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챗GPT를 이용한 지브리 스타일 일러스트 열풍에 동참해 봅니다. "경성 탐정록"의 설홍주와 왕도손을 그리도록 시켜보았습니다.
결과물이 정말 그럴싸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뒤이어 제가 좋아하는 브루스 팀 스타일로도 만들어 보았는데, 이건 좀 미묘하네요. 여튼, 다른 스타일도 계속 시도해봐야겠습니다.
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최근 유행하는, 챗GPT를 이용한 지브리 스타일 일러스트 열풍에 동참해 봅니다. "경성 탐정록"의 설홍주와 왕도손을 그리도록 시켜보았습니다.
결과물이 정말 그럴싸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뒤이어 제가 좋아하는 브루스 팀 스타일로도 만들어 보았는데, 이건 좀 미묘하네요. 여튼, 다른 스타일도 계속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 전쟁과 군복의 역사 - ![]() 쓰지모토 요시후미 지음, 쓰지모토 레이코 그림, 김효진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AK 트리비아 북 시리즈입니다. 일본의 역사학자이자 군사사 전문가인 쓰지모토 요시후미가 집필한 책으로, 전쟁과 군복이 어떻게 함께 진화해왔는지를 방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조명합니다. 인류 최초로 군복 개념이 등장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기를 시작으로,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군복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시대별, 지역별 군복의 변화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복식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초로 근대적인 군대를 창설했다는 스웨덴의 구스타브 아돌프와 독일의 효웅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의 격돌, 오스만 제국과 기독교 제국의 결전에서 대활약했던 폴란드 왕 얀 3세의 유익 기병대 '후사리아(윙드 후사르)' 이야기, 군인왕 프리드리히의 생애 등 군복과 불가분한 주요 전사 및 영웅들의 활약상을 병행해 설명해 주는 덕분입니다.
당연히 복식에 대한 설명도 상세합니다. 폴란드 중장기병 후사리아의 복장 묘사처럼요. 등에 장착한 거대한 스크시드워(천사의 날개 모양 장식)부터, 장창 코피아, 휘어진 군도 사블라, 2미터 장검 콘체슈, 권총 반돌레트, 동양풍 투구 시샤크, 어깨에 걸친 표범 가죽까지 장비 일체를 착용 이유와 이후 발전 상황 등까지 모두 알려줍니다. 아래와 같이 도판도 함께 제시되고요.
복식으로서의 군복에 대한 정보도 흥미롭습니다. 군복이 화려한 원색으로 구성되었던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화약은 짙은 연기를 발생시켰기 때문에 전장의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총기의 명중률도 낮아 병사들이 적의 사격을 피하는 것보다 아군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원색과 금·은 자수, 매듭 장식이 선호되었다고 하네요. 또, 화려한 군복은 군대의 상징이자 국가 권위의 표상으로 기능해서 루이 14세와 나폴레옹이 이를 의도적으로 장려했다는 설명은 군복이 단순한 실용품이 아닌 국가 전략의 일부였음을 보여주고요. 또한 병사들에게 눈에 띄는 군복을 입히면 탈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도 그럴듯한 해석이었습니다.
