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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3

부머랭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 신용태 : 별점 3점

부머랭 살인사건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해문출판사

영국 웨일즈 지방의 작은 해안도시 마치볼트. 그곳 교구 목사의 아들 바비 존스는 골프를 치던 중에 한 사내의 죽음을 목격한다. 사내가 죽어가며 남긴 말은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
바비는 검시심문에서 죽은 남자 알렉스 프리처드의 여동생을 만나 몇가지 정보를 주고 사건을 잊어버리지만 그 직후 바비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급기야는 죽을 뻔 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 후 그는 생명을 지키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마을 제일 귀족의 딸 레이드 프랜시스 더웨트 - 프랭키 와 같이 사나이의 죽음과 관련된 위험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애거서 여사의 모험소설(?). 두 남녀의 유쾌한 이야기가 시종일관 지루하지 않게 펼쳐져서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정통 추리물에 비한다면 추리적인 내용은 좀 약하지만 사건의 인과관계가 확실하고 복선도 잘 짜여져 있고요. 확실히 여사님이 거장이구나 싶은 느낌이에요.
또 캐릭터들이 굉장히 생생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사악하고 치밀하며 유머스러운 악당 로저의 캐릭터가 정말 대단해요! 독특할 뿐더러 개성이 넘쳐 이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들 정도에요.
프랭키는 제가 싫어하는 여사의 부르조아틱한 취향을 반영한 귀족 딸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다지 귀족 답지 않은, 오히려 왈가닥 아가씨의 전형처럼 그려져 있어서 부담이 덜하고 목사의 아들 바비와 연결되는 엔딩이 꽤 그럴 듯 하다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여사님이 소일거리삼아 쉽게 쓴 느낌이 강합니다. 마지막 대 위기의 상황에서 바비의 친구 배저가 난데없이 등장해서 상황을 역전시키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복선이고 뭐고 없이 우연에 의지할 뿐이라 많이 황당했어요.

그래도 짤막하게 킬링 타임용으로 읽기에는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토미-터펜스 부부류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 역시 즐길 요소가 많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런데 원제대로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로 출판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전혀 상관없는 "부머랭"이 갑자기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제대로 출판된 다른 출판사 책도 있긴 하지만 해문판이 마음에 드는데, 이런 것들은 앞으로라도 좀 신경써 주었으면 하네요.

2016/03/26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유키 쇼지 / 김선영 : 별점 2.5점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6점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나"는 사이공으로 파견된 니치난 무역 사원으로 직무와 함께 도쿄 복귀 예정이었던 전임자 가토리의 실종 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아낼 의무까지 지게 되었다. 나는 가토리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훈, 그리고 임시 거처 양양관의 수상쩍은 이웃들인 득, 토 등과 얽히며 복잡한 베트남의 정치적 세력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싸움의 한복판으로 휘말려 들어가는데....

일본 추리 문학사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스파이 소설의 고전.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에서 무려 19위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베트남 전쟁 직전의 남베트남을 무대로 평범한 일본 파견 주재원인 주인공이 목숨이 위태로운 첩보전의 세계에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꽤나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반면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 볼만한 정교한 작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모리가키의 덫에 걸린 것에 불과하니까요. 우연이기는 하지만 사택을 빠져나와 양양관에 머물게 된 시점부터요. 주인공이 한 일이라곤 모리가키의 부탁으로 옆방 토에게 서류를 전해준 게 전부고요.
물론 주인공이 우편배달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토리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두 세력 - 응오딘지엠 정부 전복을 노리는 세력과 베트콩 세력 - 모두에게 쫓기게 되고,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제목이기도 한 "고메스의 이름은..." 이라는 말을 살해당한 "초"로부터 들은 이후는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여러 사건이 벌어져서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아울러 베트남 전쟁 직전의 베트남에 대한 묘사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밝히듯 당시 베트남을 방문하지 못하고 한정된 자료로 썼다는데, 그런 것 치고는 사이공과 여러 유명 장소에 대한 묘사 모두 괜찮았어요. 저도 가보지도 못하고 당시를 살아보지 못했으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럴듯하다는걸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명 식당과 클럽, 주인공이 휘말린 양대 조직과 조직원들의 묘사 모두 말이죠.

