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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7

울버린 : 올드 맨 로건 - 마크 밀러, 스티브 맥니븐 / 임태현 : 별점 2점

울버린 : 올드 맨 로건 - 4점
마크 밀러 지음, 스티브 맥니븐 그림, 임태현 옮김/시공사(만화)

로건 아저씨, 정말 그들과 싸우러 가는 거에요? 악당들을 쓰러뜨리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오려는 거에요?

그럴까 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마블 코믹스 시리즈입니다. 평도 좋고 색다른 맛이 좋다는 작품이라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알려진대로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빌런들과 히어로들이 최종 결전을 벌인 이후, 빌런들이 지배하게 된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울버린은 최종 결전 직전 미스테리오의 환각에 빠져 동료 엑스맨들을 학살한 탓에, 클로를 봉인하고 '로건'이라는 일반인으로서 살아가며 가족을 꾸린 뒤 늙어가는 상황이고요.

지주인 헐크 패밀리에게 지대를 내야 하지만 돈이 없는 상황에 처한 로건 앞에 호크아이가 나타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호크아이는 미대륙 횡단 여행을 도와주면 돈을 준다고 약속하고, 로건은 싸움도 하지 않고 살인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승낙합니다.
이후 이야기는 1,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호크아이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컴비는 여러 히어로들의 잔재와 빌런들이 지배하는 도시를 지나며 숱한 모험을 통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함정이었습니다. 호크아이는 살해되고 말지요. 로건은 레드스컬을 제압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요.
2부에서는 헐크 패밀리가 쳐들어와 가족을 학살한 것을 알게 된 로건이 클로를 꺼내 울버린으로 돌아온 뒤, 헐크 패밀리를 모두 죽이는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잔혹한 복수극이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북두의 권"이 떠올랐습니다. 무조건 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육탄전 중심이라는 점도 비슷했으니까요. 하드 고어라고 불러도 무방할 작화 역시 마찬가지인데, 작화는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마블 코믹스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화끈합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성공했지만, 가족이 죽어버려 복수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서부극 느낌도 전해줍니다. "웨스턴 리벤지"와 분위기만큼은 아주 똑같더라고요. 목장이 중심이 된 배경 및 다른 소품들,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이런 느낌을 뒷받침해 주고요.

그런데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미국 만화 특유의 문제점이기는 한데, 히어로들이 어떻게 패배했는지, 헐크가 왜 악당이 되었는지, 그의 패밀리는 왜 식인종 집단이 되었는지 등 기본 설정들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탓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여러 히어로들의 잔재나 호크아이의 딸 이야기도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나지 못합니다. 솔직히 1부에 해당하는 호크아이와 함께한 모험 이야기는 일종의 추억팔이에 불과해요. 차라리 설명을 보강하고 2부 이야기에 치중하는게 이야기의 완성도는 더 높았을 겁니다.

파워 밸런스도 문제입니다. 1부의 최종 보스인 레드 스컬, 2부의 최종 보스인 헐크 브루스 배너 모두 울버린에게 너무 쉽게 제압되기 때문입니다. 2부의 헐크는 울버린을 산채로 잡아먹지만, 힐링 팩터로 부활한 울버린에게 내부부터 파괴되어 패배한다는 설정이라 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최종 보스답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헐크 패밀리와 헐크의 최후가 실망스러운건, 이렇게 허약한 놈들 때문에 울버린이 가족을 잃었다는게 어찌보면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진작에 다 쓸어버렸으면 됐잖아요?

그래서 충격적인 세게관과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작화를 제외하고는 좋은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종의 평행 우주를 다룬 외전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지만 선뜻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14/10/22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 브라이언 싱어 : 별점 2.5점

트라스크 박사가 발명한, 돌연변이 (뮤턴트)를 찾아내어 살육하는 센티널 때문에 X맨들은 전멸의 위기에 빠졌다. 그들은 키티 프라이드의 능력으로 울버린을 1973년 과거로 보내어 현재를 바꾸려고 시도했고, 무사히 과거에 도착한 울버린이 찰스 (자비에르)와 에릭 (매그니토)와 함께 사건의 발단이 된 레이븐 (미스틱)을 막으려고 노력해 나갔다. 한편 미래의 X맨들에게 센티넬 대부대의 공격이 시작되는데...

