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한 집 2"는 기묘한 평면도를 가지고 기상천외한 추리를 펼쳤던 전작에 이은 우케쓰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과는 다르게 연작 단편집으로, 11편의 개별 단편들은 제각기 다른 사건과 인물을 다루지만 이야기 말미에 하나의 결말로 수렴되는 구조를 가집니다. 대부분의 수록작 모두에 기묘한 평면도를 가진 집이 등장하며, 이들 사이에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는게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 “갈 곳 없는 복도”는 어머니로부터 과보호와 냉대를 동시에 받으며 자란 네기시 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살던 집에는 막힌 복도가 있었는데, 네기시 씨는 태어날 당시 자신의 쌍둥이 자매가 죽은 탓에 자매 방이 철거되었다는 추리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진상은, 건설 당시 사고로 아이가 사망한 장소가 원래 현관이었던 탓에 현관 위치를 바꿨고 그로 인해 복도가 막혔다는 것으로 드러나지요.
“어둠을 키우는 집”은 가족 살인 사건을 다룹니다. 쓰하라라는 소년이 가족을 살해한 사건인데, 그 원인이 엉터리로 설계된 집 구조 때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면도를 통해 그 집이 생활에 적합하지 않고, 쓰하라 소년의 고립을 유발하는 구조였는걸 조목조목 드러내며 공간이 범죄를 유발했을 수도 있다고 추리하는데 아주 그럴듯했어요.
“재생의 성역”은 컬트 종교단체 ‘재생회’의 수행 공간인 '성역'에 잠입한 기자의 리포트입니다. 성역은 나가노 현에 있는데, 수행은 신도들에게 숙면을 취하게 하는 기묘한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신자들이 신성시하는 성모가 왼팔과 오른다리가 없는 신체를 가졌다고 했는데, 나는 그 장소의 평면도를 조합해 ‘재생의 성역’ 건물 자체가 그 성모의 육체를 본뜬 구조임을 밝혀냅니다. 이렇게 평면도를 조합하는건 작가의 전작 "이상한 그림"도 연상되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이 리포트는 전편만 발표되었고, 세뇌 방식이나 수행의 실체가 담긴 후편은 결국 발표되지 못했다며 수수께끼를 남기는 결말도 좋았고요.
“방을 잇는 실 전화기”는 어린 시절 실 전화기로 아버지와 대화하던 기억을 가진 가사하라 지에의 이야기입니다. 이웃 마쓰에 집 화재 사건 이후 아버지가 떠난 뒤, 지에는 실 전화기의 줄 길이가 이상하게 길고, 실 끝은 아버지 침실이 아니라 예전에 옆집 마쓰에 부인이 분신 자살했던 방으로 이어진다는걸 알게 됩니다. 지에는 그날 밤 아버지가 횡설수설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마쓰에 부인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추리합니다. 실 전화기 길이로 이어지는 추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달아날 수 없는 연립주택”은 과거 사채 때문에 어린 아들과 함께 조직의 감시 아래 연립주택 ‘오키토’에서 매춘을 강요당했던 아케미 씨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그녀는 같은 처지였던 옆 방의 왼팔이 없는 야에코 씨와 친해졌는데, 야에코는 아케미의 아들 미쓰루를 구하려다 교통사고로 오른다리마저 잃고 말았지요.