또 잔류 일본군을 소재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고메스를 자칭한 전화를 일본어로 한 이유는, 베트남어와 프랑스어로 주인공과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약간의 트릭처럼 사용되기도 하는데 작품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오히려 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예요.

하지만 과연 이게 스파이 소설인가? 하는 의문은 생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주인공은 스파이가 아니고 별다른 작전이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스파이의 사전적 의미는 "수단을 써서 적이나 또는 경쟁 상대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 통보하는 사람"인데, 주인공은 그냥 봉투 전해주는 운반책일 뿐입니다. 그것도 끝까지요.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아무리 일반인이라도 결국 특정 조직을 위해 싸워나가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즉,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험물이나 재난물(?)일 수는 있지만 스파이 소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인공과 가토리를 진짜 스파이 모리가키가 끌어들인 이유 역시 불분명합니다. 몰래 봉투를 전해주기 위한 의도였다면 양양관에 거주하게만 해도 충분했을 거예요. 같은 일본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자주 방문한다, 정도의 핑계를 대고 방문한 후 돌아갈 때 직접 옆집 문 앞에 봉투를 던져 놓는 정도로도 가능했을 일이니까요.

게다가 결말이 시시하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무엇보다도 고메스가 누구였는지 중요치 않다는 건 정말 문제예요. 고메스는 그냥 고메스로, 어차피 주인공과는 별 관계없는 베트콩 조직 내 암호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게 뭔가 싶더군요. 최소한 "부머랭 살인사건"에서의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라던가 "39계단"의 "39계단" 정도의 의미와 용도는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는 식으로요. 허나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수사와 미행을 통해 사건에 개입하고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이 말은 하등의 상관이 없어요. 이렇게 소재를 낭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그나마 조직에서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만큼은 긴박감이 넘치지만 이 역시 모리가키의 변덕에 불과할 뿐더러 운이 많이 좌우하기에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묘사도 매력적이고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위의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고전으로 일상계 스파이물이라는 독특함은 있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슈퍼 스파이들이 난무하는 지금 시점에 먹힐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딱히 고전을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5/06/01

브랫 패러의 비밀 - 조세핀 테이 / 권영주 : 별점 2.5점

브랫 패러의 비밀 - 6점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방 명문가 애시비가의 맏아들 패트릭이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8년 후, 그의 쌍둥이 동생 '사이먼'의 성년식을 앞둔 어느 날 패트릭이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패트릭이 아닌 고아 출신의 브랫 패러였다. 그는 우연히 애시비가의 지인을 만난 뒤, 패트릭으로 행세하여 유산을 상속받으려는 사기를 벌이려 했다. 사이먼과 꼭 닮은 외모에 더해 완벽한 교육으로 주변 모든 인물들에게 패트릭으로 인정받는데 성공하나 단 한명, 사이먼만 그가 패트릭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는데.....

"진리는 시간의 딸",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등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발표한 조세핀 테이 여사가 1949년 발표한 장편 소설.

그러나 예상 외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추리적으로 특기할만한 부분이 없는 탓이 큽니다. 특히나 제일 중요한 패트릭 죽음의 진상은 처음 보자마자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비슷한 작품을 많이 읽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패트릭이 8년만에 나타난 뒤, 모든 사람들이 그가 진짜 패트릭이라고 인정했지만 사이먼만큼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보자마자(가짜임을 알면서도) 안도했다는 이야기의 진상은 무엇이겠어요? 당연히 사이먼이 패트릭을 죽였다는 것 뿐이지요.

