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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1

813의 비밀 - 모리스 르블랑 / 성귀수 : 별점 2점

813의 비밀 - 4점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까치글방

대부호 케셀바흐의 호텔방에 뤼뺑이 침입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케셀바흐가 알고 있는 비밀에 대한 정보였다. 뤼뺑은 케셀바흐의 비밀금고에서 관련 문서를 입수한 뒤 철수했는데, 다음날 케셀바흐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청의 르노르망은 살인은 뤼뺑이 행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적 추리를 펼쳐 살인범 L.M에 대한 단서를 잡지만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살해당했고, 르노르망도 범인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한편 세르닌 공작으로 자칭한 뤼뺑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고 유럽의 판도를 뒤바꿀 비밀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L.M의 음모에 빠져 샹떼-팰리스에 수감되는데...

너무 더워서 책 읽기가 힘드네요. 독서도 힘든 날씨에 여러모로 지친 머리를 식히고자 고른 책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기암성 이후 4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뤼뺑의 모험을 그린, 500여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장편이지요. 뤼뺑 시리즈 중 가장 길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거대한 스케일, 즉 유럽의 판세를 놓고 벌이는 뤼뺑과 악당 L.M의 한판 승부가 장황하게 펼쳐집니다.
20세기 초반 당시의 유럽 현황, 실제 있었던 역사 속에서 뤼뺑은 배후의 큰손으로 흡사 진나라의 여불위를 연상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거대 음모를 가능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황제의 편지" 역시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기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품 내내 뤼뺑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정체불명의 악당 L.M 이 다른 라이벌인 홈즈와 가니마르와는 차원이 다른 막강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추리물다운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뤼뺑 시리즈는 괴도가 등장하는 범죄소설이기도 하지만 황금시대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 높은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은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그러한 트릭 없이 모험물에 가까운 분위기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거든요. 813이라는 숫자와 "APOON"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일종의 암호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APOON의 경우 억지에 가까운,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간단한 장치일 뿐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의문에 가까운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등 뭔가 있음직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 않네요. 마지막의 반전, 그리고 범인 L.M의 정체 역시 지금 읽기에는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결말이었습니다.

뤼뺑의 다양한 변장과 이중생활, 사생활(특히 딸까지 등장합니다!) 등이 디테일한 심리묘사 등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유럽을 대상으로 한 뤼뺑의 두뇌게임은 매력적이지만 길이에 비한다면 알맹이는 없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지만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모험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단지 모험물로만 본다면 괜찮기도 하지만 추리 애호가로서 평가했기에 별점이 좀 낮군요. 어쨌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2008/08/07

children of men - 알폰소 쿠아론 (2006) : 별점 2.5점

서기 2027년. 세계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재앙의 시대를 맞이한다. 마침 지구상의 가장 어린 아이였던 디에고가 사망하고 런던은 폭력과 무정부주의에 휩싸이게 된다. 사회운동가 출신이지만 현재는 공무원인 테오는 과거의 연인이자 반군의 총수인 줄리안의 부탁으로 통행증을 불법으로 만들어 주는데 줄리안은 테러로 인해 사망한다. 반군 기지로 이동한 테오는 자신이 만든 통행증의 주인공인 소녀가 "임신" 한 것을 알게 되는데....

P.D 제임스 여사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보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니라 imdb의 미스터리 쟝르 Top 50 때문입니다. 나름 상위권에 이 작품이 있어서 (이 글을 쓰는 2008년 8월 7일 기준 현재 31위군요) 찾아보게 되었죠. 일단 짧은 감상으로는 영화는 잘 만들었고 높은 평점이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전작들은 특별히 본 작품은 없지만 날 것 냄새가 물씬 나는 화면은 꽤 괜찮았고 약간 다큐 느낌이 나는 촬영 등은 상당히 극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 무지하게 많이 달랐습니다. 일종의 SF라면 SF인데 설정은 꽤 참신하고 그럴듯 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결말에 이르는 부분이 예상 그대로이며 별다른 반전이나 미스터리 없이 영화가 진행되는 등 왜 이 작품이 미스터리 쟝르에 속하는지 자체를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휴먼 프로젝트"라는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 반군들과 정부군의 싸움 그리고 난민들은 어케 된 것인지 기본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요. 때문에 영화는 사실 좀 지루한 편입니다. 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그려질 수 있는 부분도 너무 날 것 냄새나는 화면들이라 별로 와 닿지도 않고 말이죠.

하여간 imdb 등 영화 사이트의 쟝르구분은 믿을 수 없긴 하지만 이 작품은 생각보다도 더 심하네요. 단지 P.D 제임스 여사 원작 소설이라 미스터리로 분류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웰메이드 영화이지만 제 기대와 너무 달라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을 준다면 두개 반 정도?

2008/08/02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이수광 : 별점 2점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4점
이수광 지음/다산초당(다산북스)


제목 그대로 16건의 사건을 통해 조선시대의 법의학, 수사기관 및 그 제도와 형벌제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살인사건"에 따른 수사방법과 범인 색출이 등장하는 사건은 그다지 많지 않고, 권력형 비리 등이 더욱 많아서 좀 아쉽더군요. 사실 권력층이 노비를 살해한 것, 그리고 권력층 내부의 살인사건과 범죄는 당연하게도 별로 수사같은 것이 등장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사건도 "상소" 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와 닿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또한 3부의 반군 소탕작전 챕터와 4부의 조선시대 강압수사 챕터는 제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부분이라 왜 이 책에 포함됐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임꺽정 체포 작전이나 조선시대 검계 소탕작전은 살인사건으로 보기는 좀 무리잖아요? 강압수사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목에 혹해서 산 저같은 독자는 완전히 낚였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나마 제대로 된 사건 수사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정조때 있었다는 "평산 박소사 살인사건" 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이 사건은 자살로 위장된 사체를 무원록에 기반을 둔 세번의 검시 (삼검)을 통해 살인사건임을 밝히고 심문 등을 통해 증거 수집 및 동기를 확인한 사건으로 디테일한 시체의 검시 방법의 등장은 물론이고 수사 및 형벌에 대한 내용 및 당시 사회상 등도 잘 드러나 있으며 사건의 전개 자체도 굉장히 드라마틱 한 등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16개의 토막 중 딱 하나가 마음에 들었을 뿐, 제목에서 기대한 것에 비하면 실망이 더 큰 책이었습니다. 아울러 추리작가이기도한 이수광씨가 저술하였는데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지나치게 문어체적인 느낌이 강하고 너무 설명이 부족해서 읽기도 힘들었고요. 빈말이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좀 어려네요.  별점은 2점만 주겠습니다.