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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인어가 잠든 집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1.5점

인어가 잠든 집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하리마 테크의 후계자 가즈마사는 바람을 피운 탓에 아내 가오루코와 별거 중으로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미즈호가 뇌사에 빠진 후, 미즈호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혼을 보류하고 금전적,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움의 핵심은 하리마 테크의 기술자 호시노가 개발한, 척수를 자극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가오루코의 노력과는 별개로 주위 가족들은 미즈호를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결국 미즈호의 동생 이쿠토의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갈등은 폭발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으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대장편입니다. 뇌사 상태의 아이가 살아있느냐? 죽어있느냐? 에 대한 딜레마를 심도깊게 그리고 있는 드라마 작품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딜레마를 그린 드라마에도 강점을 보이는 작가지요. 대표작 중 하나인 "비밀"도 딸로 환생한 아내는 딸인가? 아내인가? 라는 딜레마가 이야기의 핵심이었으니까요.

굉장히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흡입시키는 솜씨는 여전히 일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뇌사자의 상태에 대한 딜레마도 흥미롭지만, 이외에도 뇌사자를 기계로 움직이게 하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 심장 이식이 필요한 아이 묘사를 통한 장기 이식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하고 심각한 주제가 등장하는데도 이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능력은 작가 명성에 충분히 값합니다.

하지만 "비밀"이 딜레마를 중심으로 깔끔한 전개와 결말을 보였다면 이 작품은 그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아요. 대표적인건 가오루코를 둘러싼 여러가지 설정들입니다. 가즈마사와 가오루코가 이혼을 앞두고 있으며, 가오루코가 의사 에노키다와 불륜 직전까지 가는 연심을 품고 있고, 하리마 테크의 기술자 호시노가 그녀에게 반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미즈호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정 모두가 불필요합니다. 가오루코가 마성의 매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복잡한 남자 관계를 끌고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재미도 없고요. 

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툭툭 끊어져 들어오는 것도 문제입니다. 미즈호의 뇌사, 하리마 테크의 기술 도입, 그 와중에 심장 이식이 필요한 유키노라는 아이에 대한 묘사가 등장하다가 몇 년 후 갈등이 폭발하고, 또 몇 년 후 유키노를 놓아 준다는 이야기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특별한 악역이 없는 점도 지루함을 가중시키고요.

차라리 전남편 가즈마사가 회사를 위해 딸 아이를 회사 기술을 이용하여 인형처럼 움직이며 미소짓게 만들며 이익을 챙기지만 이를 보다못한 가오루코와 호시노가 힘을 합쳐 막다가 심장 이식이 필요한 유키노를 만난 후 미즈호를 놓아준다, 가오루코는 호시노와 결합한다는 식으로 풀어가는게 훨씬 나았을겁니다. 여러가지 설정에 대한 이유로도 그럴듯하고요.

덧붙이자면 결말도 너무 뻔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쨌건 미즈호를 붙잡고 살다가, 미즈호가 유령? 처럼 나타나 떠나 보낸다는 결말, 미즈호의 장기를 이식받아 건강해진 아이가 등장하는 에필로그가 그러해요. 이는 뇌사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은 다 부질없고, 결국 마음의 준비 문제였다는 이야기에 불과해서 실망스럽습니다. 미즈호가 회사에 빠지게 된 사고의 진실 역시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라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작가 명성에 값하는 볼만한 장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가오루코가 미즈호의 선생인 신쇼 후사코로 위장하여 심장 이식이 필요한 유키노를 돕기 위해 나서는 내용은 미스터리 스타일로 펼쳐져 독자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앞서 신쇼 후사코에 대해 수상쩍게 묘사하고, 뇌사자 장기 기증에 대해 심도깊게 이야기를 펼쳐 나가면서 신쇼 후사코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만드는 솜씨가 일품인 덕분이지요.
아울러 미즈호가 살아 있다!는 희망을 부여잡기 위해 뇌사 상태의 아이를 움직이고, 심지어 미소까지 짓게 만드는 과정이 이어지다가 이쿠토의 생일날 이미 미즈호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 반응에 격분한 가오루코가 미즈호에게 칼을 겨눈 뒤 경찰을 직접 불러 지금 미즈호의 심장을 칼로 찌르면 살인죄냐 아니냐를 묻는 장면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영화 버젼의 예고편에서도 이 과정과 장면을 핵심으로 소개할 정도로 뇌사자가 살아있느냐 아니냐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좋은 장면이었어요.