사이먼의 범죄에 딱히 대단한 트릭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수색하는 척 하고 유언장을 가져다 놓은 것이 전부라서 허무합니다. 형과 쌍둥이였다는 설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했었어야 할텐데, 그다지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는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울러 설정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입니다. 8년전 사건 발생 당시 수색이 부실했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역 유지의 귀한 아들이 사라졌는데 수색을 이렇게 대충 할 수 있을까요? 찾아온지 며칠 되지도 않는 브랫 패러가 모든 것을 눈치챈 후, 단박에 수색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찾아낸다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이런 생각을 더 강하게 들게 만듭니다. 물론 패트릭의 유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만, 작중 언급되듯이 유서 자체가 자살을 "암시"할 뿐 자살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볼 때 더 철저한 수색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줄거리 요약대로 누군가와 닮은 사기꾼이 상속 재산을 노린다는, 흔하게 접하는 내용을 가지고 이만큼의 재미를 뽑아낸다는 것은 확실히 놀라워요. "뉴요커"지의 평이 '"진짜인 척하는 가짜", 이런 내용을 담은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이다.' 였다는데 충분히 수긍할만했습니다.

또 거장답구나 싶은 부분도 많은데 그 중에서도 묘사가 특히나 인상적이에요. 예를 들자면 브랫 패러의 시점으로 사이먼이라는 인물의 심정 변화를 알려주는 디테일들을 들 수 있습니다. 페기 게이츠의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명마를 사 준 뒤에 보이는 사이먼의 심리 묘사 같은 것 말이죠. 이렇게 사소한 것을 통해 독자에게 어떤 인물의 됨됨이를 쉽게 이해시키는 재주는 아무나 부릴 수 있는게 아니라 생각되네요. 전형적인 영국풍 묘사, 영국 작가의 시각이 담뿍 묻어나는 유머러스한 표현들도 상당한 재미를 가져다 주고요. 예를 들자면 '그가 영국 중산층에 대한 이미지를 미국 영화에서 얻은 것처럼 대령이라는 종족에 대한 이미지는 영국 신문에서 얻은 것이었는데, 잘못된 것은 둘 다 매한가지였다.' 같은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영국에 대해 대체로 유머러스하게,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돋보입니다.

아울러 애거서 여사님의 모험물스러운 -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부머랭 살인사건" - 완벽한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결국 사랑도 이루고, 자신의 뿌리까지 찾는다는 고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결말이니 더 말해 무얼하겠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한 복선을 활용해 사이먼과 브랫 패러가 왜 닮았는지 설명해주는 꼼꼼함도 제법이고요.

결론내리자면 거장의 범작이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적으로 아쉬운 탓이 큰데, 브랫 패러가 패트릭인 척 하는 사기를 치고 있어서 사이먼의 범행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가는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점만큼은 정말 빼어났는데 마지막 몇페이지 정도에서만 효과적으로 사용될 뿐이라 좀 아까웠거든요.

비록 별점은 평범하지만 재미 하나만큼은 빠지는 작품이 아니고 이래저래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만큼 고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 1 : 한가지 궁금한 것은. 이야기 중반에 굉장히 화제가 되는 사건인 "트렁크 토막 사체 사건"이 몇번이나 언급되는 것입니다. 이야기 전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이것도 무슨 거장의 장치가 아닌가 싶어 읽는 내내 신경이 쓰였거든요. 저와 같은 독자를 낚고, 독자의 주의를 끌기 위한 장치라면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기는 했지만... 왜 그랬어야 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하나의 큰 줄기로 우직하게 몰고가는 느낌이 희석되어 외려 작품에는 감점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덧 2 : 몇번 영상화되었다고 하는데 80년대 TV 시리즈는 데일리모션에 전편이 올라와 있네요. 제 기대와는 캐스팅이 사뭇 다릅니다만...

2013/10/01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 공유드립니다.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다운 이벤트군요. 아이디어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벤트에 포함된 절판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적색은 저도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희귀한 작품도 있지만 고려원과 해문쪽 추리걸작선은 아직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증명 시리즈나 스카페타 시리즈같이 재간된 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비밀일기>와 같이 전체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첨에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가 앞으로 출판사를 하게 된다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네요. 저만의 절판본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한번 관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탐나는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환상특급"과 P.D 제임스 시리즈이며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라면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레이디킬러"를 꼽겠습니다.