프랑스 총사대의 복장, 이른바 '타바드'에 대한 고증 또한 세밀합니다. 대부분 대중매체에서 보아온 파란색 상의는 실은 루이 14세 시대의 것이며, 루이 13세나 리슐리외 추기경 시대에는 다른 복장이었다고 하네요. '늑골복'이라 불린 헝가리계 경기병의 복장이 오스만 제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그 외에도 1848년 무렵, 재인도 영국군의 선도 군단(Corps of Guides)을 이끈 해리 버넷 럼스덴 중위(후에 중장. 1821~1896 년)가 고안한 진흙으로 염색한 군복을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된 우르두어에 카키 (Khaki, 진흙 색)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카키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는 처음으로 전장에서의 위장 효과를 의식한 군복이라던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 세계 최강의 패권국은 대영제국으로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영국 육군이 전 세계에 유행시킨 세 가지 아이템은 승마 바지와 승마 부츠의 조합, 어깨에 두르는 샘 브라운 벨트, 오늘날 일반 신사복으로 널리 정착한 '트렌치코트' 이고, 세계 최초의 위장복은 2차대전 독일 친위대가 도입했다는 등의 재미난 정보가 가득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다소 산만하고 두서없이 전개되는 감이 있기는 합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주로 근대 유럽에 치우쳤다는 비중 문제도 있고요. 또한 소개된 내용들의 출처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학술적 깊이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복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전사(戰史)'와 함께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전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책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 | 산마처럼 비웃는 것 - ![]()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
도쿄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고키 가문의 넷째 노부요시는 미뤄두었던 성인식을 위해 고향 구마도로 귀향했다. 산속 사당을 순례하던 중 길을 잃고 흉산 부름산에 들어선 노부요시는 가스미 가문의 다쓰이치 일가와 하룻밤을 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 다쓰이치 가족은 밀실인 집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들을 찾아나선 노부요시는 과거 광부와 사기꾼들이 살해되었다는 금광터 여섯 무덤굴에서 망자의 비명을 듣고 도망치다가 사악한 존재까지 목격하고 마음에 병이 들고 말았다.
도조 겐야는 노부요시의 병든 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구마도로 향했다. 지역 유지인 리키하라와 부름산에 오른 겐야는 다쓰이치의 집에서 얼굴이 불타고, 구전 동요의 지장 형태를 한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다쓰지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다쓰지 아들 고지의 시신이 흑색지장 사당에서 역시 동요에 나오는 처참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후 리키하라도 실종되었고, 겐야는 다니후지 형사와 함께 여섯 무덤굴에서 토막난 리키하라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쓰지의 장례가 열리던 날, 가설 극장에 불이 나 경찰의 주의가 분산된 사이, 가스미가에 남은 다쓰지의 아버지 단고로, 아내 시마코, 첩 슌기쿠도 동요 속 방식으로 모두 살해당하는데....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찾아 읽는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입니다. 네 번째 출간작으로, 반 년 전에 읽었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바로 전작입니다. 2008년 일본 현지 출간 당시에 각종 랭킹 상위권을 휩쓸었었지요.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그만큼 대담한 추리와 충격적인 진상이 돋보입니다.
진상은 다쓰이치 씨 가족과 다쓰지 씨 가족이 실은 동일 인물이었다는 겁니다. 다쓰이치의 딸 유리는 사실 소년 다쓰하루가 변장한 것이었고, 이들은 마을에 들어온 유랑극단 ‘태평극단’으로 모습을 바꾸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노부요시가 유리에게서 느낀 섬뜩함은, 결국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로 위장한 데서 비롯된 어색함 때문이었습니다. 부스스한 단발머리는 연극 "거미줄 활시위"에 등장하는 단발머리 시동의 가발로, 그것 자체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고요. 고지와 히라히토가 닮은 이유 또한,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다쓰지의 얼굴을 훼손한 이유 역시 이 진상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얼굴이 온전하게 발견되면, 다쓰이치와 다쓰지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금세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쓰지 일가가 변장을 택한 동기도 충분히 납득할 만합니다. 작년 백중 무렵, 다쓰하루가 부름산에서 금이 섞인 암석을 발견했고, 이를 다쓰지 혹은 고지가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산은 가즈토리 가문 소유였고, 가즈토리 리키하라의 사위 마사오는 본격적으로 금을 채굴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었지요. 이대로 가다가는 금을 빼앗기고 채광 기회도 잃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다쓰지 일가는 다쓰이치 가족으로 변장하여 몰래 금을 캐기 시작했던 겁니다.
다쓰이치 가족이 사라진 밀실 트릭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꼬마 유리가 혼자 남아, 두 문의 안쪽에 직접 빗장을 걸고 노부요시가 깨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는 목욕통을 가리는 칸막이 뒤나 침구 속에 몸을 숨겼고, 노부요시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 의아해하는 사이 2층으로 올라가 노부요시가 자던 방에 다시 숨은 것이지요.