그러나 이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전성기 작품에 비하면 군더더기가 너무 많은 탓으로 이렇게 길게 끌고 갈 이유는 없었습니다. 추리, 미스터리 장르와 거리가 멀다는 점도 감점 요소고요. 최소한 휴먼 미스터리라고 홍보는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미스터리'를 원하는 분이시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4/07

일상기술연구소 - 제현주, 금정연 : 별점 1.5점

일상기술연구소 - 4점
제현주.금정연 지음/어크로스

제목이 흥미를 끌어 관심을 두다가 도서관에 있길래 읽어 보았습니다. 제법 유명한 팟캐스트 방송의 에피소드 몇 개가 수록된 책입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전혀 다르더군요. 저는 평범한 생활 속 기술 중 유용한 '꿀팁'을 소개하는 책이라 생각했거든요. 청소의 비법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기술'이라는건 전혀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물론 아예 읽을만한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첫 번째 소개된 푸른 살림 박미정 대표 코치의 돈 관리 요령과 돈에 대한 시각은 꽤 괜찮습니다. 소비는 프라이버시, 돈을 정해주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어차피 하고 싶은 건 하게 되어 있으니 적당한 지점을 스스로 찾아 기준을 세워 소비하자, 돈 쓰는 감각을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으로만 사는 것, 결핍을 두려워 말고 일단 과감하게 끊어보자, 돈에 대해서는 정직해 져야 한다 등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은 덕분입니다. 특히나 무언가를 끊는 방법이 인상적입니다. 먼저 자기의 욕망을 먼저 수용하고 솔직하게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수용했으면 기한을 두고 참을 수 있는걸 끊어 보는거죠. 결핍을 겪어봐야 내가 얼마나 원하고 얼마나 댓가를 치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도저히 못 끊겠으면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허용하고요. 마지막으로 이에 따라 내 중심의 생활 경제 질서를 만들자는데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합리화에는 괜찮은 조언이다 싶네요.

"검색, 사전을 삼키다"의 저자 정철의 정리 관련 기술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정리할 때는 '기타'를 잘 활용하자는 것과 찾기 쉽게 하는게 목표라는 것, 그리고 허용치 이상이 되면 버려야 한다는게 원칙인데 실제 책 정리에 유용하겠다 싶었어요. 사실 정리에 대한 비법보다는 요새와 같은 추천의 시대는 취향을 만들기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긴 했지만요. 예전에는 CD 한 장 사면 별로여도 들을 수 밖에 없으니 마르고 닳도록, 가사를 외워가며 들었던 추억을 예로 들면서, 옛날에는 무언가를 고를 때 엄청나게 고민하고 노력했고, 좋아하는걸 골라내는 것도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공짜에 가깝게 계속 이어서 무한정 들을 수 있으니 이런 고민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 역시 제 중, 고등학교 생활을 지배했던 "오렌지 로드"의 극장판 LD를 몇 달 용돈을 모아 구입한 후, 재미를 떠나서 마르고 닳도록 본 기억이 나네요. 솔직히, 굉장히 재미 없었지만요.