  •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이춘열 옮김/ 시공사/ 1995.
  • 신들의 사회/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4.
  • 낙원의 샘/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9.
  • 순간의 적/ 로스 맥도널드/ 김연남 옮김/ 홍원/ 1994.
  • 코스믹 러브/ 로저 젤라즈니 외/ 박상준 엮음/ 사울창작/ 1994.
  •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유명우 옮김/ 1994.
  • 앰버 연대기(1, 2, 3, 4, 5)/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예문/ 1999.
  • 에드가상수상작품집Ⅱ/ 엘러리 퀸 외/ 정태원 옮김/ 명지사/ 1998.
  • 두동강이 난 남과여/ 히가시노 게이고 외/ 봉성기획/ 1999.
  • 세계 심령 미스터리 사이키/ 로버트 실버버그 외/ 박상준 역음/ 서울창작/ 1994.
  • 숏컷/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집사재/ 1996.
  •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 하라 료 외/ 추리작가협회/ 고려원미디어/ 1993.
  •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4.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스노우 크래쉬(1, 2) 닐 스티븐슨/ 김장환 옮김/ 새와물고기/1996.
  • 플레치/ 그레고리 맥도널드/ 정철호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어서 지킨 약속/ 러브 크래프트 외/ 한경희 편역/ 문학사/ 1994.
  • 인형의 눈(상, 하)/ 베리 우드/ 정영목 옮김/ 동아출판사/ 1994.
  • 천재들의 게임/ F. 폴 윌슨/ 고영휘 옮김/ 십일월출판사/ 1994.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엘리너 설리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4.
  • 결혼해 주세요/ 존 업다이크/ 폴임 옮김/ 밝은세상/ 1993.
  • 죽음의 열립방정식/ 모리무라 세이치/ 정성호 옮김/ 모음사/ 1984.
  • 남아 있는 모든 것/ 패트리샤 콘웰/ 이정환 옮김/ 시공사/ 1994.
  • 두 얼굴의 여자/ 수 크라프튼/ 나채성 옮김/ 큰나무/ 1994.
  • 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정한솔 옮김/ 시공사/ 1993.
  • 검은 휘파람/ 로버트 러들럼/ 홍석연 옮김/ 문지사/ 1998.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정태원 옮김/ 글사랑/ 1995.
  •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정성호 옮김/ 한겨레/ 2001.
  • 강철군화/ 잭 런던/ 차미례 옮김/ 1989.
  • 영원의 아이(상중하)/ 덴도 아라타/ 김난주 옮김/1999.
  •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김소연 옮김/ 2005.
  • 인간 쓰레기/ 아이작 싱어/ 박원현 옮김/ 고려원/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2000.
  •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정태원 옮김/ 1994.
  • 호러 사일런스/ J. G. 발라드 외/ 김성화 옮김/ 1994.
  • 악마 다리/ 코난 도일/ 조용만 옮김/ 학원출판공사/ 1993.
  • 금요일 옷 벗는 도둑/ 마쓰모토 세이초 외/ 정태원 옮김/ 비전/ 1994.
  • 중국 오렌지의 비밀/ 엘러리 퀸/ 이원두 옮김/ 시공사/ 1994.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4.
  • 스나크 사냥/ 루이스 캐럴/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7.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6.
  • 비밀일기/ 스우 타운센드/ 배현나 옮김/ 김영사/ 1986.
  • 야수는 죽어야 한다/ 오오야부 하루히코/ 박영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비밀의 문/ 김내성/ 명지사/ 1994.
  •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닐 게이먼/ 김명렬 옮김/ 2000.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200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1.
  • 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이채윤 옮김/ 데미안/ 2003.
  •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클라크/ 김종원 옮김/ 한양출판/ 1994.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임창성 옮김/ 잎새/ 1992.
  • 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황상훈 옮김/ 황금가지/ 2002.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윤덕주 옮김/ 씨엔씨미디어/ 1999.
  • 맥널리의 모험/ 로렌스 샌더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 1993.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모음 3/ 존딕슨카 외/ 동아출판사/ 1993.
  • 사이코/ 딘 쿤츠/ 신영희 옮김/ 한뜻/ 1997.
  • 발렌타인의 유산/ 스탠리 엘린/ 고경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태양의 유산(1, 2)/ 아사다 지로/ 한은미 옮김/ 시아/ 2000.
  •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1, 2)/ 마루야마 겐지/ 박은주 옮김/ 책세상/ 2000.
  • A2Z/ 야마다 에이미/ 이유정 옮김/ 태동 출판사/ 2004.
  •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이주혜 옮김/ 이레/ 2009.
  • 프로페셔널 킬러/ 토마스 페리/ 최인석 옮김/ 모음사/ 1984.
  •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공경희 옮김/ 대산/ 1999.
  • 나를 기억하라/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임지현 옮김/ 문학사상사/ 1995.`
  • 흔적/ 패트리샤 콘웰/ 조성은 옮김/ 시공사/ 1996.
  • 마지막 대본/ 미키 스필레인/ 정다빈 옮김/ 홍원/ 1993.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김훈/ 문학동네/ 1995.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홍은주 옮김/ 북하우드/ 2006.
  • 메두사/ 이노우에 유케히토/ 송영인 옮김/ 시공사/ 1998.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
  • 플레이보이 SF걸작선[1]/ 필립 K. 딕 외/ 황금가지/ 2003.
  •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최승자 옮김/ 도서출판 민/ 1995.
  • 무서운 사람들/ 얼 스탠리 가드너/ 강성열 옮김/ 세진출판사/ 1991.
  • 파프리카/ 쓰쓰이 야스타카/ 최경희 옮김/ 영림카디털/ 1994.
  •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정탄 옮김/ 끌림/ 2008.
