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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6

트렌트 마지막 사건 -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 손정원 : 별점 2점

트렌트 마지막 사건 - 6점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손정원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미국의 대부호이자 제계의 거물인 시그즈비 맨더슨이 영국의 자택 근처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의상을 갖춰 입었지만 틀니를 하지 않았고, 자살로 보기에는 근처에서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집 가까이에서 살해되었는데 아침까지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 점 등으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사건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기 위해 런던의 신문사 레코오드지의 주필 모로이경은 화가이면서도 민완 탐정으로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 온 필립 트렌트를 고용했다. 트렌트는 맨더슨의 전날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추적하여 유력한 용의자를 알아냈지만, 미망인 메이벨을 위해 사건을 공표하지 않고 사건은 맨더슨의 미국에서의 원한 때문에 만든 적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으로 일단락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건이 1년 정도 지난 후에 트렌트는 메이벨을 우연히 다시 만나 사건을 다시 되짚은 뒤 모든 진상을 알게 되는데….

브라운 신부의 저자 체스터튼의 절친한 친구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필립 트렌트라는 명탐정을 등장시켜 수수께끼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죠.

제목이 마지막 사건이라 저는 처음에는 필립 트렌트 시리즈 중 완결편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뒷 부분의 해설을 보니 저자 벤틀리의 장편 데뷰작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데뷰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에다가, 탐정의 캐릭터도 상당히 명확한 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 한명만 살해되고, 용의자로 압축될 수 있는 인물이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어서 읽기에 좀 지루합니다. 사건과 관계없는 부분의 묘사가 많지는 않지만 대체로 장황하고 서술적이라 더욱 그랬어요. 초반부터 등장해서 트렌트와 굉장한 두뇌싸움을 보여줄 것 같았던 마아치 경감은 중반 이후 등장하지도 않는 등, 쓸데없는 캐릭터까지 등장해서 소설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지루함을 가중시키고요. 
더군다나 탐정인 필립 트렌트는 화가이자 신문기자, 탐정이라는 설정으로 사건에 투입되는 과정은 “노란방의 비밀”의 룰르타뷔유가 연상되는데, 탐정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감정 과잉인 캐릭터로 별 볼일 없는 유머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인 미망인 메이벨과의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는 로맨틱한 설정은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바로 전에 읽은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와 정반대의 설정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거기에 보기 드물게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인 마무리는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정통파답게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트릭이나 막판 만전 같은 것은 굉장히 좋거든요. 물론 여기까지 읽어 가는 과정이 무척 힘들지만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발표된 시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루한 부분이 많은 편이라 감점합니다. 정통파 고전 추리물의 원형에 가까운 작품으로 완독한 작품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로써 구입하고 읽지 않고 남겨두었던 책들을 거의 모두 정리한 것 같습니다. 첫 인상에 “지루하다!”라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백발백중 지루한 편이라 한번 날 잡아서 읽어주지 않으면 사실 계속 읽기가 힘든 편인데, 이번에 뭔가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개운하네요. 요사이 좋은 추리 장편들이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나오는 계절이지만 다음에는 기분 전환 겸 해서 가벼운 추리 단편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2004/07/21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 오정환 : 별점 3점

빨강머리 레드메인즈 - 6점 이든 필포츠 지음, 오정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런던 경시청의 유능한 탐정 마크 브랜던은 다트무어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의문의 살인사건을 맞이했다. 로버트 레드메인과 마이클 펜딘이 실종된 후, 조사 결과 근처에서 사람의 피가 흘러있는 장소가 발견되였고, 이후 로버트 레드메인이 도주 중이라는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마크 브랜던은 마이클 펜딘의 미망인 제니 펜딘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며, 사건 해결에 열중했으나 시체와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방 모두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자 로버트 레드메인은 오히려 자신의 둘째 형을 상대로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고, 사건은 더욱 더 미궁에 빠졌다. 레드메인 가문의 맏형인 앨버트 레드메인까지 로버트의 표적이 되자, 앨버트는 자신의 친구인 미국인 탐정 피터 건즈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 피터는 마크 브랜던과 같이 앨버트를 보호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며, 결국 피터 건즈에 의해 사건은 해결되었다.

이른바 “세계 10대 추리소설” 중 한 편인 작품이지요. 책을 구입한 것은 굉장히 오래 되었지만 두께에 질려 미루어 두다가 겨우 읽게 되었네요. 제목의 의미가 제일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빨간머리 집안 레드메인즈 가문….