하지만 그 외에는 기술이라고 부를만한게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일을 벌이는게 기술인가요? 배우고 가르치는 기술이라는 것도 내용만 보면 개인 경험담에 가깝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기술은 그 중에서도 최악으로 정작 내용은 손으로 만드는 뭔가에 대한 방법이 아니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소개에 불과합니다. 그냥 건담 HG나 하나 사서 시작하면 될텐데 이걸 뭐 이리 장황하게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단지 기대와 다른 정도인데... "함께 살기의 기술"은 내용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예전 하숙집 느낌이라는 '우리 동네 사람들 (우동사)' 라는 공동 주택 시스템은 소개만 보면 상당히 그럴 듯 합니다. "프렌즈"나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느낌으로 함께 사는 재미도 있고, 가족같이 지내며 정말 오래전 대가족 느낌을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어 보이니까요. 허나 이렇게 살거면 왜 진짜 가족과 함께 살지는 않는거죠? 가족과 함께 살지도 않는데 나와서 유사 가족을 만드는건 어불성설입니다. 집이 멀어서? 저렴해서 인천에 산다니 이 역시 성립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애초에 예를 든 "남자 셋, 여자 셋"은 대학 근처 하숙집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성립된 공동 생활이에요. 가족이 없어서 생겨난 게 아니란 말이죠. 제가 기성 세대를 넘어 꼰대가 된 탓이 크겠지만 최소한 제 딸은 절대 이런 생활로 보내고 싶지는 않네요.

본편 뒤에 부록처럼 이어지는 "독립 생활의 비법" 역시 제목만 그럴듯합니다. 게다가 나름 성공한 제빵사와 일거리가 제법 있는 프리랜서가 주인공이라 별 도움도 안될 듯 싶어요. 최저 임금으로 독립 생활을 하는 사람을 취재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아울러... 제빵사 박혜령님의 경우 30대 초반에 2,000만원 들여서 창업한 거라니 이 정도면 기성 세대 시각으로도 충분히 응원해 줄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큰 데미지는 아니고 충분히 남은 인생에서 재기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게다가 베이글이라는 아이템도 꽤 신선합니다. 온라인 주문 대응에 용이한 아이템이라는 선견지명이 돋보이고요. 이 정도면 운도 좋았지만 일단 실력으로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독립 생활의 비법"이라는 항목에 묶이기에는 역시나 말이 안됩니다. "성공의 비법" 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기대했던 내용과는 전혀 달라 실망이 큽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런 책을 읽고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에는 나이가 많은 탓이겠지만요. 그래도 주변 지인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는건 확실합니다. 저와 같이 정말 '일상 속 여러가지 생활 기술' 에 대한 내용이 있을거라 기대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2019/04/06

블러디 머더 - 줄리안 시먼스 / 김명남 : 별점 2.5점

블러디 머더 - 6점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을유문화사

추리 작가인 줄리언 시먼스가 쓴 추리, 범죄 장르 문학 역사서입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확고한 명성을 다지고 있는 책이지요. 1794년 출간된 윌리엄 고드윈의 "칼렙 윌리엄스" 부터 시작해서 비도크,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월키 콜린스, 에밀 가보리오로 이어진 범죄 문학이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단편 추리물로 만개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스, 앤서니 버클리 콕스, 반 다인 등 거장들에 의해 추리 문학 "황금기"인 1920~30년대에 이른 후 정통파에서 하드보일드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범죄 문학 역사의 주요 변곡점과 주요 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및 기타 국가의 추리, 범죄 소설도 비중있게 언급됩니다. 뒤렌마트의 범죄 소설들이라던가 부알로 - 나르스자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작품들이 그러하죠. 스웨덴의 페르 - 마이셰발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특히나 페르 - 마이셰발 작품이 좌파적 견해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독특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떠오르기는 하네요. 저는 이런게 유럽 스타일이구나 싶었는데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스파이 소설은 아예 한 단락을 할애합니다. 대부분 아는 작가와 작품들인데 이 중에서도 문학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최초의 스파이 소설인 어스킨 칠더스의 "사막의 수수께끼"야 말로 모든 스파이 소설과 모험 소설 중 최고작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북이 저렴하게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략적인 추리, 범죄 문학의 역사는 익히 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눈길이 간 건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평가입니다. 저자 본인이 추리 소설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트릭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하고 문학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은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선호합니다만, 작가의 주장처럼 수수께끼 풀이는 그냥 핏기없고 인물없는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수수께끼 없이 범죄와 인물에만 기댄 작품도 반쪽짜리일텐데, 그런 부분에 관대한건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해밋의 "유리 열쇠"를 당대 최고작이라 극찬하는데, 그 이유는 캐릭터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성취 때문입니다. 트릭은 부차적이고요. 하지만 단지 캐릭터와 인간관계만으로 최고 성과라니 평이 과하다 싶습니다.
스펜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B 파커를 챈들러의 후계자로 언급된다고 소개한 단락도 뭔가 싶었네요. 전형적인 펄프 픽션 작가로 좋은 평을 줄 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데 말이지요.