  • 고독의 노랫소리/ 덴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5.
  • 소돔의 성자/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3.
  • 아이스바운드/ 딘 쿤츠/ 안정희 옮김/ 한뜻/ 1996.
  • 불야성/ 하세 세이슈/ 김은아 옮김/ 대원/ 1999.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승진 옮김/ 향연/ 2004.
  •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송경아 옮김/ 웅진/ 2007.
  • 어둠(1, 2)/ 제임스 허버트/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5.
  • 아웃(1, 2, 3)/ 기리노 나쓰오/ 홍영의 옮김/ 다리미디어/ 1999.
  • 대망(1~10)/ 야마오카 소하치/ 박재희 옮김/ 동서문화사/ 1975.
  • 속삭이는 사람들/ 마가리트 밀러/ 현재훈 옮김/해문/1983.
  • 디미트리오스의 관/ 에릭 앰블러/ 이가형 옮김/ 해문/1986.
  • 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88.
  •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신용태 옮김/ 해문/ 1988.
  • 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설영환 옮김/ 해문/ 1989.
  • 연성결(상,하)/ 김용/ 박영창 옮김/ 중원문화사/ 1989.
  •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김석환 옮김/ 해문/ 1989.
  • 중국 황금 살인 사건/ 로베르트 반 훌릭/ 이동진 옮김/ 삼신각/ 1990.
  • 내가 죽인 소녀/ 료 하라/ 박영 옮김/ 청림출판/ 1990.
  • 녹정기(1~11)/ 김용/ 박영창 옮김/중원문화사/1990.
  • 부자연스러운 주검/ P. D. 제임스/ 차근호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1.
  • 피부 밑의 두개골(1,2)/ P. D. 제임스/ 이명성 옮김/ 일시서적출판사/ 1992.
  •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찌/ 이원두 옮김/ 한길사/ 1991.
  • 제3의 사나이/ 그레엄 그린/ 안흥규 옮김/ 문예출판사/ 1991.
  •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박종원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타인의 목/ 조르쥬 심농/ 김수연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열쇠 없는 집/ 얼 비거스/ 유명우 옮김/ 한길사/ 1992.
  • 타이태닉 호의 음모/ 도널드 A. 스탠우드/ 이인복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 미드나이트/ 딘 R. 쿤츠/ 조석진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벌거벗은 얼굴/ 시드니 셀던/ 한번웅 옮김/ 신원문화사/ 1993.
  • 컴퓨터의 몸값/ 미요시 도오루/ 권자인 옮김/ 수목출판사/ 1993.
  • 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김명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 이상우 외/ 고려원미디어/ 1993.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귄/ 윤소영 옮김/ 웅진출판/ 1993.
  • 여형사 K/ 수 그라프톤/ 정한솔 옮김/ 큰나무/ 1994.
  • 쇠못 세 개의 비밀/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4.
  • 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이종인 옮김/ 고려원미디어/1994.
  • 레이디 킬러/ 도가와 마사꼬/ 김갑수 옮김/ 추리문학사/ 1994.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추리특급/ 엘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제삼기획/ 1994.
  • 종소리를 삼킨 여자/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5.
  • SF 시네피아/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5.
  • 죽음의 편지/ 보브 랜들/ 김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6.
  • 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카인의 아들/ 패트리샤 콘웰/ 이창식 옮김/ 시공사/ 1996.
  • 시귀(1,2,3)/ 오노 후유미/ 임희선 옮김/ 들녘/ 1999.
  •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2004.
  • 월간 판타스틱 2008/08 Vol.18/ 페이퍼하우스/ 2008.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박유하 옮김/ 고려원/ 2000.
  • 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5.
  • 핀치러너 조서/ 오에 겐자부로/ 허호 옮김/ 고려원/ 1996.
  • 펠리컨브리프/ 존 그리샴/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4.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정계춘 옮김/ 자유문학사/ 1993.
  •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정태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복수법정/ 헨리 덴커/ 이상곤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이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죽음의 세레나데/ 유우제/ 고려원미디어/ 1994.
  • 맨해턴 특급을 찾아라/ 클라이브 커슬러/ 이원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독수리는 날아오르다/ 잭 히긴스/ 박주동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라마(6,7)/ 아서 클라크 & 젠트리 리/ 안정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
  • 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이순주 옮김/ 고려원/ 1992.
  • 맥널리의 비밀/ 로렌스 샌더스/ 이일수 옮김/ 고려원/ 1992.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앤드루 박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석양에 빛나는 감(1,2)/ 다카무라 가오루/ 홍영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5.
  • 무죄추정/ 스코트 터로우/ 최승자 옮김/ 대흥/ 1991.
  • 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황해선 옮김/ 해문/ 1990
  • 거짓 예언자/ 숀 플레네리/ 김갑수 옮김/ 남도/ 1989.
  • 가족사냥/ 텐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3.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정태원 옮김/ 진음/ 1994.
  • 트럼프 살인사건/ 엘러리 퀸/ 이제중 옮김/ 시공사/ 1995.
  • 어둠의 목소리, 사나이의 목/ 이든 필포츠/ 조르주 심농/ 이가형 옮김/ 하서/ 1981.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심상곤 옮김/ 해문/ 1990.