여튼, 이든 필포츠는 원래 전원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연 묘사가 많이 등장하며 문체도 상당히 유려하고 문학적 취향이 짙게 배어납니다. 그러나 그만큼 지루한 것도 사실이고 추리적으로도 별로 대단치 않습니다. 너무 오래된 작품인 탓에(2차대전 이전의 유럽이 무대이니 만큼) 과학적 수사가 뒷받침 되어 있지 않아서 가장 중요한 트릭들이 요새 감성에는 와 닿기 어려운 탓이 큽니다. 핵심 트릭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등장했던 것이라 식상했고요. 심지어 마지막에는 주요 용의자가 너무나 적어져서 진상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맙니다. 이는 작가가 추리 소설에 대해 이해도가 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트릭으로 전개되는 사건들, 그에 대한 추리는 상당히 명쾌하고 재미난 편이기는 합니다. 유머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보여지는 여러가지 복선과 그 전개들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으며, 어쩐지 한니발 렉터 박사가 연상되기도 하는 마지막의 범인의 수기 부분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독특한 범인 캐릭터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전형적 악인으로 그야말로 태어나면서부터 악마 같은 범인이 등장하는데, 이런 인물은 당시 작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지요. 이든 필포츠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면, 거의 들러리인 마크 브랜던 대신 진짜 탐정 피터 건즈가 중반 이후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마크 브랜던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확실한데 반해 피터 건즈는 역사에 길이 남는 추리 소설의 탐정 치고는 상당히 비중이 작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던이 더 마음에 들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조금 지루한 감도 사실 있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느낌도 주지만, 추리소설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 흐뭇합니다. 추리소설의 매니아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2004/07/15

괴인 20면상 / 소년 탐정단 - 에도가와 란포 : 별점 2점

이 작품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가 변격물에서 벗어나 아동 취향 소설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당대 소년소녀들에게 초인기이었으며 현재까지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는 “20면상”이라는 괴도와 “고바야시 소년”, “탐정의 7가지 도구” 등이 처음으로 등장하죠. 관심이 있던 차에 우연히 원어 소설을 구입하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추리문고로 간행된 책으로 아마노 요시타카가 일러스트를 맡았죠. 일어실력이 부족해서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동향 책이라 그런대로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구한 만화가 두꺼운 장편인 소설대비 내용 축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둥 줄거리는 잘 따라가고 있어서 함께 읽으니 서로 보완이 되어서 좋았어요. 소설보다는 아무래도 만화가 이해가 훨씬 잘 되니까요.
<괴인 20면상>
대부호 하시다 가문에서 입수한 “로마노프 황제의 6개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20면상이 범행 예고장을 보낸다. 하시다 가문은 경비 강화는 물론 오랫동안 가출하여 외국에서 생활한 장남 소우이치의 귀국까지 겹쳐 부산한 나날을 보낸다. 소우이치는 장남으로서 20면상이 예고한 날에 같이 보석을 지킬 것을 아버지에게 약속하지만, 실은 그가 변장의 명수 괴인 20면상이었다! 20면상은 보석을 가지고 도망가던 중 둘째아들 소우지가 몰래 설치한 덫에 걸려 상처를 입자 보복으로 소우지를 납치한다.
이에 하시다 가문은 명탐정 “아케치 고코로”에게 소우지 구출을 의뢰하게 된다. 아케치의 부재로 임시로 사건을 맡게 된 조수 고바야시 소년이 소우지를 구출하지만, 대신 20면상에게 사로잡히게 되는데…..

<소년 탐정단>
할아버지의 유산인 저택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 미야세 후지오에게 한밤 중에 괴한이 찾아와 침대를 떠나지 말 것을 강요한다. 후지오의 아버지와 가정부는 연극이라 여기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아케치 고코로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아케치는 현장에 남겨져 있던 “5+3, 13-2”라는 수수께끼의 문자를 토대로 미야세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게 된다….

일단 “괴인 20면상”은 모험소설적인 측면이 강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추리적인 요소는 별로 없네요. 란포 자신도 쉽게 쉽게 쓴 느낌이고 말이죠. 란포 특유의 변격물 취향이 어느정도 풍기는 20면상의 분위기는 독특한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 이었습니다. 20면상이 치밀하거나 완벽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변장의 괴물”같은 묘사로만 이루어진 점이라던가, 아케치 고코로와 20면상 모두 고바야시 소년의 들러리 역할만 한다던가, 지나치게 뤼뺑-홈즈의 스타일을 차용한 점 등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에 비하면 “소년 탐정단”은 아동 모험소설 류의 묘사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란포 특유의 묘사와 암호 트릭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상당히 추리성이 강해서 훨씬 낫더군요. 특히 초반부의 암호 트릭은 제법 괜찮았어요. 한마디로 아동 모험소설과 추리소설과의 절충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낸 작품이랄까요?
그러나 중반 이후의 섬에서의 보물의 위치를 찾는 트릭은 란포의 전작 “고도의 마인”에 등장한 트릭을 아동 눈높이에 맞춰 고쳐쓴 것에 불과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결론내리자면, 추리적인 완성도도 별로고 기본적으로 아동용 소설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현재까지 끊임없이 패러디되는 란포의 캐릭터들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낡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제공하는 만큼 한국어판의 출판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