이외에도 노부요시가 성인식 도중 겪었던 괴이 현상들에 대해, 겐야의 추리로 합리적인 설명이 덧붙여진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는 야생 여우나 염주 비둘기의 울음이었고, 소름끼치는 절규는 발정기의 야생 여우들이 서로를 부르거나 다른 짐승들과 대치하면서 낸 소리였습니다. ‘산녀’는 실제로 존재하는 노파였으며, 나병에 걸려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게라의 길’이라는 외길을 이용해 이동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나무 위의 시뻘건 불덩이는 날다람쥐였고, ‘어어이’라고 부르는 소리는 형들이 노부요시를 찾으러 산에 들어왔을 때 외친 것이었습니다.
이런 추리를 위한 단서들은 모두 작품 곳곳에 아무렇지 않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단서를 흘려두고, 이를 추리를 통해 조합하여 진상을 드러내는 전개는 정통 본격 추리물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다쓰지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시신 훼손에 사용한 '두꺼비 기름'이 결정적 단서로 작용하는 점은 추리물의 정수를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이 아이템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인물은 다쓰지, 고지, 시마코, 슌기쿠, 다쓰하루, 노부요시 단 여섯 명뿐입니다. 이 중 다쓰지 일가는 모두 살해되었고, 어린아이 다쓰하루가 범인일 수는 없기에 남는 사람은 노부요시뿐입니다.
다쓰이치 가족의 정체를 밝혀내는 단서로, 소노코의 혼례 시간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활용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노부요시가 소지한 물건 중 상대가 알지 못했던 건 혼례 시간 변경을 알리는 편지뿐이었고, 그걸 읽고 이들이 갑작스레 자리를 떠났다는 걸 통해 정체를 유추해낸 것입니다. 이유는 '태평극단'이 혼례 축하 공연을 하기로 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구전 동요를 따라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는 점이 특징인데, 억지스러운 느낌 없이 공포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이 동요가 ‘금광’의 존재를 암시하는 내용이어서, 사건의 핵심 동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성도 훌륭했습니다.
다만, 도조 겐야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이번 작품은 전개가 조금 처지는 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진상인 ‘다쓰지 일가의 변장’ 설정의 설득력 부족입니다. 아무리 가즈토리 가문과 가스미 가문 사이가 멀어졌다고는 해도, 어릴 적 친구였던 리키하라가 다쓰지를 알아보지 못한 건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폐쇄적인 시골 마을이라는 설정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 단위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가족 모두가 변장을 했어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금광을 몰래 캐기로 했다면 다쓰지와 고지만 변장했어도 충분했으니까요. 아니면 다쓰지만 변장해서 머무르고, 필요할 때만 가족을 불렀으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조 겐야는 처음에는 마사오를, 그 다음에는 수행자 단부로 변장한 다쓰이치, 다쓰지의 동생 다쓰조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이들의 동기는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었습니다. 마사오는 금광을 캐는걸 주장해 왔었기에 이를 반대했던 장인과 몰래 금광을 캐던 다쓰지 일가를 없앨 수 있었고(딸 유리의 실종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었을 것 같고요), 다쓰조는 이미 금광 때문에 여섯 명이나 살해했었으니까요.
반면, 진범인 노부요시의 동기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성인식을 실패한 건 전적으로 자신이 길을 잃었기 때문이며, 다쓰이치 일가가 장난을 쳤다고는 해도, 이로 인해 여섯 명이나 살해한다는 건 지나치게 과장된 반응입니다. 그럴 거였다면,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혔던 형들을 먼저 노렸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요?
또한 금맥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 묘사하다가, 결국 사냥용 총에 사금을 넣어 쏴서 벌인 사기극이었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부분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금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런 사기를 간파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사소하지만 다쓰이치 가족이 나타난건 작년 백중 무렵, 태평극단이 나타난건 작년 여름께라는 두 가지 표현을 사용한건 국내 독자에게는 이해가 힘든 부분이라 아쉬웠고요. 이런건 번역할 때 통일시켜 주는게 좋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시리즈 특유의, 일본 촌락에 전승되는 괴담이 실제 사건과 얽히며 전개되는 플롯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추리물로서도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단점이 커서 감점합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최고작은 아직까지는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