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너츠 완전판 12 : 1973~1974 - 찰스 M. 슐츠 지음, 신소희 옮김/북스토리 |
드디어 완전판이 제 출생년도에 진입하였습니다! 여러모로 감개가 무량하군요.
수록 에피소드들은 대체로 수년간 이어온 설정에서 유래된 개그가 많은 편입니다. 찰리 브라운의 야구팀이나 여름 캠프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그래도 조금 새로운 시도가 몇 개 보이는데 대표적인 게 찰리 브라운의 야구팀이 다른 이유로 몰수패당하기는 하지만 첫 승을 거두는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어떤 상황, 이유에서건 찰리 브라운이 감독, 투수로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이기지 못한 줄 알았는데 굉장히 의외였어요. 마찬가지로 패티가 스누피가 비글이라는 걸 알게된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영원히 모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학교 건물이 가장 독특했어요. 샐리 브라운과 대화하는 (?) 식으로 등장하는데, 시각이 상당히 신선했거든요. 아무도 (심지어 샐리마저도) 정말로 답을 기대하며 대화를 하는게 아니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있다는 기묘한 설정을 이야기로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처음으로 실체가 등장한 루시의 동생 리런은 좀 아쉽더군요. 라이너스와 크게 구분되는 특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금 잊혀진 이유도 그래서였겠죠.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봉투를 뒤집어 쓴 채 참가한 여름 캠프에서 찰리 브라운이 대표로 선출되고 잘 나가는 에피소드들이 우선 떠오릅니다. 여러모로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어요. 또 스누피의 대 기록 (홈런 기록)을 앞두고 찰리 브라운이 견제사로 사망하는 에피소드는 최불암 시리즈의 오래된 옛 농담과 거의 비슷해서 좀 놀랐습니다.
아울러 이전 권들과 마찬가지로 당대 유행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들도 몇 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 권에는 서머타임 시행 초기의 시행 착오와 스트리킹의 유행이 그러합니다. 오래된 작품이니만큼 이런 이야기가 더 많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무엇보다도 이번 권에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제 생일에 발표되었던 에피소드에요. 개인정보(?)라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 꽤나 반가왔던 내용이라 마음에 듭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빵빵 터지는 재미도 없고, 식상한 설정과 개그가 많아 감점합니다만 오래된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여전히 은근한 개그도 매력적이고요. 이 정도 수준만 유지해 주어도 저는 만족합니다. 다음 권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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