반대로 윌리엄 아이리쉬를 플롯이 한심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을 작가는 아닙니다. 평가 절하된 작가는 또 있습니다. 조세핀 테이가 대표적이에요. 지루하다는 이유인데 역시 수긍하기 힘듭니다. 그 외에도 존 르 카레, 제임스 엘로이 등도 평이 좋지 않더군요. 

작가 특성상 단편에 좋은 평을 주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러리 퀸의 초기 단편집에 좋은 평가를 한 건 눈에 뜨입니다. 암, 좋은 작품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는 푸아로미스 마플 단편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주지 않는건 의외였습니다. 장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그 이유인데 말도 안됩니다!

이렇게 평가는 좀 갈리지만, 잘 몰랐던 작품들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개는 일품입니다. 몇 몇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봅니다.
우선 1920년대 작가인 필립 맥도널드가 있습니다. "줄"에서 엔서니 게스린 대령을 소개했다는데 최고작은 "리녹스"와 <> 두편이라는군요. 존 딕슨 카는 저 역시 좋아하는 작가인데 줄리언 시몬스는 최고 작품으로 "할로 맨"을 꼽습니다.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1980년대 전문가 집단의 최고의 밀실 소설 투표에서 카의 다른 작품들 - "구부러진 경첩", "유다의 창", "열개의 찻잔" - 보다 두배 가까운 표를 얻었다고 하며 "환각과 위장에서 문제를 끌어낸" 소설이라니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마찬가지로 황금기 작품인 C.데일리 킹이 쓴 세 편의 "오벨리스트" 시리즈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학파의 심리학자들이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완벽하게 공정한 정통파 추리소설이라니까요.
황금기 이후 작품 중에서는 페트릭 퀜틴의 "두 아내를 가진 남자"와 "로널드 셸던의 아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와 "피 흘리는 사랑"에 대한 평이 괜찮고요. 시릴 헤어의 "법정의 비극"은 코미디적 감각과 인물에 대한 진실된 감정으로 순회 재판 판사의 삶이 잘 묘사된 그의 최고작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소개된 에드거 러스트가튼의 "대답해야 할 사건", 케네스 피어링의 "커다란 시계", 헬렌 유스티스의 "수평의 남자", 존 프랭클린 바딘의 "악마의 푸른 꼬리 파리" 모두 한 번 읽고 싶어 집니다. 국내 소개된건 아쉽게도 "커다란 시계"밖에 없지만요. 

이후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범죄 소설가 중 가장 중요하다며 소개하는 단락은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작가라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이어서 소개되는 마고 베넷의 작품들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비행하는 남자들"은 국내에 소개되면 참 좋겠습니다. 로스 맥도널드에 대한 호평도 좋았고요. 마거릿 밀러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지만, 여기서 최고로 치는 "천사처럼"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니 이 작품까지는 읽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작품 소개만 흥미롭다면 인터넷 서점 리뷰보다 나을게 없죠. 아니, 국내 소개된 작품이 드물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서점보다도 못합니다. 전문가적인 시각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