2021/09/17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설혜심 : 별점 3점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6점
설혜심 지음/휴머니스트

지적인 흥분과 읽는 재미를 동시에 전해주는 여러 미시사 저작물을 발표했던 설혜심 교수의 신작입니다.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하는 서두를 보니, 코로나로 인해 여러모로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 차 썼다고 합니다. 본업과 별개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만한 책을 쓸 수 있다니, 그 내공이 정말 놀랍네요.

하여튼, 저자 스스로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시 읽기'로 요약할 수 있다는데 독자가 보기에는 'B급 문학을 역사 연구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통해 당시 '영국의 세계관'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니까요. 그만큼 여사님 작품이 당시의 실재를 잘 반영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사님 작품에 온갖 저택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여사님 본인이 집 보러 다는게 취미일 정도로 열성적인 부동산 투자자이기도 했습니다만, 당시 영국인들이 대체로 집에 대한 집착이 어머어마했다는걸 설명해 주거든요. 이 집착이 '대영제국'을 만들었다는 해석도 그럴 듯 했습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인들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면 거창하고 복잡한 소유권 선언 의식부터 했는데, 영국인들은 사는 집부터 짓고 자기 영역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랍니다. 점유를 통해 해당 땅을 지배한다는 현대적인 부동산 논리인 거지요. "아무리 낡아 빠진 집이라도 그것이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다."푸아로가 말하는 작품도 있는데, 이제야 그 좀 납득이 되네요.