출장 중 감상한 영화 두 번째 작품. 시리즈의 최신작이죠. 그동안 날개 없이 추락하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간만에 복귀했군요.

작품의 특징이라면 이전 X맨 3부작과 리부트된 전작의 세계관을 이어준다는 겁니다. 그러나 단순한 연결고리는 아닙니다.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시점에서의 액션씬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뮤턴트들의 멋진 액션들이 굉장히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링크의 능력이 아주 멋졌어요. 악역인 궁극 병기 센티넬의 강함도 인상적으로 표현되고요. 최강자 중 한 명이라 생각했던 스톰의 죽음 등 X맨들이 하나씩 박살나는 묘사는 나름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작난다’는 표현이 적당했거든요.

그에 비해 과거에서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액션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한 느낌이라 화려함은 덜합니다. 그래도 퀵실버의 등장과 활약은 명불허전이었고, 마그네토 역시 기차 레일로 센티넬을 장악하는 장면 등에서 기대에 걸맞는 최강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초능력의 특성상 뭔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힘든 찰스(자비에르)가 능력을 회복한 뒤, 공항에서 레이븐(미스틱)과 일종의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 씬은 정말 명장면이었어요. 또 그간 비중이 적었던 레이븐 (미스틱)의 활약이 멋지게 그려진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중간까지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마지막 대단원을 장식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진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 외에도 제 출생년도와 같은 1973년이 무대라는 것도 아주 반가웠는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디테일이 상당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안겨줍니다. 의상이나 자동차와 같은 소품은 물론, 케네디 암살이라는 토픽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했습니다. 일단 울버린은 처음 등장해서 조무라기 악당들을 해치우는 것 외에는 당최 하는 게 없어서 울버린 빠로서는 실망스러웠어요. 마그네토도 좋아하는데 하이라이트 장면에서의 모습은 비행하는 폼이라던가 의상이 뭔가 코스프레한 듯이 어색해서 별로였고요.

세세한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한 전개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마그네토(에릭)가 트라스크 박사 습격 장소에서 레이븐을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냥 트라스크 박사를 죽이고 레이븐을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레이븐이 스트라이커에게 사로잡히지 않은 것으로도 미래가 바뀌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다리를 쓰면 초능력을 못 쓴다는 찰스의 설정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불구가 된 건 총알에 맞아서인데, 백신은 뮤턴트 능력을 억제하는 것이니 전혀 관계가 없어요. 마지막으로 마그네토(에릭)가 센티넬을 자기 것으로 만든 시점에서 왜 야구장을 들어다 놓는 쇼를 펼치는지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위해 만들었다는 센티넬이 공개 장소에서 인간을 때려잡는 영상만 나가도 박사와 센티넬을 뭉개버리기에는 충분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나쁘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리부트였던 전작보다는 스토리의 탄탄함이 부족해 보입니다. 미스틱의 활약이 괜찮다고 쓰기는 했지만 울버린이나 다른 액션 히어로가 활약하는 게 화려함 면에서는 더 도움이 되었을 테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세계관을 잘 짜 맞추면서 재미를 주는 데에도 성공한 만큼 후속작도 기대해 볼 만할 것 같네요.

덧 1 : 늙지 않는다는 울버린이 많이 늙은 게 티가 나서 안타까웠습니다.

덧 2 : 마그네토는 대체 어떻게 나는 겁니까?

2015/01/15

하우스 오브 엠 -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외 / 최원서 : 별점 3점

하우스 오브 엠 - 6점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외 지음, 최원서 옮김/시공사

스칼렛 위치가 잉태했다가 잃은 두 아이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녀를 죽이러 오는 어벤져스를 막기 위한 퀵실버의 설득으로 스칼렛 위치의 능력이 최대급으로 발현되었다. 그 결과, 뮤턴트가 세계를 지배하고 매그니토 가문이 그 정점에 있는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데....

"만약에..." 설정으로 기존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관을 그린 엑스맨 이슈. 마블 히어로 시리즈 중에서도 유명한 작품 중 하나라 들었습니다.