여기서는 평면도나 주택 구조는 그리 특이할건 없습니다. 그러나 아케미는 당시 한 번의 매춘에 십만 엔을 받았다고 회상했는데, 그 금액은 터무니없는 고액입니다. 2층에 고작 네 명만 거주했고, 1층은 감시조였다는 구조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었고요. 여기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11편의 이야기 모두 컬트 종교단체 ‘재생회’와 그 본거지인 ‘재생의 성역’을 중심으로 벌어졌다는게 밝혀집니다. 우선 재생회의 기묘한 수행은 성역 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성모의 몸을 딴 성역에서 신자들은 자궁 위치에서 숙면을 취합니다. 이는 성모의 몸속에 있는 태아와, 출산을 은유한 과정으로 신자들은 모두 성모의 자식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이한 집 구조들도 모두 재생회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성역'과 똑같이 개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재생회의 주 수익원도 성역처럼 집을 개축하는 공사였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인물은 히쿠라 하우스의 사장이었습니다. 그는 재생회의 간부이기도 했으니까요. 대표적인건 “딱 한 번 나타난 방”에서 드러난 이루마의 집 구조입니다. 이루마의 부모는 이루마의 죄를 씻기 위해 집을 성역처럼 만든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에요. 지에의 아버지는 마쓰에 부인과 불륜 관계였습니다. 실 전화기 길이와 방해물이 없어야 하는 특징을 생각하면, 그는 발화 현장이 아니라 부인 침실에서 전화를 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진상은, 지에 아버지는 그날 부인을 살해한게 아니라 사체를 발견했던 겁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유서를 읽는 소리였고요. 부인이 자살했던 이유는 불륜으로 인한 임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쓰에 씨 남편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불륜을 감추기 위해 아내 시신을 벽장 안에 넣고 태웠는데, 이 때 불이 번져 죽고 말았던 것이지요. 지에의 아버지는 이후 죄책감으로 재생회에 들어간 뒤, 또 다른 불륜으로 태어난 미쓰루를 위해 집을 개축까지 했지만, 결국 미쓰루가 학대로 죽자 재생회의 사상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심장 위치 방문을 잠그고 자살했습니다. '성모'의 죽음을 실제로 행동을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재생회 신자들은 대부분 ‘죄를 물려받은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즉, 불륜으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네기시 씨 어머니의 냉대와 집 개축 이유도 이해가 됩니다. 네기시 씨는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났고, 미숙아였기 때문에 출산 당시 혈액형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혹시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해 혈액형이 드러날까 봐, 딸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과보호하면서도 동시에 냉정했던 것이고, 집을 성역에 가깝게 개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방의 배치를 보면, 어머니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걸로 보이는데 이 역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아울러, ‘물레방앗간’은 기요치카가 딸 오키누를 낳기 위한 장소로 만든 공간이었습니다. 그 안의 움푹 팬 부분은 아이를 숨겨두기 위한 임시 대피소였고, 그 딸이 바로 야에코였습니다. 오랜 시간 그 안에 숨어 있다가 팔이 끼어 괴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미쓰코가 음모로 죽게 만든 인물 역시 야에코였습니다. 야에코가 숨기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의족이었지요.
또한 ‘오키토’의 이야기에서 남겨진 수수께끼를 통해, 실제로 매춘을 했던 사람들은 어머니들이 아니라 그들의 아이들이었다는게 밝혀집니다. 히쿠라 하우스 사장은 야에코의 딸을 매춘 상대로 삼았다가 결국 결혼까지 했던 겁니다.
결국 이 모든건 야에코의 딸이 어린 시절 자신을 매춘에 내몬 어머니를 증오했으며, 그 복수로 어머니의 신체 결함을 본떠 전국에 같은 구조의 집들을 퍼뜨리기 위해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진상으로 마무리됩니다. 히쿠라 하우스 사장은 죄책감 탓에 아내의 요구에 따라 야에코를 ‘성모’로 삼고 재생회를 만들었고, 이후 신도들의 집을 성역처럼 개축하는 등의 행위에도 군말없이 따랐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딸을 조종해 야에코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요
이렇게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쉽게 읽힙니다. 무엇보다 집의 평면도를 소재로 이런 서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특징적인 여성의 몸을 가진 집의 평면도'를 구상한 뒤, 이 설정과 진상에서부터 역순으로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창작 과정이 궁금해 집니다.