1차, 2차 세계 대전 중 '병역 면제'에 대한 사실과 사회적 인식도 여사님 작품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머랭 살인 사건"의 주인공 보비 존스가 입대 직후 시력 문제로 제대했던 이유부터 볼까요? 1차 대전 때 입대 전 신체 검사를 민간 의사들이 시행했는데, 이들의 수당을 적합 판정을 내린 신병 수만큼 지급했던 탓이랍니다. 그래서 '적합' 판정이 남발되어서 군대에 가면 안되면 보비 존스조차 입대하게 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건 1차 대전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2차 대전 때는 징집 대상이 여성까지 확대되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직업군은 오히려 병역이 배제되었으며, 여기 농부가 포함되어 있어서 당시 농과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했다는 등의 사실을 "파도를 타고"의 롤리와 린을 통해 알려줍니다. 전쟁 당시 롤리는 일하던 농장에 묶였지만, 약혼녀 린은 징집되어 참전했었다는 설정이거든요. 더불어 롤리가 지옥같다고 묘사한 이 상황으로 당시의 사회적 인식도 쉽게 알 수 있고요. 

또 "쥐덫" 등 여사님 작품들은 대체로 군대에서 복무했던 여성들은 똑똑하고 유능했던 반면, 남성들에게는 군대가 지능이 별로 필요없는 집단이라는걸 드러내는 묘사가 많았다는 걸로 당시 군인에 대한 여사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던 첫 결혼의 상대방이 장교 출신인 탓도 어느정도 있었겠지요? 당시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접받고 경쟁할만한 곳은 전시 군대가 유일했다는 점도 한 몫 했겠지요.

이른바 '영국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다양한 작품에서의 등장인물들 대사로 제국주의, 인종 및 타 국가에 대한 편견과 같은 당시 영국 국민들 의식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여사님 스스로가 이를 '섬나라 근성'이라며 비꼬는 묘사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유보다 현상만 채집하여 선보이고 있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런게 실재하는 역사이자 진정한 사람들 관점의 미시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돈" 항목은 이런 관점의 미시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펜스가 "비밀 결사"에서 이야기했던, 오직 세 가지 뿐인 돈 버는 방법에서 시작됩니다. "물려받거나, 결혼하거나, 직접 벌거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사님 작품에 많이 나오는 몰락한 귀족과 미국 부자의 결혼이라는 상황과 실제로 20세기 초반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미국 대부호 딸과 결혼했던 사례를 연이어 소개해 줍니다. 대표적인 "달러 프린세스"로 소개된건 처칠의 어머니 레이디 랜돌프 처칠이었고요. 실제로 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사람들 이야기가 없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여사님 작품 속 이야기를 실재 역사적 상황과 맞추어 설명한 아주 좋은 사례라 생각되네요.

하녀, 하인들 이야기가 주로 소개된 "계급"도 미시사적인 측면에서 볼 만 합니다. "돈"과 마찬가지로 하녀에 대한 당시 시각과 인식을 여사님 작품은 물론, 여러가지 실제 자료를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식과는 다르게 20세기 초만 해도, 어머니들이 딸들에게 하녀 일을 추천했었다는게 기억에 남네요. 도시의 악덕으로부터 젊은 처녀를 보호하고, 상층 계급의 사회적 규범을 익힐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나요? 운만 좋으면 좋은 혼처를 찾을 수도 있었고, 여사님 작품에서처럼 거액의 돈을 상속받을 수도 있었으니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상류층들도 하인에게 예의를 갖추는게 제 1원칙이었다니 지금보다도 고용살이하기는 더 나은 시대였을걸로 생각도 되고요. 물론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주머니 속의 호밀" 등 하녀가 불쌍한 희생자가 되는 작품도 제법 많습니다만....

