다는거죠. 솔직히 납득은 안되지만 같은 성씨들끼리 해먹은게 많은 삼국지 이야기를 보면 왠지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인기많은 강사다운 말발(?)도 볼거리입니다. 공융에 대해 언급하면서 네 살 때 부친이 배를 사주고 골라 먹으라고 하자 가장 작은 것을 골라 먹고 큰 것은 형한테 양보한게 유일한 업적(?) 으로 배 하나 양보했다고 2,000년 동안 칭송된 인물이라고 비꼬는 식이에요. 이런 일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돌이켜보면 저자의 말대로 배를 사다준 날 배가 아팠거나 그냥 배가 불렀을 수도 있었는데 이런걸 대단하다고 띄워준 건 너무 과하죠. 

이와 같이 삼국지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은 보물상자같은 책이긴 한데 단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도판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지역을 중심으로 사건이 이루어지는 만큼 당시 지도는 필수적으로 삽입되었어야 했어요. 휴대폰으로 관련 지도를 검색해 읽으면서 함께 보기는 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지명 기준으로 크게 볼 수 있는 지도가 맨 앞이나 뒤에 수록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너무나 컸습니다. 이 단점에 비하면 오탈자가 제법 많다는건 단점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정도에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후한 당시 군벌들이 모았던 인재들은 사실은 실의에 빠진 무뢰한들이었다는 시각 등 역사 교사의 개인 견해가 많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당대 역사를 한 번 일람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생각되네요. 삼국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