단편 하나하나도 추리물로서 수준이 높은 이야기가 제법 되고요. 각 단편마다 추리적으로도 인상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어둠을 키우는 집”에서는 쓰하라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엉망으로 설계된 집 구조 때문이라는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평면도만 보고 그런 추리를 이끌어낸 전개도 흥미로웠고, 진상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소년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할머니를 해치려는 걸 막으려다 우발적인 사고가 벌어졌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소년 혼자 칼에 상처를 입었던 점, 할머니가 어머니의 비명 소리에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등 다양한 단서를 조합하며 추리의 실마리를 만들어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숲 속의 물레방앗간”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면 내벽이 움직이는 구조에 대한 미즈나시 우키의 추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오른쪽 방의 벽에 있던 움푹 팬 공간 쪽으로 벽을 조이게 하여, 안에 있는 사람이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는 자세가 되도록 만든 구조였는데, 이는 마치 죄인이 참회하는 자세와 닮아 있었습니다. 실제 그 방향에 사당이 있었다는 점도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딱 한 번 나타난 방”에서는 비밀방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네 가지 단서—① 갑작스러운 현기증 이후 문이 보였다는 점, ② 문을 열자 작은 방이 나왔다는 점, ③ 그 방의 바닥이 다다미 반 장 크기의 정사각형이었다는 점, ④ 상자 안에 무언가 무서운 것이 있었다는 점—와 함께 이루마 씨 아버지의 직업, 2004년의 지진, 미닫이문의 구조 같은 현실적인 단서들이 함께 제시되면서, 평면도를 기반으로 직접 추리하는 재미가 잘 살아 있었습니다.
다만 11편의 단편들은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편차가 있습니다. 일부 이야기는 독립된 단편으로서 완결되지 않고, 결말에서 쓰일 단서 제공에 그치기 때문에 연작 ‘단편집’이라 보기엔 다소 애매한 구성이 됩니다. 물론 결말에서 이 단점이 일정 부분 해소되기는 하지만, 전편이 모두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쥐덫의 집”에서는 히쿠라 하우스 사장의 딸 미쓰코가 하야사카와 억지로 친구가 되어, 할머니 야에코를 죽음으로 이끈 음모가 전개됩니다. 하지만 미쓰코와 만화 취향이 전혀 맞지 않았고, 책장이 잠겨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 추리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하야사카를 굳이 끌어들일 이유도 명확하지 않으며, 건설회사 사장의 어머니가 자사 설계로 인해 사고사했다면 그 자체로 큰 스캔들일 텐데도 이런 위험성 큰 일을 벌인다는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거기 있었던 사고 물건”에서는 물레방앗간에서 발견된 ‘백로’가 사실은 오키누의 시신이었다는 추리가 제시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습니다. 아무리 오래전 일이라고 해도 시체 발견이라는 큰 사건이 지역 신문 기사나 사람들의 기억에도 남지 않았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아저씨의 집”은 학대받다 굶어 죽은 소년의 일기라는 설정인데, 그 일기가 죽기 직전까지 어떻게 쓰였고 어떻게 세상에 나와 발표까지 되었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살인 현장으로 향하는 발소리”에서 아내 사체를 불태운 마쓰이 씨가 왜 미처 도망치지 못했는지도 납득이 어렵고요.
또한 몇몇 단편은 전체 흐름상 불필요하게 느껴집니다. “아저씨의 집”은 “딱 한 번 나타난 방”에서 신도들이 집을 개축하고 감축했다는 정보가 이미 충분히 제시되기 때문에 굳이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거기 있었던 사고 물건” 역시 “숲 속의 물레방앗간”에 정보를 보완하는 정도로 대체할 수 있었고, “살인 현장으로 향하는 발소리”도 전편인 “방을 잇는 실 전화기”의 내용을 시점만 바꿔 반복한 것에 가까워 정보의 추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단지 마쓰이 씨에게 30분의 여유가 있었다는 점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거든요.
몇몇 이야기는 설정이 지나치게 과합니다. "숲 속의 물레방앗간"이 대표적입니다. 지역 유지였던 아즈마 키요치카가 불륜으로 낳은 아이를 숨기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이런 거대하고 수상한 건물을 만든다는건 말도 안되니까요. 야에코가 팔을 잃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도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재생회 신도들이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친 억지였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핵심 인물인 야에코의 딸이 끝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녀의 증오가 이야기의 중심 동기인데도, 구체적인 내면 묘사나 행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독자가 감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야에코가 자신의 장애를 숨기려 했던 인물인데, 그런 야에코의 몸을 본떠 건물을 전국에 짓게 만들었다는 것도 그리 와 닿지는 않습니다. 복수가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건물 외형만 보고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탓입니다. 치부를 아무도 모르게 전국에 설치했다!는게 과연 복수가 될까요?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이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면도를 바탕으로 한 개별 단편의 아이디어와 추리는 충분히 인상적이니까요. 몇몇 이야기는 제법 서늘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