그 외에도 심령 현상, 강신술과 관상 등으로 대표되는 '미신'에 대한 당시 인식, 미스 마플 이야기와 미시사라는 학문의 핵심이 일치한다는 주장 등도 모두 미시사적으로 볼만 했었습니다. 미시사에 대한 이론은 특히 와 닿았습니다. 저는 그냥 쉽게 특정한 분야, 특정 시기만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게 미시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미스 마플이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처럼, 일반적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일반 사람들과 개인의 삶을 집중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지요. 앞으로 이런 부분을 좀 더 유념해서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순수하게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팬으로서 즐길 요소도 많았습니다. 탐정 에르큘 푸아로 캐릭터 유래처럼요. 그가 벨기에인이었던건 여사님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을 쓸 무렵, 근처에 살고 있었던 벨기에 난민을 떠올렸던게 계기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영국인들 도움에도 별로 고마와하지 않고 불평을 늘어 놓았는데, 거기서 푸아로의 까탈스러운 성격이 빚어졌다고 하네요. 푸아로는 벨기에라는 나라가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나라라서 쉽게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프랑스 인이었다면 지금의 푸아로와 같은 인기는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탈 것'을 통해 여사님 작품 속 자동차, 기차, 비행기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이 대표적이에요. 밀실처럼 폐쇄된 공간이고, 승객들은 모두 우연히 모엿으며, 갇혔지만 창 밖을 볼 수 있고 중간중간 정차해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차는 추리 소설 무대로 적합하다는 이론도 기억에 남습니다. "부산행"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와 일치했던 덕분입니다.
그런데 탈 것에 '배'가 등장하지 않는건 좀 의외네요. "나일강의 죽음"의 주 무대가 유람선이었는데 말이지요. 외국 여행을 위해 유람선에 모인 영국인들은 미시사 적으로 해석하기 아주 적합한 소재인데 왜 빠졌을까요?

하지만 모든 주제가 여사님 작품으로 당시 영국 세계관,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는 목적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예컨데 "독약"은 당시 영국 상황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 개인에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교육"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상황들도 마찬가지에요. 여사님이 사립학교 출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건, 해로 출신이자 난봉꾼이었던 오빠 몬티 탓, 그리고 여사님이 제대로 된 학교 생활 경험이 없다는 탓이 컸으니까요. 

그리고 "섹슈얼리티", "신분 도용"은 여사님 작품 속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잘 분석되어 있는 결과물로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여사님 작품 속 동성애, 포와로와 헤이스팅스의 관계 분석은 팬으로서는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고요. 그러나 이를 당시 시대상과 잘 엮어서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호텔" 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보이 호텔과 리츠 호텔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버트램 호텔에서"의 버트램 호텔 모델이 어디인지에 대한 해석이 거의 전부로, 일종의 미시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호텔에 국한된 내용이었을 뿐입니다. 

반대로 "배급제"는 전쟁 때 시작되어 1950년대까지 이어진 배급제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만, 정작 여사님 작품은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여사님 관련 이야기도 작품보다는 자서전 내용이 중심이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던 미시사적인 부분들도 재미는 있지만, 뒷받침하는 사료와 근거가 많지 않고, 분량도 적어서 깊이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유명 작품, 여사님이 직접 뽑은 베스트 10 과 같은 작품보다 "파도를 타고"와 같은, 특정 작품에 등장했던 상황과 대사 소개가 많은 것도 아쉬웠어요. 여사님의 전작을 둘러본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으니까요. 저자가 소개한 소재도 미시사적으로 좀 더 의미있게 선보였다면 좋았을 겁니다. 예를 들어 "탈 것"에서 다양한 차들을 열거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 차들의 연대 순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식으로 말이지요. 아울러 저자의 책 치고는 도판도 딱히 볼만한게 없었습니다. 여사님 소싯적(?) 사진들 정도가 눈에 뜨이는 정도입니다. "탈 것"에서 열거된 차들 사진과 같은 도판은 수록해주는게 좋았을 거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역사적인 깊이 측면, 그리고 여사님 작품의 깊이 있는 분석 양쪽 모두에서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래도 여사님 팬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주제인데다가, 여사님 작품을 미시사적으로 접근한다는 아이디어 만큼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글도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고요. 추리 소설, 역사 관련 저서를 모두 좋아하는 저에게는 불만없는 독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