특징이라면 "만약에..." 설정을 기존 세계관과 통합하여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스칼렛 위치의 능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설정이 반영된 또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원래 세계관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색다른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년에 감상했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물이긴 하지만요.

뮤턴트가 정점에 있다는 세계관이 꽤 그럴듯하고, 여러 히어로들이 뒤바뀐 인생을 살아가는 등 팬으로서 즐길 거리가 많았습니다. 마지막 스칼렛 위치의 대사인 "뮤턴트는 이제 그만!"("No more Mutants!")으로 촉발되는 또 다른 현실 역시도 아주 인상적이고요.

그러나 No more Mutants 이후 능력이 사라지는 뮤턴트와 유지하게 된 뮤턴트들의 구분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리고 울버린이 이전 현실의 기억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뜬금없이 이전 현실의 기억을 되돌리는 능력자 레일라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분은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지녔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입니다. 작화도 뛰어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6/11/05

프레스티지(Prestige) - 크리스토퍼 놀란 (2006) : 별점 4점

19세기 말 영국 런던의 두 마법사, "그레이트 단톤" 앤지어와 "교수" 보든은 과거 수행시절 보든의 실수로 인해 앤지어의 아내가 죽은 뒤 원수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마술쇼를 훼방놓으며 대결하던 중, 앤지어는 보든이 새로 개발한 "순간 이동" 마술의 비법을 파헤치지 못하자 마술 장치 개발자 커터의 도움으로 보다 화려한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보든의 계략으로 쇼가 실패한 뒤, 보든을 협박하여 그의 비법의 단서를 찾은 앤지어는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천재 과학자 테슬라를 만나 보든의 마술 장치를 재현해 줄 것을 부탁한 앤지어.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보든의 계략이었다는걸 알게된 앤지어는 좌절하고 마는데.... 

두 마술사의 잔혹하며 처절한, 어떻게 본다면 유치하기까지한 대결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대결의 핵심은 서로의 "마술"의 트릭(여기서는 비법)을 밝혀 나가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 트릭을 밝히려는 대결이 워낙 흥미진진했고, 짜임새 있는 복선으로 전개되어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메멘토"의 감독답게 시간축을 교묘하게 흔들어서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아울러 마술사들이 각각 서로에게 한방 먹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그래서 뻔한 이야기를 복잡하면서도 색다르게 만드는 편집도 탁월했습니다. 상영시간도 제법 긴데 이렇게 편집의 묘를 잘 살린 덕분에 호흡이 딱딱 맞아 떨어지며, 긴장을 조이고 푸는 맛도 빼어납니다.

둘 사이의 두뇌게임도 치밀했고, 마술의 트릭을 밝히는 과정 역시 뒷부분에서 관객이 거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면서 제대로 단서를 전달해줄 정도로 추리의 묘가 잘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트릭은 좀 허황되지만, 추리 스릴러 물로서의 가치도 높은 편이에요. 반전의 맛도 살아있고요. 물론 정통파는 아니라 약간 사도에 가까와서 취향을 좀 탈 수는 있겠습니다만...

시각적으로도 당시의 고풍스러운 시대상황을 잘 살리면서도 마술쇼의 화려함을 여과없이 보여주도록 촬영되어서 풍성합니다. 마술 소도구와 여러 "비법" 들에 대한 묘사 역시 재미가 넘치고요. 캐스팅도 완벽해서 보든 역의 크리스챤 베일은 예의 사악하면서도 냉정한 연기를 잘 보여주며, 마이클 케인의 묵직한 연기도 좋습니다. 단 휴 잭맨의 앤지어 연기는 좋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울버린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서 약간 아쉽더군요. 아울러 스칼렛 요한슨은 정말 조연 2 정도의 비중이라 왜 포스터 한 가운데에 떡하니 나와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요한슨 팬이라면 실망하실수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수조들을 불빛이 관통해서 안에 들어있는 엔지어의 시체를 전부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쿵 들긴 했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부분은 제가 보기에는 그다지 흠 잡을데 없는, 전체적으로 크게 무리없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책을 사기는 좀 부담되니 집에 있는 니콜라 테슬라 전기나 일단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